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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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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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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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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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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DUMMY

하이데라바드는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도시였다.


'제1 자유시도 이상해요~'


우리가 만든 두개의 도시, 아니 마을은 각각 제1 자유시, 제2 자유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벽돌집 몇채가 있는 작고 평화로운 농촌마을의 풍경을 가지고 있어서 저 이름조차 꽤나 거창하다. 그런데 그 작명은 카르멘의 센스였잖아.


'그땐 몰랐는데 지금은 이상한 것 같아요~ 이름을 바꾸는 게 어때요?'


명칭을 바꾸는 작업은 번거로우니 안할란다. 어떤 이름이든 어떻니? 어차피 부를 일도 없는데.


'그래도 넘버링이 된 이름은 촌스러워요. 뷰티플 오션시티와 스페셜 비치사이드시티로 짓겠어요!'


마음대로 해라. 다시 말하지만 어차피 부를 일도 없다. 이야기를 돌려서, 여기는 정말 이상한 도시다. 진흙으로 지은 건물이 많고, 정글림을 끼고 있는데도 그리 습하지 않다. 하늘은 나무가 덮고 있어서 태양의 직광을 막아주니 더위도 참을 만하다. 정직히 말해,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우리쪽이 이상하게 더운거였어요. 근처에 화산이라도 있던 게 아닐까요. 유황이 많이 있는 것도 이상하고.'


그말은 우리가 정말 불우했다는 뜻이 된다. 하필이면 상륙한 곳이 화산지대라니. 언젠가 폭발하는 건 아닐까? 난 마음 속으로 과거에 봤던 영화를 떠올렸다. 도시 한복판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그야말로 아비규환...


'저도 그 영화 봤어요~'


안본 영화가 뭐냐.


'화산이 막 터져서 사람들이 떠내려가고, 그 위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쫓아서 보물섬을 찾아가는 내용이죠~'


아니. 그럼 내가 본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 화산에서 돌고래가 헤엄치는 곳에다가 태클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언제적 영화야?


'음... 티프소에서 가져온 것 같던데... 감독은 미스터 스티븐...'


아니, 설명은 됐어. 설명해줘도 모르고, 알아도 볼 마음은 안 들 것이다. 그보다 볼 방법도 없다. 이 마을은 매우 사람이 많고 번화했지만, 철저히 테르센트 식으로 전기조차 안들어오는 것 같다. 티프소인들이 세운 마을이라고 믿기에는 너무 과학 문명과 동떨어져있다.


"그것은 이 곳의 삶은 이곳에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이제 테르센트에 사는 티프소인이니 이들의 지혜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신의 뜻이겠지요."


가이드 겸 우리를 안내하는 가탄씨가 설명해주었다. 출격을 선언한 우리를 본 가탄씨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검은색과 흰색과 빨간색의 고딕로리타 복장을 한 알시아의 선봉부대를 보고 그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던 것 같다. 아마 그도 자신이 가져다 준 천이 이렇게까지 요긴하게 쓰일줄은 몰랐겠지.


그나저나 하이데라바드, 인가.하이데라바드라면 중앙 아시아에 있던 구 티프소의 도시 이름과 비슷한데.


'네, 맞아요. 실제로 있던 도시였죠~'


카르멘의 설명에 의하면 이 근방의 도시들은 티프소에 있던 도시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정확히 행성 티프소의 200년 전에 있던 지명으로, 티프소 통합정부가 생긴 이후 명칭을 빠르게 바꿔갔기 때문에 하이데라바드, 라는 식의 고유 명칭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듯 하다.


'종교도 그렇고, 도시 이름도 그렇고, 이 사람들은 과거지향적이네요.'


페티마씨가 매우 들떠서 신기하다는 듯한 음색으로 말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걸요. 역사 시간에 공부할 때는 종교가 뭘까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눈에 보이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왠지 관광온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후후, 같이 여행온 것 같아서 즐거워요.'


그녀는 쿡쿡 웃었다. 패티마씨는 무척 들떠있다. 이유야 어쨌든 그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된다.


'이유는 그 바느질 요리사가 여기 없기 때문이잖냐.'


