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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2
최근연재일 :
2016.01.18 02: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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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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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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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장. 후퇴

DUMMY

알피엑시 북쪽 상단 중 최대 세력이었던 풋남 상단의 사이몬 풋남은 보통의 군벌세력과는 달랐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비로웠으며 불의를 좌시하지 않았다. 티프소의 침공 때 이미 제법 명성있는 군인이었던 그는 테르센트를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전쟁에 참가하였다.


이계의 악마와의 전쟁 참전 열흘만에 다리를 다쳐서 전장에서 은퇴하게 되었지만, 사이몬은 여전히 군인으로서 책무를 다하려고 했다. 어떻게든 이계의 악마를 몰아내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던 그는 고민끝에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이탈자를 통합하여 상단을 세웠다.


그는 자본을 모아 세력을 넓혀서 의약품과 식량을 취급하는 군의 보조 단체를 만들었다. 처음 취급한 상품은 한정적이었지만 그는 넓은 인맥으로 최북단 피아조 상단, 북티프소광산연합, 세드러의 브이젠 상단, 토뷔스 농업지구, 엑시의 벨루통 상단 등 주요세력과 동맹을 맺고 교류를 하며 상단들의 실질적은 맹주역할을 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의 시대를 이끌며 분쟁이 있을 때마다 중재했고, 공평한 교역을 위한 규칙들을 제정하여 적용하기도 하였다. 풋남상단은 모다스 백작가문과 힘을 합쳐 화폐법을 통과시킬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사실상 사이몬 풋남의 존재는 알피엑시 대륙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1028년 초, 브이젠 상단이 고용한 켄츄게이트 용병대가 전쟁을 시작했을 때 그는 너무나 나이가 많았다. 그는 분쟁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였으나 노쇠한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고, 결국 덜컥하고 중병에 걸려버렸다.


한 주 내내 시름시름 앓다가 3주 1일, 79세의 나이로 사이몬 풋남은 세상을 떠났다. 외부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풋남상단은 사이몬 풋남이 세상을 떠난 후에 문제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후계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풋남 상단의 두 주축세력이었던 에스테파니 알더퍼와 가르크 나와치크는 풋남 생전에도 사이가 나빴다. 에스테파니는 냉정하기만 한 가르크를 기계인간이라 비난했고, 가르크는 에스테파니가 풋내기라며 비난했다. 사이몬 풋남은 오래 두고 부린 가르크를 신뢰하였지만 열정적이고 머리가 좋은 에스테파니 역시 아꼈다. 상단을 위해 한시도 쉬어본 일이 없는 두 사람 입장에서는 서로의 존재가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었으나 실제로 드러나는 일이 없었다.


그랬던 것이 풋남 사후 브이젠 상단의 처우에 대해 가르크와 의견이 대립되며 크게 다투게 되더니, 결국 두 세력은 무력적인 대립까지 일어났고, 이 사건을 계기로 풋남상단은 두 세력으로 나뉘어 버렸다. 풋남 상단의 요지인 파키스를 가르크가 지휘하였으며, 에스테파니와 그녀를 따르는 자들은 토유낙으로 떠났다.


분쟁은 있었어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각오하던 두 사람이었으나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가장 먼저 문제가 일어난 것은 가르크의 파키스 지구였다. 사이몬 풋남이 자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후 재산 처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가르크는 이 것을 그대로 상단 재산에 포함시켜버린 것이다. 가르크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재산이기에 당연히 회수하여 자본으로 쓰려고 한 것이지만 상단의 부하들에게는 분노할만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풋남 생전에 가족 없이 죽은 상단원의 재산은 상단원끼리 나누라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몫을 챙길 기회가 사라지자 풀만을 품은 이들은 근처 벨루통 상단에게 항복할 것을 기약하기로 하고 첩자를 보내 전쟁을 도발했다.


"사이몬님이 돌아가신 후로 가르크가 자기 멋대로 상단을 집어삼켜 사익을 채우고 있습니다. 군대를 일으켜 그를 제거해주신다면 마땅히 내부에서 호응할 것입니다"


이 편지는 전달과정의 실수로 에스테파니에게 전해져버리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에스테파니는 현재 군사력으로 벨루통과 맞설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르크에게 내부 반란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연합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가르크는 화를 벌컥냈다.


"내가 이제 막 나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이를 방해하려는 수작인가! 이토록 비겁한 짓을 하다니, 무력으로 응징하리라!"


