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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jxjxje1 님의 서재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연기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근복앙
작품등록일 :
2023.10.15 20:39
최근연재일 :
2023.11.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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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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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4,268

작성
23.10.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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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성물(2)

DUMMY

‘이건 뭐지?’


디자인은 매우 심플했다. 자그마한 십자가에 금속 체인이 달려 있는 은색 목걸이.


십자가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휘광이 뿜어져 나와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빛이 줄어드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휘광이 사라지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완전히 없어져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잔영 때문인지 목걸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흠··· 그래서 이걸 어떡하라는 거지?’


고민이 됐다.

그냥 착용을 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상한 물건일 수 있으니 기다려봐야 하는지.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허나 다행히도 새로 나타난 홀로그램이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사용’ 시 대본 속 하나의 씬을 현실 세계에 투영합니다.]


‘투영? 대본 속 하나의 씬?’


현실 세계라면 내가 있는 이 곳을 애기하는 것 같은데··· 투영한다는 건 대본 속 장소를 현실에 옮겨 놓기라도 한다는 걸까?


‘그게 의미가 있나?’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연기를 할 때는 어차피 세트장에서 하기에, 대본 속 장소를 현실에 갖다 놓는다 해서 크게 차이가 날 꺼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본 속 배경을 최대한 구현시켜 놓은 게 촬영 세트장이었으니까.


‘그럼, 음...’


모르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목걸이가 좋은 건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답이 나오질 않았기에 나는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 넣으려다,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착용하고 다닐까?’


그래도 성물이니 나쁜 건 아닐 거란 생각에 줄을 풀어 목에 걸었다. 쇄골에서 서늘한 촉감과 함께 따스한 기운이 동시에 느껴졌다.


서늘함과 따스함.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반되는 감각이지만 그동안 '신전'에서 많은 기현상을 경험한 덕인지 크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일회성이라니까, 조심히 써야겠어.’


이 물건이 추후 나를 도와줄 것 같은, 그런 묘한 예감이 들어 좀 더 매듭이 풀어지지 않도록 을 잘 확인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제의 축원에 반응해서 나타났다 했지?’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을 촘촘히 박아 넣은 밤하늘 속, 유난히 하나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는 신을 별에 비유하고는 했다는데, 만약 연기의 신이 있다면 저 별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듯 저 별 또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으니까.


‘감사합니다.’


씨익


예기치 않은 선물과 빛나는 별.


매우 기분 좋은 새벽이다.



#



그 이후로 순식간에 흐른 나흘.

나는 현재 느긋한 발걸음으로 약속장소에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전속계약 건으로 신구형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머리 한 켠으로 지난 번에 자기 기획사로 들어오라며 권했던 성동한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배님··· 다음에 좋아하시는 빵으로 한 번 더 사다드릴게요.’


그의 제안에는 고마웠지만 소속사만큼은 실은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었기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미안함을 담아 고개를 젓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걷자 멀리서부터 보이는 JK엔터.

연예인 지망생들의 밀집소라 불리는 압구정 거리답게 JK엔터 외에도 여러 매니지먼트가 보였다.


허나 그 중에서도 JK엔터는 위세를 뽐내듯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위를 덮고 있는 연푸른색의 유리들이 빛을 받아 예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리모델링했다고 하더니 완전 싹 바꿨네.’


옛날에는 건물만 크고 우중충한 외관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마치 구름 위의 하늘을 보는 것처럼 빛을 뿜고 있었다. 그 정도로 파릇파릇한 색감이 묻어나왔다.


“오랜만이네.”


1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지도 10년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낯설음이 가득했지만 군데군데 남아 있는 예전의 흔적들 덕분에 조금씩 익숙함 또한 몰려왔다.


오묘한 기분을 만끽하며 형과 만나기로 한 1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약속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주변을 슥 둘러봤다.


구두를 신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직원, 연예인인지 모델인지 우람한 기럭지를 뽐내며 들어오는 남성. 그리고 견학 차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인솔하는 여선생님까지. 여러 사람들이 혼재해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사는구나.’


각자가 자기의 삶 속에서 제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물론 나에게도 역할이 존재한다.


어렸을 적에는 아역배우로서. 성년이 되고서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어머니가 사고를 당하신 후부터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다시 배우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새로 받은 역할에 맞게 나 또한 열심히 힘을 낼 때였다.


‘최선을 다하자, 그 어느 때보다 후회하지 않게!’


