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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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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9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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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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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새로운 무기를 -1

DUMMY

바다는 기분좋은 바람이 불고 있다. 인적이 없는 섬들은 매우 아름답다. 하늘이 내려온 것 같은 파란 바다에 비추는 섬은 눈이 아플 정도로 눈부시다.


'시인이시네요.'


페티마씨가 쿡쿡 웃어주었다.


'한가한 감상이로군.'


이 경관에 감탄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서 나도 아마데오의 의견에 동감한다. 여유가 있는 건 좋은 일이잖아.


'지금부터 우리는 우릴 이용해먹으려는 놈들과 싸워야 한다고. 전쟁이다, 애송아.'


알고 있지만 지금부터 전전긍긍해도 돌아오는 건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M자 탈모와 피부 건조증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면 좀 좋아?


'이래서 어린 놈들이란.'


아마데오는 굵직한 목소리로 투덜댔지만, 별로 귀에 안들어온다. 바다는 기분좋은 바람이 불고 있고, 하늘은 이리도 맑으니까. 우리가 트리나가르로 올때까지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정 반대이다. 카르멘에 의하면 우리의 도시로 돌아올 때까지 3일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 올 때는 열흘가까이 걸렸었는데?


"항해술 차이도 있지만 요즘 이스턴 아일랜드 근처에는 북서풍이부니까요. 바람을 받기 좋아요. 배도 속도를 내기도 좋구요. 우리가 전에 탔던 배와 크기는 비슷한 것 같지만 사각돛은 삼각돛에 비해 바람을 잘 받아서..."


카르멘이 메카니즘에 대해 신나게 설명해주었다. 난 한귀로 흘리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죽느냐 사느냐의 갈래에 있던 것은 신경도 안쓰는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작은 돌 조각들을 위로 던지고 받으며 뭔가 승부를 하고 있다.


'저 놀이는요, 고대 티프소에 있던 전통놀이인데요, 다섯개의 작은 돌로 하는 건데요...'


카르멘은 다시 설명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한 귀로 흘리면서 미소지었다.


'저, 그런데 말릭씨, 몸 상태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요?'


갑자기 페티마씨가 이상한 것을 묻는다. 같은 몸이니 몸 상태는 같이 느끼고 있을텐데, 왜 나에게 묻는거지?


'같은 몸 안이라 해도 말릭씨의 몸이니까요. 원래요.'


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요. 기억을 잃은 채 잠에서 깰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컨디션이 나쁜적은 없었다.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요?


'아뇨, 실험은 성공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고 보면 페티마씨는 원래 연구원이었다. 영혼을 옮기는 실험을 하던. 그 외에 나는 그녀의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하지만, 종종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물어볼까?


'작업을 거는거군요!'


아니다. 순수한 궁금증이다.


'페티마 언니는 가슴도 크다구요~'


그런 아저씨 발언은 꼬마가 할 발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괜히 신경쓰이니까.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니?


'음... 전 페티마 언니랑 아마데오 아저씨가 보이는데요?'


어? 정말? 그런 것이 가능해?


'잔여상념이라는 거에요.'


페티마씨가 설명해주었다. 생전의 페티마씨가 자각하던 자기 자신의 모습이 영혼에 남아있다는 것 같다. 카르멘은 그걸 볼 수 있다는건가. 나도 볼 수 있나? 아마데오도 보여?


'난 안보여. 뭔가 존재한다는 건 느껴지지. 보이는 건 뿌연 유령과 같은 것 뿐이다.'


아마데오도 관심이 있는 듯 대화에 참여한다.


'테르센트인이라면 볼 수 있을 거에요. 티프소인들은 감성이 매말랐으니까요~'


카르멘의 말 뜻은, 카르멘은 테르센트 인?


'아니에요. 전 티프소 인이라니까요. 실험의 결과 테르센트인의 특성을 얻게 된 거에요.'


슬슬 이해가 안되고 있다. 그 실험이란 것은 뭐지? 내가 받은 실험과 같은 건가?


'아뇨, 다른 거에요. 카르멘에게 한 실험은 정보의 축적이에요. 우리가 아는 모든 문자 지식을 영혼에 직접 담는 실험이죠.'


페티마씨가 얼른 대답해주었다.


'말릭씨에게 한 실험은 그보다 더 어려운 실험이에요. 다른 영혼들을 하나의 육체를 그릇으로 합치는 거니까요.'


