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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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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2
최근연재일 :
2016.01.18 02: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707
추천수 :
37
글자수 :
143,055

작성
15.06.17 09:48
조회
221
추천
3
글자
7쪽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DUMMY

피아조 상단의 교섭단이 학생군의 영지에 도착한 것은 6주 4일 오후였다. 상단장으로서 교섭은 자주해본 게랄드였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인은 그런 게랄드를 달래기는 커녕, "이번에 이들이 우릴 돕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라든가, "이들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에요."라는 다 들리는 혼잣말을 하여 게랄드를 부채질했다. 덕분에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들이 기다리는 막사로 한 무리의 젊은 학생들이 들어오자마자 게랄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호운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이 학생군의 리더 유지니오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저 정도의 미남자는 이 근방은 물론이고, 대륙 전체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레인은 그가 게랄드의 적극적인 어필에 당황하는 것을 흐뭇하게 관찰하다가,


"피아조 상단의 대표 게랄드 피아조님입니다. 저는 레인 알리시아로 피아조 상단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어요."


라고 자기소개조차 까먹고 있는 게랄드를 대신해서 덧붙였다.


"유지니오 제노베바입니다. 부족합니다만 학생군의 대장을 맡고 있어요."


유지니오는 눈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붉은 머리의 거인과 그녀의 곁에서 다소곳이 서있는 단발머리 여성에게 담담하게 자기 소개를 한 다음 여유있게 웃어보였다.


"우리는 이미 피아조 상단을 도와 켄츄게이트 용병단을 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켄츄게이트의 악행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지요."


레인은 그의 시선을 보고 조금 감탄했다. 아직 한참이나 젊은데도 그는 이런 자리에서 전혀 떨림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슬며시 웃고, "다행입니다. 솔직히, 우리의 힘으로는 스스하를 지켜낼 수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가슴위로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 끝이 가슴골 사이에 닿았을 때 유지니오의 뒤에 서있던 소년 소녀들의 시선이 모두 같은 곳으로 몰려들었지만, 유지니오만큼은 반응하지 않았다.


'과연 리더를 할만한 인재로군. 나사 빠진 사람은 아니었네.'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안도하는 게랄드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고 있었다. 레인은 미소를 지으며 "보상은 어떻게 드리면 좋을까요? 저희 상단은 충분한 보답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물었다. 유지니오는 단호하게 고개를 한번 저었다.


"그것은 승리한 후에 결정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것보다 우리는 측면에서 적을 공격할 생각입니다. 전술에 대해 피아조 상단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유지니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자 레인은 조금 감탄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풋내기 학생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교섭에 능숙했기 때문이다. 레인은 미리 생각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인피던은 자신들의 정예군을 보내 호운타군을 막겠지요. 호운타군보다 많은 병력을 보낼 것입니다."


유지니오는 과연 그렇다는 듯 여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은 다시 가슴앞으로 두 손을 모은 다음, 일부러 애교있는 목소리를 내보았다.


"호운타군이 그들과 대치하게 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적은 대군이에요. 병력 일부가 없다고 해도 피아조 상단의 힘으로는 켄츄게이트를 깨뜨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만 몰릴뿐, 유지니오는 작게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막는 적을 피해 스스하를 지원할 겁니다. 6일 내에 스스하를 공격하는 켄츄게이트의 측면을 찌를 것이니 전투에 호응해주십시오."


유지니오는 레인과 게랄드에게 그렇게 말하고 시원하게 웃으며 동맹을 선언했다.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돌아가는 길에 레인이 말 위에서 나란히 말을 몰던 게랄드에게 말했다.


"응? 뭐가?"


별 말도 못하고 구경만 하던 게랄드가 물었다.


"유지니오란 사람, 마술사잖아요. 마술사들은 현실을 외면하기 나름인데, 그는 전략에도 능하고 교섭술을 알아요. 몇 주전만해도 그냥 학생이었는데도 베테랑 지휘관 같은 느낌이 나요. "


"잘 생기긴 했던데."