그렇게 홀로 다짐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기를 한참, 멀리서부터 뛰어오고 있는 형이 보였다. 왜 뛰는 건가 싶어서 시계를 흘깃 보니 어느덧 약속 시간보다 10분 가량 지나 있었다.


'또 지각이네.'


항상 나를 만날 때마다 늦게 오는 형의 모습에 한숨이 나오기를 잠시, 그가 내 앞에 풀썩 주저앉더니 목이 마르다며 커피를 뺏어들었다.


“차라리 새로 하나 시켜줘요?”


형이 단숨에 바닥 끝까지 커피를 비우고는 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됐어, 임마. 오래 기다렸냐?"

"....."


괜찮지 않다. 허나 형은 내 무음을 긍정으로 알아들었는지 호탕하게 웃더니 서류가방에서 종이뭉치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오늘 만남의 목적인 전속계약서였다.


“이 부분을 보면 상호 표준 계약서대로 진행을 하고 나머지는···”


형은 부장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마치 신입 사원이라도 된 듯 하나하나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모습에 살짝 진저리를 치고는 손가락에 바로 지장을 묻혔다.


“얌마 끝까지 들어!”


그러자 역시 예상대로 형이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형을 믿어서 그런 건데 가끔씩 고지식하다니까.’


그렇다고 이 많은 양의 서류를 다 보기에는 현기증이 절로 날 것 같았기에, 형의 말을 무시하며 서류를 뺏어 들었다. 그리고 신구 형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 위에 모조리 지장을 찍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 뒤통수 칠 거에요?”

“얌마! 너 이걸 보지도 않고 찍으···. 뭐?”

“형, 나 이래봬도 17살까지는 이쪽 업계에서 살았어요. 주워 먹은 눈치가 얼마인데? 여기 보면 계약 기간도 표준이랑 다르게 일부러 5년으로 잡고, 수익 배분도 신인치고는... 과하게 잡았네. 형 나에게만 이렇게 특혜 준 거 회사에서 뭐라 안 해요? 그러다 짤리면 어쩌려고 그래?”


형이 처음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버벅거리더니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금 버럭하기 시작했다.


“···짜, 짤리기는 누가 짤린다고 그래! 내가 부장인데! 그리고 네가 신인이냐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지!”

“그러니까, 형이 다 알아서 최고의 조건으로 맞춰준 거잖아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씨익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형 또한 나름 버틴다고 입술을 꾹 깨물며 나를 마주보았지만 결국 넉다운이었다. 내 사슴같은 초롱한(?) 눈망울을 버티지 못한 형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서류를 내게서 휙 낚아챘다.


내 키득거림에 형이 인상을 쓰며 툴툴거렸다.


“어린 게 벌써부터 눈치만 빨라 가지고, 나중에 딴 말 하지 마라?”

“하하하 당연하죠.”


형이 방금 받은 서류들을 고이 봉투에 집어넣더니 다시금 가재미 눈을 했다.


“그런데... 너 혹시 형 때문에 일부러 여기 선택한 거 아니지?"

“아니야, JK엔터가 좋은 걸 아니까 한 거지.”

“흐음···”


실은 형 때문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기에 장난스레 웃음지었다.


“아주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형이 오디션 소개해줬으니까 그에 대한 보답으로···?”

“얌마!”


또 다시 버럭하고 화가 터져나왔다. 어찌나 이런 면에서는 칼 같은지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 한 번 계약서 한 번을 바라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너를 도와준 건 가족 같은 사이니까 형으로써 한 거지, 이런 공적인 일에 네 덕 보려고 한 게 아니야!"

“....”

"자고로 업무에 있어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안 그러다가는···”

"그만, 그만!"


나는 듣다 말고 귀를 막은 채 몸을 휙 돌렸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들어주려고 했지만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잔소리였다.


“이 녀석이!?”


형이 안되겠다는 듯 나에게 덤벼들며 뛰어오느라 젖어있는, 땀내나는 품을 벌려 나를 껴안았는데, 다행히 신께서 도와주셨는지 벨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지옥같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띠리링!


“아씨 한창 바쁜데 누구야?”

“형 제발, 토할 것 같아”


형이 내말에는 들은 척도 안 하고는 전화를 받더니 누군가를 여기로 호출했다.


“어? 아, 강석이냐? 그래, 이쪽으로 와라. 1층 사내 카페야.”


‘강석이? 누구길래 이러지?’


시간이 흐르고 얼마 안 가, 형이 부른 사람의 정체가 밝혀졌다. 저 멀리 50미터 정도 거리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헉헉,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박세남 배우님 로드매니저를 맡게 된 김강석이라고 합니다!”

