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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2
최근연재일 :
2016.01.18 02: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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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4
추천수 :
37
글자수 :
143,055

작성
16.01.1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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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DUMMY

약속한 날, 조르너와 루나는 한껏 멋을 부리고 마차에 올랐다. 루나는 조르너가 직접 구해다 준 아름다운 야생화를 머리에 꽂고 있었다. 붉은 색 드래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정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샤를은 두 사람을 마차에 태우고 직접 말을 몰았다. 저택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넓은 정원에는 아름다운 봄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저택의 입구에 도착한 다음, 샤를은 루나에게 먼저 내려서 따로 들어갈 것을 요청했다.


"사실 조르너씨는 조금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어서요. 조르너씨의 훌륭한 인품을 모르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요. 하지만 저와 같이 들어가신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겁니다. 루나씨는 홀에서 기다려주십시오."


루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조르너는 더 많은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흐를 정도로 기뻤다. 샤를은 그녀에게 빙긋 웃어보이고, 조르너를 데리고 뒷문으로 들어갔다. 조르너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그의 뒤를 쫓았다. 응접실에 이른 다음 샤를은 조르너를 힐끔 쳐다보고 빙긋 웃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조르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끽끽거리는 소리를 냈다. 샤를은 그를 두고 떠났다. 조르너는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샤를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곧 샤를이 돌아와서 사람들 앞에 자신을 데리고 갈 거라 믿었다. 여태까지 자신을 괴물이라 부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를 알려줄거라 기대했다.


"조르너는 어디에 있지요?"


샤를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루나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루나의 곁에 모여들었기 때문에 그녀는 꽤나 긴장한 것 같았다.


"조르너는 잠시 화장실에 갔습니다. 많이 긴장한 것 같더군요. 루나씨처럼 아름다운 분이 제 파티에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조르너가 올 때까지 제 춤 상대가 되어주시겠습니까?"


루나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주빈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샤를은 조르너의 은인이 아닌가.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샤를은 천천히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홀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관현악단의 연주가 홀을 채웠다. 루나와 샤를은 화려한 샹들리에 빛을 받으며 천천히 원을 그렸다.




샤를은 오지 않았다. 조르너는 계속 그를 기다렸다. 뭔가 준비가 길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파티에 참가해본 일은 없으니 제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몇 명의 젊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연회복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귀족의 자제들일 거라고 조르너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들도 조르너와 같은 손님이니까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하며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너는... 괴물이잖아?"


"난 이놈을 알고 있어. 루나님과 같이 사는 그놈이다!"


"어떻게 샤를님의 방까지 온거지? 숨어들어온 건가?"


"설마 루나님을 따라오려한 건가, 주제를 모르는 놈!"


그게 아니라, 샤를이 직접 초대한 것인데, 여기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그는 끽끽 소리를 냈다. 마치 돼지가 우는 소리처럼 구슬프게 들렸다. 청년들은 조르너를 내쫓았다. 마구 밀치고, 주먹으로 때렸다. 조르너의 코에서는 피맛이 났다. 그는 두 손으로 콧잔등을 부여잡고 정원 밖까지 쫓겨났다. 청년들은 경비를 불렀다. 우락부락한 경비는 당황한 조르너의 양 팔을 잡고 장미가 가득한 정원에서 그를 끌어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저택 밖의 진흙구덩이에 엎어져 있었다.


조르너는 철창을 붙잡고 들여보내 달라며 사정했으나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바닥에 열심히 글씨를 쓰려고 했으나 경비들은 그를 비웃으며 그가 손가락으로 바닥에 쓴 내용을 읽지도 않고 발로 문질러 지워버렸다.


"썩 꺼져라, 이 괴물아.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


조르너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문뜩 저택 옆에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나무위로 올라가면 저택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운좋게 샤를이 자신을 본다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무례하고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한 것인지 알려줄 것이리라. 조르너는 엉금엉금 나무를 기어 올라갔다. 손에 가시가 박혔지만 그는 마구 나뭇결을 발길질 해가면서도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 중간쯤에 올라간 그는 눈을 부릅뜨고 저택의 창문들을 바라보았다.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에 밝은 빛이 퍼져있는 저택은 그가 있는 나무 그늘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온갖 진미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화려하게 꾸민 젊은이들이 춤 추고 있었다. 조르너의 동공이 커졌다.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루나와 샤를도 있었다. 잘못 볼리 없다. 그녀는 너무나 화려한 붉은 드래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루나는 어째서인지 춤을 추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 지식을 얻었는지는 본인도 알지 못한다. 열 몇번째의 소재가 춤을 잘 추는 소녀였기 때문이란 것을 그녀가 알 리 없었다. 그 소재가 해체용 칼에 찔려서 숨질 때 어떤 신음소리를 냈는지 역시 루나가 알 수 없었다. 샤를은 춤이 끝날 때마다 정중히 그녀에게 춤을 권했다. 조르너에 대해 물으면 "곧 돌아올 겁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벌서 세번째 춤인데도 조르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저, 조르너를 찾아봐야겠어요."


