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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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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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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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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DUMMY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 우리는 출진 준비를 마치고 마을 밖에 집합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나란히 줄을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면 교장선생이 아침조회시간때 목이 쉬어라 앞으로 나란히를 시키지 않을텐데.


메르데나씨가 두 손을 모아잡고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러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사뭇 안타깝다. 그건 당연한 일이리라. 목표는 하이데바라드의 점령. 얼마나 사투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전투에서는 각오를 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난 메르데나씨를 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남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세요."


"다녀오세요, 말릭씨. 부디 조심하세요."


그녀가 배웅해 주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사제와 같았다. 나와 아이들을 위해 신께 기도해 줄 것 같은... 그리고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신의 보살핌으로 엄청난 힘을 얻는다거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어요.'


'꼬맹이들 만화책에서 나오는 전개로군.'


'사랑이네요~ 사랑의 힘이네요~ 남편을 위한 아내의 기도네요~'


메르데나씨는 나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그리고 생긋 웃는다.('역시 사랑이었어요~ 사랑이었군요~!') 그러더니 그녀는 너무나 상냥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올 때 데미글라스 소스를 만들 돼지 등뼈와 설탕을 구해다 주세요."


신의 보살핌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아들이 등교할 때 배웅하면서 귀찮은 심부름을 시키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사랑이네요~ 아들을 위한 엄마의 사랑같은 거네요~'


카르멘은 뭐든 사랑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 사랑도 참 좋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쓸 여력이 없다. 적은 이미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제대로 된 혈전이 펼쳐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하아, 솔직히 지난 번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굳이 말하면 죽인 다음에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쪽이 괴롭다.


'대신 아이들을 살렸잖아요. 그리고... 저 사람들도 말릭씨가 살린거에요.'


페티마씨가 따뜻하게 날 위로해준다.


'저 녀석들이 없었으면 이번 출진은 불가능했을 거다. 애송이, 네 녀석은 필요한 싸움을 한거야.'


아마데오도 무뚝뚝하게 나에게 위로 비슷한 말을 해준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과연 도움이 될까? 출진하자마자 이렇게 말하긴 미안하지만, 저 사람들은 매우 번거롭게 우리의 진군 속도를 늦추고 있는데.


출진군에 합류한 가탄씨는 연신 신을 찾으며 하늘에게 기도하느라 발걸음을 멈춰선다. 가탄씨 뿐만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비슷하다. 덤으로 이동 속도 자체도 느리다. 이 경우는 전투력을 운운하기도 전에 체력의 부족이 애로사항이겠지. 이 약하디 약한 사람들을 데리고 전쟁을 할 수 있을까? 상대는 아무튼 제대로 된 군대를 가지고 있던데...?


'지난 번에 우리에게 쳐들어 왔던 놈들이 전력의 대부분이었겠지. 반은 죽여놨으니 남은 반만 상대하면 된다. 지난 번처럼 이기면 되는거야. 별 문제 없지.'


아마데오가 이를 드러내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보이지는 않지만- 설명했다. 지당한 말이긴 하지. 게다가 우리는 적보다 유리하다. 특히 우리가 유리한 것은 정보. 우리는 솔직히 첩보쪽은 질 일이 없다. 왜냐하면 이 대륙에는 엄청나게 많은 열대새가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난 눈을 빛내며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에텔에게 지시했다.


"에텔, 새들에게 물어서 적의 위치를 파악해줘!"


"알았어."


에텔은 나의 파이팅 포즈에 응하는 포즈를 취한 다음 두 손을 펼쳐 날아다니는 새들을 불러모았다. 순식간에 모여든 화려한 새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댄다. 그걸 들으며 에텔은 찬찬히 담소를 나누었다.


"... 응. 적의 위치. 아니, 결혼 말고. 짝짓기할 상대는 모르겠어. 알을 낳는 건 뱀이 없는 곳에 해야할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적의 위치는... 응. 응? 결혼? 아니, 결혼 말고. 짝짓기는... 뱀은 위험하지, 응응. 뱀이 오면 날아서 도망가면 돼. 무서워도 그렇게 해야해."