'설마 페티마 언니가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몰랐나요?'


알아! 다시 말하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상식이 있다고! 다만 모른 척 하려고 한거다. 배려는 없는 거냐 너희는.


'배려는 죽는 순간 잊었다.'


잘난 척할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아마데오가 으스대며 말했다.


'전 항상 배려하고 있어요!'


배려 안했을 때의 모습이 두려운 카르멘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저... 오랜만에 다른 곳에 오니까 기분전환이 되서 그런거에요.'


페티마씨가 차분히 말했다. 기분전환인가. 그렇다면 분명 그럴만도 하다. 나 역시 새로운 도시에 와서 괜히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아이들답게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다. 여기에서 하루 정도 묵고 가면 어떨까?


'우린 관광온 게 아니야. 멍청아.'


아마데오는 피식 웃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오래 지체하지 않는 편이 좋아.'


이상한 소리다. 한 마디로 아마데오는 이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


'처음부터 말했다만.'


하지만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옷감도 줬고, 식량도 줬고, 친절하다. 인사는 이상하지만.


'사탕도 줬어요!'


음. 사탕도 줬다.


'휴지두요~'


휴지도.


'멍청아, 모르는 아저씨가 과자사준다고 해서 납치당할 나이는 아니다.'


아니, 그거랑은 다르다. 그리고 설사 비슷하다해도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불신해서는 안된다. 정말 착한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휴우우우....'


'앗... 아마데오 오빠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검은색 연기가 나요~ 깊고 검은 한숨이~'


"미안합니다만."


깜짝이야. 갑자기 가탄씨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출격을 준비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출진을 준비해주십시오. 이미 부대는 준비되어있으니 잠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아, 예. 그럼..."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허둥지둥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 인원수가 족히 백명은 되기 때문인지 고딕로리타 복장의 찬란한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난 아마데오에게 계속 물어보기로 했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맘에 안드는건지 알아야 대처를 하지.


'멍청한 녀석. 정말 모르나 보군. 저 가탄이라는 남자는 자기가 뭘하는지 모르고 있어.'


어떤 점이?


'우리에게 의지를 하려는 점부터가 수상하다는 생각 안하냐?'


음. 우리는 분명 소수지만 엄청난 정예라구. 해적왕을 무찌를 때 봤잖아? 그 이상한 이름의.


'저 남자가 이 아이들이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걸 알거라고 생각하냐?'


아마데오가 짜증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야 모르겠지 그건.


'그런데 전투를 한다고 팔랑팔랑한 옷을 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잖아.'


아마... 날 잘 안다고 했으니, 뭔가 있겠지~ 하고 날 믿은 건...


'분명히 말하는데, 넌 그리 유명하지 않았어.'


날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아마데오.


'당연히 잘 알고 있지. 넌 내 부하였으니까.'


그건 처음 듣는 말이다! 게다가 엄청 중요한 말이잖아!


'그런데도 저 녀석은 널 유명하다고 하고 있어. 척 봐도 감언이설이다.'


'감언이설은요~ 듣기 좋은 꿀바른 말이란 뜻이에요~'


끼어들 찬스를 노리고 있던 카르멘이 끼어든다. 하지만 저 정도 뜻은 안다.


'부우~'


그보다 내가 아마데오의 부하였다니? 그럼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단 말인가?"


'그건 안 중요하니까 계속 들어라, 멍청아.'


중요한것 아닌가?!


'해적이 침공한 것 치고는 이 곳의 사람들은 너무 멀쩡해. 대기 중에 실의가 없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멀쩡한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거 아냐?


'너무 밝은 도시란 뜻이다. 해적이라도 영토침공이 왔다면 전쟁중일터이고, 그러면 불안이나 긴장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어.'


그럼 왜 이 사람은 우리한테 그런 물자를 주며 여기까지 데려온거지?


'이 놈들은 우릴 이용하려고 하는거야.'


난 그제야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볼 여지가 생겼다. 이 곳의 사람들은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분명히 위험한 눈을 하고 있다.


