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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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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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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210

작성
23.08.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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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2쪽

믿고 말고는 선택이다

DUMMY

신의 기적, 신의 천벌. 두 가지 화재가 전 세계를 들끓게 했다.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세계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번개나 안개, 빙하는 자연재해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검은빛으로 사람의 육체만 바싹 말라 사라지게 한 일은 그 무엇으로도 단정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대상이 범죄의 온상인 사이비 집단이며 대통령의 발표로 실종자 전체가 마약범이거나 범죄자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의 천벌이라는 말에 무게감을 실어준 것이다.


“아이고, 속 시끄러워라.”


어쩌면 예상에서 한치도 안 벗어날까.


[영상을 조작이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알아.”


불안할 테니 당연히 그리 믿고 싶겠지. 특히 사이비 집단과 마약범들, 테러집단과 범죄자들이 그랬다.


세계 곳곳에서 난장판을 피우는 통에 재난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할 정도니까. 한마디로 지레 겁먹고 난리를 피운 것이다.


[정말 개판 오 분 전이군요.]


“이미 예상했잖아. 그보다 그런 말은 잘도 배우는구나.”


[지금 상황과 딱 맞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평범한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악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었다. 오히려 악인이라 더 두렵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허세지. 원래 그런 놈들이 남의 목숨은 우습게 알아도 제 목숨은 귀히 여기잖아.”


그런 인간들의 생각이야 뻔하다. 믿는 놈들도 어차피 범죄자인 이상 죽을 거라면 더 나쁜 짓을 하고 죽겠다, 이런 심보로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일 테다.


“뭐 천성이 미친놈들도 있고.”


[광신도요?]


“응. 그것들은 진짜 테러를 하고 죽는 걸 영광으로 알더라.”


그렇게 해야지만 신에게 구원받는다나 뭐라나.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라니까.”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지랄도 참.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살인이 죄악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오히려 구원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죠.]


한마디로 답이 없다는 말이네. 우진이 짜증스레 혀를 차고 다시 뉴스에 집중했다.


[그런데 일부이긴 하지만 뒤늦게 착한 일을 하려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판단이 안 서는 사람들이죠.]


“아하, 그런 거로 상쇄를 해보겠다?”


[네. 그 외에도 대부분 행동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정신 못 차리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지만요.]


“범죄율은 얼마나 증가했어?”


가만 보니까 뉴스가 죄다 범죄인데? 한국 뉴스에서 이렇게나 다룰 정도라면 실제 각 나라는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35%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많다고?”


미쳤구나. 우진은 혀를 찼다. 이래서 한국은 조용히 처리한 것이다. 잘못했으면 외국 꼴 날뻔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시죠. 그럴 가치도 없고요.]


“하긴, 상관할 일은 아니지.”


억지로 착해지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고, 믿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지면 그만이라 우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주제를 돌렸다.


“라이는 뭐해?”


[정원에서 술 마시고 있습니다.]


하여간 신수인지 술고래인지 모르겠네. 아주 틈만 나면 마시는구나.


<라이, 대충 마시고 일 좀 해라.>


<아직 며칠 시간 있지 않나?>


<아니, 일본 다녀오라고. 이미 방송 탔으니까 조심할 거 없어. 장소가 어디든 닥치는 대로 정리해버려.>


<아직 한 상자 남았다. 먹고 다녀오마.>


<그래라.>


한국에서는 주변 시선 신경 써서 움직였지만, 이제 방송까지 탄 마당에 굳이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이브, 이왕 하는 거 깔끔하게 가자. 정신상태 심각한 놈들까지 다 포함해.”


[알겠습니다. 그보다 중국하고 일본 상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기자회견 후 가장 반응이 거센 곳이 중국하고 일본입니다. 그리고 딱 예상한 반응이기도 하죠.]


“확인할 게 있나. 보나 마나 헛소리나 하고 있겠지.”


