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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치킨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독각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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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치킨
작품등록일 :
2015.03.16 23:36
최근연재일 :
2015.04.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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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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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금강의 인어 (7)

DUMMY

청호가 그 순간 후회한 것이 몇가지 있다. 첫 째로, 독각귀전을 처음 보게된 날 그 요상스러운 이름을 보고서도 첫장을 열어 금차가 깨어나게 했던 것. 둘 째로, 그리하여 이 모든 소용돌이의 중간에 스스로 걸어들어왔던 것. 셋 째로, 아무리 작은 존재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들 무시하여서는 안되었던, 적어도 걱정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작은 도깨비 하나를, 의심 한 번 하지 않았던 것.


“그 손 놓아라.”


바위도깨비가 억척스러운 손아귀로 서나의 머리채를 들어올리고 있다. 두피가 뽑힐 지경에 서나가 비명을 질러대지만 맹한 눈빛의 바위도깨비는 손을 내릴 생각이 없다. 그 두텁고 차가운 어깨 위에 올라앉아있는 버들잎마냥 작고 초라한 존재. 버들도령이 외쳤다.


“네 놈들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이 몸은 다 알고 있으니 이실직고하여라!!!”


청호가 코웃음을 친다. 금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조금만 까딱했다간 서나의 가녀린 목이 꺽일 지경이었다. 당장 나서고 싶은 건 흑주도 마찬가지였지만 바위도깨비의 관심을 돌리지 않는 이상엔 섣불리 나서서 좋을 일이 없었다. 유일하게 당황하지 않은 청호만이 비웃듯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버들도령아.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리 귀엽다는 생각하나 들지 않았던 게 이것때문이었나보다.”

“허튼 수작 부리지말아라!”

“우리가 어딜 가는지 안다고 하였느냐.”

“그래! 빤히 꿰뚫고 있지!”

“흐음, 그래. 그럼 니가 생각하는 그 예상도착지를 말해보지 그래. 거기 그 큰 아저씨도 한 번 말해보시지. 맞추면 내 상이라도 드릴테니.”


바위도깨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팔을 내린다. 서나가 소금강의 표면에 착지한다. 머리채는 여전히 잡혀있었지만 서나가 숨을 돌릴 틈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버들도령이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니, 니 놈이 도깨비왕좌를 차지하려고 신수들을 모으고 있는 걸 내, 내가 모를 줄 알고?! 그, 그래서 명나라로 가고 있는 것 또한 내,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이런...”


버들도령의 말에 흑주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금차가 뺨을 긁적인다. 완전히 잘못 짚은 버들도령의 추측에도 일리는 있었다. 과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바로 그런 모양새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사방신 중에서 벌써 둘이나 옆에 끼고 명나라를 향해 가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청호가 누이를 찾아가고있다는 진실을 믿어줄 사람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그걸 설명하기에는 청호는 지금 버들도령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이제 겨우 지겨운 소금강을 벗어났는데 이런 작은 사건하나로 발걸음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또 다시 정체된다. 역관과 사신무리들을 따라잡기는 커녕 더더욱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서나에게,


“인어가 부릴 수 있는 도술같은 건 없소이까.”


하고 물은 것이다. 따가운 머리채에 손가락을 끼워넣고 문지르고 있던 서나가 눈을 크게 떠보이더니 고민하는 듯 입술을 문다. 도술같은 건 없사온데, 하고 말문을 트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말을 멈춘다. 서나가 눈을 감자 온 몸의 비늘이 곤두선다. 바위도깨비의 손아귀에 붙들려있던 머리카락이 두꺼운 바위를 뚫고 공중에 솟는다. 소금강의 표면에 밀가루처럼 하얗게 흩뿌려져있던 소금들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서나를 감싼다. 오랜만에 보는 서나의 모습에 금차가 놀라는 와중에, 흑주는 다른 것에 놀라고 말았는데, 그것은 서나의 능력을 끌어내는 청호의 수완이었다. 청호의 뒷통수에 흑주의 눈이 화살처럼 꽂혀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청호는 그냥 말해본건데 얻어걸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서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룡의 겉모습이야 어느정도 닮았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성격은 제 어머니를 빼다박았다고 생각했었더니 딱히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흑주가 슬쩍 웃고 만다.