'잠재적 성범죄자의 눈이네요~'


카르멘이 그럴싸한 비유를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큰일난 것 아닌가요?'


페티마씨도 다급하게 물었다. 나 역시 묻고 싶다. 어떻게 해야하지?


'간단해. 가텐인지 커텐인지 하는 남자가 오면 대화를 해봐라. 리슈란과 싸우겠다고 했지? 그 여자들은 그렇게 나쁜 녀석들이 아니야. 일단 동행하는 것도 재밌겠지.'


아마데오는 킬킬 웃었다. 그 여자들이라니?


'리슈란은 대대로 여자들이 족장을 맡고 있거든. 꽤나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먼저 침략할 만한 사람들이 아냐.'


잘 알고 있네. 아마데오, 생전에 엄청 훌륭한 사람이었던 것 아냐?


'흥. 그런 훌륭한 사람이면 이런 몸에 들어올리 없지. 난 별거 아닌 군인이었다.'


아마데오는 툭 내뱉듯이 말했다. 가탄씨가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10분 후. 그는 500명의 부대와 동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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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슈란이 역사에 나타난 것은 제국력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던 94년으로 랑시에 상단 소속 지벡급 상선이 난파하여 이스트 아일랜드 근처 작은 섬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시 상단원들은 온갖 소문이 들끓는 정글림에 대한 공포로 숲에 들어가지 않고 바다에 머물렀는데, 늦은 밤이 되자 그들의 선택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바다에서부터 들려온 노랫소리에 선원들이 물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열흘이 지나 근처를 지나던 군함이 랑시에의 깃발이 걸린 보트를 보고 구조하러 왔을 때 살아남은 것은 귀머거리 노인뿐이었다.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며 외쳤다.


"바다 속에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어. 노래를 해서 선원들을 끌고갔다고...!"


뱃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세이렌 전설에 군인들은 서둘러 섬을 떠났다. 떠나는 배에서 노인은 계속 중얼거렸다고 전해진다.


"저 숲에 사는 여자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어..."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지만 노인은 환각상태에서 괴로워하다가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이 노인이 말한 숲에 사는 여자들에 대해 자세한 것이 밝혀진 것은 7세기 후반이 되어서이다.


로드리제로스의 학자 카바르 모다스는 마도학자였다. 그는 젊은 시절, 세 번의 탐사에 대한 발표를 했으나 모두 과장으로 밝혀지면서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스트 아일랜드의 북쪽, 세이렌 전설이 잠든 섬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백년 전 조난당한 상선의 기록대로 이 섬에 사람이 살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슈란 부족들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들은 구릿빛 윤기나는 피부에 찬란한 은빛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거미줄로 하늘하늘한 옷을 짜입었고, 풀과 잎으로 엮은 신을 신고 있었다고 카바르는 기록하고 있다.


카바르는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그녀들을 자세히 조사하였는데, 세이렌과 인간의 혼혈이라는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며 그의 조사서를 마무리 하여서 학계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녀들은 모두 물에서 헤엄치는 것이 능하고, 노래를 잘한다. 은발의 머리칼은 인간의 것과는 다르니, 분명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다."


카바르가 주장했으나 학자들은 코웃음만 쳤다.


도리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은 해적이었다. 세이렌의 전설 덕분에 배가 지나지 않던 북 이스트 아일랜드에는 해적선이 그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숲의 괴생물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었을 뿐이며, '아름다운 여성'은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단 한 해적집단만은 다른 경험을 하였는데, 그것은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항해사가 죽으며 길을 잃고 무너진 절벽 아래의 동굴에 떨어졌다가, 신비로운 숲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숲 곳곳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노랫소리에 해적들은 흥분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찾아낸 것을 직감했고, 즉시 검을 뽑아들고 욕구를 채우고자 했다.


하지만 이 숲의 여성들은 그들의 추잡한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갸냘픈 여자아이를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던 육중한 체구의 남자는 그 소녀가 던진 단검에 이마를 관통당했다. 강가에서 놀고 있던 처녀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해적은 그 여성이 강에서 주워 던진 돌에 두개골이 함몰되었다. 외부에서 온 위협자들에 대해 대응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녀들은 세개의 날이 달린 사냥용 창을 휘둘렀고, 해적들은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며 도망쳐야 했다.


