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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2.06.07 02:59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137,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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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6
글자수 :
345,153

작성
16.12.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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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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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6쪽

18

DUMMY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조차 인지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 뺨을 통해 전해지는 돌바닥의 차가움만이 현재 내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왜 바닥에 엎어져 있는 거지?

치밀어 오는 고통을 참으며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웬일인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그 전에 내 팔이 제대로 붙어는 있는 건가? 손바닥의 감각을 의식하며 바닥을 더듬어 봐도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마치 양 팔이 잘려나간 것 같은 공허함만이 맴돌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땅바닥에 닿은 볼에 닿은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기분 나쁘게 끈적거렸다.

그것이 내 몸에서 흘러나온 피라는 것을 깨닫는데 이상할 정도로 긴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나만 그렇게 느낄 뿐 찰나 간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지금 나는 감각이 이상한 것 같으니까.

그것보다도 방금 검붉은 후드 녀석이 뭐라고 한 것 같은데 무슨 뜻이지? 아니면 그것도 내 이상한 감각이 불러일으킨 환청에 불과한 것인가?

비릿한 냄새가 코를 타고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 탓인지 좀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구역질도 났다.

나 뭔가 몹쓸 병이라도 걸려 버린 걸까? 갑자기 변한 환경 때문에 몸이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해서 희귀병 같은 게 걸렸을 지도 모른다.

고통이란 감각마저 이상하게 뒤틀려갈 무렵 무언가에 막힌 듯 억눌린 비명소리가 묘하게 귓가를 자극했다.

힘겹게 눈을 들어 바라보자 검은 장갑에 감싸인 손이 야만스럽게 이자벨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자식아 지구였으면 너는 진즉에 철컹철컹이라고. 사회적으로도 인간으로서도 끝장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 애한테서 손 떼.

당장이라도 소리치며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꼴사나운 신음소리였고 주먹을 쥐기는커녕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흐려지려는 시야 한켠에 있는 검붉은 후드를 있는 힘껏 쏘아보는 것뿐이었다.

“꼴사나운 저항은 그만두시지요. 청사독에 중독된 이상 다 무의미한 발버둥일 뿐입니다.”

조롱하듯 내뱉는 검붉은 후드의 왼손에는 부자연스럽게 푸른빛을 머금은 곡도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불길하게 번들대는 붉은 액체가 요사스럽게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바닥을 적시고 있는 아까운 내 피 같구나. 아니, 정말로 내 피인가?

그제야 등에서 느껴지는 아픔의 원인이 명확해졌다. 지구에 있었을 때는 평생 동안 한번 마주칠까 말까할 정도로 드문 일이었기에 내가 베였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평화와 평온에 찌든 생활을 지금껏 보내왔기에 이세계에 소환된 후에도 위기감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은 판타지다. 검과 마법이 있고 다툼과 전쟁이 어느 곳보다 가깝게 다가와 있는 위험한 세계인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 했던 생명의 위험도 이곳에선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자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 듯 온몸을 뒤흔들었다. 멈출 길 없는 공포가 떨림이 되어 몸의 중심에서부터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떨 수가 없었다.

“이제 슬슬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겠죠. 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곧 죽는다는 신호일 뿐이니까요.”

검붉은 후드는 마치 가벼운 감기라고 말하듯이 나의 죽음을 선고했다.

“그건 그렇고 한때는 정말로 당신이 다섯 번째 용사라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기우였군요. 이걸로 그 분의 계획도 차질 없이... 어이쿠, 그만 입을 너무 놀려버렸습니다. 곧 죽을 당신에겐 상관없는 일이지만요.”

완전히 무력화된 먹이를 가지고 노는 포식자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나를 내려다보던 검붉은 후드는 더는 볼일 없다는 듯이 내게서 등을 돌렸다.

독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죽을 테니 더 이상 손을 쓸 필요는 없다는 걸테지. 분하게도 그 말대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가쁜 숨을 내쉬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디서 꺼낸 것인지 튼튼해 보이는 밧줄과 재갈로 입과 손의 자유를 빼앗긴 이자벨이 잔뜩 겁먹은 와중에도 비통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붉은 후드가 손짓하자 근처에 있던 검은 후드가 이자벨을 들쳐 매고 골목의 저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바닥에 쓰러진 채로 그 모습을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 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오늘 우연히 만나서 반강제적으로 끌려 다녔을 뿐인 사이다. 저 아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하인처럼 부려 먹히기만 했다. 결코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휘말린 끝에 이곳에서 목숨까지 잃게 된 판국이니 백번 원망하고 원망해도 모자랄 정도다.

만약 오늘 이자벨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영문 모를 곳에서 나자빠져 있지도 않았겠지.

등이 아파. 아직 죽고 싶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 네놈 어떻게?!”

쓰러진 나를 내버려두고 떠나가던 검붉은 후드가 뭔가를 느낀 듯 돌아보고는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경악했다.

아깝네. 눈치 채는 게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하다못해 뒤통수에 짱돌이라도 던져 줬을 텐데.

검붉은 후드를 따라서 뒤를 돌아본 검은 후드들이 뒤늦게 경계태세를 취했다.

나는 그 모습을 힘겹게 바라보며 휘청거리려는 몸을 안간힘으로 지탱했다.

어떻게 그 지경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르겠다. 그저 화가 나고 분했다.

나를 화나게 한 건 직접적으로 나를 상처 입힌 후드 차림의 사람들일지도 모르고 나를 끌어들인 이자벨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닥에 처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일지도 몰랐다.

단지 어느새 뚜렷하지 못한 정신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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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3-5 +1 18.12.28 227 9 7쪽
95 3-4 +3 18.12.04 265 10 8쪽
94 3-3 +3 18.11.29 269 13 8쪽
93 3-2 +4 18.09.05 32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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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권 에필로그 +8 18.04.03 524 10 13쪽
89 2-48 +2 18.03.27 489 7 11쪽
88 2-47 +7 18.01.14 517 10 7쪽
87 2-46 +6 17.07.09 653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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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43 +1 17.06.25 605 10 7쪽
83 2-42 17.06.23 521 11 7쪽
82 2-41 17.06.22 579 12 7쪽
81 2-40 +2 17.06.21 563 9 7쪽
80 2-39 +1 17.06.20 578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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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28 +3 17.06.09 728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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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4 +2 17.05.24 898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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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738 21 7쪽
39 38 +1 16.12.31 1,179 17 8쪽
38 37 +1 16.12.30 1,55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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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3 16.12.12 1,624 28 6쪽
» 18 16.12.12 1,627 3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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