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10.21 00:48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682
추천수 :
12
글자수 :
99,741

작성
15.08.26 10:21
조회
117
추천
1
글자
9쪽

10화. 첫번째 교전

DUMMY

8주 4일. 첫 교전이 일어났다.


'교전이라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 교전은 서로 총알을 박아넣어야 교전인거다.'


아마데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상황을 정리하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격당했다. 알시아와 몇 명의 아이들이 제1 자유시 서북쪽 해안가에서 티프소군인들을 발견했는데, 그 군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마구잡이로 사격을 개시했다고 한다.


'보자마자라니, 귀여운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전쟁이란 원래 그런거다. 애도, 어른도 없어.'


'그럼 저도 전쟁 중에는 어른인 건가요~?'


그건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쟁 중이라는 것이며, 적들은 우리를 공격할 마음이 그득하다는 것이다.


'명령을 내려라 애송아. 제대로 반격 태세를 갖춰야해.'


아마데오가 잘난 척하며 말했다.


'제때 전투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지휘관은 쓸모가 없지. 애송이, 네가 아이들을 이끌려면 거기에 책임을 져야해.'


지휘관이라. 정말 군대가 되어가고 있네, 우리...


'당연하지, 애송아. 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그렇긴 하지만 군대라고 하면 전쟁을 해야하고, 그 말은 아이들이 총으로 사람을 쏴야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뺏는 것의 무게를 알기에 아이들은 너무 어리다.


'그래서 싸우지도 않고 죽을 생각이냐? 설마 아직까지도 우리를 이용해 먹은 놈들을 설득 할 수 있을거라 믿는 건 아니겠지.'


그런 나약한 생각은 이미 버렸다. 당연히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불평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아라, 애송아.'


난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데오의 말은 옳다. 아직도 칭얼거리는 건 아마데오의 말처럼 내가 애송이여서일까.


'그건 말릭씨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거에요.'


페티마씨가 날 위로해준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사랑이네요~ 첫째는 아들이 좋겠죠~'


그리고 카르멘은 어떻게든 본인의 취향을 밀어붙이는 대화 전개법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싸울 수 밖에 없다면, 제대로 싸워야 한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 우리 모두가 몰살될 수도 있다. 난 상관없지만, 이 아이들은 죽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난 내 앞에서 각자 호기심을 보이며 날 말똥말똥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결심을 굳혔다.


"지금부터 우리는 전쟁을 시작한다! 전원, 교전을 허가한다! 단, 적들이 먼저 공격해 올 때만이야. 그 외에는 지시가 있기 전까지 절대 공격하면 안 돼!"


'유약하군.'


아마데오는 내 교전수칙에 대한 평을 한마디로 읊었다. 그래도 먼저 쏘는 거랑 방어하기 위해 쏘는 거랑은 큰 차이가...


'먼저 죽으면 못쏘잖아요~ 말릭 오빠는 생각이 1차원적이에요~'


카르멘도 언뜻 보면 논리적인 이론으로 날 매도한다.


"쏘면 되는거야?"


가장 나이가 많은 알시아가 아이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재확인했다.


"음. 우리는 전투를 하는 거니까. 가급적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쏴줘. 다리나, 팔이나..."


난 착찹한 마음으로 설명했다. 아이들은 단 한번의 소곤거림도 없이 고개를 까딱였다.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염려가 되지만...바로 다음 날, 내 염려는 부질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새벽녘, 정찰대를 데리고 정찰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나와 같이 있던 에텔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고슴도치를 향해 쪼그려 앉았다.


"긴 부츠와 햇빛가리개와 망토를 뒤집어 쓰고 티프소제 라이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20명쯤 된다고 해. 저쪽 방향에서..."


에텔의 설명은 그러니까, 아마 그 고슴도치에게 들은 거겠지. 원래부터 동물과 대화가 가능했던 거야?


"으응."


에텔은 고개를 한번 젓고, 요즘들어 좀 잘들리는 것 같아, 라든가 하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 원래부터 없던 능력이 각성할 수도 있는건가? 게다가 고슴도치가 티프소제 라이플을 알고 있어?


"얘가 봤던 것을 나에게 보여줬으니까... 이렇게 삐잉~ 하고 나한테 자기가 본 것을 보여주는 거야."


에텔이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그래. 보여주는군. 고슴도치가... 난 왜 고슴도치만한 기술도 없는 걸까.


'그건 나중에 궁금해 해라. 아이들의 전투능력을 시험해 볼 찬스다.'


그냥 내가 돌진하면 되잖아. 굳이 아이들에게 싸움을 시키지 않아도...


'상대는 티프소제 무기를 가지고 있어. 아무리 너라도 맞으면 위험하지. 전에 한번 총을 맞고도 잘도 그런 생각을 하는군.'