겨우 빠져나온 젊은 해적은 "다시는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 그녀들은 사신이야!"라고 절규했다.


그렇게 베일에 쌓인 그들이지만 티프소가 이 세계에 들어온 이후 자신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피엑시 근처 도시와 교역을 했고, 가끔은 같이 술을 마셔주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을 리슈란이 밝혔는데, 그들의 말은 카바르의 기록과 대부분 같았다. 다만 카바르의 이야기와 다르게 극소수의 남자들도 섞여 있었다. 남자라해도 그 아름다움은 마찬가지였지만.


이 아름다운 부족은 자신들의 본거지를 거의 떠나지 않았고, 오직 상선을 상대로만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작물과 농사도구와 직물을 샀고, 은백색의 신비로운 옷감을 팔았다. 이 흔히 볼수 없는 옷감으로 만든 옷은 질기고 가벼워서 상류층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직물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상인이 생겨나고 그들과 신뢰를 쌓게 되자, 서서히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요정의 전설처럼 퍼질 수 있었다.


그들은 4개의 부족이고, 그중 한 부족에서 대족장을 뽑다는둥, 세속의 인간들과의 교역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숲의 신비한 것들이 사라져 가며 그들의 삶이 어려워 졌다는둥 그럭저럭 믿을 법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원래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연잉태하던 이들이었으나 티프소인이 온 이후로 남자가 태어나기 시작하며 그 능력을 잃었다던가, 마을의 전원이 지금은 못쓰지만, 정령술에 능했다든가 하는 신뢰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트리나가르로 향하는 겔리온급 범선에서 우리는 긴 이야기를 들었다. 알시아는 내 왼무릎을 베고 자고 있고, 피델은 오른무릎을 베고 자고 있다. 확실히 아이들이 듣기에는 너무 긴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도리어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특히...


'구릿빛 피부의 아름다운 여성이 나오는 부분인가요~?'


'밝히는 군. 이녀석. 알고는 있었지만.'


'말릭씨가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움찔하는 걸 느꼈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남자는 다 그렇다구!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 이 사람들이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과, 우리가 리슈란과 싸우게 되었다는거.


"그런 그들이 어째서 우리의 도시를 향해 공격해 오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리슈란은 우리의 개척도시를 점령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신의 보살핌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가탄은 깊게 한숨을 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아저씨, 좀 무섭게 생겼다. 웃고 있는 중에는 중화되니 다행이다.


'어이.'


아마데오가 뭐라고 말할지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일부 사실과 다르다.


'에에~? 어떤 점이요?'


그걸 모르겠어.


'그런데 어떻게 사실이 아닌지 아신거에요?'


페티마씨가 궁금한 듯 묻는다. 솔직히 느낌이다. 그리고 왠지 그런 전설을 가진 사람들이 악당일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찰랑찰랑한 은발의 아름다운 여성이라서 그런가요~!?'


아냐.


'남자는 다 짐승이라더니, 옛말이 틀린게 하나 없군요~ 흑흑흑.'


카르멘은 우는 척한다. 하지만 카르멘과 나는 그런 대사를 들을 정도의 관계는 아니다. 게다가 카르멘의 목소리로 미루어 봤을 때 그녀는 12세 정도의 꼬마이다. 아무래도 연애대상은 될 수 없겠지.


'전 또래중에서 발육이 좋은 편이랍니다.'


그녀는 에헴, 하고 말했다. 하지만 보기전까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해두겠다.


'아앗! 소녀의 마음에 상처를 줬어요! 말릭 오빠는 여심을 모르는군요!'


아무튼 리슈란에게 공격당한 도시의 위치는 바로 그들의 세이렌의 전설이 있는 섬이다. 아무래도 먼저 침공한 것은 동티프소 연합이 아닐까?


'거기에 대해 가탄씨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페티마씨가 순진한 의견을 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날 경계하게 되겠지. 아니, 이 경우는 이 사람도 사실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좀 똑똑해 졌군. 아직도 멍청하지만.'


