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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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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471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20.02.09 00:31
조회
302
추천
8
글자
9쪽

피바람

DUMMY

“오옷? 그게 네 무기구나?”

“류셀?”


내 눈에 떠오른 것을 본 시이나는 뭘 알아차린 건지 로그를 감싸는 것처럼 앞으로 나섰다.


“그만두자? 여기서 싸움을 벌여봤자 아무 도움도 안 돼!”

시이나의 만류에도 나는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뭘. 나는 걸어온 싸움에 답해줄 뿐이다. 격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는 언제까지고 덤벼오니 말이지.”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이나와 이스를 휘감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시이나가 뭐라 하기도 전에 둘은 안전한 장소로 전이되었다.


현자의 거처 앞이니 여기에서 벌이는 싸움이 거기까지 닿지는 않겠지. 이걸로 신경 쓰지 않고 싸울 수 있다.


현자가 뭐라 했든 이제는 상관없다.


상대는 준비만전의 용. 나도 공격수단을 아끼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내 그림자가 돌연 꿈틀거리더니 늑대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온다.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내 사역마의 공통점은 항상 굶주려있다는 것이다. 용의 살점을 탐할 수 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이겠지.


입을 벌려 끝없는 공백을 보이는 늑대들은 허가를 청하듯 나를 열렬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 기대를 저버릴 생각은 없었다.


“사양할 것 없다. 뜯어 죽여라.”


기쁘게 명령을 받드는 늑대들은 일제히 날렵하게 뛰어 먹잇감의 목덜미를 노렸다.


“흡!”


로그가 땅을 차자 안 그래도 박살났던 지면이 뒤틀리며 솟아올랐다. 늑대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흙의 기둥을 타고 달린다.


“이얍! 핫!”


로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늑대들의 기세에 주눅 들지 않고 펀치나 발차기 따위로 한 마리씩 날려버린다.


김빠지는 기합이었지만 위력 하나는 최상급인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 견디지 못한 늑대들이 형태를 잃고 검은 마나로 돌아가는 사이, 나는 이미 로그의 앞에 전이해있었다.


쉐도우 울프로 해결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것들은 단지 양동일 뿐이다.


“그 검은 왠지 위험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내가 휘두른 검은 도신을 피해 로그가 위로 높이 뛰어오른다.


“마치 그때와 같군.”


이스와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나는 검지를 들어 로그를 가리켰다.


“버스트.”


일직선으로 솟아 나간 흑의 광선을 간발의 차로 피한 로그가 신이 나서 소리쳐댔다.


“저기! 너 정말 인간 맞아? 이건 거의 용ㅅㅡ”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를 끝내게 두지는 않는다.


“풀캐스트ㅡ버스트.”


이번엔 내 머리 위에 수많은 검은 구체들이 생겨났다.


석양을 가릴 정도로 숫자를 불린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로그가 긴장된 얼굴을 한다.


검은 구슬의 형태로 맴돌고 있던 그것들은 각자 순식간에 뻗어 나가, 무수한 파괴마법의 탄막을 형성했다.


경로의 모든 걸 파괴하고 태워버리는 마법은 직선으로 나가지도 않고, 어지러운 곡선을 그리며 타깃을 쫓았다.


“어라ㅡ”


예상치 못한 패턴에 잠시 당황했음에도 로그는 금세 곡예에 가까운 동작을 보이며 탄막을 피했다. 공중에서의 회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유연성이다.


하지만 단 하나, 어린 용이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이미 피한 광선이 다시 각도를 180도 바꿔 자신에게 사출되는 걸 보고 순간 로그의 눈이 커졌다.


파파바바바바바방!


바로 이 마법은 대상을 맞추기 전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개도 없이 잘 회피하나 싶더니 결국 전탄 명중이다.


저건 내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버스트의 상위 버전으로, 실제로 써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역시 실패는 없었다. 저렇게까지 빨리 움직이는 상대가 아니면 쓸 필요가 없는 마법이다.


폭발이 불러일으킨 흙먼지에 가려진 로그의 모습은 곧 드러났다. 내 기대와 달리 치즈처럼 구멍이 송송 뚫리지도, 상반신이 날아가지도 않았다.


“아파라~ 이 마법 도대체 위력이 왜 이렇게 센 거야?”


로그의 몸을 감고 있던 금색 문자의 열이 천천히 흩어져 없어지고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종류의 마법. 분명 고대마법인 거겠지.


제때 방어막을 펼친 로그였지만 피해를 전부 막아내기엔 무리였는지 몸 이곳 저곳에 그을린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풀캐스트ㅡ버스트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저 정도라니. 역시 허투루 최상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라드레이드를 찾은 건 정답이었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놈들이 중립을 유지하게 내버려 두는 건 지나치게 위험하다.


“으, 따끔따끔해. 그런 너한테는... 이거다!”


불평을 담은 로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브레스를 내뿜었다.


이 들판 전부를 태워버릴 정도의 크기였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피하는 대신 검을 바로 쥐었다.


상급 방어마법의 준비도, 회피동작도 보이지 않는 나를 보고 로그가 브레스를 뿜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네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슁!


작열하는 화염을 뚫고 내 참격이 날았다. 이번엔 확실하게 살을 베는 느낌이 들었다.


로그는 자신의 브레스에 시야가 막혀 검을 휘두르는 내 움직임을 보지 못한 것이다.


브레스를 막기 위해 내가 방어마법을 쓴 뒤의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겠지만 보기좋게 역으로 이용당했다.


