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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jxjxje1 님의 서재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연기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근복앙
작품등록일 :
2023.10.15 20:39
최근연재일 :
2023.11.16 23:1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174
추천수 :
64
글자수 :
214,268

작성
23.11.05 22:47
조회
48
추천
3
글자
12쪽

교체(3)

DUMMY

송안나가 기가 막혀하더니 고개를 이리 한 번, 저리 한 번 돌렸다. 그리고는 다솔 씨에게 다가가 눈을 부릅 뜨며 그녀의 이마를 꾹 눌렀다.


아니, 밀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요즘 애들은 위 아래도 없나 봐?”


다솔씨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허나 끝까지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 기세에 송안나가 살짝 움츠러들더니, 오히려 얼굴을 붉히고는 소리를 카랑카랑 질렀다.


“애! 너 몇 살이니? 그리고 너가 아이돌인 거랑 쟤가 아역 출신인 게 뭐! 내 말이 틀리기라도 했어?”


송안나가 나를 가리키며 더욱 이를 갈았다.


“진짜 내가 하다하다 어이가 없어서··· 이런 잡것들한테까지 무시당하고. 혜미야! 너도 방금 들었지?”


“네? 듣긴 들었는데···”


송안나의 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와 한다솔을 번갈아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딱 봐도 어리버리해 보이는 게 그다지 경력이 오래돼 보이는 코디는 아니었다.


그 모습에 송안나가 오히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아, 내가 너그러워서 이번에는 그냥 실수다 하고 넘어가는데, 다음 번에는 조심해라!”


점점 이쪽을 주목하는 스텝들이 신경 쓰였는지 송안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리고 짜증이 난 표정으로 한다솔의 어깨를 툭 밀치더니 옆을 지나쳐갔다.


그러나,


꽈악!


이거 내 생각보다 다솔씨를 얕본 것 같다. 그녀는 꽤나 강단 있는 여자였다.


다솔씨가 자기를 지나치려는 송안나를 붙잡았다.


“사과아··· 하세요.”

“뭐어?


늘어지던 말꼬리가 입술을 확 깨뭄과 동시에 또박또박 내뱉어졌다.


“사과 하시라구요. 저는 괜찮지만 저희 아저씨 무시한 거 사과하시라구요”

“이게!”


짝!


뺨을 갈기는 찰진 소리에 근방의 이목이 모두 한 곳으로 쏠렸다.


“어··· 엉?”


다솔씨의 얼떨떨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살짝 소리가 멍멍한 게 맞을 때 귀까지 같이 맞았나 보다.


‘그래도 안 늦어서 다행인가?’


송안나가 손을 드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달려들었었는데, 하마터면 이 매운 손길을 다솔씨가 맞았을 걸 상상하니 괜스레 안도감이 들었다.


‘뺨 맞은 건 오랜만이네.’


예전에 군대 안에서 그리고 알바하면서 고약한 악덕사장들에게 몇 번 데일 때 빼고는 처음이라 조금 그리운 감도 있었다.


스윽


뺨을 맞아 돌아간 고개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송안나의 표정이 보였다. 허공에서 멈춘 본인의 손과 알싸하니 벌게진 내 볼에 몹시 당황한 얼굴이었다.


20대 초반이었다면 이리 뺨을 맞은 것에 분개해 나 또한 달려들었겠지만, 나는 당시의 그때의 내가 아니었고, 이미 성숙해진 머리와 냉철한 이성은 눈앞의 상대방보다 더 먼, 주변의 상황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멀리서 막 찰영을 마친 선배 배우들과 감독님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이 친구가 자기 이름이 적힌 의자에서 대본을 외우지 않으면, 집중이 안 되는 징크스가 있어서요.”

그런데 선배님이 맞나..? 내가 먼저 데뷔했으니 오히려 후배 아닌가?


순간 잡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날려버리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더욱 눈에 띄도록 허리를 접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린 건데 선배님 기분을 나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아저씨...?”

“너 갑자기 뭐라는 거니?”


