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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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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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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99,741

작성
15.05.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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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DUMMY

솔직히 한참을 궁리했다. 리슈란의 전력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들었으니 눈속임이나, 한번 싸우고 퇴각하거나하는 어설픈 술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전투 때처럼 즉석대포에서 연막탄을 쏘는 수준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다.


그 이후로 제대로 된 머스켓을 연구했었는데, 이론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제료가 영 부족하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대충 손에 맞는 무기를 들수밖에 없었는데, 근력은 또래에 비해 상당히 높지만 신장이 작은 관계로 단검과 단창이 주력무기가 되어버렸다.


대충 단검 50여명, 단창 50여명에 석궁이 15명, 투척검이 3명, 낫이 한명. 내 무기는 손도끼였으니 우리만큼 조촐한 진형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부대로 정면에서 부딪치면 이기는 건 잘 모르겠고, 희생이 엄청날 터이니 가능하면 전투는 피해야한다.


'길게 생각할 필요없어. 배의 주도권을 빼앗아서 탈출해라, 애송아.'


그럼 우리는 살지만, 가탄씨네가 죽잖아. 상어가 많다며.


'흥, 그럼 멋대로 해봐라.'


그래서 한참 고민을 해보았다. 뭔가 작전을 짜야 하지만 아마데오가 침묵으로 일관하면 아무튼 진척이 없다.


'삐졌어요, 아마데오 아저씨~? 삐졌나요?'

카르멘이 그를 달래려는 건지 약올리려는 건지 알 수없게 말을 걸고 있지만 여전히 침묵. 어느 쪽이냐 하면 불만은 있는데 이유는 없는 소형 파란색 생명체 같다.


'그 만화 알아요~ 만화가 나왔을 때의 인권 문제를 희화화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카르멘이 얼른 알은 체했지만 대답할 여유가 없다.


"말릭, 나의 형제여. 괜찮으십니까?"


가탄씨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물어주었다. 제발 물을 때 얼굴 좀 안 들이밀었음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하마터면 때릴 뻔했잖아.


"곧 전투입니다. 이 전투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전투 직전의 기도를 하려는 그의 어깨를 톡톡 치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우리는 수영을 하겠습니다. 여기서 내려주십시오."


"수영이라구요?"


가탄씨가 깜짝 놀라 말하자 나는 억지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외각에서 기습을 하려면 수영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오, 신이시여. 이들을 구하소서."


그는 날 끌어안고 양뺨에 키스를 퍼부어 응원해주었다. 기분은 여전히 그리 좋지 않다.


'이 사람들을 던지는 대신 우리가 상어밥이 되는거군요~'


카르멘이 즐거운 듯이 무서운 소릴 한다. 그런 건 아냐. 나름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이 사람들도 살고 우리도 살려면 이게 제일 좋을 것 같아. 리슈란과는 농담으로라도 안 싸우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수영을 하는 건... 괜찮을까요?'


페티마씨 역시 전략적인 능력이 부재인 덕분에 조심조심하여 물어본다. 나도 모른다. 솔직히 잘 되면 좋겠다고 희망할 뿐이다.


다행히도 우리 애들은 모두 평균 이상의 수영능력이 있고, 다행히도 꽤 잔잔한 곳이니 500미터 정도만 물속을 지나면 육지에 상륙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데오는 이 작전에 대해 어찌 생각할까?


'아마데오 아저씨~ 어때요?'


카르멘의 질문에도 그는 묵묵부답. 이유를 알수 없는 우울한 기분이 오래 남아있는 것 같다. 혹시 전에 리슈란에 연인이라도 두고 온건가?


'멍청한 놈.'


'아니래요~'


그럼 왜 그는 이리도 언짢은 걸까?


'네 놈의 작전이 빈틈투성이라서이다!'


그럼 그 빈틈을 메워주면 되잖아. 풋풋한 사춘기의 청소년도 아니고, 말하는 대로 안했다고 삐지기에는 나이가 좀 많다고 생각한다.


'건방진 소리하지 마라, 애송아. 네놈의 작전은 엉망이다.'


우리가 없다면 가탄씨네로는 싸움이 안될테니 리슈란과 붙자마자 퇴각하게 될테고, 우리는 우리끼리 살 길만 만들면 된다. 이정도면 되잖아?


'리슈란과 가탄의 군대가 붙으면 도망도 못치고 전멸할 거다.'


그 정도야?


'네 녀석들이 저 섬에 상륙하면 리슈란은 즉시 추격해오겠지. 어둠을 틈타봐야 소용없어. 리슈란은 정령과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지?