“어, 으읏. 위험한데?”


주르륵. 상당한 양의 피가 흩뿌려졌다.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은 로그의 왼팔에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목을 노렸을 터지만 재주 좋게 피했나.


로그의 청록색 눈이 빛나나 싶더니 내 몸에 직접 불길이 솟았다. 접촉할 필요도 없이 대상을 직접 태워버리는 발화 마법이다.


본래라면 이미 방어마법을 발동 중이 아니라면 피할 수단도 없는, 화염 계통 마법의 정상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최고 난도의 마법.


나는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을, 손을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지워버렸다.


“거짓말. 어째서?”

“어째서고 자시고, 태우지 못하는 불은 쉽게 꺼지기 마련이다.”


내 몸에 직접 닿지도 못하는 불길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 세계의 간섭 자체를 차단하는 내 고유스킬이 아니었다면 꽤 성가신 마법이었겠지만 안타깝게 되었군.


“그럼...!”


로그가 뒤로 크게 뛰며 재빨리 다른 수단을 준비하려 하지만 다음은 없다.


“속박해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금색 밧줄이 여러 개 생겨나, 로그의 몸을 포박하려 달려든다. 부상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진 로그가 피해낼 수 없다.


그걸 본인도 깨달았는지, 로그는 도망치기보다 오히려 내게 달려드는 선택을 했다.


화염 마법으로 강화된 발차기가 날아든다.


이번에도 노리는 건 내 목이지만 로그의 발은 내 목과 닿는 순간, 마치 누군가 강제로 멈춘 것처럼 힘을 잃었다. 내가 온몸에 두른 이전 세계의 공기에 무효화된 것이다.


로그는 실패한 공격에 낙담하지 않고 몸을 빙글 돌려 다른 발로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허리를 숙여 그걸 피한 나는 일시적으로 고유스킬을 해제. 있는 힘껏 로그의 복부에 주먹을 먹였다.


몸이 꺾인 채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로그의 몸은 곧 금색 밧줄에 구속되었다.


“이ㅡ이게!”


허벅지를, 어깨를, 허리를, 목을 묶은 밧줄은 로그가 아무리 힘을 줘도 풀리기는 거녕 더 조여들 뿐이었다.


“하아. 이건 내 패배네~”


사지를 묶인 채 아직도 태평하게 중얼거리는 로그를 향해 나는 천천히 걸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한 거 아니야? 그래도 한방은 먹여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랄까?”


술래잡기에서 진 어린아이 마냥 로그는 명랑한 얼굴이었다.


“내 패배! 그러니까 이거 좀 풀어줘? 생각보다 조여서 아프단 말야.”

“너, 어딘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로그의 이마에 검지를 대며 말했다.


“엥?”

“싸움이라는 건 말이지. 기본적으로 다른 한쪽이 죽기 전엔 끝나지 않는 거야.”


검지에 마나가 모여드는 걸 감지했는지 로그의 안색이 변했다.


“잠깐만! 설마 나 이대로 죽는 거야?”


죽기 직전이라고 하는데도 태평한 녀석이다.


나는 대답 없이 버스트를 발동ㅡ


“무슨 짓이냐.”


내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막힌 창의 주인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무슨 짓이고 자시고... 로그한테 뭘 하려는 거냐?!”

“앗!”


흰 창을 들고 난입해온 남자를 보고 로그가 반갑게 소리쳤다.


“오빠!”


죽일 듯이 날 노려보는 건 회색 머리의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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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용족 소녀 +1 20.02.02 322 9 11쪽
105 현자 +1 20.01.31 282 12 8쪽
104 임무 실패 +1 20.01.23 297 9 9쪽
103 용의 이상향 +1 20.01.19 300 11 10쪽
102 꽃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1 20.01.16 296 8 12쪽
101 어쩔 수 없는 희생 +1 20.01.12 303 10 10쪽
10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1 20.01.09 303 8 9쪽
99 적발 +1 20.01.05 292 9 9쪽
98 잠입 +1 19.12.29 310 9 11쪽
97 간부 회의 +3 19.12.26 325 8 10쪽
96 침공 준비 +1 19.12.22 315 10 9쪽
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03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14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0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4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35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0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86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42 9 10쪽
87 난투 +2 19.11.21 33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2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39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4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48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4 10 10쪽
81 마력 증강 +1 19.10.31 379 11 11쪽
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84 11 11쪽
79 돌이킬 수 없는 선택 +2 19.10.24 391 13 10쪽
78 바르포르도 +1 19.10.20 388 13 10쪽
77 승전국의 대위 +1 19.10.17 406 10 10쪽
76 자격의 증명 +1 19.10.13 481 11 10쪽
75 세계수 +1 19.10.10 416 12 11쪽
74 에델가르드 토벌 +1 19.10.06 411 12 11쪽
73 빙결의 마수 +1 19.10.03 410 11 11쪽
72 설원 +1 19.09.29 436 11 11쪽
71 류아 +2 19.09.26 46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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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대화의 시작 +1 19.09.19 449 12 10쪽
68 해제 +1 19.09.15 446 12 7쪽
67 장로회의 +1 19.09.12 467 10 9쪽
66 항구도시 프냐르 +1 19.09.09 482 11 11쪽
65 짧은 여정의 출발 +1 19.09.08 510 11 9쪽
64 하이엘프 +1 19.09.04 553 12 9쪽
63 사전 준비 +3 19.09.01 542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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