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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2
최근연재일 :
2016.01.18 02: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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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3
추천수 :
37
글자수 :
143,055

작성
15.07.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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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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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화. 검과 탄환

DUMMY

그들이 터널에 이르렀을 때, 인피던을 선두로한 추격군들과 차이는 겨우 3분여밖에 되지 않았다. 게랄드와 예리엘은 서로 불만을 터트릴 시간조차 없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흩어져서 터널 구석에 숨겨둔 마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미리 터널에 넣어둔 마차는 5개. 티프소 수출하기 위해 포장되어있는 이것을 보고 게랄드가 생각해낸 작전은 예리엘은 물론이고 레인의 상상마저 뛰어넣는 것이었다.


"콩가루로 뭘 한다구?"


"터널에 콩가루를 뿌릴 거야. 아주 많이."


예리엘은 게랄드에게 뭐 잘못먹었냐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겨울콩 먹고 체한 적 있어?"


"아니아니, 겨울 콩가루는 굉장히 곱거든."


"그래서...?"


"폭발시킬거야."


"그런게 가능해?"


"재작년에 연합지구의 석탄광산에서 폭발이 있었잖아. 분진폭발이라고 하는 거래. 그걸 이 터널에서 일으키는거야."


예리엘은 아까부터 곰곰히 생각에 잠겼던 레인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이 얼토당치 않은 작전이 시행될 것을 알고 이마에 주름이 세줄 잡힐 정도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엄청 위험하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싫어!"


"예리엘에게는 너무 위험해."


"싫다구! 나도 같이 갈거야! 게랄드, 너 자꾸 날 어린애 취급하는데, 자꾸 그러면 내가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켄츄게이트 용병단을 향해 혼자 돌진하는 수가 있어."


게랄드는 어처구니 없는 협박에 물로 끌려나온 새끼잉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좋아요. 그렇게 된거니까, 자세한 작전을 말씀드릴게요.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군요."


레인은 빙긋 웃으며 차분히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피던이 터널에 도달했을 때, 터널 안은 고의적인 어둠과 매케한 냄새가 나는 자욱한 먼지가 가득했다.


"다친 사람을 업고 달리는 건 한계가 있지. 어둠 속에 숨어있을지도 몰라...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주저없이 쏴라!"


인피던은 부하들에게 사격을 지시하며 천천히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시커먼 터널 안은 광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뿌연 햇빛에 어둑어둑한 그림자만 보일 뿐이었다.


"저기다!"


인피던의 시야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을 때, 누군가가 외쳤다.


두 세발의 총성이 울리는 순간 그 먼지는 강렬한 폭발로 바뀌었다. 터널이 쩌렁쩌렁 울렸다. 폭발의 중심에 있던 인피던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굉음이 울리고, 곧 이어 이명이 뒤따랐다. 눈앞이 번쩍이고, 곧 시야마저 사라졌다. 통증이 온 것은 그 이후였다.




"너무 빨라!"


예리엘은 콩가루가 들어있는 부대를 찢으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리엘, 너라도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게랄드 역시 마음이 급했다. 그는 예리엘을 내보내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밀었다. 예리엘은 그의 손을 있는 힘껏 쳐내며 외쳤다.


"무슨 말이야, 같이 가야지, 바보야! 바보 게랄드!"


게랄드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폭발이 일어나면 예리엘이 위험하다. 아니, 그 역시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의 위험에 대해 생각한 적 없었다. 오로지 예리엘만 지켜낼 수 있다면 죽는다는 것은 정말로 사소한 것이었다.


그 때 적의 기척이 느껴졌다. 터널 입구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뒤로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뿌연 가루가 안개처럼 가득한 터널이지만 게랄드는 그들이 총구를 겨누는 것을 알았다.


'예리엘이 죽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저없이 예리엘을 끌어안았다. 누가 방아쇠를 당기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쾅, 하는 울림이 터널을 뒤흔들었다. 붉은 불꽃의 폭풍우가 굉음을 뒤따랐다.




게랄드는 눈을 떴다. 지독한 고통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겨우 기침을 했지만,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터널 곳곳이 불타고 있기에 그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오른 다리에서 피가 쏟아져서 바닥에 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게랄드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머리가 잘 돌지 않는다. 출혈이 과한 탓일 수도 있다. 지금은 움직이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예리엘!"


하지만 그는 목이 터져라 예리엘을 불렀다. 그녀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폭발의 직격은 피했지만, 그 뒤의 충격파로 그녀를 놓쳐버렸다.


"예리엘!"


다시 크게 외쳤다. 입안에 피가 고였다. 게랄드는 다리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걸음을 정신없이 걷고 나서 눈을 크게 떴다. 무너진 터널의 모래위에 예리엘이 걸치듯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호흡에 맞춰 작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게랄드는 다시 한 발짝을 옮겼다. 살아있다. 그녀는 무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안심이다.


게랄드는 희미하게 숨을 내쉬고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탕!


그래서 그는 이 총성을 예측하지 못했다. 게랄드는 한쪽 어깨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인피던이 총구를 겨누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피던이 서 있는 바위까지 30보도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게랄드의 다리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흩어졌다.


"게랄드 피아조. 방금은 일부러 빗맞춘거다."


그의 기괴하게도 탁한 목소리가 터널에 울렸다. 그의 성대가 이상해졌거나, 게랄드의 고막이 이상해졌거나, 아니면 둘 다일 것이다.


