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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jxjxje1 님의 서재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연기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근복앙
작품등록일 :
2023.10.15 20:39
최근연재일 :
2023.11.16 23:16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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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4
추천수 :
64
글자수 :
21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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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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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변화(2)

DUMMY

제작 발표회에서 한 차례 빵! 하고 터뜨린 이후, 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증가했다.


아니, 폭등이란 말이 어울릴 것이다. 연예 칼럼과 인터넷 실검 그리고 각종 SNS에 내 이름만이 오르락내리락 했으니까.


당연히 주변의 반응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얌마! 너 미쳤어?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아니, 허··· 허허허.


하는 신구 형의 신들린 듯한 전화부터,


-세남 형님! 멋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세남 씨··· 아니 이제부터 오빠라 부를게요. 아까 아주 죽여줬어요!


발표회가 끝나고 밴에 올라탔을 때 나를 맞이한 두 사람까지.


이 이외에도 다솔 씨나 성동한 및 이미란 선배님, 그리고 감독님과 작가님 등등 많은 사람이 걱정해주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욱 연기에 매진하는 일밖에 없었기에, 나는 그 관심들을 묵묵히 견디며 촬영에 임했다.


물론 아예 생각 없이 뱉은 말은 아니었다. 나는 내 연기에 자신이 있었고 또 사람들을 놀래킬 확신이 있었으니까.


다만···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지금까지의 ‘잘한다!’, ‘오오오!’ 하는 수준의 연기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임팩트가 필요했다.


사람들을 아예 놀라 뒤집어지게 하는 충격적인 한 방 말이다. 그리고 그 임팩트는,


‘초반에 나와야 해.’


뒷부분에서 터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왜냐하면 소개팅을 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사람들은 내 발언을 보고 내가 처음에 나오는 장면만을 유심히 바라볼테니까.


그래서 생각해낸 전략이 바로 2주차 분량이었다.


‘첫 주차에는 하건우가 조금밖에 안 나오니까, 연기에 대해 평가할 겨를도 없겠지.’


그러나 2주차부터는 달랐다.


특히 월,화 방송되는 이틀 중 화요일에 나가는 촬영본에는 하건우의 내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때의 장면이 분기점이었다.


나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가를 분기점.


-띠리링! 지금 당장 너희 밴으로 와, 할 얘기가 있어.


그리하여 나는 정석기를 불러 그에게 2주차 씬을 다시 찍자고 제안했고, 툴툴거리는 표정과 달리 승낙한 그로 인해 나는 해당 씬을 다시 찍을 수 있었다.


‘다른 분들께 미안하네···’


사실 이미 찍은 지 며칠이나 된 씬을 다시 찍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새로 찍기 위해서는 그 당시 사용했던 소품과 의상을 맞춰야 하고, 해당 씬과 이전 씬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연출과 구도 또한 빈틈이 없어야 했다.


그래서 솔직히 가능할지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도 정석기가 감독님을 어떻게 설득하기는 했는지 우리는 다시금 재촬영에 돌입할 수 있었다.


‘벌레... 아니 석기 이 녀석, 그래도 주연은 주연이구나.’


내심 녀석이 끼치는 영향력을 재확인 할 무렵, 우리는 당시의 촬영 장소였던 제일 광덕고에 다시 돌아왔다.


옥상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조명을 까는 등 부랴부랴 준비를 하는 제작진들이 보였다.


슥 하고 반대편에서 대본을 보고 있던 배우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다시 찍을 장면은 전학 온 하건우와 함께 드라마의 핵심인물(정석기, 한다솔, 송안나)들이 옥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살짝 눈을 감자 그 위로 배우들의 연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모두 잘했지.’


정석기는 재수없지만 주연답게 두말할 것도 없었고 다혜씨는 물론, 송안나 또한 나름 노력을 했는지 나쁘지 않았었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이 씬을 ‘컷!’ 했다는 점에서 그 이상 나아질 수가 없는 상황.


아마도 다시 찍는다 하더라도 배우들 모두 저번과 비슷한 수준의 연기력을 선 보일 것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이겠지.’