"슬슬 위치에 온 것 같소, 형제여.'


잔뜩 긴장한 가탄씨가 어느새 기도를 마치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데오, 시간이 없다구.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일단, 이 배의 화약고에 가라.'


"가탄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즉시 화약고로 달려갔다. 아마도 1분도 안걸렸으리라 생각한다.


'화약 덩이를 꺼내서 뭉쳐라.'


난 얼른 뭉쳤다. 얼마나 뭉치면 되지? 이 정도면 되나?


'거기에 도화선을... 거기 굵은걸로 달아라. 제일 긴 걸로.'


나는 굵은 도화선을 화약뭉치에 이어붙였다. 이정도면 다 타려면 30분은 걸리겠는걸.


'그리고 불을 붙여라. 서둘러.'


나는 허둥지둥 불을 붙였다.


'그 다음 화약고에 넣어라.'


... 그건 아니지... 나는 딱, 하고 행동을 멈췄다. 이 사람들을 모두 수장시킬 생각이야?


'이 배의 화약고는 후미다. 터진다고 해도 가라앉지는 않아.'


아니, 아무래도 그건 좀... 너무...


'다 살리고 싶다면, 내 말을 들어라, 애송아.'


아마데오는 큭큭 웃었다. 나는 화약고 구석에 불붙은 화약뭉치를 조심조심 집어넣고, 갑판으로 돌아왔다. 어두운 밤바다 아래에 가탄씨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는 제법 고요하다. 비가 내리고 있지만 바람은 거의 불지 않는다. 이 바다가 잠시 후면 불꽃놀이로 요란해질 거라 생각하니 씁쓸하다.


"형제여,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가탄씨가 걱정해준다. 나는 그에게 진지하게 조언했다.


"만약에요, 가탄씨. 만약에 불의의 사태로 전투가 불가능해지면, 무조건 퇴각하는 겁니다. 아시겠죠?"


"신이 우리를 도울겁니다, 형제여."


"그래도 만에 하나가 있잖아요. 무조건 퇴각하세요?"


가탄씨는 나의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내 양뺨에 키스를 날려주었다.


좋아. 아무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나는 손을 들어 아이들에게 강하 신호를 한 다음 가장 먼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배의 다른 선원들은 우리가 하는 양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고딕 롤리타 복장으로 물을 향해 뛰어드는 모습에 놀란걸지도 모른다. 수영복은 준비해오지도 않았고, 아이들이 워낙 맘에 들어하니 입고 뛰는 걸로 했지만,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


알시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난 이 옷이 좋아."


"하지만 옷이 물에 젖으면 꽤 무거워질텐데."


"괜찮아."


그녀는 자신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물속에서도 미끄러지듯 헤엄쳐나갔다. 나도 아이들이 모두 물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앞장서서 수영했다. 뼈의 반이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지만, 이 정도는 문제없다. 나는 서서히 섬의 근처로 이동했다. 트리나가르시는 아직까지 어둠이 깃들어있었다.


------------------


서쪽 멀리에서 불꽃이 마구 터져나온 것은 우리가 육지에 닿을 때 즈음이었다. 어둠을 수놓는 화마(火魔)는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높게 치솟았고, 불꽃에 이어 폭발음이 섬을 울렸다. 가탄씨가 원래 내리기로 한 곳에 미치지 못한 곳이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에요~'


그 말은 가탄씨의 배가 터져버린 건가?


'터뜨려 버린 거지요.'


페티마씨가 내 말을 수정해주었다.


'가탄씨... 안녕.'


카르멘은 성급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건 너무 이른 인사라고. 배가 폭발한 이상 그들은 리슈란과 싸우기 전에 퇴각하게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출격을 위해 모두 갑판에 있을 때 화약고가 날아가서 희생자가 없을수도 있잖아. 그보다 이제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저, 우리 어떻게 돌아가죠?'


페티마씨가 내가 생각한 것을 제대로 짚어줬다. 우리가 아무리 수영에 능하다고 하지만, 배 없이는 섬을 떠나는 것은 무리라구. 이건 정말 큰일이잖아.


'멍청한 놈.'


아마데오가 깊은 탄식처럼 말을 꺼냈다.


'못봐주겠군.'


그렇게 투덜거릴거면 뭔가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유야 어쨌던 우리가 죽으면 다 끝나는 거잖아. 살아남기 위해 협력 좀 하라구.


'난 삶에 미련따윈 없어.'


그럼 저 어린애들을 위해 협력좀 해라. 불쌍하잖아. 여기에서 죽기에는 미래가 너무나 밝은 아이들이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그건... 그런데...


