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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붉은 거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2
최근연재일 :
2016.01.1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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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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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055

작성
15.07.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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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해피엔딩

DUMMY

"게랄드, 정말 넌 내가 없으면 안되는구나."


예리엘은 이틀째 볼페레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게랄드에게 중얼거렸다. 게랄드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라고 호운타 기사단의 안경을 쓰고 비쩍 마른 의사가 말했지만, 예리엘은 그가 눈을 뜰 때까지 곁을 지킬 모양이었다.


"정말, 넌 내가 없으면 안되는구나."


예리엘은 자는 것처럼 누워있는 게랄드의 뺨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터널의 폭발로 터널 밖의 켄츄게이트 용병단을 크게 당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게랄드와 예리엘이 빠진 피아조 상단의 전력은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레인은 미리 세운 계획대로 에스테파니, 아미, 아리스토틀, 로우크를 시켜 네방향에서 적을 포위하려 했지만, 미리 빠져나온 겐베트로의 병력이 로우크와 정면에서 맞부딪히는 통에 작전이 실패해버렸다.




"마렌은 그때 로우크씨 옆에 있었는데, 로우크씨에게 둘이 같이 먼 곳으로 도망쳐요, 라든가라고 말했다더라구."


예리엘은 게랄드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쿡쿡 웃었다.


"그 때 적 후미가 소란스러워진 거야. 왜인지 알아? 학생군이 도착한 거였어. 아, 지금은 호운타 기사단이었나."




이번에는 아카드의 상세한 전술마저 필요하지 않았다. 호운타 기사단의 공격은 인피던이나 켄베트로의 예측 밖에 있던 것. 공격 자체가 기습과 다름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의 그들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크게 달랐다. 유지니오는 선두에 서서 밀집된 머스킷티어를 향해 얼어붙은 화살을 쏟아내어 적의 예봉을 꺾어놨다.


후미에서 발생한 교전은 전세를 뒤집어버렸다. 학생군은 그대로 적을 관통할 기세로 중심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적들은 결국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통제가 되지 않는 병력은 각개 격파되며 수가 줄어갔다.




"정말, 무리해서는... 빨리 일어나란 말이야. 우리가 완전히 이겼다구."


게랄드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예리엘은 폭발한 터널에서 게랄드를 부축하여 걸어나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직격을 피했기 때문에 예리엘은 찰과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터널의 지지목이 불타서 쓰러지기 전에 그녀는 게랄드를 데리고 볼페레로 올 수 있었고, 전투는 종반에 접어들고 있었다.




호운타 기사단의 참전에도 적들은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그들은 테르센트인에게는 질 수 없었다. 켄베트로는 앞장서서 싸우다가 젠데온의 활에 안면을 맞아 앞니가 네개나 부러지며 정신을 잃었고, 사나운 짐승 취급을 받으며 꽁꽁 묶였다.


사투 끝에 백여명의 켄츄게이트 용병단이 남았을 때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로 잡힌 이들은 자살을 하기 위해 총을 물었으나 탄약이 없던 4명 뿐이었다.




"레인씨는 지금 유지니오씨랑 앞으로의 대책을 연구하겠다고 둘이서 산책나갔어. 데이트라구, 데이트."


예리엘은 조금은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말투를 하고 있었다.


"불공평해. 마렌도, 레인씨도, 좋아한지 얼마 안됐는데 고백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있잖아. 난 벌써 몇 년이나 곁에 있는데도..."


예리엘은 말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그저께 터널에서 확 끌어안아 줬구나, 게랄드. 그거 알아? 16살 때 여름에 같이 나무를 탔었잖아. 내가 백사자에서 떨어지려 했을 때 게랄드가 날 한번 끌어 당기면서 안아준 적이 있었어. 바보야, 내가 위험해져야만 안아주는거야?"


예리엘은 쿡쿡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무리해서는... 바보야, 넌 정말..."




아카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의 처분에 대해 의견을 냈다.


"포로들은 메렌스로 보내는 것이 좋겠어요.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 그 곳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겠죠."


호운타 기사단에서도 피아조 상단에서도 아카드의 말 뜻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레인은 포로의 처분에 대해서 결정을 미뤄달라고 말했다.


"아직 저희 상단장님과 부상단장님이 움직이실 수 없습니다. 두분이 일어나시면 그 때 다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저기, 부상이 심하신건가요?"


아체나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레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체나씨. 하지만 상처는 다행히도 심하지 않아요. 다만 상단장님이 아직 정신이 돌아오시지 않으셔서... 부상단장님이 다른 데에 마음을 돌릴 여유가 없으시거든요."


