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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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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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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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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DUMMY

올해 60세인 어츠 호드람은 태어난 이래로 한번도 제때에 식사를 걸러본 일이 없었으며, 그걸 증명할만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200킬로에 달하는 그에게 식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그는 하루 9시간을 식사시간으로 잡아두었다.


그는 서른 아홉,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로에 오른 이후로 자신의 식사 메뉴는 매일 바뀌어야 한다는, 제정신이 아닌 농담을 신의 이름으로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의 충직한 백 명의 요리사는 무려 5000가지의 메뉴를 선보였으나, 5년만에 가능한 메뉴의 한계에 다다랐다. 요리장은 어쩔 수 없이 5년전에 내보였던 파슬리 기반의 향신료로 찐 고래고기를 다시 한 번 내보였다.


"이 놈, 이건 전에 먹어봤던 것이 아니냐! 매일 바꾸라고 말했던 걸 잊기라도 했느냐! 저 놈을 즉시 처형해라! 신의 뜻으로!"


요리장은 벌벌 떨며 신의 자비를 구했으나 호드람은 단호했다.


"나의 말을 거스르는 것은 신에게 대항하는 것이다. 어찌 용서가 있을 수 있겠는가! 신께서는 반역자는 사지를 찢어 죽이라 하셨다!"


요리 한 번 잘못 올렸다가 반역죄를 진 요리장은 이튿날 새벽 형장으로 끌려가 정말 사지가 찢어져 죽었다.


그 모습을 본 젊은 요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불쌍한 요리장의 시체를 수거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누구보다도 요리에 재능이 있던 그 젊은이는 요리장의 시체로 먹음직스런 요리를 만든 다음 독약을 섞어 저녁식사로 내놓았다.


"이건 무슨 요리냐?"


"늑대의 간으로 만든 요리입니다. 좋은 재료가 들어와서, 장로님께 바치려고 합니다."


장로는 즐거운 듯 포크와 나이프를 든 다음 큼직하게 고기덩어리를 썰어서 그 젊은 요리사에게 내밀었다.


"네가 먼저 먹어보거라."


"예?"


"이건 사람 고기의 냄새다. 거기에 희미하게 독의 향기도 난다. 아니라면 네 놈이 먹어봐라."


젊은 요리사가 당황하는 사이에 병사들은 요리사의 팔을 잡고 억지로 입을 벌렸다. 너무 심하게 입을 벌려서 턱이 빠져버렸지만 호드람은 그 모습이 마냥 즐거운 듯 낄낄 거렸다.


"좋아, 내가 친히 네 놈에게 네 놈이 만든 요리를 먹여주마."


그는 고기덩이를 들고 벌어진 입에 마구 쑤셔박았다. 젊은 요리사가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그는 억지로 음식을 집어넣었다. 그 시체는 본보기를 위해 하이데바라드 시청 앞 광장 깃대에 거꾸로 매달았다.


"신에게 대항하지 마라, 신을 의심하지 마라. 너희가 살 방법은 그것 뿐이다."


장로는 유쾌하게 웃으며 비대한 목을 흔들어댔다.




사흘 전, 신을 서른 번쯤 찾아가며 겨우겨우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가탄씨에게 우리는 각자 한마디씩 의견을 말했다.


'미식가네요~ 5000가지의 메뉴라니 좋겠다~'


'후각이 인간의 범주가 아니에요. 혹시 개의 유전자라도 합친 걸까요?'


'요리방송에 나가야 할 놈이 장로하느라 고생이 많군.'


정말 통일성이 넘치는 의견들이라서 나는 요약하여 우리의 의견을 전하기로 했다.


"... 정말 잔혹한 녀석이군요. 그런 놈을 살려둘 수는 없습니다."


가탄씨는 내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연신 굽혀댔다. 신성모독을 하고 싶은데 신성모독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 사람의 세뇌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도대체 종교란게 뭐길래 저런 미친 짓이 가능한거지?


'티프소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 과학이 발달할 수록 종교란 건 의미가 없어지거든. 신비는 모를 때만 신비한거다. 신비를 해명하는 것이 종교이고, 신비가 없어지면 남는 건 과학뿐이야.'


아마데오는 잘난 척하며 말한다. 하지만 테르센트에는 종교가 제대로 있잖아. 심지어 상당히 일반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테르센트의 종교는 티프소인인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애초에 우린 이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대부분 실패했으니까.'


대부분이라면 성공한 게 있다는 건가?


'없진 않지. 그 성공의 예가 바로 네 놈이잖아.'


음. 그러고보니 영혼으로 뭔가 어떻게 했다고 했었지.


