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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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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99,741

작성
15.09.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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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DUMMY

1028년 8주는 우리들에게 여러모로 바쁜 한 주였다.


일단 나는... 아마데오의 예상대로 가벼운 병기운에 반나절 정도 앓아누웠다. 근육통, 두통, 미열, 안구압박 등의 복합적인 병이라 뭔가로 정의할 수가 없지만, 생각해보면 몸살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얌전히 침상에 누워서 반나절을 보내기로 했다.


"역시 무리하신거로군요. 어서 나을 수 있도록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준비할게요, 말릭씨."


메르데나씨는 진심으로 염려하며 날 위해 죽을 끓여준다던가, 옷을 갈아입혀준다던가-이건 정중히 거절하려 했으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카르멘이 기뻐했고 페티마씨가 분노했다.- 하며 간호해주었다.


내 소식을 들은 가탄씨 역시 진심으로 걱정하며 간호해주려 했으나, 열이 나는 머리를 열심히 돌려서 정중히 거절했다.


"오, 형제여. 그대야 말로 신에게 선택받은 선지자요, 수호자입니다. 그대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가탄씨는 열로 뻗어있는 나의 양뺨에 번갈아가며 키스를 날리고 쾌유를 기원했다.


'좋네요~ 호감도가 올랐네요~'


필요없어. 이런 호감도는.




아무튼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352명이었는데, 새로 온 인구는 정확히 1천 94명이니까 어림잡아 세 배쯤 된다.


필요한 건물도, 필요한 식량도 세배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우리는 상당한 식량을 확보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빈민들을 받아들이자마자 전원이 아사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는 점인데, 이 또한 그냥 좋아하기에 문제가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밭은 한정되었고, 이 근처는 정글림이라 공간도 거의 없으니, 조만간 굶주림에 벌벌 떨게 될 상황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정글을 태워버리면 어때요? 과거에 화전민들은 그렇게 농사지을 땅을 얻었다고 하는데..."


페티마씨가 의견을 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무리다. 익숙하지 않은 불을 잘못 질렀다가 활활 타올라서 우리 마을과 마을에 이제 막 자리잡은 사람들까지 불타버릴 수도 있고, 그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도 없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안 돼, 카르멘. 나무들을 괴롭히면."


"숲에서 사는 동물들이 싫어할거에요, 카르멘."


까만 눈을 깜빡거리는 피델과 에텔이 너무나 따뜻한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약탈을 해야겠네요~ 어서 쳐들어가서 식량을 뺏죠~"


카르멘의 말에 평소라면 태클을 걸어주겠지만, 지금의 난 반대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들과 전쟁 중이며, 그들은 우리가 없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애송아, 우리가 쳐들어가지 않으면 저 놈들이 다시 쳐들어 올거다.'


아마데오가 나직한 목소리로 충고했다. 좋은 어드바이스라고는 생각하긴 하지만...


'네 녀석이 다시 날뛸까봐 걱정인건가?'


난 나도 모르게 긴 호흡을 내뱉었다.


지난 전투에서의 나는 매우 잘 싸웠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관련이 없었다. 처음 교전은 내 의지대로였지만, 두 명을 죽인 이후에는 무언가에 조정당하는 기분이었고, 뒤에 가서는 솔직히 내가 뭘 했는지도 기억도 안난다.



결과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 아니라구.


'그럼 네 놈은 안싸우면 되잖아.'


내가 싸우지 말라고...? 그럼 누가 싸우지?


'아이들과 저 수드라 출신의 노예들이 싸우게 만들면 돼.'


그럼 이길 수 있을까? 보통 군인보다도 훨씬 잘 싸울 수 있는 아이들이야 어쨌든, 저 난민집단에서 추린 용사들은 총과 탄약을 어깨에 매고 적의 도시까지 걸어가던 도중 탈진하여 중간에 쓰러질텐데.


'훈련을 시켜라. 그게 유일한 답이다.'