아나스타시아는 맑은 갈색머리칼을 팔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무래도 남편분이 다치셨으니까, 걱정되는 것이 당연하죠."


막사안의 모든 사람의 의아한 시선이 아나스타시아에게 모였다.


"어...? 왜요?"


"아, 그게, 두분은 부부가 아니어서... 실은 애인관계도 아니죠."


아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의 의미를 설명하자 아나스타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리 없는데요...? 정말로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해야하나, 일단은 오누이 관계이긴 헌데 말이지."


아리스토틀이 묘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더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 다 굉장히 친한 관계긴 한데...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늙어 죽을 걸요. 둔감한데다 멍청해서."


로우크의 팔에 찰싹 붙어있던 마렌이 킥킥 웃으며 두 사람을 평가하자 레인이 눈짓으로 그녀를 조용히 시켰다.


"아나, 뭔가 알고 있는거야?"


아카드가 나직한 목소리로-거의 아나스타시아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음... 알고 있다고 해야하나, 봤다고 해야하나."


아나스타시아는 우물쭈물 하다가, 피아조 상단 사람들에게 불쑥 물었다.


"저, 피아조 상단에는 티프소인이 많으시죠?"


레인은 살짝 끄덕였다.


"우리는 원래 티프소인이 많아요. 상단장님도 티프소인이시죠."


아나스타시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하다가 뺨이 발갛게 붉히고 아까부터 묻고 싶은 질문을 꺼냈다.


"원래 티프소인들은 오누이끼리도 키스하나요?"




"게랄드, 바보, 정말 무리하고."


예리엘은 게랄드의 손을 당겨 이마에 댔다. 굵은 눈물이 눈에 맺히는 것을 느꼈지만 그녀는 닦지 않았다. 이틀전, 터널의 폭발 직후 그녀가 희미하게 본 것은 게랄드가 그녀를 끌어안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정지한 것. 그 다음 그가 총구 앞에 서서 그녀를 막아준 것이었다.


분명히 그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해서 그녀를 살려주었다. 이번까지 치면 두 손으로 세도 모자랄 정도로 그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런 그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분했다. 계속해서 전장에 서고자 한 것은 유치할 정도의 이유였다.


"나도 게랄드를 지켜주고 싶었어."


그런데도 다시 그를 위험에 빠뜨릴 뿐인 것이 너무도 분했다.


"바보, 난... 정말 바보야. 게랄드, 미안해... 미안해."


침대에 누워있는 그는 멍청하게도 너무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리엘은 더욱 안타까웠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바보야. 아프잖아, 찡그리라구. 마치 난 할일을 다 했으니 이제 만족한다는 표정은 짓지마. 바보야, 내 곁에 계속 있으라고... 계속... 계속 있으라고."


눈물이 게랄드의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예리엘은 코를 훌쩍이며 손으로 슥슥 눈물을 닦아냈다.


"바보. 둔탱이. 멍청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전혀 모르고. 목석. 고자같으니."


그녀의 매도는 이제는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여서 십오분 전부터 듣고 있던 게랄드를 참지 못하게 했다.


"예리엘."


게랄드는 음... 하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난 말재주가 없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낮잠자다가 깨자마자 사자가 앞에 있는 것을 본 토끼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예리엘에게 게랄드는 나직히 물었다.


"키스해도 돼?"




아나스타시아의 조심스런 증언에 피아조 상단측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드디어 해냈구만, 해냈어!"


"이야, 이거 다행이네요! 이번 전투의 최대의 수확이네!"


"솔직히 여태까지 얼마나 답답했는지, 원."


"누가 먼저 한거죠? 누가? 역시 예리엘님이 덮친건가요?"


"상단장님이 먼저 했을지도 몰라! 한창때의 남자인데, 그 동안 얼마나 참았겠어!"


"난 상단장님이 로봇인줄 알았다니깐!"


"예리엘님의 가슴이 작다고 해도, 워낙 얼굴이 이쁘니까요! 분명히 불끈불끈 하고 있었을거야!"


"키스로 끝난 건 아니겠지! 그 다음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자신의 상관을 가지고 음담패설을 하는 피아조 상단원들을 보며 유지니오는 쓴웃음을 지었고, 아나스타시아는 얼굴이 빨개져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아리스토틀은 비장의 발페아케이르제 증류주 5병을 꺼냈고, 에스테파니는 겨울콩으로 빚은 두부와 야크의 고기를 가져왔다. 포로 처분에 대해 논의하던 막사는 금새 시끌시끌해졌다.