[한번 보시죠. 정리하고 나면 그런 반응을 더는 못 볼 수도 있고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그 정도냐. 어쩐지 웃음기마저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미처 뭐라 할 틈도 없이 눈앞에 일본의 상황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뉴스와 방송, 신문이 온통 자극적인 한국의 기자회견으로 들끓고 있었다. 한국인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나라라 그런지 광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자기 나라 뉴스는 없어?”


[없습니다.]


“허, 나라 꼴이 엉망일 텐데 거기에 대한 말도 없다고?”


[네. 오히려 피해복구를 늦추려는 중이죠.]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걸 왜 늦춰?”


[정부에 대한 반발이 심해졌으니까요. 자칫 전력을 복구했다가 정부에 대한 말이 나올까 봐 꺼리는 거죠.]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


[네. 그래서 일부만 전력을 복구하고 나머지는 일부러 손 놓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느린 행정이 더 느려진 거죠.]


“이야, 대단하다. 그래서 기껏 전력 복구해서 한국 뉴스로만 채운 거라고?”


[원래 관심이야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그리고 복구라고 해봐야 도쿄하고 몇몇 곳이 전부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전력량이 부족하다는 거죠.]


그 부족한 전력량으로 대책은 안 세우고 저런 헛짓거리만 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골 때리네.”


정말 할 짓 더럽게 없다 싶어 혀를 차다가 이브가 보여주는 생방송 뉴스에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자칭 전문가라는 인간이 괴상망측하게 짙은 화장을 하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전문가라니.”


[영 능력자랍니다.]


“아, 한국의 무속인 같은 거?”


[물론 가짜죠. 일본에서는 진짜라고 믿고 있지만요. 일본은 워낙 괴상한 게 많아서 저런 인간도 전문가로 쳐준답니다.]


얼씨구. 영 능력자 전문가라니. 황당함에 가만히 들어보자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주옥같은 헛소리였다.


『보세요! 한국이 천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 한국이 한 짓들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민족 자체가 음흉하고 거짓을 일삼는 나라다 보니 신이 노하신 겁니다!』


“저 정도면 자기 나라 소개 같군.”


『결과가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신이 자비로워서 고작 저 정도만 벌을 받았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저 열등한 민족은 멸망했을 겁니다!』


“이야, 아주 막 나가는구나.”


[대단하죠?]


그러게. 저런 말을 필터 없이 하는 신경줄이 대단하네.


『일본이 아니었으면 그 미천한 민족이 지금껏 살아남기나 했을까? 아니죠! 바로 일본이 가르치고 보살펴 줬기 때문에 산 겁니다! 그런데 보세요? 그놈들이 어쩌고 있습니까? 감히, 은혜도 모르고 반항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런 천벌이 내린 겁니다!』


“전형적인 우익 사상이네.”


[정확히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거라고 믿는 망상 주의자죠.]


“나 진짜 궁금한데 말이다. 우익들은 정말 저런 생각을 해?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합니다. 종교적 광신도와 맞먹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한국을 다시 속국으로 만들고 세계를 다스리려고 회도 결성해서 열심히 활동 중이죠.]


얼씨구? 속국? 세계를 다스려?


“꿈도 참 야무지네.”


[그래도 한국에는 어느 정도 먹혔습니다. 일단 친일파 정치인들을 하수인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하, 그렇지. 그놈들이 있었지.”


대놓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가는 놈들도 있었고, 아예 전범기 달고 독도 앞까지 들어오도록 허락한 멍청한 놈도 있었다.


또 그걸 잘했다고 찬성하면서 외교 관계가 어쩌니저쩌니 개소리로 국민들 혈압 오르게 한 놈들도 많았고.


[위안부를 대놓고 모욕한 한국 정치인도 있었죠.]


“그냥 미친 거야.”


돈에 눈이 멀어서 천지 분간도 못 하는 쓰레기지. 문제는 그런 놈들은 욕먹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선거 때만 납작 엎드리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그럴까. 애초에 그런 놈들을 뽑은 게 잘못이다.


