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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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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7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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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0,210

작성
23.08.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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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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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7쪽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지

DUMMY

“이야~실하네. 향도 끝내주고.”


[지구 작물을 이 정도로 키워내다니 역시 세계수네요.]


에르다 덕분이기도 하지. 계절은 무시하더라도 족히 한 달은 걸릴 시기를 단번에 키워냈으니까.


우진은 가지가 부러질 듯 주렁주렁 매달린 복숭아를 보며 입맛을 쩝 다셨다. 한국에서 나는 복숭아보다 족히 두 배는 컸다.


[이대로 놔두면 가지 부러지겠습니다.]


“안 그래도 수확하려고 했어. 아, 그전에 연락부터 해야지. 이브, 범호 아저씨 상황은 어때?”


[보안 업체 중에서는 상위권입니다.]


“응? 능력 좋은데 탑이 아니야?”


[고객을 가려서 받았으니까요. 그 정도인데도 상위권이면 능력이 있는 게 맞습니다.]


“아아, 할아버지 당부 때문이구나.”


할아버지가 언제나 강조한 건 사람과의 관계였다. 사람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돈이라고.


사람 파악하는데 이골이 난 분이라 성격에 문제없고 욕심부리지 않되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할아버지가 키워낸 저명인사들이 사회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자신도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이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물론, 박 변호사는 그 명단을 다 가지고 있을 테지만. 어쨌든, 대단한 분이긴 했다.


돈만 좇다 보면 더러운 물이 들기 마련이라고, 한번 물이 들면 다시는 깨끗해질 수 없다고.


할아버지와 제 경호를 도맡아 하던 범호 아저씨 또한 여전히 그 당부를 잊지 않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가까운 사람이 등을 돌리는 걸 보는 건 마음이 편치 않거든.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못 썼네. 할아버지가 후원한 사람 중에 이번 실종에서 죽은 사람은 없지?”


[예. 다들 문제없습니다.]


그럼 됐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웃고는 주소록에 저장된 이범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에 우진의 입가가 매끄럽게 호선을 그렸다.


-도련님!


“오랜만이네요, 아저씨.”


-도련님한테는 오랜만이지만 저는 아닙니다. 몇 번이나 연락을 드렸는데 도통 전화도 안 받으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전화는 왜 꺼져 있었습니까?


“아, 전화했었어요?”


-예. 연락이 안 돼서 병원까지 찾아갔었습니다. 그런데 휴가라면서요? 휴가 가시면 저를 부르셔야지요. 도대체 어딜 가신 겁니까? 현준님한테 물어도 모른다고만 하시고, 설마 위험한 곳에 계시는 건 아니시지요? 어딘지 말씀하시면 지금이라도 당장 가겠습니다!


우다다 쏟아지는 잔소리를 빙자한 걱정에 우진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싶어 픽 웃고는 말했다.


“진정하세요. 혼자 다니는 거 아니니까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보다 오늘 시간 돼요?”


-시간이야 언제든지 됩니다.


“다행이네요. 주소 문자로 보낼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아, 차는 대형 트럭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과일 좀 많이 가져가야 하니까 혼자 오시지 말고 직원 몇 명 정도는 데려오세요.”


-과일이요?


“네. 양이 좀 많아서요. 회사에도 가져가고 다른 곳에도 나눠줄 거라 아저씨가 배달도 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어요?”


-당연합니다. 도련님이 부르시는데 최우선으로 달려가야지요. 아예 오늘 하루는 시간 뺄 테니까 뭐든지 시켜주시면 됩니다.


“예. 그럼 준비해놓을 테니까 조심해서 오세요.”


전화를 끊고 주소지를 문자로 보낸 후 정자를 바라봤다. 태연하게 드러누워 과일을 먹고 있는 세 놈을 본 우진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어휴, 게을러터져서는. 당장 셋 다 튀어와! 오늘 과일 수확해서 다 보낼 거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이 많은 걸 다 보내려고?”


<보낼 곳이 그리 많나?>


<인간의 식욕으로는 과일만 먹어도 1년은 먹겠는데요?>


당연히 일부는 보관해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과일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고 딸기와 산딸기, 수박, 참외 등. 이걸 다 포장하면 대형 트럭이 와도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짓무를 수 있는 과일은 작은 상자에 담고 다른 과일은 종류별로 따로 담아. 여기 있는 상자만 다 채워서 대문 안쪽에 옮겨놓고 나머지는 보관 창고에 넣을 거야.”