'배를 빼앗아 도망쳤으면 될 일이다. 리슈란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나서도 그들과 맞서다니, 당연히 죽는 거야.'


생각해보면 아마데오는 처음부터 이들을 돕는 것을 반대했다. 내가 리슈란과 맞선 것자체가 틀린 일이었나...


'그건 아니에요. 우리는 물물교환을 하려고 했던 거잖아요. 모두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잖아요.'


페티마씨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데오씨야말로 너무하네요. 말릭씨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아앗~ 수라장이~ 안에서 파랗고 보란 연기가 피어올라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삐칠 나이가 아니실텐데요?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침묵하는 건 아니었겠죠?'


우와. 페티마씨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막 퍼붓고 있다.


'시끄러워, 애송이.'


아마데오는 이를 갈았다.


'난 너보다 배는 더 살면서 온갖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았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마.'


'배를 더 살면 뭐해요?'


그의 목소리에 살기가 가득한데도 페티마씨는 빈정거렸다.


'잘났다는 걸 증명하시려면 여기서 살아남아 보세요. 그렇다면 제 무례를 사과하죠. 하긴, 당신도 그리 방법은 없는 것 같지만요.'


아... 음. 나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섬에 상륙한 다음 아이들을 하나씩 챙기는 동안 서쪽의 불꽃도 사그라들고 있다. 그리고 내 몸속은 침묵만 가득하다. 카르멘마저도 조크없이 분위기를 읽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 다음 지령을 바라는 것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시선을 마주하고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멍청한 놈.'


안다. 난 멍청하다. 분명히 이 싸움은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래도 살아남고 싶다. 이왕이면 모두.


'그런 거라면 간단하지.'


아마데오는 으르렁 거리듯 중얼거리고,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페티마, 사과하게 해주마.'


'아앗! 아마데오 아저씨가 엄청 간단히 도발에 넘어갔어요!'


'고마워요, 아마데오.'


'페티마씨가 상냥하게 말하고 있어요~! 말릭 오빠, 호감도를 뺏겼다구요!'


'애송아. 리슈란은 탐색 마법을 쓸 수 있어. 바다에 가깝게 있다면 그들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럼 상황은 더욱 나쁜데. 우리는 현재 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있어.


'안녕, 말릭 오빠, 페티마 언니. 아마데오 아저씨도 안녕히...'


아직 안죽었다. 인사하지 말아줘. 아마데오는 킬킬 웃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 살 방법은 딱 하나가 있다.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것도 어렵겠지만,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일거야.'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자세한 건 아무래도 좋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려주길 바란다. 느긋하게 옷이나 말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했다구.


'이곳에 배가 있는 곳이 있다. 그 여자들이 우리를 찾기 전에, 우리가 그 배를 먼저 찾으면 돼.'


배? 여기에 군사기지라도 숨겨져 있는건가?


'아니. 여기는 해적의 소굴이 하나 있지.'


그는 킬킬거리며 말했다.


-----------------


어둠은 리슈란의 적이 아니었다. 밤에 노래하던 세이렌은 밤이 외로워 아름다운 목소리로 바다를 채웠다. 그 인어의 후손이라 여겨지는 그녀들에게 밤은 아름다운 노래소리처럼 맴도는 기류. 가장 친숙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납치하고 노리개로 삼은 인간을 용서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바다에 나갔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십 여명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티프소인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혹은 그 말을 믿지 않았을 수도 있다. 티프소인도 인간이고, 그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즐거울 거라는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해가 지기도 전에 리슈란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티프소인의 손에 끌려간 것을 알았다. 바람이 전해준 비명은 너무 애처로웠다.




인간과 교류하자던 이들도 이 사건에서 치를 떨었고, 만장일치로 그들은 창을 들었다. 아름다운 전사들은 자신들의 섬의 인간들을 향해 창을 겨누었지만, 이미 모든 인간은 배를 타고 남쪽의 섬으로 도망친 후였다. 이제 부족의 모든 배를 끌어모아 바다를 건넜다.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싸움을 각오하고 들어간 인간의 요새에서 그들은 의아해했다. 어째서 여기에 아무도 없는건가?


이계의 악마들은 어디에 있지?


곧 그 의문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1층의 넓은 홀에 사로잡힌 아이들이 모두 쌓여있었다. 그 누구도 이런 참상을 그들에게 제시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시체의 산은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들은 분노했다. 겨우 숨만 붙어있던 여자아이가 말했다.


"도망치세요, 도망치세요. 우릴 구하러 온 여러분을 죽이기 위해 군대가 오고 있어요. 그들은 큰 배를 타고 대포를 쏠거에요. 이 건물을 무너뜨려 모두를 죽일거래요."