“그러고 보니 김씨를 찬양하던 놈들도 있었지.”


[네. 김일성의 죽음을 듣고 충격으로 오열하면서 기절한 한국 정치인도 있었죠.]


정작 북한 주민들도 그 정도로 광적이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헛웃음을 흘리고 여전히 열변을 토하는 전문가를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우리는 자랑스러운 일본인입니다!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예의를 아는 일본은 저 반도의 한심한 나라와는 격이 다릅니다. 여러분은 일본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어쩜 개소리를 저리도 열정적으로 할까. 정상이라면 저런 말에 동조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할 테지만, 역시나 같은 민족 아니랄까 봐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란다.


거기다 저 뉴스를 실시간으로 가공해서 더 자극적으로 변한 인터넷 신문에 달린 댓글도 하나같이 가관이었다.


한국이 망했어야 했는데 신이 너무 자비로웠다느니, 그냥 지구를 위해서 망하는 걸 바란다느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느니, 역시 조센징이 어쩌고저쩌고 등등.


이때다 싶어 튀어나온 우익들의 논리도 뭣도 없는 개소리와 동조하는 일반인들까지. 개소리마다 좋아요만 수천 개씩 달려 있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정말 깨어 있는 일본인이 있기는 한가.”


[제법 많습니다. 과거를 똑바로 보고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일본에서 그런 주장을 하면 매국노 취급에 공격 대상이 됩니다.]


“일반인들도 그래?”


[어릴 때부터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아왔으니까요. 자신도 모르게 한국을 아래로 보는 혐한이 깔려 있을 정도죠. 그리고 일본인 80%가 역사에 관심이 없습니다. 알고 있는 거라고는 왜곡된 역사일 뿐이죠. 물론 그것도 제대로 아는 게 아니지만요.]


정말 답이 없구나. 우민화에 갈라파고스가 심각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 정도까지 막장으로 치달을 수 있는 거지?


“저것들은 지구가 망하는 순간에도 한국 탓만 하겠군.”


[그럴 가능성 100%로 보고 있습니다. 볼수록 특이하고 신기한 인간들입니다.]


신기할 것도 많다. 그런데 어째 신나는 목소리인데? 이 녀석도 진짜 정상이 아니라니까.


“중국은?”


[비슷합니다. 온갖 무시와 조롱,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죠. 그쪽도 재미있는데 보여드릴까요?]


“됐고. 한국 반응은?”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이 심합니다만, 곧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로 여론을 조성하며 반발한 사람들은 정부에서 증거물을 공개한다며 강경하게 나가자 꼬리를 말고 있습니다. 자기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거죠.]


부끄럽겠지. 부끄럽고 피해자한테 죄스러워하는 게 마땅하고. 그런데 반발이라니.


“한심하기는.”


자기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우기는 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저런다면 그 가족들까지 모조리 치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보다 범죄가 이리 다양할 줄이야.”


생각할 수 있는 머리로 기껏 범죄 거리만 찾아다니는 건가. 그러라고 달린 머리가 아닐 텐데 범죄의 종류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아니 단순히 다양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리라. 사기나 폭력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기괴하고 변태스럽고 역겨운 것들도 많았던 탓이다.


“그것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고통을 줬어야 했는데.”


단순히 소멸만 시키기에는 그 죄질이 최악이었다. 가시지 않는 분노와 아쉬움에 혀를 찬 우진이 물었다.


“북한은 어때?”


[북한 지도자도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어차피 정신조종 때문에 지하 벙커에서 꼼짝도 못 하는 터라 현재는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희망 회로를 열심히 돌리는 중인가 보네. 그래 봐야 얼마 안 남았겠지만.


[그보다 일이나 하시죠? 언제까지 놀 겁니까?]


“한 시간도 안 됐거든?”


[오래 쉬웠네요. 부지런히 움직이세요.]


고작 한 시간이 오래냐. 아이고, 내 팔자야.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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