“아니, 후욱··· 왜 나까지 끌고 뛰는 거에요?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은데!”

“그거야 부장님과 약속한 한 시간이 2시잖습니까? 안 늦으려고 뛰었습니다.”

“지금은 1시 50분인데?”

“원래 10분 전 도착은 기본입니다!”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도착해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둘은 상반된 외양처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였는데,, 내가 뻘쭘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투닥거리는 걸 멈추고는 신구 형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어색하니 빨리 소개해달라는 눈빛이었다.


“녀석들 역시 젊음은 좋구나.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형 이분들 혹시?”


로드매니저라는 말에서 예상은 갔지만 혹시나 해 물어보았다.


“그래, 앞으로 너를 서포트 할 팀이다. 여기 숯 검댕이 눈썹은 아까 소개한대로 강석 씨. 들어온 지 몇 달밖에 안 됐는데 열정이 넘쳐서 너한테 붙였지 로드매니저야. 그리고 이쪽은···”

“이호에요.”

“흠흠, 이호씨다.”


정황상 강석 씨에게 붙잡혀 억지로 뛴 듯한 그녀가,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톤이 높아서 그런가 매우 앙칼져 보인다.


“참고로 성이 이고 이름이 호니까 헷갈리지 말아주세요.”

“아.”

“그리고 일호, 이호, 삼호 이렇게 놀려먹으면 바로 그만둘거에요.”

“....”


형이 얼떨떨한 내 얼굴을 보고는 허허 웃으며 그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도 이호씨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특출난 스타일리스트니까, 앞으로는 옷에 대해서 걱정하지 마라.”

“그럼 가장 특출난 스타일리스트로써 말하는 건데... 부장님 그 정장 컬러 좀 바꾸면 안 돼요? 진짜 끔찍, 아니 최악이에요!”

“···..”

“···..”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일개 스타일리스트가 부장한테 저런 말을 한 것에서부터 일단 얼어버린 나는, 그대로 동공만을 돌린 채 주변을 슥 둘러봤다.


딱 봐도 위계질서를 중요시 여기는 강석씨는 나와 마찬가지로 경직돼 있었고, 형은 입을 벌림과 동시에 눈썹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내 감이 소리치고 있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그래서 황급히 입을 열며 멋쩍이 웃었다.


“하하하, 형 내가 생각하기에 이호씨의 말은··· 음, 그래! 적색보다는 푸른색이 더 어울린다는···.”

“아니 아예 착용하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그게 부장님과 옷,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에요.”


망했다.


“저 슈트가 다른 주인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불쌍해.”

“내 저걸 그냥!”

“어? 부장님 지금 손 올린 거에요? 우리 아빠한테 이를 거에요!”

“얌마 일러라 일러! 네가 전무님 딸이면 다냐!”

“아빠아아!”


‘······’


아, 전무님 딸이라 그런 거였구나.


이호씨의 밝혀진 신분에 이 상황이 이해되며 안도감이 든 것도 잠시, 둘이 마치 원수 보듯이 서로 아웅다웅 격돌을 하자, 나는 그 사이에서 양쪽의 침 튀기는 고성을 들으며 둘을 중재해야만 했다.


고막이 찢어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소리를 그대로 투과시키는데 고막이라고 할 수가 있나?


‘이 인원들 데리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불어나며 그렇게 깜깜한 앞날에 현기증이 도져 눈앞이 핑핑 어지러울 때. 가자기 강석씨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120도 인사를 박았다. 이마가 무릎에 닿으려 할 지경이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형님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송충이 눈썹이 반짝거리는게 매우 부담스럽다.


"...네."

"감사합니다! 푸하하하하하!"


웃음이 참 호탕하네.


하.하.하.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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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새로운 흐름 23.11.12 28 2 15쪽
28 변화(3) 23.11.11 34 2 16쪽
27 변화(2) 23.11.11 39 2 17쪽
26 변화 23.11.09 39 1 13쪽
25 제작발표회(3) 23.11.08 34 2 12쪽
24 제작발표회(2) 23.11.07 38 2 14쪽
23 제작발표회 23.11.06 43 2 14쪽
22 교체(3) 23.11.05 49 3 12쪽
21 교체(2) 23.11.04 53 2 18쪽
20 교체 23.11.04 53 1 15쪽
19 정석기(3) 23.11.02 53 1 15쪽
18 정석기(2) 23.11.01 52 1 17쪽
17 정석기 23.10.31 52 2 17쪽
» 성물(2) 23.10.30 53 1 13쪽
15 성물 23.10.27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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