아마데오가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말을 해주었다.


"지금 트리나가르는 이미 그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는 순간 전투가 벌어질 겁니다."


가탄씨는 긴장한 얼굴로 말한다. 조금 궁금하다. 이 사람, 정말 나쁜 사람일까? 어쩌면 이용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리슈란이 그토록 강하다면서 겨우 500명만 데리고 왔다. 얼마나 정예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한 대장장이나 빵굽는 아저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긴장해서 배를 타고 있잖아. 저 아저씨들, 아무리 봐도 병사가 아니다.


'아~ 저 그 영화 봤어요~ 재밌었어요~ 아저씨들의 근육과 팬티가 인상적이었죠~'


'저도 봤답니다. 오래전 영화지만, 굉장히 명작이라고 생각해요. 역사 영화는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끝까지 숨을 삼키며 봤어요.'


이야기를 돌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마데오도 가탄씨가 이용당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런 건 궁금해 할 것도 없어. 이 배에 탄 모든 놈들을 바다로 던져버리고 배를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


'우릴 이용하려는 놈들이다. 불평 하나 안할 걸.'


아마데오가 씨익 웃는 기분이 들었다.


'이 근처는 상어가 많아요~'


카르멘이 그 웃음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저 아저씨는 전생에 뭐였길래 저리도 잔악한 말을 하는 걸까.


그보다 우리가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서인데 말이야.


'우리에게 해준 것이 있으니 돕는 것이 매너, 라든가 하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무리야. 그보다 왜 우리를 이용하려는 건지 알고 싶어.


'리슈란에게 싸움을 걸려는 거지. 이왕이면 명분이 뚜렷한 싸움을 말이다.'


우리는 평화롭기 그지 없는 평범한 정착민들이잖아. 게다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는 소년 소녀들이고. 싸움을 건다면 가탄씨의 군대만으로 충분한 것 아냐?


'이 경우는 네 녀석이 화근이 되겠군.'


내가 뭔가 했던가?


'이스트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놈들은 꽤 보수적이라서 말이야. 새로운 세력이 근처에 생기는 것을 싫어하지.'


그럼 우리에게 보급품을 주는 대신 군대를 보내든가 하는 편이 현실적일 것 같은데.


'그것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닐 거다. 아무튼 네 놈은 그 해적왕을 날려버렸으니까.'


해적왕, 해적왕 하니 훌륭한 사람 같지만, 그 담담 무스탕이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약했다구.


'이름도 이상했구요~ 담담 무스탕~ 꺄하하하하~'


'흥, 그 놈이 알피엑시 대륙에서부터 발페아케이르까지 휩쓸고 다니는 유명한 범죄자라는 걸 알면 생각이 좀 바뀔거다.'


그런 사람이었어?!


'곳곳에 기지를 펼쳐놓고 보급선을 이어가며 다수의 해적선을 부리는, 아주 귀찮은 녀석이지.'


그냥 단역인줄 알았는데...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제일 놀랍다.


'그래서 군대를 보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우리와 리슈란을 붙이려는 거다. 이왕이면 양쪽 다 전멸하기를 바라고 있겠지. 이이제이, 란 거다.'


'이이제이는요~ 오랑캐는 오랑캐로 잡는다는 뜻이랍니다~'


끼어들 기회를 노리던 카르멘이 얼른 말했다. 좋아. 대충 상황은 알았어. 그럼 이제부터...


'사람들을 바다에 던져넣는건가요?'


페티마씨까지 잔혹함이 옮은 겁니까. 그렇게는 안할 거에요. 무엇보다, 이 가탄씨네는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거잖아요. 전쟁을 미끼로 이용당한다는 점에서 이 사람들도 똑같아요.


'어떻게 하실건데요?'


페티마씨가 묻자, 난 대답하는 대신 가탄씨를 불렀다.


작가의말

이스턴 아일랜드에 정착한 티프소인들은 발페아케이르를 떠나 독립세력을 이룬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계급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종교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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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6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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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4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30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9 1 17쪽
»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4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8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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