“병원에도 보낼 거야?”


“당연하지. 첫 수확인데 잔뜩 보내야지. 나는 밥 준비할 테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수확해. 아니다. 과일나무에서 새 먹이용은 조금씩 남겨놔. 그리고 채소도 수확한 후에는 밭 정리해서 새롭게 심어놓고. 나중에 김치 또 담가야 하니까 미리 잔뜩 수확해야 하거든.”


“알았어. 레이나, 라이, 내가 날려 보내면 각자 상자에 담아줘.”


<그러지.>


<금방 끝나겠군요. 진, 전 육회 먹고 싶습니다.>


<나도 먹고 싶다. 양 많이 해라.>


누가 먹깨비들 아니랄까 봐. 잠시도 입이 쉬지를 않는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우진은 배추 한 포기와 청경채, 깻잎을 챙긴 후 버섯 포자를 뿌려놓은 구역으로 갔다.


나무에 자라는 버섯부터 땅을 뚫고 나온 버섯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하나같이 큼직했다.


“이 정도면 버섯전골을 해도 되겠군.”


[출발했습니다.]


“그래? 대충 3시간 걸리지?”


[속도를 내면 2시간 10분이면 도착합니다.]


그 정도면 시간은 충분했다. 버섯을 종류별로 챙긴 우진은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으로 향했다.


정원에서 먹었던 맛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밀푀유나 해먹을 생각이었다. 덤으로 육회도.


제일 먼저 대형 찜통에 몬스터 뼈와 잡내를 잡아주는 차원수 잎을 넣고 육수부터 끓이면서 특대형 밥솥 두 개에 가득 밥을 안쳤다.


다음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아공간에서 고기 네 덩이를 꺼내 육회와 전골용으로 손질했다.


“흠, 좀 부족한가?”


[세 명이 오고 있으니 부족하지 않을까요?]


하긴, 워낙 덩치들이 크니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 거기다 우리 먹성 좋은 먹깨비들도 있으니까.


결국, 넉넉하게 두 배는 더 해야 어느 정도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우진은 아예 대형 전골냄비 다섯 개를 꺼내놓고 재료를 준비했다.


“미리 많이 주문하기를 잘했군.”


[항상 부족하니까요.]


맞아. 하나같이 뱃속에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 어지간한 양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다.


그러니 어쩌겠어. 먹는 거로 야박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불만 없도록 양껏 먹일 수밖에.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귀찮은데.”


[그런 것치고는 아까부터 콧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만.]


“내가 언제?”


우진이 정색하고는 요리에 몰두했다. 이브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그럴수록 우진의 손놀림은 빨라졌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다섯 개의 전골냄비를 가득 채운 밀푀유와 대형 접시 두 개를 가득 채운 육회.


몬스터 알 노른자를 어깬 것과 분홍소금, 시원하고 맛있는 배까지 채를 쓰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밀푀유에 육수만 부어서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우진은 급히 육회를 아공간에 넣어놓고 주방을 나섰다.


“뭐야? 벌써 끝났네?”


[일은 이미 1시간 전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주방에 안 오고? 항상 음식 만들 때면 옆에서 닦달해야 정상인데.


우진이 의문을 갖고 정자로 시선을 돌렸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곧 있으면 먹을 텐데 그새를 못 참고 술판이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이브, 어디쯤 왔어? 도착할 시간인데.”


[넉넉잡아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진짜 금방이네. 우진은 급히 주방으로 들어가 육수를 부어 팔팔 끓인 전골냄비 세 개와 밥통, 김치, 수저, 그릇을 챙겨 공중에 둥둥 띄운 채로 정자로 향했다.


“맛있는 냄새!”


<밀푀유군요. 오랜만입니다.>


<마침 먹고 싶었는데 잘됐군.>


“나는 주방에서 따로 먹을 거니까 너희는 여기서 먹어라. 식으면 알아서 데워먹고.”


“식을 틈도 없을걸?”


하긴,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싶어 픽 웃은 우진이 육회까지 꺼내주고 정자를 벗어나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정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우진은 급히 대문으로 향했다.


대문 안에 가득 쌓아놓은 상자를 대문 밖으로 옮기고 대형 김치통과 차를 담은 쇼핑백까지 내려놓자 멀리서 10t 트럭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정도면 충분하겠는데.”


역시 아저씨. 척하면 척이구나.