아마데오는 전쟁광이기 때문에 다음 전쟁을 위한 준비를 하길 바라는 듯하다. 나는 전쟁광은 아니지만 아무튼 싸우지 않으면 굶어죽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난민 용사들을 긁어모아 기본 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라고는 해도, 장애물을 넘는다든가, 사격 훈련이라든가는 거의 하지도 못했다. 이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제식훈련을 시킨다든가 무의미한 군대의 상하복종관계를 연습시키다보니 며칠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쓸모 없지도, 무의미하지도 않아. 군대가 움직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아무리 능력있는 군인이라도 지시에 불복하면 쓸모가 없지. 차라리 전투 능력이 부족해도 명령에 따르는 녀석들이 좋다.'


난민 용사들은 눈빛만은 해병대같이 변했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려나 했더니, 아마데오는 출격을 지시했다.


'이 이상의 훈련을 해봐야 저 녀석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없어.'


'게다가 곧 식량도 떨어져요~ 단체로 굶어죽는거에요~ 그리고 서로 잡아먹는 인육문화가 발달하겠지요?'


그렇게 끔찍한 이야기로 가기 전에 전쟁을 시작하는 게 답이겠군.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육로로 갈수 있는 곳에 한정되니까, 같은 이스턴 아일랜드 안의 두 도시인 하이데라바드와 자이푸르다. 양쪽 이름 모두 티프소 제1시대에 있던 어떤 나라에서 쓰던 이름이라고 카르멘이 까불거리며 설명해주었다.


'티프소에서 통일정부가 생기기 전에 있던 국가중에서 두번째로 강력한 나라가 있었는데, 거기의 외각에 있는 도시였어요~ 4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별볼일 없는 시골이었지만, 1시대 막바지에는 제법 중심지였지요~'


그건 지금은 어찌되도 좋은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런 먼 행성에 와서 같은 이름의 도시가 남을 수 있다는 것에 감흥을 느끼기에는 와닿는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저 이름 어려운 두 도시가 지금부터 우리의 침공 목표라는 것만 알 면 충분할 것 같다.


'멋져요~ 말릭 오빠의 남자다움이 불타오르는군요~'


그렇게 봐준다면 고맙지만 그런 열혈만화의 한 장면같은 상황은 아니다. 주린 배를 붙잡고 사냥에 나가는 늙은 아버지의 기분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디든 우리가 공격하는 순간, 다른 도시에서 병력이 움직일 거에요. 먼저 공격할 곳을 신중히 정해야겠네요.'


두 도시는 모두 가본적이 있다. 자이푸르는 거리상으로 열흘정도 가야하니까, 역시 하이데라바드를 목표로 삼는 것이 낫겠지. 정글 도시인 하이데라바드는 도보로 이틀이면 갈 수 있고, 애시당초 이 도시에서 식량을 정신없이 축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던 도시이기도 하다. 침공 후에 도시시민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무리일까.


'환영받지 못해도 상관없어. 우리는 침략전쟁을 하는 거니까.'


제대로 욕먹을 각오를 굳혀야겠군.


'가능하면 적의 지휘부만 격파해서 도시를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여차하면 전부 죽여서라도...'


그런 비인도적인 발언은 못들은 걸로 하겠어.


'그리고 사탕을 뺏어요~!'


그래, 그건 슬슬 뺏어주고 싶다. 카르멘, 너는 일관성이 있는 좋은 성격이로구나.




1028년 9월 1일, 뜨거운 여름. 난 공격대를 이끌고 출격했다. 지난 번 전투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새롭게 무장한 아이들 150명과 가탄씨를 포함한 300명의 청년들이 구성원으로, 아무튼 우리의 전투가능한 전 맴버인 것은 부정할 나위가 없다.


메르데나씨는 떠나는 우리를 위해 손수건을 흔들며 온화한 미소로 배웅해주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는 것 같네요~ 참한 신부네요~'


그래, 그 말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참한 신부라는 것 말이에요?'


페티마씨까지 왜그러십니까. 왠지 목소리에 독기도 끼어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가는.. 쪽이지요. 이번에는 정말 어떻게 보아도 제대로 전쟁을 하러 나가는 거니까.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이겨내보이는 수밖에 없다. 목표는 하이데라바드다.


작가의말

가을입니다. 올해는 특히나 가을이 반갑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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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6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3 0 16쪽
»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6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6 1 23쪽
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30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8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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