우리는 각자 쭈그려 앉아서 에텔이 정보를 얻어낼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거의 15분이 지날 때까지도 에텔은 그 산비둘기를 닮은 붉은새에게 둥지를 틀기 좋은 곳을 설명해주고 있다. 정보를 끌어내는 건 쉽지 않구만. 과학을 능가할 첩보전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아줌마수다다. 의외로 새한테 정보를 얻어내는 건 어려운 일인건가...?


'새대가리라고 하잖냐.'


지난 번에는 고슴도치한테 잘 얻어냈잖아.


'동물 사이에도 머리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요?"


페티마씨의 의견이 맞는 거 같다. 역시 똑똑한 동물이 의사소통상 유리하겠지. 어라, 그럼 만약 늑대나 호랑이 같은 동물과 대화가 통하면, 제대로 된 전력이 되어줄 수 있는 거 아냐? 난 에텔이 잡담을 끝내는 것을 기다렸다가 내가 생각한 점을 물어보았다. 에텔은 이마를 찌푸리고 "싫어. 잡아먹혀 버릴 거야."라고 대답했다.


'어떤 동물이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능력은 아닌가보군.'


아마데오도 은근히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럼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동물은 어느 것들이 있지? 이왕이면 육식동물 중에서 말이야.


"고양이, 오소리, 참다랑어 정도는 같이 싸워 줄 지도 몰라."


어디보자... 고양이가 적의 다리에 매달려 귀찮게 하는 동안 오소리가 적을 할퀴면 아프긴 하겠다. 참다랑어는 어디에 쓰지? 비상식량인가.


"먹으면 안 돼."


에텔은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다. 참치는 맛있지만 말야. 자아, 에텔이 힘들게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적은 우리의 출전을 알아차리고 근처 숲에 매복한 듯하다. 여기서는 단번에 적을 공격하여 뼈와 살을 분리해줘야겠지. 분대는 이미 나눠져 있다. 남은 건 공격 방향 뿐이야.


알시아는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카탄씨는 그 틈을 노려 주로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남은 건 공격 방향 뿐인데.


에텔은 아까 그 종과 다른 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제는 그냥 짝짓기다. 또 짝짓기야?


'번식철이니까요~'


카르멘이 키득키득 웃었다. 헥터는 킁킁 냄새를 맡고 있다. 헥터도 적이 있는 위치를 파악한 것 같다. 남은 건 공격 방향 뿐이라니까.


'아마데오?'


페티마씨가 그를 부른다. 평소라면 적극적으로 적을 죽이기 위해 명령을 퍼부을 사람이 조용하다. 뭐지? 설마 잠들었나?


'이 안에서는 잘 일이 없다.'


안 자도 되는 건가. 그럼 밤중엔 뭐하지? 난 자는데?


'생각을 하지.'


'전 잡담을 해요~ 페티마 언니랑요~'


어쨌든 좋아. 공격 안해, 아마데오?


'안 하는 게 낫겠군.'


어째서?


'저 놈들은 이쪽보다 방어에 능숙해. 숲에 진형을 구축한 것은 우리의 정보력을 이미 알고 있어서다. 우리가 저 놈들의 뜻대로 숲으로 들어가면, 꽤 타격이 클거야.'


진다는 뜻인가?


'이기긴 할테지. 하지만 우리의 병력을 온존하기도 힘들거다.'


아마데오는 마치 예언가 수준으로 설명을 했다. 전략은 잘 모르지만, 그는 우리중에 제일 전문가이기도 하고, 틀린 적도 없기도 하니까... 그럼 어떻게 하지?


'적의 도시를 먼저 친다. 점령하고, 하이데바라드의 자유를 선포한 다음에 지휘층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좋겠지. 적을 없앤 다음 도시의 사람들에게 재물을 풀어서 그들의 환심을 사는 걸 잊으면 안 돼. 숲에 들어갔던 부대가 마을로 오는 길목에 소부대를 배치하여 속도를 늦추고, 제대로 교전을 하기 전에 항복을 권유하여 아군으로 합류시켜야 한다. 부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용병대장일테니, 돈 낼 사람이 없어진다면 더 이상 싸우려고 하지 않을거야. 가탄을 따라온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보상을 해야한다, 애송아.'