그 실험의 발안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꼭 때려주고 싶다. 다음에 만나면 알려줬으면 한다. 설마 페티마씨는 아니겠죠?


페티마씨가 고개를 젓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르벨츠 주식회사의 연구진이 생각해낸 거에요. 오래 전부터 그들은 티프소인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훈련을 반복해왔어요. 영혼을 합치는 것은 그 실험 과정의 최종단계죠.'


게르벨츠 주식회사는 사실상 티프소의 최대최고유일의 대기업이다. 티프소인 정착 초기에 시작된 기업으로 장물을 거래하는 사업으로 기반을 닦은 것이 드러나며 욕을 꽤나 먹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영혼을 합치는 것이 마법을 쓰는 것과 관계가 있는건가?


'초감각으로 서로 다른 분야를 성장시킨 영혼을 모두 합치면 진정한 초인이 탄생하는 거니까요. 테르센트와 같은 방식의 힘은 여전히 사용할 수 없지만, 물건을 움직이거나 공간을 이동하거나 하는... 초능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예측할 수 있어요. 말릭씨만 해도 보통 인간보다 훨씬 자신의 몸을 잘 쓸 수 있잖아요?'


그건 그렇다. 원래부터 몸이 좋았다고 해도 지금 내가 쓰는 근력, 지구력, 체력은 아무래도 한계 초월이랄까, 과용이다.


'그래서 염려가 되는 거에요. 영혼이 아무리 모여도 몸은 정해진만큼 밖에 활동 할 수 없으니까요. 말릭씨가 항상 최대 에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면 물리적인 뭔가 소모되는게 아닐까 염려되서요.'


생명이라든가, 수명이라든가를 말하는건가?


'금전운이나~ 연애운 같은것두요~'


최악인데 그건. 하지만 잘 모르니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스테이터스 창이라도 떠준다면 확실히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의 내 상황은 지극히 좋다는 것 외에는 정말로 할 말이 없다. 염려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나면 나는거죠.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나는 페티마씨를 안심시켰지만 그녀는 그리 안심한 것 같지 않다. 작게 한숨을 쉬는 걸로 이 주제는 마무리 되었다.


우리의 도시... 마을인 제1 자유시로 돌아온 우리는...


'선샤인 비치사이드 해피타운이라니깐요~!'


전에 말했던거랑 좀 다른 것 같은데.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본질을 보셔야죠, 말릭 오빠. 중요한 건 촌스러운 이름인가 아닌가, 라구요~'


햇볕 해변 행복 마을이 그렇게 세련된 이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뭐에요! 이국적이잖아요~!'


아무튼 우리는 행복마을에 돌아오자마자 즉시 회의를 시작했다.(우우~ 더 좋은 이름을 생각해낼 거에요~!) 그런데 그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은 나와 메르데나씨 뿐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독단이 싫다. 그래서 알시아나 헥터에게 "너희도 참가할래?"라고 의사를 물어보긴 했다.


"귀찮아서 싫어."


알시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더 이상 권할 수 없었다.


"..."


헥터는 이렇게 눈으로 싫다고 말했다. 작은 소년은 눈망울을 떼록떼록 굴리면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할래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어... 그럼 메르데나씨."


"예."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하루일과의 반은 날 보며 웃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근 그녀는 명랑하다. 우리가 돌아온 것이 무척 기쁜 것 같다.


'우리가 아니겠죠.'


페티마씨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는 동안 사랑에 눈을 뜬 거군요~! 좋네요~ 말릭 오빠도 이제 아빠가 되는거네요~ 예쁜 아기가 태어나면 좋겠다~'


카르멘은 나이에 비해 박식하기 때문에 저 말의 의미를 완벽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머리라도 쥐어박아주고 싶은데 도통 방도가 없다.


'어린이를 때리면 안돼요. 제대로 말로 해야죠.'


본인이 말하지 마라. 그리고 말을 아무리 해도 일부러 알아주지 않잖니?


'회의는 안하냐?'


아마데오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단번에 급선무인 문제를 자각하게 해주었다. 난 헛기침을 한번 한다음 메르데나씨를 보고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동티프소연합과 전쟁을 시작해야해요."


메르데나씨는 깜작 놀라서 물었다.


"그럼 도시락을 많이 준비해야 하나요?"