허나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면 다시 찍은 의미가, 사람들 앞에서 배우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그동안 쓰지 않고 있던 목걸이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스윽


가슴 언저리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은빛 목걸이.


예전에 첫 촬영에 들어갈 때 한 번 써볼까 싶었지만, 왠지 느낌이 쎄 해 쓰지 않고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런 상황이 펼쳐지다니.’


제작발표회 때를 떠올리며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면서 앞을 바라보자, 감독님이 곧 준비가 다 되었는지 메가폰을 들고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효과가 대본 속 씬을 현실로 투영시킨다 했지?’


이 효과가 예전에 추측했던 것과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목걸이를 사용하면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이었고, 내 예감상 그 변화는···


꽈악!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만큼 좋은 쪽으로 나타날 것이다.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사용.”


나지막이 뱉은 한 마디와 함께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화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샤아아아아-!


[‘S# 24 – 푸르른 학교 옥상’을 현실로 투영합니다.]


주변의 풍경 위로 연기의 신전에서 봤던 실제 장소들이 덧씌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광경이 눈에 보이지 않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었지만 나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눈이 휘황찬란한 빛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투영완료.]


허공에 뜬 문구와 함께 빛이 사라졌다. 나는 좀더 세세히 확인하고 싶어 몸을 움직이려 했는데,


멈칫!


‘···움직일 수가 없어?’


내 몸을 의도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신체 감각은 느껴지지만 몸은 가만히 있는, 매우 이상한 상태였다.


그때,


“아, 아저씨이 어디 안 좋으세요? 표정이···”


내 옆에 있던 다슬 씨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네.”


응?


나는 방금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려 했는데, 실제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저 단답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지만 제대로 파악할 새도 없이 감독님이 메가폰을 들더니 힘차게 소리쳤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슬레이트 큐!


저벅 저벅


앞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친구들을 향해 천천히 걷는 내 몸.


나는 내 몸이면서도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기시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더욱 놀란 것은 따로 있었다.


“건우야 너는 집이 어디야?”


앞에서 걷고 있던 다솔 씨가 내게 대사를 던졌다.


분명 이 대사에 나는···


‘그런 곳도 집이라 하면 집이겠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그런 곳도 집이라 하면 집이겠지.”


똑같이 입이 열렸다.


‘설마’


그제서야 느낌이 왔다. 지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답을 하면서 돌아간 고개가 다솔 씨의 얼굴을 포착했다. 그녀의 순진무구한 눈동자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동자에···


‘내 몸에 덧씌어졌구나!’


조소를 머금은 하건우가 보였다.



#



내 몸이지만 내 몸을 빼앗긴 상태를 뭐라 해야 할까? 접신... 빙의?


아무튼 나는 현재 내가 아니라 하건우였고, 내 몸을 한 그는 내 목소리와 얼굴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걸 연기라 하는 게 맞는 걸까? 혼란스러웠다.


‘현실로 투영시킨다는 게 주변 장소뿐만이 아니라 내 몸까지 말하는 것일 줄이야···’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 했기에 곤혹스러웠다. 허나 그렇다고 이 신비로운 현상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저 포기한 채 하건우가 움직이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어떻게 하는지 보자.’


신체 감각은 있으면서도 마치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 나는 그 속에서 하건우의 행동과 표현에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회일수도 있었다. 직접 몸으로 100퍼센트의 하건우를 체감할 수 있는.


그 생각에 온 몸의 감각에 집중하자 하건우의 움직임들이 더욱 생생히 느껴졌다.


우선 걸음걸이.


내가 평소에 걷는 것보다 더 힘을 빼고 앞으로 몸을 기운다.


다음은 시선.


이 역시 앞을 보는 듯 하면서도 살짝 초점이 나가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대상을 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거 정말···’


같은 몸을 공유해서 그런지 마치 정답지가 옆에 펼쳐진 기분이다.


다음으로 메인인 대화.