이미 그의 머리 속에는 전투가 끝난 모양이다. 말로는 참 쉽고 간단해서 좋다.


'비아냥대지 마라, 꼬마야. 난 너보다 백배는 많은 전투를 겪었어.'


그건 그렇겠지. 뭐, 투덜거려도 도리가 없긴 하다. 난 아마데오에게 세부 작전을 들은 다음, 아이들과 가탄씨에게 말해주었다. 가탄씨의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이라는 외침을 뒤로 하고, 난 앞장서서 작전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하이데바라드에 들어가는 건 나와 피델, 그리고 나이가 많은 15명의 아이들 뿐이다. 알시아가 총 지휘를 맡고, 헥터, 에텔은 소대를 이끌어서 적의 본진이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길목에 자리잡았다. 가탄씨의 부대는 도시 외각에서 대기. 우리가 적의 지휘부를 쓰러뜨리면 즉시 합류하는 걸로 했다.


"하이데바라드의 지도자는 어츠 호드람님이십니다. 그 분은 신의 가호를 받는자라고 하지만... 너무 가혹한 분이에요."


가탄씨는 눈물을 글썽일 기세로 어눌하게 말했다.


"분명 신의 계시를 전해주시지만요, 호드람... 님은 아주... 조금... 아니, 많이 잔혹하셔서..."


"나쁜 놈입니까?"


"아.. 그게... 그건 아니지만... 정말... 안좋게도... 아니, 그게..."


딱 잘라 욕을 못하는 게 불쌍하기까지 하다. 보다못한 아마데오가 대신 욕설과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어츠 호드람, 그 개자식은 동티프소 연합의 3장로중 하나야. 장로들은 각자 자치권을 가지고 있고, 자기 도시에서는 왕 행세를 하는데, 제대로 된 놈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 중에 호드람은 꽤나 악명이 높지. 용병부대도 데리고 있다더군."


지난 번 공격은 호드람이라는 녀석 짓이 틀림없군. 그럼 우리와 가탄씨를 포섭해서 이용해 먹은 것도 그 사람인가?


'그건 단독작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관련이 있는 건 맞겠지. 사로잡아서 물어보면 될 일이다.'


다른 장로들이 지원병력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건 염려할 일 없어. 지금 동티프소 연합은 우리 이외의 세력과 전쟁 중이니까.'


아, 그 여자들을 말하는 거군. 리슈란이었나.


'처음부터 우릴 이용해서 전투의 도화선으로 삼았으니까. 본격적인 전쟁을 하는 중이라 해도 이상할 일이 없어.'


리슈란이라... 은발머리칼에, 직물을 잘 짜고, 굉장히 아름답다고 했지.


'제대로 기억하고 계시네요.'


페티마씨가 칼날이 섞인 말투로 칭찬해주었다. 아무튼 그런거다. 리슈란의 영지에 우리가 침범한 적은 있었지만, 우리는 그녀들과 싸우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우리는 리슈란과 같은 편이다.


'어째서요~?'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하잖아? 우리도 그녀들도 동티프소 연합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으니까, 이왕이면 공동전선을 만들면 좋잖아?


'그건 꿈도 꾸지 마라. 리슈란은 동티프소 연합은 물론 우리도 용납하지 않을거다. 그들은 매우 배타적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작전을 세우지 않으면 일이 괜히 꼬이기만 할 거다.'


그건 아쉬운 일이다. 리슈란은 엄청 강해보이기도 했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편이 된다면 분명 엄청 도움이 될텐데 말이야.




야간인데도 습하기 그지없다. 날벌레들이 얼굴 근처를 맴돈다. 정글림을 가로질러 하이데바라드시가 보이는 언덕에 이를 때까지 몇 번이나 발이 늪에 빠졌다. 나뿐만 아니라 피델이나 다른 아이들도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모처럼의 레이스가 잔뜩 달린 옷이 더러워져버렸다. 전쟁 중에 이런 걸 입고 나온 것이 문제긴 하지만.


"괜찮니?"


늪에 다리가 걸려 넘어진 피델에게 묻자 그녀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 툭툭 털고 빙긋 웃었다. 참고로 아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우리가 만든 머스켓과 단검이다. 총알은 각자 5발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대규모 교전이 벌어지면 그것만으로 진다.