서나를 감싼 소금들이 단단히 누에고치처럼 변하여 벽을 만들자, 바위도깨비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던 버들도령이 도망갈 태세로 방방 뛰기 시작한다. 겁이 많으니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항상 이런 방식으로 도망치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바위도깨비의 어깨 위는 높이가 까마득했다. 버들도령은 금방 울상을 짓고 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기 숲 속 근처에 숨어있을 것을.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소금벽이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곧 갈래갈래 갈라지기 시작한다. 금방 파스스 부서진 소금 사이로 드러난 서나의 머리 위로, 유리알과도 같이 투명한 왕관이 드러난다. 매끈한 표면 안으로 흐르는 것은 작은 양이나마 바닷물이었다. 한 때 현백이 말했듯, 왕관은 서나에게 맞추어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모양을 띈 것이다. 금차가 마치 경이로운 걸 보기라도 한 것처럼 넋을 반쯤은 놓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이지 이건 볼때마다...”

“아름답지.”


흑주가 덧붙였다. 금차가 고개를 끄덕이는 참에, 서나의 왕관이 한 번 더 빛을 뿜어낸다. 눈부심에 바위도깨비가 뒤로 물러나는데, 그 움직임에 떨어질뻔한 버들도령이 평소처럼 빽 빽 울어대기 시작한다. 서나가 소금을 창처럼 세워 바위도깨비에게 겨누자 바위도깨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등을 돌린다. 버들도령의 울음소리가 커진다. 그 때 아무것도 없던 지평선 너머로 바위도깨비와 생김새가 비슷한, 그러나 덩치가 같지 아니하고 움직임또한 천차만별인 또다른 바위도깨비들이 쿵쿵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다. 버들도령이 울음을 멈추며 자신이 올라타고 있던 바위도깨비의 어깨를 발로 두드리자, 도망치려던 바위도깨비도 제 무리가 지원을 하러 오고 있음에 표정을 달리하고 다시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서나와 청호를 돌아보았다.


“가지가지한다...”


청호가 중얼거렸다. 이제는 서나가 실제로 소금을 창으로 만들어 쏴대고 있었지만 바위도깨비가 하나가 아니라 수십이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찌할 줄을 몰라 청호를 바라보는 서나에게 청호가 걱정하지말라는 듯 한 쪽 눈을 찡긋해보이더니 흑주와 금차에게로 시선을옮긴다. 흑주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모두의 시선을 받아치듯 저마저도 옆에 선 금차를 빤히 쳐다본다. 금차가 제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흑주가 당연한 투로 말했다.


“예전부터 서나와는 니가 상성이 좋지 않았느냐. 게다가 바위도깨비라면 나보단 니가 싸우는 게 타격이 클것이다.”

“흑주 니가 귀찮아서 그러는게 아니고?”

“지금 이 상황에 그럴 리가.”


사실 반쯤은 귀찮은 것도 맞았다. 그래봐야 하급도깨비인 바위도깨비들이었는데 괜히 힘을 써서 지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사실이었다. 서나와 금차는 힘의 상성이 늘 잘 맞았다. 그 사실을 잘 이용해먹던 한룡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사라진다. 금차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서나가 금새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 눈빛을 달리하고 금방 멈추었던 소금창만들기를 재개하여 공중으로 쏘아올린다. 금차가 흙길에 박차를 가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전신을 둘러싼 차가운 공기 사이를 뚫고, 금차의 피부가 금빛으로 빛나는 투명한 비늘이 되고, 이마를 뚫고 뿔이 튀어나오더니, 길게 자라나버린 거대한 손톱들이 여의주를 쥔다. 금룡의 몸이 하늘의 태양을 가리운다. 버들도령이 끼야악 소리를 지르자 뛰어오던 바위도깨비들도 겁을 집어먹는다. 서나가 소금창 중 몇몇을 금룡 쪽으로 쏘아올리자 금룡이 꼬리를 휘둘러 소금창의 방향을 튼다. 그냥 쏘아올린 것보다 몇배는 더 가속도가 더해진 소금창은 정확하게 바위도깨비들의 몸을 하나하나 꿰뚫어 몇몇은 소금강 위로, 몇몇은 흙길 위로 꽂아버렸다. 핏방울 하나 토하지 않은 도깨비들은 금새 눈빛이 꺼졌다. 사람의 형체를 흉내내고 있던 바위돌들이 무너진다. 그대로 자리를 잡은 무수히 많은 바위들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레 바위길을 이룬다. 싱겁게 다 헤쳐운 금룡이 조용히 다시 내려와 흑주의 곁에서 금차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서나가 박수를 치며 뛰어오르고 있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지만 그 무엇하나 엇갈림이 없었다. 그리고.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죽어버린 바위도깨비들의 바위길 사이에서 오들오들 가엾게 떨고 있는 버들도령에게 다가가 쭈그려앉은 청호가, 그렇게 말하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소, 소자가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버들도령이 고개를 흙길 위에 처박고 바들바들 떨며 눈물로 바닥을 적신다. 서나가 불쌍하다며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가려버리고 만다. 버들도령의 목덜미를 쥐어 들어올린 청호는 달리 버들도령을 혼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물었다.


