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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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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13,963

작성
19.12.26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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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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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간부 회의

DUMMY

“머리가 어질어질해...”


빛을 잃고 희미해지는 마법진에서 걸어 나오다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면한 시이나가 비틀거렸다. 평소보다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걸 본 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이나씨,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요? 저는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이스가 너무 적응이 빠른 거라고... 읏.”


다시 마법진이 지면에서 떠오르자 시이나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반쯤 애원하다시피 내게 말을 걸었다.


“류셀, 좀 쉬었다가 가면 안 될까? 벌써 백번은 전이했잖아.”

“그렇게 말해도 아직 라드레이드까지는 멀었다.”

“얼마나 더 가야되는데?”

“음.”


나는 지도를 꺼내 우리의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했다. 제대로 분간할 수 있는 마을이나 도시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 근처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널렸기 때문에 지형적인 특징으로 구분해야 했다.


“계속 전이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30분은 더 가야겠지.”

“아직도?!”


전이마법의 단점은 이미 가보지 못한 장소로는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시야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전이하지 못한다.


결국 긴 거리를 가야되면 시야가 닿는 곳으로의 전이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구를 기준으로 보통 인간이 볼 수 있는 거리는 3마일. 나는 탐지마법의 보조가 있는 덕분에 무리없이 20마일 바깥도 볼 수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물론 그걸 감안해도 최종 목적지인 라드레이드까지는 300번의 전이마법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마력도 고갈됐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게 최선이다. 비행마법보다도 훨씬 빠르니까.”

“평범하게 마차로 이동할 수는 없는 거야?”

“라드레이드는 대륙의 최남단에 있지. 마차를 썼다간 거의 두 달이 걸릴 거다.”

“으...”


시이나는 계속되는 전이마법에 이골이 난 모양이었다. 마법 적성은 전무하지만 정작 마법 자체에는 민감한 웨어울프인만큼 멀미가 심하겠지.


아마 나들이에 찬성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눈앞이 휙휙 바뀌어대니까 속이 메스꺼울 지경이야...”

“조금만 더 참아라. 전이는 10초 간격으로 쓰고 있으니까 30분보다 더 걸리지는 않을 테니.”


나는 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전이마법을 발동했다.


“10초 마다 쓰니까 어지러운 거라고...”


시이나가 작게 중얼거린 불평이 들린것 같았다.




특이사항이 없는 이상 매주 열리는 마왕군의 정기회의. 각양각색의 마족들이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ㅡ그리고 마왕님은 순조롭게 라드레이드로 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은 침공 일정에 맞춰서 돌아오시지 못할 경우에도 사전에 협의한대로 진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의장 역할의 스키잔은 말을 마치고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자들에게 눈길을 한번씩 주었다.


마왕 보좌 및 첩보부 부장, 펜리르ㅡ린.

군무부 총사령관 권한대행, 헬하운드ㅡ가름.

보병단 지휘부 총괄, 하이오크ㅡ류라이스 엘로이.

마도궁병단 단장, 다크엘프ㅡ카니앗 이그ㆍ시피아.

특수 파견 대사, 하이엘프ㅡ레야.

마법연구원 원장, 엘드리치ㅡ피아넬 비 코르니아스.

군수지원부 부장, 바실리스크ㅡ류드라이.

연구부 일등공학자, 드워프ㅡ키루아 덴트.


전쟁을 앞둔만큼 평시에는 정기회의에 불리지 않는 자들도 참석해있었다. 신무기 개발에 관련해서 불린 키루아가 좋은 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 침공은 신ㆍ마왕군이 처음으로 보이는 대외적 군사행동. 겉으로는 왕국과 제국의 충돌로 포장한다지만 보는 눈이 있는 만큼 절대 실수가 있으면 안 됩니다. 그를 위해 여태껏 훈련해 온 것이니까요.”


가지각색의 마족들을 받아들여 편제를 도입하고 각 부서들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스키잔은 자발적으로 그 작업을 거의 혼자서 떠맡았던 것이다.


군의 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아는 스키잔의 입장에서는 뿌듯함보다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고작 인간의 나라 하나를 점령하는데 너무 호들갑이군.”


스키잔의 당부가 끝나자마자 보병단 지휘부 총괄, 류라이스 엘로이는 코에서 김을 뿜으며 말했다.


“제국 놈들은 우리를 막을 능력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다.”


그 말은 허세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인간의 몸 따위는 한손으로 가볍게 부러뜨릴 수 있는 하이오크인 류라이스가 그리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마족의 우월한 신체능력을 제하고도 마왕군의 대부분은 중갑을 손쉽게 뚫는 총기로 무장해있다. 그에 대항할 수단이 없는 제국군이 제대로 된 반격을 가할 거라고는 도무지 상정할 수 없었다.


“자신감이 있는 건 좋지만 너무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류라이스. 보스도 말씀하셨잖아? 언제나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가름이 타이르듯 말하자 류라이스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가름 님은 인간들이 숨겨놓은 병기라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간단히 계산해도 놈들의 수도를 무너뜨리는데는 닷새도 걸리지 않는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적어도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괴물이 하나는 있으니까.”

“붉은 계집을 말씀하시는 거로군.”


마왕군 간부들은 전부 붉은 유령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받았다. 마왕과 결투를 벌이고도 살아남아 도망치고, 전력을 내진 않았다고는 하나 헬하운드를 고전하게 만든 용사 후보.


“그 계집은 군을 상대로도 유효한 전력이라고 보시나?”

“글쎄. 광역 공격을 쓰는 건 못 봤지만 그 년은 성가신 능력을 갖고 있으니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저번에 죽여 뒀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ㅡ”

“가름. 우리는 그 건에 대해 이야기하러 모인 건 아니야.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만 전하면 돼.”


