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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681
추천수 :
12
글자수 :
99,741

작성
15.04.20 12:56
조회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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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2화. 그리고 출항

DUMMY

'이 통로를 지나면 바로 바다로 나갈 수 있지. 저 놈들을 뚫고 탈출하는거다.'


아마데오는 왠지 신난 것 같다. 저 놈들을 뚫는 과정에서 나만 무지하게 위험을 감수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어차피 니 놈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저도 죽어요~ 꺄아~ 핀치에요~'


'저도 아마 죽을 거에요.'


알겠다구. 그럼 내가 무얼 해야 할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내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나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건데. 막 아픈 척 하면서 다리라도 절고 다가가면 얼른 부축해주지 않을까?


'다가가는 도중에 명치에 총을 맞을 거에요~ 그러고는 해피엔딩~'


맹랑한 해피엔딩이로군. 알겠다고. 알겠으니 싸우는 법을 알려줘.


‘그럼 일단 거기 떨어져 있는 걸 아무거나 주워.’


'아무거나?'


난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바닥에 있는 볼트를 주웠다. 길이는 10센티. 이 볼트로 적의 총알을 막으라고 한다면 난 안 할건데.


‘애송아,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던져라.’


이걸로 저 사람들을 맞추라는 건가. 던지면 맞출 수 있는지는 후차의 문제고 난 야구도 크리켓도 해본 적 없다. 피구는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거면 되려나?


'사람을 맞추라는 게 아니야, 정신머리 모자란 꼴통놈아.'


참신한 욕이로군. 그럼 뭘 맞추는 거지?


'이길만한 환경을 만들라고 하는거다.'


“환경을 만들라니...?”


‘천장에 있는 조명을 깨라. 이곳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지. 천장 조명만 사라져도 적들은 이 쪽의 행동을 파악하지 못할 게다.’


“... 나도 저 놈들이 안보일 것 같은데.”


‘상관없으니 깨봐라. 네가 받은 실험은 어둠 정도는 문제가 안될테니까, 애송아.’


막무가내로군. 난 한번 숨을 들이쉬었다. 조명은 꽤 크니까 맞춘다면 저정도는 맞추겠지. 하지지만 10명 정도의 경비병이 바로 아래에 서있다. 들키지 않고 던질 수 있을까?


‘들켜도 돼. 염려말고 던져. 아니, 도리어 들켜라.’


“... 큭... 총맞고 두 번 죽어도 모른다구!”


난 복도로 휙 몸을 드러냈다. 날 보는 순간 경비병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허둥지둥 총을 들어 날 겨눈다. 다행히 총은 안전모드로 설정되어 있는 듯. 그들은 즉시 총을 쏘지 못했다.


'조명을 깨라!'


"알.. 았다구!"


나는 있는 힘껏 볼트를 뿌리듯이 던졌다. 거리는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만, 지금 나의 컨디션이면 그건 문제도 아니다. 날아가는 볼트는 마치 총알처럼 조명에 직격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파편이 튀어나가고 한순간 어둠이 드리워졌다.


“자아! 이제 달려가면 돼나!”


‘멍청아! 다시 복도 안으로 들어와!’


아마데오가 쉰목소리로 외치자 난 황급히 굴러 몸을 숨겼다. 내가 서있던 곳으로 총탄이 불꽃을 튀기며 날아들었다. 총성이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다음 행동을 미리 좀 말해주면 안 돼? 1초만 늦었어도 난 총알이랑 뒤섞여서 구멍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을걸?


'네 놈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아깝다, 애송아.'


성격나쁜 아저씨 같으니.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울린다. 옆을 보니 아이들은 아무도 동요하지 않고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시끄럽지도 않은 건가?


'우리 아이들은 용기가 넘치니까요~'


용기고 나발이고 전원 귀가 안들리는 수준인데... 라는 생각을 하는 중에 총성이 줄어들었다.


‘자아... 저 놈들은 그리 강하지 않아. 서있던 폼이 제대로 된 지휘관도 없어보였다. 아마도 훈련병정도겠지.’


“그래서...?”


‘곧 사격이 멈출거야. 저 총에는 40발밖에 안들어가거든.’


그럼 탄창을 갈아끼우겠지. 그리고 다시 쏠 걸? 아마 내가 여기 있는 한 총성이 멈출 일은 없을 거다.


'아니, 그건 아니다. 저 녀석들은 탄창이 하나 뿐이니까.'


“아하... 그럼...”


아마데오의 말처럼 거짓말같이 총성이 멎었다. 당연히, 사격 중지 명령은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저 놈들 지금 탄창 비었다는 건가!


‘뛰어! 얼간아!’


“알았다구!”


난 달려나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100미터를 3.5초면 주파할 정도의 몸상태이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난 세 손가락을 꼽기 전에 적들의 바로 앞에 설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날려버려라!’


팔을 휘둘러 후려치는 것 뿐. 당연히 싸우는 법이야 알지만, 딱히 유능한 병사였던 기억은 없다. 내 앞에서 나에게 한 대 맞고 목이 꺾이며 피를 쏟는 이런 평범한 녀석들과 비슷했다. 이것이 강화가 된 나의 몸인가. 마치...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인간형 로봇에 처음 탄 주인공같네요~’


“알기 어려운 예는 들지마..!”