가르크는 즉시 병력을 일으켜 토유낙으로 기습을 감행했다. 아직 세력이 제대로 잡히기도 전에 전쟁을 일으킨 것은 그에게는 통한의 실수였다. 가르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파키스에 남아있던 그의 부하들은 옳다구나 하고 근처의 전통 있는 세력가인 벨루통에게 항복해버리니 가르크는 하릴없이 떠돌다가 강도를 만나 불귀의 객 신세가 되어버렸다. 에스테파니는 급하게 용병을 고용하고 벨루통 상단과 맞서려고 했으나 기반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벨루통 상단의 주인 뤼크 벨루통 본인은 소심하기 그지없는 인물이었고 전쟁을 싫어했다. 예리엘의 말을 빌리면, "어제 거리에서 건어물을 팔던 아저씨랑 닮았어."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다만 그의 부하이자 부상단장을 맡고 있는 체스터 캐트릭은 비범하고 전세를 읽을 줄 아는 전략가였다. 그는 뤼크에게 조언하여 파키스를 점령하게 하였고 에스테파니를 압박하였다.


"이제 풋남 상단의 대부분을 흡수한 것과 같습니다. 이제 병력을 끌어모아 피아조 상단을 쳐야합니다."


"어째서? 우리는 그들과 줄곧 동맹이지 않았는가? 게다가 피아조 가문은 풋남과 동맹이니 우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린 서둘러야 합니다. 게랄드 피아조가 돌아오면 그들은 풋남을 점령한 우리를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켄츄게이트 용병대와 맞서기 위해 그들은 대륙의 절반을 가로질러갔으니 우리가 그들의 본거지만 격파한다면 피아조 상단도 흡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체스터 캐트릭이 설명하였으나 뤼크는 마땅치 않게 여기고 우물쭈물 대답을 피했다. 이에 체스터는 직접 병사를 모으고 피아조 상단을 침공할 준비를 하였다. 그는 근방의 방랑 세력과 용병을 끌어모아 군대를 조직했고, 그 수가 족히 오천이 되었다.


--------------------


"예? 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구요? 그건 싫어요."


출병에 앞서 예리엘이 레인에게 피아조 상단 본사에 남을 것을 지시하자 그녀가 가장 처음 한 말은 불평이었다.


"제가 직접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저 없이 싸우면 피해가 적지 않을텐데요?"


"그건 그렇지만..."


예리엘은 부정할 수 없었다. 참모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피아조 상단의 유일한 전략가인 레인은 전쟁을 앞둔 지금 꼭 필요한 존재였다. 레인은 뚱한 표정으로 예리엘을 바라보았고, 결국 예리엘은 게랄드에게 바통을 터치했다. 게랄드는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괜찮아. 켄츄게이트 용병대 따위는 대충 두드리면 끝날거야. 토뷔스를 구하는 건 예리엘의 책략으로도 충분해."


게랄드가 멋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정작 예리엘은 똥씹은 표정이 되어 침묵을 지켰다.


"게다가 뒤를 맡길 사람이 없어. 우린 이 곳이 유일한 본거지라서... 풋남 상단이 물자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 본사가 떨어지면 갈 곳이 없어."


게랄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레인은 결국 한숨과 같은 대답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뭐, 솔직히 예상했기도 했어요. 제가 아니면 여기를 지킬 사람이 없죠. 게다가..."


"응?"


"아뇨. 이건 부디 기분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우리 주력부대가 떠난 틈을 타서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에게? 우리와 인접한 벨루통 상단의 뤼크 아저씨는 순박한 사람이야. 배신할만한 위인이 아닌걸. 게다가 풋남 상단의 사이몬 아저씨는 내 대부라구. 마시므 광산연합에서 바다건너 원정을 온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괜찮아."


레인은 예리엘이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더 이상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풋남 상단이 와해되고, 벨루통 상단이 급성장한 것이다. 겨우 한 주만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벨루통 상단의 참모는 자신의 주군의 마음을 흔들정도의 말솜씨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레인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 그들이 할 일은 뻔했다.


레인은 즉시 편지를 써서 토뷔스 농업지구를 구원하러 간 피아조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대응책을 물었다.




부상병을 보살피며 재출격을 앞둔 예리엘은 이 소식을 듣고 적잖게 침울해졌다. 게랄드는 편지를 가지고 여기까지 온 마렌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뭐에요, 제 탓이 아니라구요. 이래서 메신저는 싫다고 했는데."


"아니, 탓하려는 건 아냐."라며 예리엘은 손을 휘저었다.


"이게 언제 사건이야?"


이마를 쥐고 묻는 예리엘에게 마렌은 "5일 전이요."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럼 상황이 나빠."


