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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리에의 서재

마샬 에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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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리에
작품등록일 :
2018.11.27 18:56
최근연재일 :
2019.01.18 17:2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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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63,284

작성
19.01.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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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Countess (4)

DUMMY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에일린은 그 저주와 같은 축복을 통해 회복했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호밀이 지방 남작 두 명이 반기를 들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둘 다 아버지의 먼 친척들 이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의 영지와 인근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무력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에일린은 기사단을 포함한 군대를 보내 강경 진압 하기를 명령했다.

정체되있던 무역과 재정 관련 사항들은 호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에일린은 서류의 검토와 서명으로 쉴 새 없는 날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갈 무렵에 그녀가 발표한 사항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테오와 결혼식을 올릴 거에요."

"네?"


호밀은 깐깐한 아버지의 입맛에 맞춰 깔끔한 일처리를 자랑하는 사람이었고, 결코 되묻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예외였다.


"도련님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말씀이신가요? 누구와?"

"아니요. 저와 테오가 결혼할 거에요. 관례대로 작위는 장남인 테오가 승계할 겁니다. 준비해 주세요 호밀."


호밀은 집무실을 떠나지도 못하고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뭐해요?"

"아가씨. 갑자기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상하지만, 저는 아가씨와 도련님을 친 손주들 처럼 여기며 보필해 왔습니다. 파울 백작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그랬고, 루츠발드 백작님이 돌아가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에일린은 그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흔들릴 결정도 아니었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제발. 호밀 만큼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따라 줬으면 해요."


호밀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예정대로 엘랑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결혼식이 진행됐다. 18세 이상이면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고 그 이하는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 그것이 제국법이었다. 테오의 결혼은 '작위가 있는 귀족은 결혼 연령에 제한이 없다'는 법이 우위에 있는 것을 이용한 변칙이었다.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친족간의 결혼은 흔한 일 이었으나, 남매 간의 결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강제되는 규정은 없어도 이건 법 이전의 도덕적인 문제였다. 에일린은 그런 시선들을 모두 못 본 척 했다.

그럼에도 비판적인 시선들은 괴로운 것이었다. 동화속의 토끼가 손짓하는 대로 한 없이 이상한 구멍으로 빨려드는 기분이었다.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자신이 비정상인지 세상이 비정상인지 알 수 없는 느낌.


"테오. 누나를 사랑하지?"

"사랑?"

"누나가 없으면 안되겠지?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모든걸 다 주고 싶은 그런거 말이야."

"응. 당연하지."

"그래... 누나도 같아. 그러니까 평생 함께 있자."


테오는 베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테오가 이 결혼의 의미를 알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해해 줄까? 그것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와도 같았다. 그저 올바른 선택이었기를 기도했다.


"그게 최선이었어요. 아가씨를 제일 가까이서 모셨던 제가 보증할게요. 아, 시녀 말이라 설득력 없나요?"


테라스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 에일린에게 리텔이 허브티를 가져오며 말했다. 다친 어깨는 이제 다 나았지만 찻잔 하나 정도밖에 들지 못할 정도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그럼에도 밝은 모습으로 에일린을 지지해 주고 있었다.


"아가씨가 아니지. 이제 백작부인이야."

"그렇게는 못 부르겠네요. 그냥 주인님이라고 할게요!"


리텔이 깔깔거리며 말했다. 에일린도 따라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에일린도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즐거움을 표현했으나, 나이가 들고 귀족들을 상대하며 가식적인 웃음도 지을 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좀처럼 되돌아가기 어려워졌고, 리텔은 어릴 적 에일린이 잃어버린 부분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운 점이었다.


"테오 주인님... 진짜 못해먹겠네! 도련님이 조금 더 크면 여럿 여자들 울리고 다녔을걸요? 오 맙소사. 아가씨의 예지력에 찬사를! 누가 조금 수근대면 어때요? 그거 아세요? 이 나라 초대 황제와 황후도 남매였어요. 사랑엔 국경도 종족도 나이도 혈연도 없는거에요. 저는 아가씨가 남쪽 나라에서 엘프를 데려와서 결혼한다고 해도 안 놀랄거에요. "

"너는 대체 평소에 어떤 책을 보는거니?"


에일린은 조금 식은 차의 향을 음미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별로 바뀐 것은 없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부인. 긴히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집사 호밀이 찾아와 말했다. 그도 차츰 평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가장 먼저 테오에게 '주인님'이라고 칭했고, 에일린에게 '백작부인'이라고 불러준 사람이었다.

호밀은 리텔에게 눈짓했고, 리텔은 혀를 낼름 내밀더니 자리를 떠났다.


"드로에와 암스텔에 보낸 군대의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설마. 패했다는 건가요? 고작해야 변경 소작농인 그들에게 군대를 전멸시킬 정도의 군사력이 있었나?"


에일린은 입가를 가리며 놀랐다. 사촌인 하겐과 네스는 그리 권력이 있는 귀족은 아니었다. 사촌이라는 이유로 빌린 영지를 관리하고 있는 이름뿐인 귀족이었다. 그들의 영지에는 자경단 수준의 병력 밖에 없었는데 군대의 연락이 두절되었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암스텔에 백, 드로에는 백 오십이 출병했습니다. 둘이 합쳐도 어느 한쪽을 막을 만한 병력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의 개입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입니다. 척후병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그렇겠죠.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행적을 조사하는 일은 어떻게 됐나요? 그 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군요."

"황실회의가 장기간 진행됐다는 점과, 루시안 대부분의 귀족들이 참석한 중요한 회의였다는 점 말고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참여했던 영향력 있는 귀족과 접촉을 준비중입니다. 아무르에 협조를 구하는 편이 빠르겠지만 그쪽은..."


호밀은 아무르와 에일린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일부러 뒷말은 하지 않았다.


"서신을 보내세요. 아니면 제가 직접 가죠."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에일린은 일부러 덤덤한 척 한 마디를 더 했다.


"괜찮아요."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르에서는 파혼과 관련해서 어떤 의사표현도 하지 않았지만, 침울해 있을 마르코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수단을 가릴 생각은 없었다.

그때 병사 하나가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얼마나 급했는지 비뚤어진 헬멧도 고치지 못한 젊은 병사는 에일린을 보자 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적습입니다!"


기강을 중시하던 호밀도 병사가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었다. 놀란 그의 눈썹이 크게 움직였다. 저택에서 얼핏 보이는 동쪽의 산등성이에서 먹구름 처럼 검은 것이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곧이어 나머지 방위의 경비대에서도 전령이 도착했다.

엘랑은 순식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군대로부터 포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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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untess (6) 19.01.18 17 0 11쪽
13 Countess (5) 19.01.11 23 0 7쪽
» Countess (4) 19.01.10 17 0 8쪽
11 Countess (3) 19.01.08 13 0 9쪽
10 Countess (2) 19.01.07 13 0 8쪽
9 Countess (1) 18.12.19 10 0 16쪽
8 후계자들의 밤 (8) 18.12.13 30 0 10쪽
7 후계자들의 밤 (7) 18.12.13 11 0 13쪽
6 후계자들의 밤 (6) 18.12.12 14 0 11쪽
5 후계자들의 밤 (5) 18.12.1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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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계자들의 밤 (2) 18.12.03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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