지난 주 쯤에 페티마씨가 날잡고 두 시간 가량 설명을 해주기로 했지만 시작한지 10분만에 내 집중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그러니까 난 나에게 실험한 것의 내용을 전혀 모르겠다.


왜 영혼 실험을 하는데 물리와 화학에 대해 배워야 하는 거지?


'다 관계가 있으니까요. 비슷한 메카니즘이니 예를 들어 설명하려면 그쪽이 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페티마씨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하지만 난 물리고 화학이고 아무것도 몰라. 기억상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을 정도로...


'그런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텐데요.'


페티마씨가 입을 삐죽거리며 핀잔을 주었다. 보이진 않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목소리다.


"여기 밑이에요, 카르멘"


피델이 높다란 나무 위에서 멈춰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자 말해주었다. 나와 아이들은 근처 나뭇가지를 잡고 각자 위치를 잡았다.


"이제부터는 소리내면 안 돼. 모두, 조심해서 내려가자. 목표는 어츠 호드람 장로 뿐이야. 그를 죽이면 안돼. 산 체로 잡아와야 하는 걸 잊지마."


"... 어츠... 호드람?"


"누구인데?"


아이들이 각자 묻는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나도 본 적은 없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지.


"제일 뚱뚱한 사람."


아이들은 아, 라고 짧은 감탄사를 날리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뭇가지와 이파리 아래에는 하이데바라드시가 펼쳐져있다. 대낮같이 밝게 불이 켜져있는데, 화톳불이 한두개가 아닌 데다가 경비병이 전보다 훨씬 늘어난 걸로 보아,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다.


달빛조차 닿지 않는 운해아래의 도시는 엄청나게 컸다. 전에 잠깐 들렀을 때는 미처 몰랐지만, 이 광경은 꽤 아름답다.


'정글의 보석이라고 불리우는 도시에요~'


카르멘의 말을 듣고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보석과 거리가 멀지만 말이야.


'적장의 위치를 찾아봐라, 애송아. 아마 그 어츠 호드람이란 놈은 도망치지 않았을 거다.'


난 대번 호드람의 저택을 찾을 수 있었다. 왼편에 축사, 오른쪽에는 밭이 펼쳐져 있는 화려한 저택이 저거 하나 뿐인데다가, 척 봐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요리기구가 늘어져 있으니.


그 근처에는 특히나 밝게 화톳불이 켜져있고, 삼엄하게 경비가 서 있으니 분명히 저곳이다.


몰래 들어가는 건 쉽지 않겠군. 적의 숫자를 일단 파악해야 하나? 이 동네에는 어떤 똑똑한 동물이 있을까? 저기 나무 구석에서 졸고 있는 원숭이를 깨워서 물어보면 화내려나.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없어. 지금 이 시간에도 적의 본대와 아이들은 교전 중이다. 최대한 빨리 장로를 손에 얻어서 전투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해.'


이제와서 말하긴 좀 늦었지만, 장로를 잡는다 해도 적의 군대가 전투를 그만둬줄까?


'지난 전투에서 놈들을 확인해봤지. 다 용병이야. 용병은 돈을 받고 일하는 만큼 충성심이란 단위가 저울질 된다.'


좋아, 그럼 단번에 정면돌파로군.


'네 녀석의 차례란 뜻이지.'


난 나무 위에서 몸을 날렸다. 지면까지의 거리는 30미터가 넘었지만, 나에게 그 정도는 발바닥만 징, 하고 울릴 수준이다.


내가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는 당연히 모두가 들었을 것이다. 쿵, 하는 울림이 하이데바라드시 전체에 울려퍼질 정도였다. 이제부터 남은건 오로지 돌진 뿐!


가장 먼저 달려온 녀석들은 머스킷을 어색하게 들고 있다. 죽여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


'말릭씨, 그냥 무장 해제만 시켜요! 이들은 우리와 싸울 의지가 없어요!'


'그리고 사탕을 뺏어요~!'


난 페티마씨의 말대로 달려들어 두자루의 머스킷을 동시에 빼앗아서는 그대로 주먹에 힘주어 부숴버렸다. 두 어린 병사는 덜덜 떨면서 날 올려다보고 있다. 잘 보니 우는 거 같기도 한데.


'잘 됐군. 이 녀석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라.'


'그리고 사탕을 뺏어요~!'


난 아마데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들에게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물었다.


"어츠 호드람에게서 너희를 해방시키기 위해 왔다. 호드람은 어디에 있지?"


두 병사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가락을 들어 안쪽 건물을 가리켰다.


"신의 뜻대로."


난 가탄씨의 방법대로 인사를 남기고 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 의지가 있는 병사는 몇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들의 총알이 날아오기 전에 나는 가볍게 무장해제를 시켰다.