난 다음 녀석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대충 배에 맞은 것 같은데 그 녀석은 뒤로 날아가 천장과 벽 사이에 부딪치고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어둡다는 패널티를 빼더라도, 이 녀석들 너무 당황하고 있다. 그야 그렇다. 사람이 오토바이처럼 달려와서 주먹으로 치니 목뼈가 한방에 부서진다. 이건 이미 인간이 아니다. 마치 오래 전에 본 녹색인간이 나오는 영화처럼...


‘저도 그 영화 봤답니다. 엔딩이 인상적이었죠.’


‘화를 내면 낼 수록 커지는 영화죠~?’


“그러니까, 시끄럽다구!”


나의 목소리가 왠지 유쾌한 것 같다. 그렇군. 이건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이다. 난 강하고, 게다가 기분이 좋다. 분명히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도...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이들이 날 향해 총을 겨누어서? 난 정당방위를 하고 있는 거니까? 뭔가 이상하다. 이 환희, 즐거움, 그리고 계속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내가 이상하다.


‘뭔가 구질구질 생각을 하면서도 죽이긴 다 죽였군.’


아마데오의 무뚝뚝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경비병들의 시체가 사방에 흩어져있다. 난 피범벅이 된 복도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다.


‘진정해요, 말릭씨.’


“... 진정하고 있어. 별로 흥분하지도 않았고... 혹시 방금 나 변신같은거 했어?”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렇군... 그럼 숨겨져 있던 성격이 드러나는 건가. 제법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평소에도 난 이렇게 폭력을 취미로 삼았었나.”


‘그런건 아니에요.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면, 다른 세 명의 영혼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닐까요?’


페티마의 말을 듣고 조금 언짢아졌다. 역시 지금의 난 내가 아니로군. 다른 사람의 의지를 따른다는 건, 노예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 미안해요.’


그녀는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자, 가자.”


난 아이들 쪽을 보았다. 내가 날뛰는 걸 봤으니 날 두려워 할 법도 한데, 아이들은 졸졸졸 내 뒤를 따라왔다. 이것도 역시 내가 내가 아니라 카르멘이기 때문이겠지.


‘음... 맞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아이들은 말릭 오빠를 따라올 거에요~ 알 수 없는 매력에 두근두근이에요~’


“... 10살 짜리를 두근거리게 만들면 뭐하냐.”


‘10년만 있어봐요. 방금 그 말을 후회하게 될걸요?’


난 착찹한 심정을 담아 미소를 짓고, 마지막 문을 비틀어 열었다. 소형 도크에는 두 척의 증기선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난 배 따위는 몰지 못한다. 노가 있다면 노를 저을 자신은 있는데. 열심히 저으면 되는건가?


'그럴리 없지, 얼간아.'


“그럼 어떻게 하지? 아마데오, 이거 모는 법도 알려주는 거야?”


‘난 못하는데.’


“... 그럼 페티마씨는?”


‘저도 못해요.’


“... 그럼 망했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카르멘이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저요~ 저요저요~’


언제부터 티프소에서는 열 살짜리에게 조타술을 가르친거지? 장난감 배와는 다르단다. 태엽도 안 달려있어.


‘알아요~’


카르멘은 신이 나서 말했다.


‘이런 지식은 모두 제 특기에요~ 어떤 거라도 저한테 물어보면 그걸로 파팡팡파에요~’


파팡팡파인가. 그게 뭔지 묻지 않는 것이 회화의 매너겠지.


“어차피 다른 수도 없고... 좋아. 그럼 후회없이 해봐.”


난 두 손을 짝 소리나게 치고 아이들을 배에 태웠다. 질서정열하게 배에 오르는 아이들은 나의 말에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참 생각해보면 복잡한 이야기이다. 머릿속엔 네 명이 살게 되었는데 나는 기억상실에, 괴물처럼 강해지고, 성질이 흉폭해졌다.


“이 실험 정말 괜찮은 거야...?”


수다쟁이었던 세 사람이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카르멘은 매우 능숙하게, 마치 매뉴얼을 읽어주는 것처럼 지시해주었다. 시동을 걸고, 예열을 하고, 출항을 하는 과정은 5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어이, 가야할 곳은 이스턴 아일랜드이다.'


이스턴 아일랜드? 샤마그 군도에 있는 가장 큰 섬 아냐?


'기억 상실이면서도 지리적 정보는 모두 가지고 있으시네요.'


페티마씨가 조금 신기한 듯이 말씀하신다. 그러고보니 그렇군. 기억상실이란 건 원래 이런 건가? 그런데 왜 이스턴 아일랜드? 여기부터 가려면 엄청 멀잖아.


'거기라면 추적자가 오지도 않을 거다. 이 증기선에는 발신장치가 제거되어 있지.'


매력적인 제안인 걸. 카르멘, 이스턴 아일랜드까지 가는 길은 알아?


'물론이죠~! 방향은 북북동으로~ 닻을 올려라~ 노를 저어라~'


닻은 아까 올렸고, 증기선이라 노가 안달려있지만, 아무튼 너만 믿겠다.


'아이아이써~'


카르멘은 굉장히 들떠있다. 가족여행가는 어린애같기도 하지만, 우리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렇게 우리는 발페아케이르를 떠났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채로.


작가의말

티프소의 첫 침공 때 맞서 싸운 나라 중에 가장 중심이 되었던 것은 리베리아 제국이었습니다. 알피엑시 대륙의 로드리제로스와 카유마브 대륙의 엔카와 역시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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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29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8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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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6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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