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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복덩이 용병은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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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21.07.30 21:57
최근연재일 :
2021.08.12 21:4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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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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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수 :
86,446

작성
21.08.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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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 청소(3)

DUMMY

8화


붉은 눈의 쥐들이 몰려들었다. 그것은 파도였다.

바닥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심지어 옆에 흐르고 있는 오물 섞인 지하수 속에서도 튀어 올랐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검이 번뜩였다.

날카로운 검날은 손쉽게 네 마리의 쥐들을 여덟 개의 고깃조각으로 만들었다. 쥐들이 몸에 달라붙어 열심히 물어뜯었지만, 이반이 걸친 레더갑옷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이반은 팔뚝에 매달려 용을 쓰는 쥐를 잡아 벽에 던졌다. 연한 몸뚱이가 그대로 터져 수로에 처박혔다.


감염된 시궁쥐.


이것들의 이름이었다.

본래는 일반적인 시궁쥐이지만, ‘감염된’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만큼 이들은 현재 엄연히 몬스터였다.

평범한 시궁쥐보다 1.5배 크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지성까지 갖췄다.

더 정확히는 지성이 있다기 보단, 조종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았다. 놈들을 이렇게 만들어 조종하는 원흉은 이 수로 끝에 있었다.


브루탈 교단의 흑마술사.


마궁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이용해 은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그가 이 던전의 보스다.


이반은 조금씩 그곳으로 나아갔다.

쥐의 수는 질릴 만큼 많았다. 끝나지 않는 자살공세. 지하수로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그렇기에 본래 이곳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원들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반은 그 법칙에서 벗어났다. 이미 네임드를 뛰어넘은 스탯과 무기가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검을 휘두르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으깨고, 몸통을 벽에 부딪쳐 터트린다. 랜턴을 바닥에 두고, 이반은 검집까지 빼들어 본격적으로 쥐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전신에 성취감이 물밀 듯이 차올랐다.

게임으로 따지면, ‘경험치를 얻었다’는 게임의 시스템 문구가 모니터를 뒤덮고 있는 셈.

감염된 시궁쥐의 경험치는 적었지만, 그 수가 세 자리를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졌다.

이반은 머리끝까지 도달한 성취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로써 그는 한 등급 또 성장했다.

빠르게 능력치를 분배하고 앞을 보았다.


어느새 쥐들의 공세는 멈춘 후였다.


“뭐야. 왜 안 덤벼?”


이반이 의문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쥐가 대답할 리는 없었지만, 흐름이 끊겨 아쉬운 이반은 그런 걸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대답도 들려왔다.


캬오오!


지하수에 숨어있던 쥐들이 물고기 떼마냥 튀어 올랐다.

시커먼 물밑, 거대한 무언가가 수로를 거슬러 이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윽고 성인 남성만한 크기의 쥐가 물살을 가르며 튀어 올랐다.


감염된 괴물쥐.


그대로 털가죽을 부여잡아 바닥에 역으로 내리꽂았다. 발로 고정시키고 역수로 쥔 검을 목덜미에 박아 넣었다. 콰직! 가죽과 근육, 척추를 가른 올리버의 검이 대지에 박혔다. 한차례 버둥거린 괴물쥐가 꼬리를 추욱 늘어뜨렸다.


#


브루탈 교단의 흑마술사, 요하네스는 몸을 움찔 떨었다.

가슴에 저릿한 통증이 올라오면서 목구멍 끝에 씁쓸한 맛이 맴돌았다. 실험체와 이어진 마나선이 강제로 끊어지면서 나타난 반작용이었다.


“.......끄으. 뭐야, 시발?”


요하네스의 표정이 험상궂게 찡그려졌다.

보아하니 실험체가 죽은 것 같았다.


“하여간, 약해 빠져가지고. 병신 같은 것들. 어휴.”


요하네스는 실험체를 잃었다는 아픔보다 당장의 고통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이런 수로에 처박혀 생체실험을 하는 그에게 적당한 실험체는 주변을 돌아다니는 시궁쥐밖에 없었다.

그래서 몇몇 쓸만한 개체에 조금 신경을 써주었는데 이것들이 퍽 하면 수명이 다해서 뒤지는 것이다.


“피발톱 놈들한테 노예라도 구해달라고 해야지, 원.”


그렇게 중얼거리던 찰나, 요하네스는 다시 한 번 가슴을 부여잡았다.