모두가 의아해하는 상황 속, 나는 내 옆에 한다솔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거의 코 앞까지 다가온 감독님과 선배들을 보라는 뜻이었는데, 송안나의 등 뒤에서 다가오느라 전혀 모르던 그녀와 달리 한다솔은 내 신호를 눈치챘는지 나처럼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이것들이 뭐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래!”


선배들과 김감독님이 도착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더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사과했다.


“저희 자리에 앉으실 수도 있는 건데, 눈치없이 쉬시는데 말을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말하신대로 입 다물고 구석에 있을게요오. 죄, 죄송합니다아!”


역시 한다솔. 오랜기간 방송생활한 아이돌 짬밥은 어디 안 가는지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이것들이 아까부터 정말···.!”


송안나가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드디어 몸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냈다.


“그래, 죄송하면 어디 눈물 한 번 쏙 빼보자!”


그리고는 자기가 뱉은 말을 실행시키고자 독기를 품으며 손을 올렸는데, 안타깝게도 그대로 손을 내리기도 전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붙잡혔다.


“아아악! 어떤 년이···”

“너 뭐하니?”


이미란 선배였다. 그것도 아주 싸늘히 웃고 있는.


“너 나 좀 보자꾸나.”

“선, 선배님? 잠깐만요 그게 아니라, 악! 아파요! 우선 머리 좀 놓으시고···”

“이리 오렴.”

“아악! 내 머리!··· 놓으시라니까요!”


오우, 상당히 아프겠는데


하지만 송안나는 상황이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파악도 못하고 오히려 막나가기로 마음먹었는지, 이미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살벌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선배고 뭐고 잡아먹을 것 같은 얼굴이다.


“이게 지금 어디서 눈을 부릅 뜨고···”


그러나 대전 운이 나빴던 걸까?


송안나의 위협적인 기세에도 이미란은 전혀 당황하지 않더니, 이내 한 마디를 툭 던지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버릇없기는, 너 기획사가 빅스타 엔터지?”

“선배가 먼저 머리채 잡았잖아요! 그리고 기획사는 왜요?”


이미란 선배가 대답도 없이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그러자 얼마 안 가 고요한 벨소리가 장내를 잠식했다.


“옴메, 미란이 저년 눈깔 돌아가버린거 봐라, 이제 아무도 못 막을텐디 이를 어이할꼬.”


언제 내 옆에 왔는지 성동한 선배가 탄식을 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말하는 것과 달리 어째 얼굴은 흥미진진한 표정이었다.


덜컥-


-여보시요?

“어 두창오빠! 잘 지냈어?”


이미란 선배가 나긋나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누군인지는 모르겠지만 ‘두창’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공중에 울리자 갑자기 송안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어 그랴, 무슨 일이냐?

“아니, 별거는 아니고··· 오빠가 관리하는 애 중에 송안나라고 있지 않아?”

-고년이 왜? 무슨 사고라도 쳤어?

“큰 건 아닌데... 좀 위아래가 없네?”

-음, 그년 좀 바꿔바라.


이미란 선배가 살포시 웃더니 스피커 기능을 전화로 되돌리고는 송안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송안나가 허옇게 질린 안색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전화기에서 알 수 없는 고성과 욕설이 섞인 데시벨이 지지직거리며 나오더니, 곧 응급실에 실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수전증 환자처럼 전화기까지 떨어뜨리더라.


그녀의 얼굴이 공포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뭐야?’


궁금한 마음에 옆에서 킬킬거리고 있던 성동한 선배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그러자 그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이야 기획사 사장들이 다 건실하고 머리 좋은 엘리트 놈이잖여?”


그런가? 하긴 JK엔터 부장인 우리 신구형만 봐도 명문대 출신이다. 물론 겉모양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헌데 한 이십 년 전만해도 조폭들이 매니지먼트를 많이 운영했제, 사람가지고 돈놀음 해먹을라고.”

“······”

“나보다는 덜 하지만 미란이도 이 바닥에서 꽤나 굴렀으니 아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여. 게다가 저 것이 또 워낙 사근사근 하기도 하고.”


