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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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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2.06.07 02:59
연재수 :
1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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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5,153

작성
17.06.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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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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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42

DUMMY

저택 내부는 바깥과는 달리 고요했다. 우리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만이 먼지처럼 가라앉은 정적 속에 스러질뿐이었다.


“여기는 일단... 안전한 모양이군요.”


“그렇네요.”


바깥의 수라장이 꿈이었던 것처럼 안쪽은 괴물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불안해질 정도였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게 정석인데 말야.

디 그리스도 이 곳 어딘가에 있을 테니 방심은 할 수 없다. 적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1층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방은 많았고 복도는 넓었다. 그런 게 위로 몇 층이나 늘어서 있을 테니 다 둘러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즐겨했던 RPG라면 방 하나하나 구석구석까지 전부 훑어가면서 아이템을 얻기에 혈안이 됐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은 현실이다.

이벤트가 발동될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친절하게 기다려주는 악당 같은 건 없다. 지금 흘러가는 1분 1초 사이에도 상황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가하게 하나하나 뒤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노려야 할 곳은 최상층인가.


“알렉스씨. 저택의 꼭대기에는 뭐가 있죠?”


“꼭대기라면... 여신 아벨리아님께 기도 드리기 위한 예배당이 있습니다만...”


예배당이라... 정말로 그 곳에 둥지를 튼 것이라면 디 그리스도 꽤나 악취미인 녀석이다. 뭐, 게임적으로는 최종 결전의 장소로서 나쁘지 않지만.

어찌됐든 갈 곳이 정해졌더면 망설일 필요 없지. 밖에서 괴물들을 막고 있는 세 명도 걱정되니 서둘러야 한다. 어제 밤의 전투부터 해서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상태라 더욱 그랬다.


“갑시다. 예배당으로.”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면에 보이는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데 알렉스가 나를 불러 세웠다.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와 주신 드렉씨에겐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뭐죠?”


“만약 아가씨를 찾았을 때 악마가 함께 있다면 제가 악마를 상대하는 동안 아가씨를 구해서 도망쳐 주십시오.”


“...진심이에요?”


“물론 진심입니다. 드렉씨를 또 한 번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알렉스가 그 때 나를 부른 이유가 이것이었나. 혼자서 디 그리스와 싸워서 에스메랄다를 되찾을 수 없을 거란 걸 알렉스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미끼로 삼아서 에스메랄다를 구할 시간을 벌려는 생각인 것이었다.

그렇게 할 경우 희미하게나마 에스메랄다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알렉스 자신은 분명히 디 그리스에게 죽임을 당하겠지.

흔들림 없는 알렉스의 눈빛을 봐선 이미 각오를 다진 듯 했다. 그랬기에 나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가시죠. 더 눚기 전에.”


알렉스는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그 뒤를 쫓으며 나도 마음을 다잡았다.

2층에 올라서도 우리를 막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오길 반기는 것처럼도 보였다. 아직까지 길이 따라오지 않은 걸로 봐선 밖은 아직도 한창 격전이 이어지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한 층, 또 한 층 오를 수록 긴장감은 커져갔다. 아무 것도 없었지만 무언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듯한 불쾌한 기색만은 분명히 있었다.

저택 자체가 살아서 우리를 집어 삼킬 것 같은 불안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공간을 디 그리스가 만들었으니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진 않은가.

그런 불안에 휩싸인 건 나만이 아닌지 알렉스도 검을 뽑아든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층을 조심스럽게 올라서 최상층에 도달했다. 오르는 동안 전투도 없었건만 굉장히 지쳐버렸다.


“여기입니다.”


알렉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랫층들에선 보지 못했던 커다란 문이 우리 앞을 막고 있었다.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웅장한 문에는 검붉은 혈관 같은 것이 달라 붙어서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적나라한 이정표라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구나. 적어도 잘못 찾아올 일은 없을 테지.


“제가 한 말 잊지마십시오. 그럼 가겠습니다.”


알렉스는 마지막으로 내게 확인하고는 문에 손을 대었다. 이 문이 열리면 정말로 마지막이다. 물러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있는 건 오직 누군가의 죽음 뿐. 그게 우리들이 아니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알렉스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에 반사된 햇빛에 비친 에스메랄다의 모습이었다.

빛을 표현한 둣한 원에 감싸인 십자가와 닮은 물체에 묶인 채 고개를 늘어뜨린 에스메랄다는 이미 죽은 것처럼도 보였다.


“아가씨...!”


에스메랄다의 모습을 확인한 알렉스가 곧장 달려나가려고 하는 걸 팔을 뻗어 막았다. 돌아보는 알렉스애게 고갯짓으로 그 앞을 가리켜보였다.

내 시선을 따라간 알렉스도 그것을 확인하고는 숨을 들이켰다. 에스메랄다에게 시선을 빼앗긴 탓이었던 걸까. 아니, 분명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에스메랄다의 비스듬히 왼쪽 앞에 그것은 석상처럼 서있었다. 올려다 봐야 할 정도의 거체가 눈앞에 있었는데 어째서 바로 알아채지 못한 걸까?

우리의 경악 속에 그것은 눈을 떴다. 피처럼 탁한 붉은빛의 눈동자에 알렉스와 내 모습이 담겼다.

기지개를 켜듯 몸을 편 그것은 방금까지완 달라 말도 안되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고릴라처럼 앞발이 더 긴 다부진 몸에 바눌처럼 꼿꼿한 털이 무수히 자라 있었다. 등에는 박쥐의 날개같은 날개가 한쌍 돋아나 있었고 머리애는 비대칭으로 뿔이 나 있었다.

보는 순간 떠올려버리고 말 존재. 악마라는 말이 형체를 갖춘 것 같은 존재가 눈 앞에 있었다.


“드랙씨 뒤를 부탁드립니다!”


말도 안 되는 존재의 압력에 짓눌릴 것 같은 순간에 알렉스의 말이 귀에 파고들었다. 말의 의미를 떠올렸을 땐 이미 알랙스는 검을 짓쳐들고 디 그리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젠장!”


나도 뒤늦게 방의 구석을 향해 달렸다. 알렉스와 디 그리스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벽을 따라 이동할 생각이었다.

달리는 동안 얼핏 본 바로는 알렉스가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디 그리스가 밀리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저 파리가 달라 붙는 걸 귀찮아하는 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알렉스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란 건 자명했다.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알렉스의 덕분에 디 그리스의 방해 없이 에스메랄다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힘 없이 매달려 있긴 했지만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에스메랄다를 옭아 멘 덩굴같은 것을 뜯어내어 에스메랄다를 십자가에서 내렸다. 다행히 외상은 없어보였다. 단순히 기절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젠 길이 있는 곳까지 도망가기만 한다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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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43 +1 17.06.25 605 10 7쪽
» 2-42 17.06.23 521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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