“으에엑!”


또 하나의 실험체가 죽었다.

그리고 또.

요하네스는 반복된 통증에 바닥을 뒹굴었다. 그러면서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후욱. 후욱. 시발. 마나리턴!”


요하네스는 망설임없이 나머지 실험체들과 이어진 마나선을 회수했다.

이후에, 수로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탐색마법을 영창했다.


하지만 이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영창을 종료했다.

반대편 통로에서부터 빛이 밝아오고 있었다.


끼익──

끼익──


손에 들린 랜턴이 기괴한 소리를 낸다. 외형은 더욱 기괴했다.

시뻘건 피와 털, 뼛조각으로 범벅이 된 처참한 모습.


수로의 쥐들을 학살하고 실험체마저 죽인 범인임은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누구냐, 넌?”


요하네스가 물었다.

그러면서 슬며시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완드로 손을 뻗었다.

대답은 파공음으로 대신 들려왔다.


쉬아악──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날아든다.

화들짝 놀란 요하네스는 다급히 완드를 움켜쥐고 주문을 영창했다.


“쉴드!”


텅! 불투명한 막이 생성되어 날아온 것을 튕겨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당할 뻔했기에, 그의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요하네스는 빠르게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면서 쉴드에 막혀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확인했다.


‘.......견습용 비검(飛劍)?’


짧은 검자루엔 용병학교의 표식이 박혀있었다.

요하네스는 엄청난 분노에 사로잡혔다.


“빌어먹을. 견습용병 나부랭이였냐? 뒤져라!”


요하네스가 손을 펴자 허공에서 두 개의 마법진이 생성됐다. 그것은 곧 두 구의 불덩이로 변환되어 허공을 주파했다. 볼 것도 없었다. 요하네스는 견습용병이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에?”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용병은 그대로 폐수가 흐르는 수로로 뛰어들었다.


#


풍덩! 수로로 뛰어는 이반은 그대로 검을 내려찍었다. 그것은 곧,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켜 역으로 불덩이를 덮쳐갔다.


파아아──


요하네스가 생성시킨 불덩이는 물보라와 부딪혀 폭발했다. 희뿌연 수증기가 수로를 가득 매웠다.


그 순간. 난데없이 수증기에 구멍이 뻥하고 뚫렸다.

수증기와 어둠을 찢으며, 한 자루의 비검이 요하네스에게 날아갔다.

이반의 임기응변에 당황하고 있던 요하네스는 재빨리 하나의 마법을 영창없이 시전했다.


“블링크!”


요하네스의 몸이 사라졌다. 비검은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이 자식. 학교에서 비겁한 비검술만 배웠구나.”


요하네스는 곧바로 이반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서 뿜어진 전격이 이반에게 쏟아졌다. 이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요하네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들고 있던 랜턴을 집어던졌다.


빠직! 전격에 직격당한 랜턴이 깨지며 안에 있던 기름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불길이 옮겨 붙으며, 사방으로 불길이 튀었다.


요하네스는 뒤로 물러나며 쉴드를 사용했다.

불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얍삽한 이반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역시나, 불길 속에서 또 뭔가가 날아들었다.


“또 같은 수냐? 소용없.......!”


요하네스는 별안간 눈을 크게 떴다. 비검은 이상하리만치 컸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반이 들고 있던 롱소드임을 깨달은 순간, 요하네스는 모든 마나를 쥐어짜 쉴드에 불어넣었다.


와장창──


롱소드는 쉴드를 가볍게 산산조각낸 후 그대로 요하네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요하네스의 몸이 허공을 부유해 풍덩, 수로에 처박혔다.


이반은 그곳으로 다가갔다.


“.......뭐, 뭐?”


요하네스가 수면 위로 얼굴만 동동 내민 채, 힘겹게 입을 뻐끔거렸다. 이반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움켜쥐었다.


“쉴드브레이크. 이 검 능력이야.”


요하네스의 얼굴근육이 꿈틀거렸다.


“시, 시발. 무슨 그런 개, 져엇 같은 검이........!”


이반은 검을 뽑았다. 피슉, 핏줄기가 올라와 요하네스의 앞섬을 적셨다. 요하네스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검을 갈무리한 이반은 물밑에 잠긴 그의 품을 열심히 뒤적거렸다.