'여차하면 말릭 오빠가 다 쓸어버리면 돼요~'


'아니, 네 녀석은 이번엔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제대로 적들 내부로 잠입해서 적장을 생포해라.'


카르멘의 말에 아마데오가 무뚝뚝하게 대응하는 걸 들으며 난 차분히 심호흡을 하고 하이데바라드 근처를 둘러보았다. 정글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다. 횃불 근처에는 감시병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저들의 눈에 걸리지 않고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몰래 숲안을 기어들어가볼까?


'숲에 함정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요.'


페티마씨가 낮은 목소리로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방울이나 딱따기 같은 것만 설치되어 있어도 잠입은 실패다. 아마데오, 이래서야 방법이 없는 것 아냐?


'흥, 애송아, 넌 너의 힘을 잘 모르고 있어.'


잘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용하기 시작한지 아직 반년도 안되었으니까 말이야. 이대로 30년쯤 쓰면 잘 쓸거 같기도 하다만.


'호호할배가 되어버리겠네요~ 관절염으로 고생할거에요~'


그런 미묘하게 불길한 예언은 하지 말아줘, 카르멘. 아무튼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라는데...


'나무 위를 타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적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거라면 자신있다. 그 뒤에 우박처럼 쏟아질 적의 사격을 피할 자신은 없지만.


'멍청한 놈,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가란 소리다.'


... 꼭대기?


'이 곳의 나무는 가장 위가 제일 가지가 많지. 정글림은 원래 태양빛을 많이 받기 위한 나무들의 경쟁터니까, 나무들이 자기 체중을 못가눌 정도로 위로만 자라는 거다. 가장 위로 올라가면 잎사귀들이 그림자를 가려줄 거다.'


올라간 다음에는 무얼 하면 되는데?


'나무 사이를 뛰어가면 되잖냐.'


내가 그런 거 가능한 건 맞아? 저 나무는 대충 봐도 높이가 50미터는 되어보이는데... 삐끗해서 떨어지면 나야 어쨌든 아이들은 비명횡사 확정이라구.


'이 아이들을 믿을 수 밖에 없겠지.'


아마데오는 궁시렁거리듯 말했다. 본인은 믿고 있는 거 맞아?


'믿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말이야.'


난 적당히 납득하고 아이들에게 우리의 작전을 설명했다. 피델은 왠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빙글빙글 웃고 있다.


"왜?"


"나무들이랑 같이 놀 수 있으니까요."


피델은 앞장서서 빠르게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내가 쫓았다. 고층 건물만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에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피델은 먼저 올라와서 가느다란 나무가지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서서 운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가지의 천장, 정글림의 최상부는 그야말로 나뭇잎의 바다와 같았다. 후끈한 바람이 불어온다. 모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나와 다른 아이들은 근처의 나무 줄기에 매달렸지만 피델은 아무렇지도 않게 기지개를 켜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왠지 될 것 같은데."


난 웃음이 나왔다. 아마데오의 말대로이다. 이 아이들의 힘은 보통이 아냐. 믿을 수 밖에 없군.


"가요, 카르멘."


피델이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밟은 가지만을 밟아라, 애송아.'


알고 있다구, 그쯤은. 솔직히 내 눈에는 이 나뭇잎 아래에 뭐가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렇게 나무들 위를 달리는 건 피델만 가능한 묘기겠지. 그렇다면 흉내낼 수 밖에 없다.


"모두, 내가 밟은 가지만 밟고 따라와야해!"


아이들은 두말 없이 그렇게 했다. 피델은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따라가는 뒷사람들을 배려해줄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는 모양.


'그래도 즐거워보이네요.'


페티마씨의 말대로다. 피델은 천진난만하게, 행복한 얼굴로 나뭇가지들을 쓰다듬으며 달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던 것 중에 가장 큰 소망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녀에게 천천히 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팔불출 애비로군.'


'말릭 오빠는 우리들의 아빠같은 거에요~'


난 피식 웃었다. 우리는 어느새 하이데바라드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퇴고가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오타 등등이 있다면 부디 말씀해주십시오.(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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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5 1 17쪽
»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3 0 16쪽
12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5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5 1 23쪽
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29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8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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