회의는 끝났다. 아니, 다른 사람과 하는 회의가 끝났다는 의미고, 나의 머리속에서는 이제부터 진지한 회의가 시작된다. 분명한 건 이 집단에서 사고력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이고, 그 극소수의 모두가 내 머리속에만 있다는 것이다.


'큭큭, 도시락, 큭큭큭...'


아마데오는 아까 메르데나씨의 개그가 먹혀준 덕분에 지금까지 웃고 있다.


'전 케찹 소시지 볶음을 먹고 싶어요~ 사과는 토끼 사과가 귀여워요~'


카르멘은 기회를 놓지지 않으려는듯 사력을 다해 본인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너무해요~ 저에겐 일생일대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쳐들어 올까요? 아니면 우리가 먼저 가야 할까요?'


페티마씨가 갖고 있는 질문이다.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 분명한 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력을 냉정하게 판단하면 아무리 좋게 보아도 매우 약하다. 어느 정도 약하냐 하면, 어른 두명과 10세 전후의 아이들 300여명이 전부다. 그 중 비교적 전투가 가능한 인수를 추리면 15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 150명은 보통의 병사보다 강해요~'


그런가? 난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운동신경이 매우 좋고, 특수한 기술도 있고, 공포를 느끼지도 않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점에서 이들은 약하다.


'뭔데요? 뭔데요? 우린 강하다구요~"


카르멘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 하지만 카르멘, 설령 근력과 민첩이 높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절대 전쟁에서 유리하지 않아.


'그러니까 왜요~?'


아마데오는 씨익 웃었다.


'네 놈도 이해했군.'


모를 수 없다. 이번 출진으로 확실히 알았다. 정확히, 우리 애들이 무기를 골라 잡을 때 알았다. 한마디로, 이들은 체중이 너무 가볍다.


'말릭 오빠는 비만이 취향이었군요!'


아냐! 그게 아니라,


'중량이 없으면 상대와 부딪치는 순간 밀리지.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그것 뿐이다.'


아마데오가 대신 설명해주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애들이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팍~ 하고 당한다구요.'


'그래. 확실히 처음 만난 적들은 당황하겠지. 양심의 가책을 유발할 수도 있어. 속도로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맞아요, 맞아요~ 예상을 뛰어넘는 파워~'


'하지만 처음 뿐이야. 적들이 우리를 정석으로 공략하면 의외로 우리는 별 방도가 없다. 아무리 빠르다 해도 무게가 없다면 힘에서 밀려. 상대가 갑옷이라도 입고 있다면 더 문제지.'


'우웅...?'


카르멘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즉, 우리 아이들은 중량이 높은 장비를 들 수 없다. 그것이 근접전에서는 결정적인 패배요인이라는 거지. 단검을 아무리 잘 휘둘러도 풀 플레이트 메일을 두르고 있는 기사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으니까. 같은 맥락으로 우리는 무거운 활이나 창도 쓸 수 없다. 그레이트 소드같이 말과 갑주를 한번에 베어버리는 무기를 쓸수 없는 것은 제법 패널티다.


'말릭 오빠는 가능하잖아요~? 막 다 찢어버리고~ 그것도 맨손으로요~!'


난 보통 아이들에 비해 더욱 강화율이 좋은 것 같다. 체중과 근력도 기초가 훨씬 높으니까. 하지만 나 역시 상대가 갑옷을 입고 있으면 맨손으로는 안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럴 때는 아무 도구나 들어서 후려치면 될것 같긴 한데...


'아무튼 아이들은 무리라는 거지.'


'에에~! 너무해요~ 모두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아니, 아이들은 아무래도 지금 놀고 있을 거다. 아까 회의장에 들어오기 전에 공기, 라고 하는 놀이에 빠져서 모두 땅바닥에 앉아 돌을 던지고 있었다.'


아마데오가 드물게 카르멘에게 태클을 걸어주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카르멘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너무 기를 꺾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카르멘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결정적인 문제니까.


'에? 도움이요? 어떤거요, 어떤거요?'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카르멘, 머스켓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카르멘은 두번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해주었다.


'물론이죠~!'


작가의말

테르센트에서 사용되는 머스켓은 티프소와의 전쟁을 겪으며 진화하여 상당한 무기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티프소 1시대의 무기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감같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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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5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3 0 16쪽
12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5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5 1 23쪽
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30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8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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