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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리에의 서재

마샬 에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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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클리에
작품등록일 :
2018.11.27 18:56
최근연재일 :
2019.01.18 17:2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89
추천수 :
1
글자수 :
63,284

작성
19.01.07 09:42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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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Countess (2)

DUMMY

질척하게 비가 쏟아졌다. 에일린 일행은 빗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이야기를 주고받지도 않았고,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이은 습격은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만약 이게 누군가의 노림수였다면 성공이라고 말 해줄만 했다.

아무르에 출발할 때 들렀던 마을을 몇 번이나 지나고 가장 처음에 묵었던 마을에 도착했다. 변경에 속하는 마을이었지만 에일린은 클레어 영지를 밟고 있다는 것 만으로 안심이 됐다.


"지난번에 묵고 가신 분들이군요."


여관에 들어서자 주인이 아는 체를 했다.


"영주님의 따님이시죠? 이런 허름한 여관에 두 번이나 묵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제가 영주의 딸 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에일린은 이 사람좋게 생긴 남자의 별 것 아닌 인사에도 예민해졌다. 여관 주인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세워두신 마차의 문장을 보고 알았죠. 제가 촌 사람이지만 영주님의 문장도 못 알아볼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아요."

"그렇네요. 실례했어요."


여관 주인은 공손하게 키를 넘겨줬다. 방에 들어서자 마자 에일린은 곧바로 욕조에 몸을 담궜다. 땀을 흘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을 씻어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리텔의 시중을 받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올 때는 마차에 가문의 문장이 없었지. 그들은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에일린은 지금의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결국은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몸이 나른해 질 때쯤 욕조에서 나온 에일린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1층으로 내려왔다. 여관 주인이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한 명은 지저분한 로브를 입은 마른 남자였고 한 명은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에일린은 한 명이 여자아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후드를 눌러쓴 사람은 마른 남자의 절반 정도의 키였는데, 곱고 가느다란 양 팔로 천에 둘러싸인 기다란 물건을 끌어안고 있었다.


"글쎄 오늘은 여기 묵을 수 없다니까."

"그럼 이 마을에 여관이 이 곳 하나 뿐인데 어디에서 잠을 자라는 말입니까? 설마 이렇게 비가 오는데 아이까지 데리고 노숙을 하라는 말은 아니죠? 우와. 사람 그렇게 안보이는데 엄청 매정하시네."

"조용히! 귀한 손님들이 계신다고."

"귀한 손님? 마침 저기 오셨네. 저기요 레이디? 얼마나 귀한 분이길래 주인장이 손님도 안 받는 겁니까? 어라?"


남자는 화를 내다가 인상을 잔뜩 쓰고 에일린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닌 줄로 아는데요."

"이거 미안합니다. 저는 에단이라고 합니다. 레이디. 고생 많이 할 것 같은 얼굴시이네요 하하!"

"에일린이에요. 점술가라도 되시나보죠?"

"뭐, 비슷합니다. 레이디 에일린? 예쁜 이름이네요. 아무튼 들어보세요. 착한 사람 가면을 쓴 나쁜 주인이 도무지 방을 내 줄 생각을 안하는군요. 보시다시피 저한테는 애도 딸려있고. 아, 제 아이는 아닙니다. 아직 저만한 아이를 가지기에는 좀 젊거든요! 미네스타에서 만난 여행 동료인데...


에단은 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말로 쏟아냈다. 처음에는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두서없이 나오는 그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워 중간에 끊었어버렸다.


"잠깐만요. 이 여관에 묵고 싶은 거죠? 그렇게 하세요. 짧은 만남을 기념하는 뜻으로 여관비는 제가 내 드리죠. 이제 됐죠?"

"친절하셔라. 그럼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 것 같은데."

"당신 때문은 아니고... 아이를 위해서라고 치죠."


에일린이 눈 높이를 맞추며 말을 걸었고, 아이는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다.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일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드 안에서 빛나고 있는 진홍색 눈동자를 보고 내심 놀랐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대로 인사해야지."

