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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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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2.06.07 02:59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137,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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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6
글자수 :
345,153

작성
16.12.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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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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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7쪽

36

DUMMY

제멋대로 그려지는 행복한 상상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돌연 악마가 속삭였다.

-주위를 잘 둘러봐라.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꿈속에서 들었던 것 같은 사념이 머릿속에 울리고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할 때 회장의 문을 박차고 전령이 구르듯 뛰어 들어왔다.

“크, 큰일 입니다! 마을에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 왔습니다!”

뛰어 들어온 기세 그대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외치는 전령의 모습이 사태의 긴박함을 여실히 전해주었다.

“허둥대지 말고 상황을 보고해라 병사!”

란돌이 전령에게 다가가 호령했다. 나와 엉덩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변태 영감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동쪽 성벽에서 출현한 몬스터들이 현재 마을 안으로 침입해서 날뛰고 있습니다. 현재 1소대와 2소대가 교전중이며 3소대가 주민들의 피난 유도, 4소대가 대기중입니다.”

“흠. 알겠네. 올토! 마누엘! 4소대를 이끌고 출격하라.”

란돌의 명령에 따라 기사 두 명이 홀을 빠져 나갔다. 겨우 큰 일이 끝났나 했더니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주님이 오전에 외출하신 후 돌아오지 않았다는 보고도...”

이어지던 전령의 보고가 갑자기 들린 큰 소리에 막혔다. 테이블을 쪼갤 듯이 내리친 국왕이 핏발 선 눈으로 전령을 노려봤다.

“공주는 어디에 있나?”

그 기세에 겁먹은 전령이 대답하지 못한 채 몸을 떨었다.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알고 있었다면 보고 하기 전에 이미 성으로 데려 왔을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어제 베티가 한 공주에게서 눈을 떼지 말란 말은 이걸 두고 한 소리였던 건가.

라인할트에게 온 신경을 다 쏟느라 완전히 안중에도 없었다. 젠장! 도대체 왜 나는 그런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거지?

초조함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도대체 지금 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큭, 크크크크.... 크하하하....”

란돌에게 들이 받혀서 기절한 줄 알았던 라인할트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병사 둘에게 양 팔을 잡혀서 시체처럼 늘어진 채로 웃는 라인할트의 모습은 기이하고 섬뜩했다.

나는 꺼림칙한 모습의 라인할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이자벨을 어떻게 했습니까?”

“크히히히... 어떠신가 국왕 폐하. 소중한 사람을 잃는 느낌은?”

라인할트는 내가 아닌 국왕을 보며 이죽거렸다. 이미 그의 눈엔 내가 비치지 않는 것 같았다.

멱살을 끌어당겨 박치기를 먹일 기세로 이마를 맞대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이자벨은, 어디 있습니까?”

그제야 내게로 눈을 돌린 라인할트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나도 몰라. 나는 그저 공주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 것뿐이니까.”

이자벨은 스스로 나간 건가. 그렇다면 떠오르는 곳은 한 군데 뿐이다.

“그거 알고 있나? 마을에 몬스터가 들이닥친 것도 전부 네놈 탓이라네. 내 계획이 성공해서 국왕이 얌전히 죽었다면 마을은 무사했을 거라고.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목숨만으로 끝날 것을 마을 전체를 끌어들인 거다. 네놈 때문에.”

후우...

숨을 한 번 들이 쉬고는 머리를 뒤로 재꼈다.

“웃기지 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아앗!”

단숨에 내뱉으며 그대로 라인할트의 머리를 들이 받았다. 체중을 실어 박은 터라 두개골이 깨지지 않았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라인할트는 기절했는지 다시 축 늘어졌다. 나도 뇌가 흔들려서 비틀거렸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대로 달려서 회장을 빠져 나갔다. 성 밖에서 이자벨이 갈만한 곳이라면 떠오르는 곳이 한 군데 밖에 없다.

제대로 길도 알지 못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뛰어서 몇 번이나 넘어질 위기를 겪고서 밖을 향해 달렸다.

몬스터가 쳐들어 온 곳은 동쪽이라고 했다. 내 기억으론 이자벨이 있을 곳은 남쪽이다. 병사들이 잘 버텨주고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몸이 무거워졌다. 마음은 계속해서 달리라고 명령했지만 비루한 몸뚱이는 비명을 지르며 움직이길 거부했다.

어느덧 활짝 열린 성문까지 달려 나왔다. 빠른 조치 덕분에 주민들이 분주하게 성안으로 피신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혹시나 이자벨이 있지 않을까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그 타는 듯한 붉은 머리는 없었다.

성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억지로 거스르며 성 밖으로 빠져 나왔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친 몸을 채찍질해 달렸다.

지금 달리지 않으면 반드시 죽을 정도로 후회할 것이다. 그 생각만이 멈추려는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알지 못하는 거리를 희미한 기억에 의지해서 달렸다. 이미 뛰는 건지 걷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느린 속도로, 하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겨우 본 적 있는 가게를 발견해서 다가갔다. 사람들은 이미 다 대피한 것인지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자벨과 함께 먹을 것을 샀던 가게에 등을 기대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때 다른 건물 사이의 골목에서 작은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

내 허리 정도밖에 오지 않는 신장에 깡마른 몸은 녹색으로 번들거렸다.

어린아이만큼이나 작은 머리통엔 길게 뻗은 송곳니와 추한 이목구비가 박혀있다.

그런 놈들이 무리지어서 돌아다니고 있는 와중, 불행히도 제때 숨지 못한 나는 정면으로 놈들과 마주치고 말았다.

이놈들이 예의 몬스터란 녀석들이겠지. 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야만적인 눈빛으로 봐선 대화가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런 곳까지 몬스터들이 활개치고 다닌다면 이자벨도 현재 위험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더더욱 이런 데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졌다.

비록 놈들이 수도 많고 무기도 들었지만 싸우지 않고 빠져 나가는 거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보폭의 차이가 압도적이니 한 번만 재칠 수 있으면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나는 할 수 있어.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불어 넣으며 몸을 세웠다. 미식축구의 러닝백처럼 단숨에 달려 나가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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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3-4 +3 18.12.04 265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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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42 17.06.23 520 11 7쪽
82 2-41 17.06.22 579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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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4 +2 17.05.24 898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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