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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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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7.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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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0,011

작성
19.08.1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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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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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반격

DUMMY

“과연. 능력은 아직 미숙하지만 보스가 가까이에 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요, 누님.”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가름이 턱에 손을 댄 채 중얼거렸다.


“부하들을 피신시키고 홀로 나설 줄이야, 이쁘장한 아가씨인줄 알았는데 꽤 가능성을 보여줬잖아.”

“보스는 전부 그런 것까지 이미 생각해 두신거야. 가름. 우리보다 몇 수는 앞을 내다보신 거겠지.”


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이나가 가지고 있는 결의는 진짜배기야. 대전의 규모만 달랐을 뿐이지, 걸어온 과거는 똑같아. 우리의 숙원을 같이 이룰 동료로서 전혀 부족하지 않아.”

“같은 아픔을 겪은 자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다, 라는 건가... 하지만 무른 부분은 누님도 충분히 알잖습니까? 꼭 옛날의 누구를 보는 거 같더라고.”

“...”


린이 입을 다문걸 보고 가름은 어두운 머리칼을 대충 넘겼다. 린의 푸른 머리와 대조되는 흑갈색 머리다.


“이번 생은 보스도 만났겠다, 기왕 목표로 잡는 거... 살아남은 신이란 신은 모조리 죽여 버리죠, 누님.”

“당연한 소리. 그보다...”


린은 화제를 돌렸다.


“마법진은 제대로 써둔 거 맞지? 이 정도 규모의 술식, 계산이 잘못되면 너 하나의 목으론 안 끝날지도 몰라.”

“무슨 무서운 소리를 하는 거야, 누님! 제대로 짜놨으니까 걱정 마셔. 이 정도로 많은 인간들이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가름은 배고픈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우리 보스도 참 스케일이 크단 말이야.”




“마왕님. 카니앗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적장을 생포했다고 합니다.”

“생포?”


잘못 들었나 싶어 묻자 스키잔이 고개를 숙였다.


“카니앗이 부여한 마법으로도 숨통을 끊지는 못했나 봅니다. 흡혈귀라는 건 본래 계속 죽여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명체니까요.”

“흠.”


시이나에게 지급한 것과 같은 종류의 군복을 입은 스키잔이 한쪽 손을 가슴에 대며 상체를 기울였다.


“명하신다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마족이라 한들 인간의 나라인 제국의 중추를 맡고 있는 여자, 장기적으로는 살려둬서 도움이 될게 없겠지요.”

“그 마족은 누가 보호하고 있지?”

“제가 짠 술식이 가미된 감옥에 넣어두었나이다. 하이오크들이 감시 중이긴 하지만 보초가 없더라도 그 감옥에서는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테죠.”


바람을 다루는 정령이 이 정도로 말하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포로를 죽일 것을 고민하던 나는 한참 밑에 선 스키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기왕 산채로 손에 넣었으니 충분히 즐겨야하지 않겠나. 듣자하니 그 바르포르도라는 여자는 바실루스 황제와도 연이 깊다더군. 일단 살려두도록 해. 하지만 우리에게 거스른 게 뭘 의미하는 건지 교훈은 톡톡히 보여주도록.”

“예, 마왕님.”


나는 오랜 시간 앉아있던 왕좌에서 일어났다.


이 전쟁에서 이루고자 했던 건 전부 시행했다. 현대무기가 마법의 세계에서도 충분한 효과가 있는 병기라는 걸 재확인 했으며, 시이나 렌을 내 부하들에게 인정받게 했고, 알트레아 왕국을 제국의 침공이라는 명목으로 약화시켰다.


그러니 지금부터 하는 건 케이크 위에 딸기를 얹는 보너스라고 봐도 좋겠지.


“슬슬 시간이 됐군.”

“예,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밖에 집결해있습니다.”


내가 계단을 내려가자 자연히 무릎을 꿇으려는 스키잔을 시선으로 만류. 전이 마법진이 우리를 휩쌌다. 순식간에 바뀐 풍경을 보는 것도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다.


광맥지대 밖에 나오니 나를 바라보는 수천 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내 몸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관찰하는 마왕군의 병사들이 있다. 종족도, 눈빛도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어느 종류의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병사들 옆에 있던 린이 내가 전이해온 것을 보고 푸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보스. 카니앗은 시이나를 데리고 왕도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비행 마법을 발동. 하늘로 솟아올랐다.


전언 마법으로 모두에게 내 말이 들리게 하고, 입을 연다.


“보아라. 저 인간의 군세를.”


내 말에 병사들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왕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아라, 저 만행을.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배신과 온갖 술수로 영혼을 더럽히면서도 끝끝내 올바른 것의 파괴를 불러오는 저들은 같은 짓을 이전부터, 태초의 아주 오래된 역사부터 반복해왔다. 같은 종족 끼리도 파벌을 나누어 싸워왔고, 이득이라고 생각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얼굴을 바꾸고 힘을 합쳐 우리들ㅡ마족을 짓밟아왔다.”


땅에 선 자들이 이를 간다. 뜨거운 분노가 내가 있는 곳까지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만행은 누군가가 억지로 끝내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는다. 너희들은 알아야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마족인 너희들이라면 절대로 모르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영원한 상처를 입은 너희라면 더더욱. 허나 직접 끝내기 위해선 인간의 영악함을 베낄 필요가 있다. 강대한 적이 언제라도 나타날 것을 상정하고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정면으로 인간에게 맞설 것이 아니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야금야금 그들의 세력을 갉아먹어야 한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왕국이 불타고 있는 쪽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성 하나를 쉽게 덮을 정도의 크기인 마법진은 단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같은 것이 왕국을 뒤덮는 형태로 세 개 출현. 뛰어난 시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도 그건 볼 수 있었다.