"릴리."


에단의 말에 아이는 후드를 벗으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릴리의 길고 하얀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또래 여자 아이들보다 조금 더 고운 피부까지 더해져서 인형 장인이 평생을 공들여 빚어 놓은 작품보다 더욱 인형처럼 느껴졌다. 에일린은 그에 비해서 초라한 행색을 한 에단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예쁜 아이네요. 정말 일행 맞아요?"

"제 얼굴에 아니라고 써있나요?"

"맞다고도 안 써있네요."


에단이 황당한 얼굴로 에일린을 내려다봤다. 에단의 시선은 사람의 외적인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눈동자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어서 어딘지 모르게 불쾌하기도 했다. 그래도 에일린은 지지 않고 '너 유괴범이지?' 하는 얼굴로 에단을 노려봤다.


"못 이기겠군요. 하하! 좋아요. 신세도 졌는데 제가 뭐 드릴건 없고... 릴리. 이 앞날이 캄캄한 아가씨에게 뭘 주면 좋을까?"


결국 에단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릴리는 에단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 하더니 말했다.


"이 언니, 캄캄해?"

"너 만큼은 아니야. 그래. 그거 줄까?


들고있는 기다란 물건을 가리키자 릴리는 그것을 한번 더 품에 꼬옥 안았다.


"이걸?"

"주는게 좋을 것 같아."


에단이 한번 더 말했고, 릴리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그렇다고 하면."


릴리는 망설이면서도 에일린에게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내어줬다.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는 기분이 들어서 에일린은 손을 내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줄게."

"이게 뭐니?"


인형같은 여자아이가 아끼는 물건이라니. 에일린은 소꿉놀이 세트나, 동화에 나오는 마술지팡이 같은 것을 상상하다가 웃어버렸다.


"에단한테 물어봐."


릴리는 나름대로 비장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고, 에일린은 다시 에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에단은 어깨를 한번 으쓱 하더니 말했다.


"고생하는 청춘에게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이죠. 아주아주 힘든 일이 있을 때 풀어 보세요. 아니! 지금 말고!"

"그럼 왜 준건데요? 이상한 물건이에요?"


에일린이 천을 풀어보려고 하자 릴리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에단이 소리치며 물건을 낚아채자 놀라서 넘어질 뻔 한 에일린은 빈 손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저주가 걸려있어요. 사람을 죽일수도, 죽이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저주. 제 힘으로 한 번만 그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안믿겨져요? 진짜라니까? 이딴 걸 왜 주나 싶죠? 그 한번은 아주 큰 도움이 될거에요. 믿어봐요. 그게 원래 릴리껀데. 아니. 원래 릴리 물건은 아니죠. 릴리는 아주 특별하니까 그 아이템을 쓸 수 있지만 에일린은 안돼요. 딱 한번. 한번 뿐이에요. 그 다음에는 버려도 되고 가지고 있어도 되는데, 한번 쓰고 나면 만지지 말아요. 대충 천에 둘둘 말아서 한쪽에 처박아버려요. 알았죠?"


얼굴을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지만, 참으로 그 다운 방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정신없이 설명을 쏟아냈다. 솔직히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에일린은 그냥 알아 들은 척 하기로 했다.


"알았어요. 릴리. 이거 정말 가져도 되니?"

"응. 필요할거야."


의외로 에단의 설명보다 릴리의 말이 더 설득력 있는 것처럼 들렸다. 에단은 죽을 만큼 힘들 때에만 열어 보라고 재차 당부했다. 더 물어 보고 싶어도 그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만두었다.


"고마워."


릴리는 뿌듯한 듯이 해맑게 웃었다. 적어도 릴리에게는 하루치 숙박비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저런 아이가 가지고 있던 저주받은 무서운 막대기? 에일린은 그냥 이 막대를 '마술 지팡이' 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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