현재 촬영 장면은 어떤 상황이고 하니,


-아.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야! 대학교 가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데 좀만 참아.

-나는 우리 동네가 평화로워서 좋기만 하던데···

-좋기는 뭐가 좋냐! 이 촌스런 동네.


자유를 갈망하는 김강현과 그의 옆에 달라붙어서 잔소리하며 안정적인걸 추구하는 이지혜, 그리고 아직까지 내면의 집착을 꺼내지 않은, 고향을 마음에 들어하는 평화주의자 김다혜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각자 가치관에 맞게 현실의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는데, 문득 자연스레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혜가 맨 뒤에 있던 하건우에게 눈길을 주었다.


-건우는 나중에 대학가면 뭐하고 싶어?

-글쎄.

-강현이처럼 무전 여행으로 전국을 돌아다닌다든가? 그런 거 어때? 재밌을 것 같은데

-무전 여행?... 풉, 하하하하.


하건우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진심으로 배를 잡으며 웃어댔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상태까지 하건우와 공유하는지라 웃음 하나하나에서 감정들이 속속들이 느껴졌다.


가소로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무전여행이란 단어에서 자기비관과 함께 상당한 질투심마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진하다.’


이게 진짜 하건우가 느끼는 완성도 100프로의 연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연기가 아니라 실제라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내 가슴을 타고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점점 넋을 놓게 됐다.


하건우가 말을 뱉을 때마다 주변이 점점 고요해졌고, 오로지 들리는 거라곤 옥상을 휘감는 바람소리와 조금씩 사위를 뒤덮는 노을진 하늘의 애처로움이었다.


-배부른 소리하네.


그 말을 들은 다혜가 의문을 띄었지만 옆에 있던 김강현이 이내 조소어린 말임을 알아채고는 화를 냈다.


-뭐? 배부른 소리? 이게!


김강현이 모욕을 받아 빨개진 얼굴로 하건우의 멱살을 잡았다. 원초적인 감정을 뿜어내는 인물답게 기분 나쁜 태도를 숨김지 않고 확 드러냈다.


-너 삼영화학 사장 아들이라며?


하지만 김강현의 덩치가 자기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하건우는 주눅들지 않았다.


-그래서 뭐?

-곱게 컸네. 그러니까 누구의 도움 없이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고 싶다. 나는 자유로운 삶을 살 거다 이런 말을 하지.

-이 자식이!


말이 비수처럼 날아가 김강현의 가슴에 꽂혔다. 김강현이 주먹을 들어올려 때리려고 하자 옆에 있던 다혜와 지혜가 소리지르며 말렸다.

김강현의 부들부들 떠는 주먹과 차갑게 그를 올려다보는 하건우의 모습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하건우는 그를 내심 부러워한다는 것을.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추한 질투심의 발로라는 걸.


-네가 부모의 도움 없이 한 게 뭐가 있는데? 지금 입고 있는 옷. 메고 있는 가방, 그리고 학교까지. 다 부모님 돈 아니야? 그게 너야, 삼영화학 사장의 아들이라는 걸 빼면 네가 홀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는데?


퍼억!


하건우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한 김강현이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하건우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


항상 침체되어 있던 건우의 눈빛에 불꽃이 타올랐다. 기이한 열망으로 뒤덮은 건우의 눈에 김강현이 흠칫했다.


-부모님에게 도움받는 거··· 전학생 네 말이 맞다 쳐. 근데 그거 아냐?

-뭐

-내가 부모님 말 안 듣는 불효자에, 항상 사고치는 문제아이기는 하지만!

-···..

-너랑은 다르게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 애들 앞에서는 고아라 했지만 사실 아버지가 계시다며. 왜 거짓말했는데?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아버지가 부끄러운 거냐?


퍼억!


이번에는 하건우가 그에게 주먹을 날리며 그를 벌러덩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며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으르렁거렸다.


하건우의 짙은 숨결이 김강현의 얼굴과 바짝 붙어 뜨거운 열기를 형성하며 김이 모락모락났다.


-난 니네들이랑 달라.

-뭐가 다른데?