제일 먼저 발견한 가죽주머니였다.

줄을 풀어 안을 보니 꽤 많은 은화와 금화 몇 개가 보였다. 대충 계산해도 게임 상에서 얻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뭐지? 원래 시점보다 빨리 찾아와서 그런가?”


그렇다면 하나 배웠다고 할 수 있었다.


“좋네.”


묵직한 돈주머니를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이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이반이 본래 찾고 있던 건 돈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요하네스의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에 걸려 있던 하나의 반지를 발견했다.


“바이달라 링.”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마법, 블링크가 숨겨진 아티팩트였다.

시동어만 외치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최대 두 번.’


이후엔 충전이 필요했다.


혹시 몰라 다른 곳도 뒤져보았지만, 쓸만한 건 딱히 없었다.

이반은 요하네스를 풀어주었다. 수로를 통해 조금씩 떠내려가는 요하네스. 이반은 이번엔 그의 실험공간으로 향했다.


“여기도 별 거 없네.”


정리되지 않아 여기저기 널브러진 문서들이 보였다.

마법서적과 실험과정이 적힌 기록. 브루탈 교단에서 발령한 명령문과 수많은 보고서들이다.

하나하나 읽어보면 요하네스가 이곳에 온 이유와 실험의 내용, 브루탈 교단의 목적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반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모조리 긁어모아 불 속에 던져버렸다.


“끝났네.”


마지막으로 땅에 떨어진 비검들까지 회수한 이반은 몸을 돌렸다.

그러다 멈칫, 요하네스의 실험공간으로 쓰였던 이곳의 바닥을 바라보았다.


겉만 보면 무척 매끈한 바닥이었다. 하지만 이 위에 뭔가를 뿌리면, 오목한 틈새를 따라 불규칙한 선들이 드러날 것이다.


마궁(魔宮)의 입구.


이반은 왔던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인간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그곳은, 현재 그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리, 길지는 않으리라.


#


결국, 게드는 오랜 노력 끝에 세운 자신의 가게인 게드상회의 문을 영원히 닫았다.

그리고 새로이, 신(新) 게드상회를 열기로 했다.


수많은 상점들 가운데 홀로 문이 닫혀있는 게드상회.

게드는 복잡한 눈으로 가게를 보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표정 위로 많은 감정이 스쳤다.


“아쉽네요.”

“음? 자네가 뭐가 아쉬워?”

“아쉽죠. 한동안 아저씨 과일 못 먹게 됐는데. 안 그래요?”


언제 침울했냐는 듯, 게드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넨 정말 재밌어. 그래서 좋아. 괜히 고압적으로 구는 다른 용병들이랑은 다르기도 하고.”

“백랑은 다 저 같습니다, 아저씨.”

“흠. 그래? 하기야, 피발톱 놈들은 참 마음에 들지 않았어. 따지고 보면,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인데도 항상 나를 내려다보는 태도였지.”

“걔들이 이상한 놈들인 거예요.”


이반은 의뢰에 대한 보수로 게드에게 10골드를 받았다. 피발톱이 관리 명목으로 게드에게 챙긴 돈에 비하면 새발에 피였지만, 대신 이반은 게드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슬슬 가시죠.”

“그래.”


둘은 백랑 용병단으로 향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니 최근 일로 인해 다운된 기분으로 업무를 보던 카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어떤 의뢰라구요?”

“의뢰가 아니라. 백랑과 독점계약 맺으러 왔소.”


카렌은 게드와 그 옆에 서있는 이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게드 씨는 남광장에서 유명한 과일상이다. 그런 게드 씨가 피발톱과의 독점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우리와 계약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게드 씨는, 이반이 데리고 왔다.’


즉, 이반이 게드를 설득했다.


‘하지만.......어떻게?’


카렌은 머리를 긁적였다.


곧, 행정과장과 카렌, 게드가 독점계약에 대한 세부내용을 상의하기 위해 마주앉게 되었다.

게드는 내내 펜을 만지작거리며 당장이라도 싸인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모든 제안에 긍정적이었다. 잠시 게드가 자리를 비웠을 때, 행정과장이 이런 말을 꺼낼 정도로.


“저 분 어디서 세뇌당하고 온 사람 같은데. 안 그냐?”

“.......”


이후, 게드는 백랑 용병단에게 신 게드상회의 새단장을 위한 인력까지 의뢰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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