아마데오는 평소와 다르게 설득력이 있다. 꿀꺽, 하는 소리가 내 목에서 난다. 내가 싸우는 것보다 더 긴장이 되는 건 기분탓인가.


그렇게 내가 긴장만 하고 있는 동안 적의 공격이 시작된 것은 틀림없는 나의 불찰이었다. 고슴도치가 말한 적의 정찰대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던 것이다. 다만 전투의 결과는 내 빈곤한 상상력을 재확인시켜줄 뿐이었다.


우리를 발견한 적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첫번째 총성이 울렸지만 다행히도 총알은 우리 근처로도 오지 않았다. 동시에 우리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단 일격에 적을 진압해버렸다.


빈 말로 일격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이 있던 16명의 아이들중 앞의 6명은 무릎을 굽히고, 뒤의 10명은 자리에 서서 소총을 적에게 겨눈 것이었다. 누군가가 신호를 준것도 아닌데 동시에 격발하였으며, 16발의 총알은 각기 다른 적을 맞춰서 쓰러뜨렸다.


적의 1개 분대가 단 1초만에 진압된 것이다. 다른 적을 동시에 맞추는 것은 아무리 훈련이 제대로 된 부대라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엄폐물이 없다해도 이렇게 단 발로 적을 잡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에헴~! 이게 우리 아이들의 힘이에요~'


카르멘은 잔뜩 고양된 목소리를 낸다.


'이건... 대단하군.'


아마데오 역시 감탄의 소리를 냈다. 난 아이들에게 사격 중지를 지시하고 쓰러진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다리나 어깨를 맞고 괴로워할 뿐이다. 설마 내가 아이들에게 팔이나 다리를 쏘라고 해서? 겨우 몇 초만에 이런 반응이 가능하다고?


내가 입을 쩍벌리고 이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을 때, 에텔은 나에게 "다 죽일까?"하고 천진난만하게 물어왔다.


"아니, 그럼 안 돼. 무장 해제를 시키고 되돌려보내자. 필요하면 응급처치정도는 해 줘."


나의 말을 듣고 아이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옷과 신발만 빼고-을 회수했다. 총알이 관통한 상처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응급처치하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는 적들조차도 하얗게 질려가는 것이 보인다. 뭐, 보통 사람이 보면 역시 정상은 아니겠지.


'이 녀석들을 포로로 삼지는 않는 건가?'


아마데오의 말도 지당하다. 포로라면 교섭할 때도 여러모로도 쓸 수 있겠지. 하지만 가둘 곳도 마땅치 않고, 우리는 아무튼 식량이 부족하다. 성인 남성을 데리고 가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식량 소모가 발생할 것이다.


'그냥 놓아주진 마라, 애송아. 제대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난 그 중 가장 높은 직급을 달고 있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치고 두려운 얼굴로 날 올려다 보았다. 난 가능한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청년에게 말했다.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그리고 사탕을 달라고 해요~'


"그리고 사탕을.. 아니."


제발 이런 장면에서는 끼어들지 말아줘. 정말로 말할 뻔 했잖아. 난 헛기침을 해서 얼버무리고 다시 진지한 얼굴을 했다.


"너희가 다시 온다면 다음에는 살려두지 않겠다."


'다시 올 때는 사탕을 가지고 오라고 해요~'


카르멘은 꿋꿋하지만 난 이번에는 걸려들지 않았다. 청년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우리의 첫번째 교전은 대승으로...


'뭐가 대승이냐. 겨우 분대 하나 잡은 건데.'


'남자가 포부가 작군요~'


... 적당한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것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아무튼 난 놀이공원의 스릴 정도만 겨우 즐기는 소시민이니까 그 이상의 위험한 경험을 하고픈 맘이 없으니, 미래에는 전투는 없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늘 그렇지만 부질없었다. 사람의 상상력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처럼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새로운 사건이 터진 것이다.


작가의말

에텔은 동물과 친합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테르센트 연대기 ~ 네 개의 영혼, 한 개의 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 15.10.21 165 1 17쪽
13 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192 0 16쪽
12 1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145 0 8쪽
11 11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95 1 23쪽
» 10화. 첫번째 교전 15.08.26 118 1 9쪽
9 9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223 1 13쪽
8 8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229 1 12쪽
7 7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148 1 17쪽
6 6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163 1 20쪽
5 5화. 원조 15.05.01 182 1 16쪽
4 4화. 새로운 가족 15.04.20 258 1 17쪽
3 3화. 정착자와 해적 15.04.20 347 1 22쪽
2 2화. 그리고 출항 15.04.20 192 1 10쪽
1 1화. 네 개의 영혼과 한 개의 몸 15.04.20 226 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