성동한 선배가 킬킬거리며 한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근디 두창이란 이름은 전혀 예상을 못 했구먼. 무서울 법도 한디, 잘 지내는 걸 보면 저 년도 아주 독하다니까 끌끌."


선배의 말을 듣다 우수수 돋아나는 닭살에 팔을 쓰다듬었다. 눈앞의 상황이 이해가며 이미란 선배가 갑자기 무서워 보인 것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송안나는 아주 조금이지만 가여워 보이고.


‘송안나씨가 소속된 곳이 그런 곳일 줄이야.’


물론 사장만 조폭 출신일 수 있고 기획사 자체는 건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바로 불공정 계약이라도 당한 것인지 송안나가 자기 회사 사장에게는 아주 쪽도 못 쓴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이용해 상대를 철저히 무너뜨린 이미란 선배는, 송안나의 옷매무새를 잡더니 이내 어디론가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시려고.’


끌고가는 뒷모습이 조폭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아주 살벌했다.


아무튼 이미란 선배에 의해 상황이 말끔히 정리가 되자,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뻐근한 목을 좌우로 돌리며 벌게진 볼을 매만졌다. 살짝 부은 것 같았다.


“어이구, 뺨 좀 봐라··· 진짜 고년 여간내기가 아니네.”

“다른 씬부터 먼저 찍을 테니, 세남씨는 인근 병원에라도 갔다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나중에 더 부으면 촬영할 때 티나겠죠?”


성동한 선배와 감독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는 아드레날린 덕분인지 별 고통이 없었지만, 긴장이 풀린 지금 확실히 전보다 더 쓰라림이 몰려왔다. 빨리 얼음 찜질이라도 해야 될 판이었다.


그래서 매니저인 강석씨에게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드는데, 문득 옆에 초조하게 서있던 다솔씨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나도 뺨 맞은 일과 송안나를 골탕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깜빡 잊고 있었다.


‘많이 놀랐겠지?’


걱정스러움에 그녀를 바라봤는데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드러난 얼굴은 체한 것 마냥 파리하고, 몸은 호수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나름 가린다고 두 팔로 몸을 잡고 있었지만 훤히 보였다.


‘코 앞에서 뺨을 맞을 뻔 했으니··· 많이 무서웠겠지.’


그러니 저리 겁을 먹은 것도 말이 아니라 생각하며 그녀를 위로하고자 다가갔다.


“다솔씨?”

“······”


그녀를 향해 말을 건넸는데 응답이 없다. 그래서 걱정된 마음에 한 번 더 말을 걸었는데,


“한다솔 씨? 괜찮···”


쿵-


“으윽!”


갑자기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어올려 그녀의 정수리에 얼굴을 박아버렸다.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쓰라린 얼굴을 감싸쥐는데, 손가락 사이로 다솔씨의 표정이 언뜻 보였다.


입은 오물거리고 눈은 빨갰다.


다솔씨가 뭐라 말을 하려는 듯 싶었지만, 이내 휙 하고는 몸을 돌리더니 성큼성큼 가 버렸다.


순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다솔씨 잠깐만···”

“다, 다시는 아저씨라고 안 부를 줄 알아요!”


그러나 내 손을 뿌리치고는 멀리 가버리는 모습에 나는 영문도 모른 체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그런 내 경직된 모습을 본 성동한 선배가 놀리듯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우, 요거 요거 드라마 제목 그대로고만.”

“네?”

“두드려라, 열려라 청춘!”


선배님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아, 얼굴을 보니 두드려도 열리는 건 한참 뒤이려나?”

“예전에 영국의 거장 로 드메르가 그런 말을 했죠. 현실과 극의 경계가 희미해졌을 때 연기의 꽃이 핀다고.”

“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성동한 선배와 감독님의 대화 속, 그분들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껄껄껄.”“후후, 앞으로가 기대가 됩니다.”


정말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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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정석기(3) 23.11.02 5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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