내가 팔을 크게 펼치자 코트가 펄럭였다.


“보아라! 인간의 나라쯤은 이미 내 손에 이미 들어왔다. 왕국과 제국이 서로 죽여 댄 끝에, 저곳에는 제국의 병사, 30만이 있을 뿐이다. 이건 마왕군이 펼치는 첫 번째 묵직한 반격이자 이 세상ㅡ 인간들을 위한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다.”


나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린과 가름이 미리 사전준비를 해두었다고는 해도 내 독자적인 술식에 들어가는 건 오로지 나만의 마력이다. 왕국의 상공의 마나를 마지막 한 조각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마법진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이 마법이 한 국가를 전부 덮을 정도의 범위로 쓰인 일은 역사책을 뒤져봐도 없다고 카니앗은 말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건 나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도열한 마족들도 낌새를 느꼈는지 털을 곤두세우고 긴장하며 내가 쓸 대단한 마법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제군.”


핀 손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마법을 발동. 나는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격의 시작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거대한 마법진이 국가를 뒤덮은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운좋게 아직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엇이 일어날까 두려워하지만 제국군에게 살해당할까봐 섣불리 도망치지도 못한다.


정작 그 제국군도 장군 하나를 잃고 당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천하의 바르포르도가 당했습니다, 총사령관님! 빨리 퇴각해야 합니다!”


퓨르네이 중령이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진언했다. 그의 의견은 지금 작전회의에 참석한 참모장교 대부분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계급을 막론하고 찬성한다는 눈빛을 보내오는 것은 이번 왕국 침공 작전이 어딘가 매우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나 최고 결정권자인 백발의 장군은 근엄한 표정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제국군에게 후퇴란 없다. 그 암캐를 잃었다고 해서 호들갑떨지 마라.”

“그게 아닙니다...! 이건 함정입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왕국군이 바르포르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보고에 의하면 왕국은 신무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심하고 전진하는 것을 노리는 게 뻔합니다!”

“꼴사납군, 중령. 그러고도 제국의 군인을 자칭하나!”


도리어 야단맞은 퓨르네이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딱히 저 노인이 고집불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수많은 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군인이다. 이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감이 떨어졌기 때문이겠지.


장시간 이어지던 회의가 잠시 중단되고, 담배라도 하나 태우러 천막을 나온 퓨르네이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보다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입에 문 담배가 떨어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마법진이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다. 왕국의 상공에서.


저 정도의 것이 출현했는데 보고를 아직 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 저렇게 불길한 것이 머리 위에서 발광하고 있는데 모른척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퓨르네이는 지나가던 통신병 하나를 붙잡아 바로 선봉 부대에 연락을 넣었다. 그쪽에서도 마법진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위치가 달랐다. 북쪽에 떠오른 하나가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국경에 남겨두고 온 부대에 연락하니 이번엔 남서쪽에 마법진이 보인다고 한다.


출현한 마법진은 총 세 개.


당장 작전실로 돌아가 지도 위에 점을 찍어보던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북에 하나. 남동쪽에 하나. 나머지 하나는 남서쪽. 왕국 전체를 뒤덮는 식으로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


“이건 마치 하나의 의식... 설마,”


퓨르네이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중령님!”


천막 안으로 들이닥친 전령이 헥헥대며 입을 열었다.


“마도소대로부터의 보고입니다. 하늘의 마법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뭐... 라고?”


퓨르네이도 마도병 출신이다. 한번 전개된 마법진이 움직이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잘못 본 게 아닌가?”

“아닙니다, 마법진은 확실히 중앙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보고가 다른 마법진을 관측한 부대에게서도 똑같이 들어왔습니다.”


퓨르네이는 지도로 시선을 내렸다. 그들을 가두는 형태인 거대한 삼각형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안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되지?”


공포로 떨리는 퓨르네이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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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임무 실패 +1 20.01.23 299 9 9쪽
103 용의 이상향 +1 20.01.19 301 11 10쪽
102 꽃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1 20.01.16 297 8 12쪽
101 어쩔 수 없는 희생 +1 20.01.12 304 10 10쪽
10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1 20.01.09 304 8 9쪽
99 적발 +1 20.01.05 292 9 9쪽
98 잠입 +1 19.12.29 310 9 11쪽
97 간부 회의 +3 19.12.26 327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16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03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15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0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45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35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0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87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42 9 10쪽
87 난투 +2 19.11.21 33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2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39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4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50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4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80 11 11쪽
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85 11 11쪽
79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19.10.24 392 13 10쪽
78 바르포르도 +1 19.10.20 389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06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82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16 12 11쪽
74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2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1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36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68 11 11쪽
70 서로의 요구 +2 19.09.22 453 13 11쪽
69 대화의 시작 +1 19.09.19 450 12 10쪽
68 해제 +1 19.09.15 446 12 7쪽
67 장로회의 +1 19.09.12 467 10 9쪽
66 항구도시 프냐르 +1 19.09.09 483 11 11쪽
65 짧은 여정의 출발 +1 19.09.08 511 11 9쪽
64 하이엘프 +1 19.09.04 553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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