샤를이 그녀에게 네번째 춤을 권했을 때 루나는 거절했다. 그는 "그렇다면 절 따라오십시오."라고 말한 다음 자연스럽게 루나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너무나 하얀 손가락은 그를 흥분시켰다. 저 손가락이 그의 뺨을 쓸어주기라도 한다면 그는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샤를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루나를 이끌었다. 루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그의 침실은 3층에 있었다. 그는 큰 창문이 있는 외각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조르너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그들은 자신을 찾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이것은 아무리 봐도 밀회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루나가 그를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리 없다. 왜냐하면 그녀를 만든 것은 그다. 그녀는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엉망진창이다. 말도 안된다고 그는 되뇌였다. 팔의 근육이 경련했다. 나무에 매달려있는 건 그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아직도 그들을 쫓고 있었다. 그들은 3층에 올라갔다. 어떤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침대가 있었다. 창에 커튼이 하나도 없는 것을 조르너는 이상하게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루나씨. 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저, 그것보다 조르너는..."


샤를은 루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루나는 이 행동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샤를은 입술을 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에...?"


루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샤를은 그녀를 다시 끌어안고 입맞췄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에 닿는 순간 그녀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를 밀어내고자 했으나, 남자의 힘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르너는 나뭇가지를 놓쳤다. 그는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키스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시선에서 사라졌다. 배신당했다. 루나가 그를 버렸다. 그는 슬피 울었다. 바닥을 치며 울었다. 두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와 진흙바닥을 더럽혔다. 루나가 어째서 그를 떠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왜 샤를을 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저기봐, 괴물이 울고 있어."


아까의 청년들이 저택을 나오다가 그를 발견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어떻게 저런 놈이 샤를님의 방까지 올 생각을 했지?"


"정말, 샤를님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샤를님께 실례로군."


"정말 지독하게 못생겼군, 저 괴물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워."


조르너는 울음을 멈췄다. 왜 그를 버리고 샤를에게 갔는 지 알았다. 조르너는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는 그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양 손에서 흐른 피는 지저분하게 그의 화려한 옷을 더럽혔다.




"그만두세요!"


루나는 샤를을 밀어냈다. 샤를은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루나."라고 말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싫어요! 조르너는 어디에 있죠?"


"그는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성에게 어울릴 수 있는 건, 바로 저입니다."


"최악이군요. 당신은 정말로... 너무해요."


루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샤를은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 목표는 이룬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남은 것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 뿐.




마차를 타고 올 때는 십분 거리였지만, 걸어서 갈 때는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루나가 집에 돌아갔을 때 집안은 엉망이었다. 조르너는 무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화병은 깨져있었다. 커튼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그의 옷장안의 옷들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저도 기분이 안좋아져서 돌아왔어요."


루나는 조르너에게 뭐라고 말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샤를에게 속은 것을 알면 그가 얼마나 슬퍼할지 염려되었다. 조르너가 그동안 기뻐했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샤를이 오늘만 이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저, 그게, 오늘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았어요. 샤를씨가 조르너를 계속 찾았는데..."


그녀의 거짓말을 들으며 조르너는 끽끽거리며 울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믿고 있었는데, 너만은 믿고 있었는데.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루나에게는 그저 울음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샤를은 깔끔한 옷을 입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보석반지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는 무장한 4명의 경비와 동행하였다. 경비들은 조르너를 잡아서 아무 죄목이나 붙이고 감옥에 가둘 것이다. 루나는 조르너가 잡혀있는 이상 그의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루나와 결혼을 하고, 서서히 얼어붙어 있는 그녀의 마음을 녹이면 된다.


'어차피 그 괴물은 이제 루나를 믿지 못하겠지.'


조르너는 언제까지고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테니, 그 아름다운 소녀는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입이 찢어지는 것처럼 벌어졌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 그는 소리높이 웃었다.




루나는 원래의 헌옷으로 갈아입었다. 낡은 천을 꿰매입은 옷이지만, 그녀에게는 이 옷이 가장 편했다. 붉은 드래스는 혹시라도 샤를이 온다면 그의 앞에서 집어던져 줄 생각이었다. 멍하니 주저 앉아있는 조르너는 잠을 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르너는 그녀가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루나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조르너가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주자.'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아침 장보기는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던 소녀가 파티에 나타났다는 소문 때문일까? 왠지 시장의 상인들은 평소보다도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냈다. 루나를 붙잡아달라고 샤를에게 부탁받았다는 것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작가의말

붉은 거인의 이야기는 잔혹함과... 먼치킨의 이야기입니다. 상대가 하도 강해서 티는 안 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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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213 1 12쪽
22 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25 0 19쪽
21 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212 0 8쪽
20 19화. 전야 16.01.14 238 0 10쪽
19 18화. 선지자 15.10.16 203 0 12쪽
18 17화. 알리시아 영지의 마녀 15.08.21 273 1 13쪽
17 16화. 마후라나 15.08.17 280 1 14쪽
16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220 2 22쪽
15 15화. 해피엔딩 15.07.22 200 2 12쪽
14 14화. 검과 탄환 15.07.20 250 1 11쪽
13 13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275 3 9쪽
12 12화. 볼페레 15.07.15 340 2 9쪽
11 11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241 3 12쪽
10 10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264 2 22쪽
9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222 3 7쪽
8 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257 2 7쪽
7 7화. 광마 도적단 15.05.08 254 2 28쪽
6 6화. 파키스 공략전 15.04.27 276 2 16쪽
5 5장. 후퇴 15.04.24 247 2 12쪽
4 4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4.20 245 2 8쪽
3 3화. 나보 수비전 15.04.20 267 3 23쪽
2 2화. 소녀와 소년 15.04.20 311 1 8쪽
1 1화. 게랄드와 예리엘 15.04.20 302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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