길게 이어지려는 가름의 말을, 린이 끊었다.


“스키잔 씨의 말에 조금 덧붙이겠습니다. 지휘관의 독단행위는 절대 금지. 여러분은 사전에 정해놓은 침공 수순에 대한 지침서대로만 움직인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펜리르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평소라면 없었을 테지만 오늘은 조금 유별난 참석자가 있었다.


“근데 말임다. 자만하지 말라는 건 알겠는데 역시 어떻게 봐도 우리가 이길게 뻔하지 않슴까?”


몇 번을 주의 받은 끝에 군복 상의를 대충 걸친 키루아가 흘리듯 말했다.

“제 새로운 장난감으로는 눈깜짝할 사이에 인간 병사들을 싹 쓸어버리는 게 가능한 검다. 오크 아저씨가 자신만만한 것도 그럴만하다고 봄다.”


키루아의 말에 모두 회의실 한 쪽에 놓인 총기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잔뜩 뒹굴고 있는 작은 알갱이들은 앞서 있었던 키루아의 신무기 시연의 흔적이다.


“개틀링건, 이라고 했죠. 확실히 대단히 개량된 무기이긴 하지만 당장 침공개시일까지 대량으로 생산하기는 어렵습니다. 소급 배치로도 큰 전력이 되긴 하겠지만 모든 전선에 공급할 수는 없는만큼 너무 기댈수는 없어요.”

“큿, 전혀 반박할 수 없는 검다... 그래도 훌륭한 데뷔무대가 될 검다...”


키루아는 졌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면서도 작게 중얼거렸다.


“잠시, 발언해도 괜찮을지.”

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틈을 타 피아넬 비 코르니아스가 손을 들었다. 뼈다귀만 남은 앙상한 손가락에는 형형색색의 반지들이 끼워져 있었다.


여러 목소리가 뒤섞인 것 같은 그의 목소리는 그가 뒤집어쓴 후드 밑에서 나왔고, 그 사이를 들여다본다 한들 깊은 어둠만이 일렁일 뿐이다. 엘드리치라는 존재는 그렇게 지상의 생명체와는 동 떨어져 있었다.


“이그ㆍ시피아 공은 세계수에 담긴 엘프의 유산으로 마력을 대폭 증강시켰다고 들었소. 그렇다면 휘하 마도궁병단의 다크엘프들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봐도?”


그 질문은 마법연구원장으로서는 합당한 호기심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마왕군에서도 유독 뛰어난 마법의 재능을 인정받아 원장 자리에 오른 피아넬은 엘드리치, 즉 강한 욕구가 마나와 융합되어 아주 드물게 이성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한 케이스다.


엄밀히 따지면 살아있다고 할 수도 없는 그의 육신을 구성하는 욕구는 바로 마에 대한 학구심이었다.


“세계수를 사용한 마력 증강은 아직입니다. 위험성이 따르기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야 쪽을 슬쩍 쳐다본 카니앗이 대답했다.


“흐음, 씨앗의 샘플을 살펴보고 싶은데... 이쪽으로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아쉽지만 세계수는 저희 하이엘프의 섬을 지탱하는 코어라서요, 코르니아스.”


이번엔 레야가 직접 입을 열었다.


“직접 찾아오신다면 충분히 볼 기회가 있을 테지요. 조만간 섬을 방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호오. 그것 또한 혜안이로군.”

“자자, 여러분.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스키잔이 테이블을 탁탁치며 다시 주의를 환기시켰다.


“류드라이 군수부 부장은 각 부대로의 물자 공급이 차질이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체계적인 군수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확...인...했다.”


큰 뱀의 형상을 한 마족이 쉬익거리며 답변했다.


“이건 지시사항에는 없었지만 제 재량으로 강조하겠습니다만.”


스키잔은 유독 류라이스를 강하게 쳐다보았다.


“저희들은 부족 단위로 이루어진 군대가 아닙니다. 다른 마족에 밀리지 않겠다고 괜히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일을 그르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류라이스를 포함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 스키잔은 작게 한숨을 내었다.


“오늘 회의의 안건은 그걸로 전부인가요?”

“아니, 아직 남은 게 하나ㅡ”


린의 질문에 스키잔이 고개를 저었다.


“마왕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특수 안건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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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어딘가 수상한 나들이 계획 +1 19.12.18 303 8 9쪽
94 위화감 +1 19.12.14 314 12 11쪽
93 천재 드워프 소녀 +1 19.12.11 330 7 11쪽
92 천벽인광 +1 19.12.08 344 8 11쪽
91 섬광의 리우 에스타 +1 19.12.05 335 9 12쪽
90 첫 번째 마무리 +1 19.12.01 330 10 10쪽
89 뜻밖의 개입 +2 19.11.28 386 10 11쪽
88 인간 대 지옥개 +1 19.11.24 341 9 10쪽
87 난투 +2 19.11.21 332 10 9쪽
86 임박하는 갈등 +1 19.11.17 342 11 10쪽
85 왕국의 사절 +1 19.11.14 339 9 12쪽
84 천천히 흘러가는 밤 +1 19.11.10 334 10 10쪽
83 사소한 충돌 +2 19.11.07 347 11 11쪽
82 엘프와 술 +1 19.11.03 38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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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포로의 결정 +1 19.10.27 38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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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바르포르도 +1 19.10.20 38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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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장로회의 +1 19.09.12 467 10 9쪽
66 항구도시 프냐르 +1 19.09.09 482 11 11쪽
65 짧은 여정의 출발 +1 19.09.08 510 11 9쪽
64 하이엘프 +1 19.09.04 553 12 9쪽
63 사전 준비 +3 19.09.01 542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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