“그래. 누가 널 이곳에 보냈느냐?”

“예? 그, 그걸 어떻게...”

“너같이 능력도 없이 하찮은 도깨비가 어찌 바위도깨비들을 부려 날 공격할 생각까지 했겠느냐 이 말이다. 내가 뭘 그리 너에게 잘못을 하였다고.”

“소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눈이나 똑바로 쳐다보고 거짓말하시지.”


시선을 이리저리 회피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버들도령이 청호의 단호한 말에 거짓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는지 검지손가락끼리 마주하며 우물쭈물 망설이기 시작한다. 청호는 어쩌면 버들도령을 이곳으로 보낸 자가 청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쳤던 마을에선 진한이 청하를 알고 있었다. 아예 길이 겹치진 않을지라도 명나라로 향하고 있던 청하의 여정이라면, 그 가운데에서 청하의 모습을 본 자들이 몇이나마 있을 터였다. 청호가 바라고 바라던 대답일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버들도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가람왕자님이 지켜보고 있사옵니다.”

“뭐. 누구라?”

“가람왕자님이오. 풍채가 늠름하고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왕자님이옵니다!”


닭살이 돋아나는 표현에 흑주가 몸을 떤다. 금차가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고 곰곰이 생각을 거듭한다. 아름다운 왕자라는 소리에 서나가 혹하여 귀를 쫑긋거린다. 기어이 금차가 외쳤다.


“아! 가람왕자라면 그! 무식하기로 소문이 나서 아버지조차 포기를 했다는 그...!”

“아닙니다! 가람왕자님이 얼마나 박식하시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신데 다들 오해를 하는 것 뿐입니다!!!”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버들도령이 눈물을 찔끔 보인다. 청호가 버들도령의 목덜미를 쥐고 있는 손가락을 흔들자 버들도령의 작은 몸통이 떨림과 함께 한들한들 흔들린다. 청호가 다시금 본론으로 들어가 묻는다.


“그래서. 그 자가 왜 널 이 곳에 보냈느냐?”

“가람왕자님은 도깨비왕 후보이십니다. 다른 후보들을 모두 처치하면 가람왕자님이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왕자님도 저도 생각했사옵니다. 원래 저는 한연낭자네 집에서 유유자적히 놀고 있기만 해도 되는 거였사온데, 청호도련님이 나타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가람왕자님께 얼른 돌아간 것입니다.”

“너는 내가 그 왕자란 사람을 방해할 것이라 생각했느냐?”

“그게 아니면 왜 신수들을 이끌고 동네를 쑤시고 다닌단 말입니까? 이 악덕한 후보생같으니!”


저도 모르게 본심을 내뱉고 만 버들도령이 앗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는 영 곤란해진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청호는 그런 사소한 건 상관이 없다는 듯 머리를 굴리며 다음 질문을 하였다.


“그래. 그렇담 너는 명나라로 가는 여정길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겠구나?”

“당연하지요. 도깨비왕의 후보를 모시고 있는데 즉위식이 열리는 장소조차 모르면 체면이 안 서질 않습니까?”


오싹해지는 기운에 금차, 흑주, 서나가 동시에 몸을 떤다. 청호가 어둡게 웃고 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니가 악덕한 나를 위해 정보통 노릇을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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