[범호 보안 직원만 120명입니다. 아마 과일도 많이 필요할 겁니다.]


“괜찮아. 과일이야 넘치는데 뭘.”


이참에 아주 질리도록 먹여주지. 아무래도 몸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마력을 품은 과일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일반 사람보다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여기서 키운 과일은 많이 먹어도 되겠지?”


[네. 마력의 농도가 다르니까요.]


그럼 됐다. 우진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차를 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도련님! 저 왔습니다!”


안 그래도 보이니까 고래고래 소리 안 질러도 되는데 말이지. 솥뚜껑만 한 손을 창문 밖으로 빼내 파닥파닥 흔드는 몸짓에 우진의 표정이 묘해졌다.


‘아저씨 나이도 벌써 50대일 텐데.’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차가 정차하자마자 함박웃음과 함께 다가오는 190이 넘는 커다란 덩치의 불곰을 보며 우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만에 보니까 더 반갑네요.”


“그걸 아시면서 어떻게 연락 한 통 없으십니까?”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래요.”


연락 없으면 잘 산다고 생각하면 속이 편한 법이다. 우진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범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역시 우리 도련님, 나이가 드셔도 무신경하신 건 여전하십니다.”


“하하, 그런가요?”


“아마 도련님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 겁니다. 아 참, 여기 두 사람은 우리 회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영후입니다.”


“김일권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역시나 덩치들이 크다. 두 사람 다 180 중반은 되는 키에 온몸이 근육질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쳐다도 못 볼 정도로 험악하달까. 그래도 둘 다 영혼이 맑아서 마음에 들었다.


“다들 반가워요. 우리 아저씨가 약간 허당끼가 있으니까 세심하게 잘 부탁드려요.”


“맡겨만 주십시오!”


“저희가 잘 보필하겠습니다.”


“도, 도련님, 제가 무슨 허당끼가 있다고.”


응. 있어. 그것도 많이. 우락부락한 덩치와 다르게 드라마 보면서 펑펑 우는 여린 소녀 감성의 사람이라고.


그 모습을 들켰을 때 덩칫값 좀 하라며 할아버지한테 잔소리도 많이 들었으니까. 그때를 떠올린 우진은 멋쩍어하는 아저씨를 보며 슬쩍 웃음을 머금었다.


“과일은 나중에 싣고 다들 주방으로 가시죠. 오랜만에 아저씨 뵙는데 식사는 대접해야죠.”


“도련님이 직접 준비하셨습니까?”


“당연하죠. 아저씨한테 대접하는 건데 직접 해야죠.”


“감동입니다, 도련님.”


뭘 새삼스럽게. 예전에도 자주 해줬잖아? 거참, 부담스럽게 왜 처음인 것처럼 감동하는 건데.


[이런 걸 두고 기괴하다고 하는 거죠.]


그 정도는 아니다! 비록 산적 두목과 불곰을 합친 것 같은 외관이지만, 성격은 나름 귀엽다고. 물론, 처음 본 사람이라면 질색을 하겠지만.


눈을 초롱초롱 뜨고 덮치듯 다가오는 커다란 덩치에 우진이 재빨리 대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세 사람이 두 눈을 크게 뜨고는 감탄을 쏟아냈다.


“헉! 설마, 저 멀리 있는 게 집입니까?”


“멋지다.”


“세상에, 저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입니다.”


“도련님, 여긴 어디입니까? 설마, 새로운 집입니까?”


“그렇게 됐어요.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여기에 지었네요. 괜찮죠?”


“괜찮고 말고요. 본가보다 더 좋습니다. 본가 팔 때는 마음이 불편했는데 여기에 더 좋은 집을 지으셨군요.”


할아버지가 계실 때야 넓은 본가도 사람으로 북적거렸지만,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상주하는 사람도 줄고 방문도 줄어들면서 어쩐지 휑하게 느껴졌었다.


무엇보다 그곳에서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당시에는 힘들었었지. 그래서 사람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팔아버렸다.


‘결국, 다시 한옥으로 돌아왔지만.’


역시 편리한 것보다는 익숙한 게 좋달까. 어차피 추억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도 아득한 세월을 살아오지 않았는가.


무식한 철근 덩어리보다는 자연과 조화되는 게 최고다. 여전히 구경 삼매경에 빠진 세 사람을 재촉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헉! 이게 다 뭡니까?”


“내가 농사지은 거로 만든 거죠. 건강에 좋은 거니까 많이 드세요.”