리슈란의 부족장들은 정령을 불러모았다. 섬 곧곧으로 흩어지게 하여 이계의 악마를 찾았다. 정령들은 거의 동시에 두가지를 전해주었다. 해안선에서 다가오는 배, 그 위에서 무장한 티프소의 군인들. 그리고 섬의 남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무장한 티프소인들.


리슈란의 부족장들은 즉시 이들의 말살을 외치며 부대를 나누어 공격을 시작했다. 동쪽 끝 동굴 아래에서 노래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운 좋게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적들은 신나게 노래했다.


"우리는 해적! 무적의 해적! 필요한 건 럼술 한병과 허리에 낀 여자! 금화를 들어라, 해적의 노래!"


그 해적의 중심에 선 담담 무스탕은 동굴이 쩌렁쩌렁 울리게 외쳤다.


"노래해라! 노래해! 우리의 시대가 왔다! 이 새로운 배가 우리를 바다로 이끈다! 담담 무스탕의 이름이 다시 온 바다를 떨게 하리라!"


"우리는 해적! 무적의 해적! 들어라, 이놈들아! 우리가 간다! 필요한 건 칼한자루, 부르는 것은 해적의 노래! 어깨위의 앵무새가 외친다네! 우리는 무적의 해적!"


그들은 새로 수리한 그들의 배에 감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침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던 지난 범선과 다르게 이번 갤리온 급 범선은 화려했던 것이다. 담담 무스탕은 큰 소리로 외쳤다.


"야드를 모두 새로 달았지!"


해적들은 환호했다.


"마스트도 세개를 모두 바꿨다!"


해적들은 더더욱 크게 환호했다.


"그리고 해적기! 저 해적기를 봐라! 저 해적기야 말로 우리의..."


담담 무스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있어야 할 해적기는 바닷바람에 펄럭이며 배에서 떨어져 나와 정처없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메인 마스트에 매달려 있던 고딕 롤리타 복장의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


"..."


알시아와 담담은 그렇게 10초정도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배가 움직였으므로 두 사람의 시선은 멀어져갔다.


"서.. 선장님! 배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항해사의 말에 정신이 든 담담은 노성을 질러댔다.


"뭐냐! 이게 어떻게 된거냐! 저 배는 왜 움직이고 있는거냐!"


'그건 우리가 몰래 숨어들어서 항해준비를 하는 내내 아저씨들이 노래를 했기 때문이랍니다~"


카르멘이 대신 알려주었지만 난 그 사실을 전해줄 여지가 없었다. 아무튼 배를 몰아보는 건 처음이라구. 카르멘의 지시대로 하고는 있지만 이러다가 암초에 부딪혀서 침몰하는 폭소 씬을 찍고 싶진 않다. 개그 담당은 저 해적들로 충분해. 우리가 동굴을 벗어나 대해로 나서는 내내 소리만 지르고 있는 불쌍한 녀석들.


"카르멘, 깃발 땠어."


알시아가 쭈르르 메인 마스트를 따라 내려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밤은 끝나간다. 겨우 저 섬을 벗어난 것이다.


'간단했네요~'


카르멘, 간단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냐. 리슈란의 추격을 피해 엄청난 속도로 달린건 기억 안나니? 해적을 찾기 위해 수색할 때도 난 손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구. 헥터가 술냄새를 찾아주지 않았다면 못찾을 만큼 꽁꽁 숨어있었잖아.


'저기, 저 해적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페티마씨는 상냥하게도 해적들을 걱정해주고 있었다. 글쎄요. 다른 배라도 찾아서 다시 해적질을 하겠죠.


'저기, 하지만...'


그녀는 뭔가 말하려다가, '아니, 됐어요.'하고 말을 끊었다. 응? 무슨 말이지?


'아뇨.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구요.'


뭘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걸까? 아까부터 껄껄 웃고 있는 아마데오는 왜인지 아는 것 같지만 난 잘 모르겠다.




"선장님!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뭣이?! 이번엔 또 어떤 놈들이냐! 동 티프소 연합놈들인가!"


"아뇨, 그게...! 여자들입니다! 엄청난 여자들이에요!"


"크하하하! 그거 좋군! 좋오아! 모두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버리자! 무기를 들어라!"


담담 무스탕의 호기로운 선언에 해적들의 거대한 함성이 동굴을 울렸다.


작가의말

리슈란은 테르센트 고어(古語)로 바다인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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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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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5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2 0 16쪽
12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5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5 1 23쪽
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29 1 12쪽
»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7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6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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