"물론... 잘 생기기도 했죠."


게랄드가 악의 없이 본심을 찌르자 레인은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레인은 교섭에 있어서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 진행해온 교섭들에도 적절히 여자의 매력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자신감에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다음에 만나면 좀 더 남심을 흔들어 봐야지.'


그녀는 괜한 오기로 그렇게 다짐했다.




호운타 학생군의 참전 소식은 금새 대륙에 퍼졌다. 과거 브이젠 상단장인 위센은 이때다 싶어 인피던에게 달려가서 고했다.


"남쪽에서 호운타 군이 올라온다면 우리는 포위되는 형국입니다. 서쪽의 피아조 상단과 북쪽의 광마도적단과 힘을 합치면 우리는 삼면포위에 걸려드는 것이니 동쪽으로 물러나서 재공격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브이젠 상단의 주인이었던 위센 브이젠은 겨우 수주전 메렌스 농업지구를 선제공격하면서 이 전쟁을 의욕적으로 시작한 장본인이지만, 지금의 그는 그때의 열정은 모조리 사그라들어 있었다. 켄츄게이트 용병단의 인피던은 그의 기반마저 흡수하고 대륙 전체에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니, 위센이 이 전쟁을 막고 싶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피던은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위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위센, 위센. 눈에 힘이 많이 빠졌군. 날 고용할 때의 당신은 좀 더 거만했는데 말이야."


위센은 누구때문이냐고 불평하고 싶었지만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시선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병력은 이미 적들의 수배에 달한다. 우리가 저들을 당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호운타의 유지니오는 현대의 거의 유일한 마술사이고, 마술 자체를 전투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충분한 경계를 하지 않으면 만에 하나..."


위센의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어 결국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인피던은 총기를 손질하고 있던 그의 동생 켄베트로에게 눈짓했다.


"학생군은 1만 정도라더군. 얼마의 병력이 있어야 놈들을 모조리 짓밟을 수 있겠어?"


켄베트로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머스켓을 들어보이며 으스댔다.


"형님, 그놈들은 전략의 기초조차 모르는 애송이입니다. 마술이 있다해도 이 무기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반수만 있어도 놈의 대장의 목을 잘라올 수 있습니다."


인피던은 그의 동생의 시원스런 답에 만족하며 1만의 정예병을 내어주고 당부했다.


"넌 전투에 대해서는 따를 자가 없지만 조금 성급한 면이 있다. 적의 계책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


위센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켄츄게이트가 출진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테르센트 연대기, 붉은 거인, 아카드와 믿을 수 있는 친구들에 모두 다르게 올라갑니다. 번거로우신 분은 테르센트 연대기 쪽만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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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212 1 12쪽
22 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25 0 19쪽
21 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212 0 8쪽
20 19화. 전야 16.01.14 237 0 10쪽
19 18화. 선지자 15.10.16 203 0 12쪽
18 17화. 알리시아 영지의 마녀 15.08.21 273 1 13쪽
17 16화. 마후라나 15.08.17 280 1 14쪽
16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219 2 22쪽
15 15화. 해피엔딩 15.07.22 199 2 12쪽
14 14화. 검과 탄환 15.07.20 249 1 11쪽
13 13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275 3 9쪽
12 12화. 볼페레 15.07.15 339 2 9쪽
11 11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241 3 12쪽
10 10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263 2 22쪽
»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222 3 7쪽
8 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257 2 7쪽
7 7화. 광마 도적단 15.05.08 254 2 28쪽
6 6화. 파키스 공략전 15.04.27 276 2 16쪽
5 5장. 후퇴 15.04.24 247 2 12쪽
4 4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4.20 245 2 8쪽
3 3화. 나보 수비전 15.04.20 267 3 23쪽
2 2화. 소녀와 소년 15.04.20 311 1 8쪽
1 1화. 게랄드와 예리엘 15.04.20 302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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