이들의 무기는 어제 보았던 것보다 구형이다. 분명히 이들은 용병이 아니라 이 곳의 시민이다. 날 쫓아오던 아이들도 이 사람들에게는 적대적이지 않다. 아마도 살기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시민들은 우리에 대해 적의가 없다. 그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어색하게 군인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


그렇다면 문제가 없어. 난 정면에서 어중간하게 총을 겨누고 있는 시민에게 날아가 단 한번의 잽으로 총을 낚아챈 다음 그대로 구부러뜨리며, 가탄씨의 말투를 흉내냈다.


"신의 뜻대로."


기기긱, 하고 쇠가 휘는 걸 보며 그 시민은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로 날 바라본다. 난 그 이후로도 만나는 병사들에게 이 지역의 인사를 해주고 달려갔다.


'저, 그런데 이렇게 요란하게 들어가면 이미 도망치지 않았을까요?'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만약 저택의 어딘가로 피신해서 숨기라도 한다면 찾아내는데에 시간이 걸릴텐데. 아니면 죄없는 사람들을 인질을 잡고 있다든가 해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의외로 엄청난 무기로 반격을 해온다면 그것도 문제다. 어떻게 하면 좋지?


... 라는 걱정을 하며 신관의 주거지에 도착했을 때 난 정말 부질없는 염려를 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흰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사제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당당하게 높다란 의자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의자에 끼어서 일어날 수 없던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뚱뚱했다.


"감히 신의 영전을 더럽힐 생각이냐! 낙원에 너희들이 머물 장소는 없겠군!"


그는 네 겹으로 접힌 뺨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음... 더럽히면 안되는건가?


"즉시 이곳을 떠난다면 신은 너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실 것이지만,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내가 직접 신께 기도하여 너희를 저주하리라!"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엄청난 마법이라도 쓰는 건가?


"신관의 저주를 받으면 네 녀석이 죽은 후에 지옥불에 불타오를 것이다! 영원한 고통에서 괴로워할 생각이냐! 지옥의 가마솥에서 끓는 기름에 튀겨지리라!"


죽은 후까지 염려해야 하는 건가. 그것도 참 번거로운 인생이로군.


나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 그 돼지같은 놈을 의자에서 뽑아냈다.


"이, 이 놈! 내려놓지 못할까!"


피델은 내가 어깨에 지고 있는 거대한 남자가 버둥거리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야? 작전 성공?


'그런 것 같군.'


... 이래서야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엄청 각오하고 왔는데 말야. 난 한숨을 쉬고 그에게 속삭였다.


"난 신을 안 믿어서 말이야. 널 곧 죽일 생각이야. 기름을 짜낼거고, 눈은 뽑아서 구워버릴거야. 혀는 숯불에 넣기 위해 잘 오려낼 건데... 넌 죽어도 낙원에 가니 좋겠어. 그렇지?"


그는 내가 말을 하자마자 오줌을 싸고 기절해버렸다. 어깨가 축축하다. 정말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녀석보다 가탄씨 쪽이 더 독실해보이는 건 기분탓인가.


'권력자라는 건 다 그런거다.'


아마데오가 담담히 말했다. 난 그의 뺨을 툭툭 쳐서 깨운 다음, 그에게 용병부대의 전투를 중지시키라고 좋은 말로 명령했다.


욕은 한 마디도 안하고 인간 기름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도 그는 어린애처럼 앙앙 울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빌었다.




그로부터 3시간 후, 가탄씨의 부대가 하이데바라드에 입성했을 때 많은 가난해보이는 사람들이 환호했다. 은근히 부유해보이는 사람들도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이 돼지놈이 어지간히 못됐다는 뜻이겠지.


곧 이어 돌아온 아이들은 용병부대를 인솔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우리와 피터지게 싸웠던 용병들은 잔뜩 긴장하여 나를 경계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 중 가장 앞선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쿠프함한 케안이오. 이 용병단의 단장이지."


"말릭 모하메드입니다. 이... 아이들의... 대장이지요."


난 악수를 받으며 그 사람을 훑어보았다. 그는 속알머리가 없고, 눈이 가늘었는데 키가 꽤 작아서 알시아와 비슷할 정도였다. 옷 위로 드러난 상처투성이의 근육은 그가 전장에 있던 시간을 나타내주겠지.


"우리 전 단장이 직접 당신을 만났다면 매우 화가 났을 거요. 당신 때문에 우리 부대가 절반이 전멸했거든."


그는 재밌는 농담을 한 직후의 표정으로 껄껄 웃었다.


"그 단장님은 어디에...?"


"어제 당신이 죽였지요, 하하하!"


'이상한 사람이네요.'