-너희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랄 때, 나는 이를 악물고 뛰었어.

-···뛰어?

-살려고, 죽지 않으려고.

-.....

-아버지? 그딴 인간 애초에 나한테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야.


하건우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김강현이 그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다 입을 달싹였다. 건우의 두 눈이 새빨갰다. 그는 온몸으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너···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 인간 얘기는 꺼내지마.


스윽


하건우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뒤에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지혜와 김다혜를 지나쳐갔다. 김강현은 미동도 없이 바닥에 누워서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사람들의 그림자가 쭈욱 늘어난다. 그건 쓸쓸히 걷고 있는 하건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 하고 있다.


투둑

한 방울, 두 방울.


무언가가 그의 발 밑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더욱 힘없이 걸어가며 마치 세상을 등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보는 김강현은 생각했다. 하건우가 옥상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끼익-


문이 완전히 닫히는 그 순간,


"커어어엇!"


감독님의 고성이 울려퍼졌다.


‘···.하.’


나도 모르게 참은 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는지 감독님의 컷을 끝으로 여기저기서 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100프로의 연기?’


몸을 드디어 움직일 수 있었다. 통제권이 돌아온 것이다.


‘효과가 끝났구나.’


손과 발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두 손을 쥐락펴락 하고 고개를 흔드니 금세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등을 돌렸다.


촬영이 끝났으니 감독님에게 가 모니터링을 하고자 함이었는데, 걷다 말고 사방데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 부담스럽네.’


촬영장 내의 거진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하건우의 몸 속에서 느꼈듯이 그들 또한 느낀 것이다.


보는 이의 정신을 쏙 홀리게 하는 어마어마한 연기를.


“팀장님 메소드 연기라는 게 이런 걸까요···?”


순간 조명팀 스탭이 홀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주변이 워낙 고요하다 보니 장내에 울려 퍼졌는데,


‘메소드 연기···’


그 말을 들은 나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절로 침이 삼켜졌다.


실제 하건우가 나타나서 연기를 한 것이니 정확한 의미에서는 메소드 연기가 아닐 것이다.


다만,


‘이제 알겠어··· 어떻게 해야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90퍼의 완성도를 달성할 실마리를 잡았다는 것이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아까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


내 안의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


“시발...”


욕설을 한 껏 내뱉은 정석기는 광덕고 화장실에서 홀로 세수를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아무리 세수를 하고 또 해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미쳐버리겠다는 듯 계속해서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고, 이내 머리에서 열기가 가라앉음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옛 고등학교라 실금이 잘게잘게 가 있는 거울이 마치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10분 전, 망할 놈의 부탁으로 찍게 된 2주차 옥상 씬. 그곳에서 그는 페이스를 잃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찍고 필모그래피를 다지면서 대선배들만큼은 아니어도 주연으로서 극을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다 생각했다. 과거에 몇몇 작품에서 선배들과 연기하며 호흡을 뺏고 대사를 주도한 적도 있었다. 스스로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내심 뿌듯했다.


그런데 벌겨벗겨졌다. 이건 아예... 차원이 다르다.


“으아아아악!”


호흡? 분위기? 그딴 게 아니다. 그런 종류의 흐름이 아니라 아예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거 마냥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의 김강현 연기는 내가 한 게 아니다. 박세남, 저 놈의 연기에 저절로 몸이 반응한 거였지.


즉, 자기는,


나는...


“개새끼, 내가 포기할 줄 알아?”


또 녀석에게 빛을 빼앗긴 것이다.


이를 악문 정석기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너무도 꽉 물어 입안이 찢어졌다.

뚝뚝 세면대로 떨어지는 피가 소용돌이 치며 거친 원을 그렸다.


“반드시 되찾을거야 내 자리.”


거울을 쳐다보는 정석기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주인공은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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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2) 23.11.11 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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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작발표회(2) 23.11.07 39 2 14쪽
23 제작발표회 23.11.06 43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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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교체(2) 23.11.04 53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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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정석기(3) 23.11.02 5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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