메렌스 지방을 담당하고 있는 소년 장수인 케빈은 켄츄게이트 용병단이 드디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는 중상을 입은 상단장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고 병원부터 찾았지만, 병실앞에서 걸음을 돌려서 회의를 하고 있는 건지 잔치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참모막사로 향했다.


"저기, 어... 그게요, 상단장님은 지금 매우 바쁘신 것 같아서요."


케빈의 말에 상단원들은 다시 한번 환호하며 두 사람의 아이의 이름-남녀 하나씩-을 짓기 시작했다.




3일이 지나, 게랄드가 침대에서 일어난 후-모두가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게랄드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예리엘은 창을 휘둘러 사람들을 쫓아버렸다- 포로는 메렌스로 이송하게 되었다. 케빈은 복수에 대해 감사했지만 게랄드는 "복수를 위함이 아니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복수를 위해 싸우면, 싸움은 끝나지 않아요. 싸움의 목적은 복수가 되면 안됩니다."


케빈은 그의 깊은 뜻에 고개를 숙이고 다시한번 승전을 축하하는 말을 전했다.(상단원들은 게랄드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말을 잘하게 되었다는데에 동의했고, 역시 게랄드는 그 의미를 전혀 몰랐으며, 예리엘은 창을 휘둘러 이 대화를 끊었다.)


"그나저나 터널이 무너져서 큰일이네요. 볼페레의 교역로가 막혔으니까요. 터널 공사를 다시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걸요, 그게, 터널을 처음에 팔때는 마법으로 보조했었으니까..."


마렌이 쫑알대자 아리스토틀은 핀잔을 주었다.


"이 사람들은 터널이 없을 때도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이야. 뭐가 문제겠니."


"아빠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라도, 이 사람들은 아닐껄요?"


마렌이 삐죽거리자 아리스토틀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마 저 마을의 젊은이들이 야크와 더 친해지게 되겠지. 그것 뿐이야."


아리스토틀의 말을 들을 것도 없이 마렌도 볼 수 있었다. 상점가에서 돈을 세던 볼페레의 젊은 청년들은 이제 야크무리를 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만 하던 이일을 맡게 된 것에 당황하고 있었지만, 최소한 마렌이 보기에 파란 물감을 칠한 것 같이 맑은 하늘 아래에서 그들이 흘리는 땀은 꽤 괜찮아보였다.


"이 마을에는 너무 비만환자가 많았긴 했구, 괜찮을지도."


마렌이 나름대로 납득하자 아리스토틀은 껄껄 웃었다.




"켄츄게이트 용병단은 무너졌습니다. 피아조 상단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유지니오가 진지하게 묻자 게랄드는 예리엘을 바라보았다. 예리엘이 레인에게 눈짓하자 "이번엔 우리가 호운타를 도울 차례로군요."라는 즉답이 나왔다.


"그렇다는군요. 호운타 기사단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게랄드가 묻자 유지니오는 아카드를 바라보았다.


"저희는 모다스와 맞서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아카드가 대답했다.


"모다스 린드블름은 물러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저희를 노리고 있어요. 우리는 맞서싸워야 합니다."


유지니오의 말에 게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수장이 악수를 하는 것으로 그들의 목표는 정해졌다.




1028년 7주 8일. 피아조 상단과 호운타 기사단은 모다스 영지에 선전포고를 했다.


작가의말

문피아 서버가 야간에 자주 터져서 제 때 올리기 힘드네요. 오늘은 금요일 분까지 미리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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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212 1 12쪽
22 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25 0 19쪽
21 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212 0 8쪽
20 19화. 전야 16.01.14 237 0 10쪽
19 18화. 선지자 15.10.16 203 0 12쪽
18 17화. 알리시아 영지의 마녀 15.08.21 273 1 13쪽
17 16화. 마후라나 15.08.17 280 1 14쪽
16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219 2 22쪽
» 15화. 해피엔딩 15.07.22 200 2 12쪽
14 14화. 검과 탄환 15.07.20 249 1 11쪽
13 13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275 3 9쪽
12 12화. 볼페레 15.07.15 339 2 9쪽
11 11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241 3 12쪽
10 10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264 2 22쪽
9 9화. 게랄드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222 3 7쪽
8 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257 2 7쪽
7 7화. 광마 도적단 15.05.08 254 2 28쪽
6 6화. 파키스 공략전 15.04.27 276 2 16쪽
5 5장. 후퇴 15.04.24 247 2 12쪽
4 4화. 복수만을 위하여 15.04.20 245 2 8쪽
3 3화. 나보 수비전 15.04.20 267 3 23쪽
2 2화. 소녀와 소년 15.04.20 311 1 8쪽
1 1화. 게랄드와 예리엘 15.04.20 302 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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