예리엘은 마른 입술을 혀로 핥고, 게랄드를 쳐다보았다.


"게랄드, 어떻게하면 좋지?"


게랄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반문했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면 어떻게 되는거야?"


"본사는 어찌어찌 구조하겠지만 켄츄게이트가 난동피우겠지."


"레인씨에게 맡기면...?"


"이곳은 어떻게든 막아내겠지만 본사가 매우 위험해."


예리엘은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우울하게 말했다.


"우리 군을 둘로 나누면 어떨까?"


"본사쪽도 못지키고 토뷔스도 못지킬 거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게랄드가 다시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에는 희망따위는 없었다.


"역시 전략가가 없으니까... 레인씨가 있었다면 물어보기라도 했을텐데..."


예리엘은 푹 잠긴 목소리를 냈다. 게랄드는 그런 예리엘을 위해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안절부절할 뿐 딱히 좋은 생각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마렌이 손바닥을 짝, 치고 "아."라는 감탄사를 말했다.


"그러고보니 레인씨의 진언이 있어요. 회군하신다면 키알루에 주둔하고 있는 학생군들에게 가보래요. 메렌스로 출병을 요청해달라고."


"그런 건 처음부터 좀 말해."


예리엘이 못마땅하게 마렌을 바라보았다.


"뭐에요, 제 탓이 아니라구요. 이래서 메신저는 싫다고 했는데."


마렌은 투덜대며, "그냥 두 사람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그랬을 뿐이라구요."라고 덧붙였다.


"좋아. 시간이 없으니까 괴롭히는 건 봐줄게, 마렌. 즉시 유지니오의 학생군을 향해 가! 당장!"


"에에~?! 저 방금 여기에 온거 안보이세요?! 엄청 힘들었다니까요! 하다못해 단 푸딩과 차가운 과일주스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 워낙 급하게 와서 그런 호화로운 건 못챙겼어. 찐 쌀하고 육포 밖에 없어. 먹을래?"


마렌은 투덜거리며 터덜터덜 나가 말에 올랐다.


"그런데 학생군이 우릴 도울 수 있을까? 그들도 전쟁 중이잖아?"


게랄드의 질문에 예리엘은 선뜻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유지니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들었다. 그들이 키알루에서 대승을 건져올린 것도 유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력을 과대평가할 수는 없다. 당장 그들도 전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 그렇지만 그들이 돕지 않는다면 토뷔스는 전멸한다.


"제발 유지니오가 힘든 사람 그냥 못보는 착한 학생이면 좋겠다."




3주 11일. 피아조 군은 케빈 후안에게 수비 전권을 돌려주고 부대를 돌렸다. 당장 통곡이라도 시작할 분위기로 좌절하는 케빈에게 게랄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생군에게 사람을 보내놨습니다. 그들이 메렌스를 공격해주면 켄츄게이트 용병대는 함부로 덤비지 못할 것입니다. 벨루통 상단을 정리하는 대로 켄츄게이트를 섬멸하겠습니다."


게랄드의 약조에 케빈은 어쩔수 없이 그들의 무운을 빌며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세이지들은 학자 집단으로 과거 티에세의 상아탑에서 모든 마도지식을 축적했습니다. 마법시대가 끝나며 그들은 해산하였고, 그들의 지식은 단순한 과거사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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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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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212 1 12쪽
22 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25 0 19쪽
21 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211 0 8쪽
20 19화. 전야 16.01.14 237 0 10쪽
19 18화. 선지자 15.10.16 203 0 12쪽
18 17화. 알리시아 영지의 마녀 15.08.21 273 1 13쪽
17 16화. 마후라나 15.08.17 280 1 14쪽
16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219 2 22쪽
15 15화. 해피엔딩 15.07.22 199 2 12쪽
14 14화. 검과 탄환 15.07.20 249 1 11쪽
13 13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275 3 9쪽
12 12화. 볼페레 15.07.15 339 2 9쪽
11 11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241 3 12쪽
10 10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263 2 22쪽
9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221 3 7쪽
8 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257 2 7쪽
7 7화. 광마 도적단 15.05.08 254 2 28쪽
6 6화. 파키스 공략전 15.04.27 276 2 16쪽
» 5장. 후퇴 15.04.24 247 2 12쪽
4 4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4.20 245 2 8쪽
3 3화. 나보 수비전 15.04.20 266 3 23쪽
2 2화. 소녀와 소년 15.04.20 311 1 8쪽
1 1화. 게랄드와 예리엘 15.04.20 302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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