건강에 좋다 뿐일까. 아마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진정한 미식을 알게 되겠네요.]


‘글쎄다. 덩치들 보니까 맛보다는 양일 것 같은데?’


[동감입니다.]


우진은 세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하고 두 개의 전골냄비에 육수를 넣어 인덕션을 켰다. 김치와 밥, 육회까지 꺼내 세팅하자 넓은 식탁이 가득 찼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크, 냄새 좋은데요?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두 사람이 반색하며 그릇에 들어낸 밀푀유를 먹고는 나직하게 감탄했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에 슬쩍 웃은 범호는 식탁 위를 보고는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


“농사까지 지으시고 도련님도 어르신을 닮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전, 도련님 초등학교 고학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도련님, 햄버거하고 콜라 드시고 싶으시다고 몰래 저랑 같이 먹지 않았습니까. 그날 어르신한테 처음으로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아아, 할아버지가 바깥 음식을 안 좋아하셨죠. 조미료도 싫어하셨고.”


특히 인스턴트는 음식도 아니라며 절대 못 먹게 했었다. 오죽했으면 믿을 수 있는 식자재 수급을 위해 사람을 시켜 유기농 농사까지 지으셨을까.


“참, 극성이셨죠.”


“하하, 그게 다 도련님 건강을 생각하셔서 그렇게 하셨지요.”


하긴, 손자를 위해서는 소소한 거 하나라도 신경 쓰시던 분이었으니까. 뭐 하나 절대 허투루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그때는 그게 참 갑갑했는데.’


한마디로 철이 없었달까. 새삼 떠오른 기억에 슬쩍 웃음을 흘리며 오목한 접시에 밀푀유를 가득 들어 건넸다.


잠시 멈칫거린 범호가 우진의 재촉에 육수부터 후후 불어먹는 순간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허, 이게 무슨.”


“맛있죠?”


“맛있습니다. 고기 육수 같은데 이렇게 담백하고 고소한 국물은 처음입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예. 잘 먹겠습니다, 도련님.”


담백하면서도 고소해서 부드럽게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라 속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기와 배추, 깻잎과 청경채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씹자 채소의 단맛과 고기가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맛을 매콤한 김치와 함께 먹으니 별미라 시간이 흐를수록 세 사람이 먹어치우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거기다 육회는 또 왜 이렇게 맛있는지.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었다.


‘잘 먹네.’


[인간이 신수들의 속도를 능가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예상은 했는데 좀 놀랍긴 하다. 제대로 씹고 넘기는 건지 의심스러울 속도였지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폭풍 같은 식사가 끝이 나고 약차와 후식까지 먹은 후에야 과일 상자를 차에 싣는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 주소요. 수량은 적혀 있으니까 귀찮더라도 배달 좀 해주세요.”


“주소를 보니 제가 다 아는 곳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전하게 잘 배달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아저씨 회사나 병원은 사람 많으니까 많이 가져가시고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련님.”


“당연한 일이죠. 집은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만약 찾아올 일 있으면 미리 연락 주세요. 과일 다 먹으면 또 연락하시고요. 그리고 이건 김치고, 이건 약차니까 아저씨 가족들하고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만 마셔요. 잔여물은 버리지 말고 물병에 넣어서 차갑게 드시고요. 혹시 약차를 마시다가 몸에 변화가 오더라도 좋아지는 거니까 놀라지 마시고요. 다 먹고 나면 또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아차, 가장 중요한 걸 까먹을 뻔했다. 우진이 김치통을 들어 올리는 범호를 급히 잡았다.


“다른 사람들, 특히 현준이한테는 절대 비밀입니다.”


“예? 뭘, 비밀로 하시라는 건지?”


“집이요. 그 녀석 여기 집 지은 걸 알면 또 바가지 박박 긁어댈 테니까. 아직은 내가 바빠서 상대해줄 시간이 없거든요. 나중에 시간 되면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일단은 비밀로 해주세요.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그 녀석 잔소리가 좀 심해서.”


“하하, 두 분은 여전하십니다.”


여전하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닌데. 그런 건 좀 변해주면 얼마나 좋아.


‘문제가 많은 성격이라니까.’


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자 범호가 슬쩍 웃고는 차에 올랐다.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 세 사람이 떠나고 차가 보이지 않고서야 몸을 돌렸다.


[이제 일하러 가시죠.]


고새를 못 참고 닦달이냐? 안 그래도 가려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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