"넌 아직 죽으면 안 돼."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리볼버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 총구는 게랄드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게랄드는 깜작 놀라 예리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총탄은 그녀의 머리 옆을 스쳐지나갔다. 게랄드의 얼굴을 보며 인피던은 폭소를 터뜨렸다.


"게랄드 피아조, 네가 사랑하는 여성이 눈 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여주마."


인피던의 총구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 총탄은 예리엘의 반대쪽 머리 옆을 스쳤다. 예리엘까지도 겨우 30보 떨어져 있다. 허나 달려가서 그녀를 끌어안는 것도 지금의 그에게는 불가능했다.


"아직 한 발 남았군. 이번에는 맞추도록 하지."


인피던은 보란듯 리볼버의 잔탄을 확인했다. 게랄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인피던과 예리엘의 사이에 섰다. 겨울콩가루가 담겨있는 포장을 찢기위해 미리 준비해두었던 장검 한자루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최소한 그녀보다 먼저 죽고 싶은건가? 그것도 좋지! 그녀 대신 죽어라! 하지만 그 뒤에 네 여자도 너의 뒤를 따를거다! 아니, 그냥 죽이지 않겠어! 산체로 팔 다리를 잘라주지! 그 다음은 돼지의 먹이로 주겠어! 그래, 그거 걸작이군! 돼지들이 네 여자를 뜯어먹게 될거다! 그러다가 미치면 그때 조금씩 살점을 도려내 죽여주겠어!"


인피던은 미친 듯이 웃었다. 게랄드는 인피던을 노려본 채로 장검을 들어 올렸다. 한 팔은 망가졌다. 두 다리도 정상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척은 불가능하다. 던지는 자세를 잡다가 총을 맞을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예리엘을 데리고 나갈 수도 없고, 저 녀석을 벨 수도 없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는 오른팔로 검을 쥐고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호흡을 억지로 가다듬었다. 그의 다갈색 눈은 무한한 살기를 담아 인피던의 손 끝을 향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제 가능한 것은 검을 휘두르는 것 뿐.


"네 동생을 죽인 사람이 바로 앞에 있다."


게랄드의 입에서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인피던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게랄드가 비웃는 것처럼 웃어보였다.


"겁쟁아, 쏴라."


인피던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세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의 가족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저 붉은 머리의 거인은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오만한 얼굴을 짓고 있는 것이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인피던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 거리에서 빗나갈리 없다. 게랄드가 도발을 하는 이유는 그에게 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까지 판단했다. 티프소제의 리볼버는 인피던의 무기중에 가장 강력했다. 4.5밀리의 총탄은 설령 철판갑옷을 입고 있다해도 반드시 관통할 것이다. 그가 노린 것은 그의 심장, 그가 피한다해도 뒤의 예리엘이 맞는 곳을 노렸다. 머리가 아무리 뜨거워져도 잃지 않는 그 냉정함은 게랄드에게 있어서는 재앙이었다.




게랄드 역시 총구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피하면 예리엘이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피던이 무엇을 노릴 것인가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직 내가 가능한 일이라면...'


방아쇠를 당긴 순간부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니, 시간으로 재는 것은 무의미하리라. 그 찰나의 순간, 총탄이 게랄드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에, 게랄드는 검을 휘둘렀다.


챙!


날카로운 금속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인피던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쓰러져야 할 저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방금의 회전력을 유지시키며 게랄드는 빠르게 몸을 돌리며 팔을 뻗었다. 그가 들고 있던 장검은 인피던을 향해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게랄드가 쓰러지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인피던은 피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다만 오랜 시간 싸워왔던 거의 몸이 무의식중에 방아쇠를 당겼지만 탄창이 비어있었을 뿐이었다.


쩍, 하는 살을 찢는 소리와 푹, 하고 내장이 터져나가는 소리, 우득, 하고 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검은 그의 복부에 박혀들어갔다. 어떻게 된 것인지 그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했다. 다만 입에서는 동생의 이름이 새어나왔다.


"세타... 크.. 크크..."


그의 무릎이 떨어졌다. 인피던은 몇 번 기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숨이 끊어졌다.


게랄드 역시 더 이상 서있지 못했다. 그는 몸을 조금 돌려 예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움직이는 것 같다. 곧 깨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예리엘은 안전하리라. 그는 이제 쓰러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린 예리엘이 눈을 떴을 때 게랄드는 평온한 표정으로 자는 듯 누워있었다.


"게랄드?"


예리엘은 잘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운 다음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오라버니는 쌕쌕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멀리에는 인피던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던거야...?"


그녀는 깨끗하게 반으로 잘린 납탄이 발치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오탈자나 비문이 있다면 부디 지적해주십시오. 제가 올리는 거지만 꽤 자주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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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마후라나 15.08.17 280 1 14쪽
16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220 2 22쪽
15 15화. 해피엔딩 15.07.22 200 2 12쪽
» 14화. 검과 탄환 15.07.20 250 1 11쪽
13 13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275 3 9쪽
12 12화. 볼페레 15.07.15 340 2 9쪽
11 11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241 3 12쪽
10 10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264 2 22쪽
9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222 3 7쪽
8 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257 2 7쪽
7 7화. 광마 도적단 15.05.08 254 2 28쪽
6 6화. 파키스 공략전 15.04.27 276 2 16쪽
5 5장. 후퇴 15.04.24 247 2 12쪽
4 4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4.20 245 2 8쪽
3 3화. 나보 수비전 15.04.20 267 3 23쪽
2 2화. 소녀와 소년 15.04.20 311 1 8쪽
1 1화. 게랄드와 예리엘 15.04.20 302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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