페티마씨가 나의 기분을 대변해준다. 난 분위기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같이 웃어버렸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야?


'이 남자는 예전에 티프소 군대에 있었지. 대위였는데, 뇌물을 받다가 쫓겨났고... 유능하지만 돈을 너무 밝혀. 용병단에 있었군."


아마데오는 이 사람을 아는건가?


'예전에 내 부하였다.'


그럼 나도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것 아냐? 나도 당신 부하였다며?


'다른 보직이라 얼굴 본 일이 없을거다. 군대 일이란 것이 다 그렇지.'


"마침 우리 대장에게 돈을 갚을 때가 다 되었는데, 당신이 그 놈을 대신 죽여줘서 살았소. 치사하게 사기 노름으로 내 돈을 긁어갔거든. 그걸로 제대로 싸웠었는데 말이야, 그 후로는 우리 부대는 혼란의 연속이었지. 전장에서 동료가 등뒤를 겨누는 경험은 내키는 것이 아니거든."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바 없다는 것처럼 계속 혼자 떠들고 있다. 이 사람은 믿을만 한건가?


'제 정신은 아니지만 전장에서는 꽤 괜찮은 무인이야. 넌 하이데바라드를 얻었으니까, 이 놈을 고용할 수도 있을거다.'


엑... 고용이라니, 군대를 늘리자는 거야?


'앞으로 계속 전쟁을 하려면 군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 애송아.'


아마데오는 껄껄 웃었다.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국 난 이 도시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행정시스템이란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 곳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야 겠지만, 운 좋게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문이 퍼진 덕분에 난이도가 확 내려갔다


"하늘에서 거대한 인간이 내려와 지면에 착지하여 신의 뜻을 전하고, 잘못된 신관을 처벌한 다음 모두를 구원하겠다 선언했다."


... 내가 언제 저런 말을 했다냐?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바로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쿠프함한 케안과 그의 용병부대는 내가 다시 고용하는 것이 되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내 손으로 이들의 동료를 피와 살과 뼈를 발라냈었는데, 이렇게 같은 편이 되어버리다니. 원래 용병이란 이런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것도 운이 좋다고 해야겠지. 저 놈들은 같은 용병단이지만 이미 둘로 나뉘어져서 파벌싸움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신관의 요리사들은 모두 풀려났다. 그들은 정혜시 곳곳에 새로운 식당을 열었고, 엄청난 수의 메뉴가 아닌, 각자 한가지씩의 레서피만을 정했다고 한다.


나도 가끔 가서 사먹는데, 음식은 매우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으면 살이 찔만도 하군.




제1, 2 자유시에 머물던 메르데나씨와 아이들도 모두 하이데바라드로 불러들였다. 메르데나는 여기에 온 다음에는 전과 같았다.


옷을 만들고, 아이들의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메르데나씨를 보면 솔직히 정말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말릭오빠는 아빠네요~ 결혼이네요~'


투덜거리고 싶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있기로 했다. 카르멘의 도움이 이렇게까지 절실한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할 일이 많다.


무기를 정비하고, 행정기구를 조직하는데 걸린 시간은 거의 열흘. 카르멘의 효율적인 지시가 없었으면 한참 더 걸렸을 지도 모른다.


난 사탕을 잔뜩 입에 물고 정신없이 서류를 만들고, 사인하고, 만들고, 사인했다.


'행복해요~'


카르멘은 사탕의 단맛에 듬뿍 취해서 행복하다는 말을 남발했다. 충치생기면 책임져라?


'그건 말릭 오빠의 책임이죠~!'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며 울고있는 돼지신관에게는 메신저 역할을 맡겼다. 선전포고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목에 걸어준 다음 풀어준 것이다.


그가 다른 장로들의 도시로 간다면 이제 본격적인 전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몸을 이끌고 가긴 갈 수 있을까, 하는 건 접어두더라도 말이야.


'어차피 우리는 이스턴 아일렌드의 동 티프소 연합을 멸망시키기 전까지는 계속 싸울 수 밖에 없어.'


그들을 멸망시키면 싸움은 끝나는 건가?


'그건 그때 가봐야 알겠지.'


아마데오는 어쩐지 웃음을 참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나무광주리에 담겨있는 사탕종이를 벗겨서 입에 던져넣었다.


작가의말

오팔조약에 의거하여 티프소인들은 테르센트인들이 사는 대륙에 갈 수 없습니다. 티프소인들의 선택은 신대륙의 개척이었습니다. 북티프소 광산연합이나 동 티프소인들은 그런 개척을 이룬 이들입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모험심과 투쟁심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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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6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3 0 16쪽
12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5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5 1 23쪽
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30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8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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