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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의 서재입니다.

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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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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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조회수 :
4,166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10.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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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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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준비하는 여자3

DUMMY

민식은 오늘 아침도 라면으로 때울 참이었다. 2호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들어갔다. 젊은 여자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메이드 리사 후임으로 왔나 생각했지만, 메이드는 아닌 것 같고 민박 손님이겠지 생각했다. 상당한 미인이었다. 멀뚱히 서 있는 민식에게 차미연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침 드시게요?”


“네, 라면 먹으려고.......”


그녀는 긴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었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었지만, 피부가 투명했다. 발목까지 오는 치마는 움직일 때마다 하늘거렸다.


“밥은 방금 됐고, 감자볶음과 어묵볶음이 거의 다 되어가니 라면 말고 밥 드세요. 아 참, 국도 끓여 놓았는걸요.”


미연이 상냥하게 말했다. 이틀간 비밀스럽고 우중충한 민박집의 아침을 맞았다면 오늘은 다른 아침이다. 고작 며칠이지만, 꿈자리는 뒤숭숭했고 아침엔 담이라도 걸린 양 몸이 찌뿌듯했는데... 모처럼 신선한 아침이었다. 민식은 여자가 궁금했다.


‘무슨 일 때문에 아침부터 부산을 떠는 걸까. 1호실의 아이 엄마는 아닐 것이고.... 3호실 손님인가.’


민식은 맞은편 방에서 들려오는 남녀 목소리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3호실 커플이라 생각했다. 자기 남자에게 차려주려는 것 같은데. 처음 보는 남자에게 신경 써주는 게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저는 라면이 좋습니다.”


민식이 정중하게 거절하며 냄비를 아래쪽 칸에서 꺼냈다. 그리고 수돗물을 받아 가스렌즈 위에 올렸다.


“2호실 손님이죠? 여행 온 지 오래됐나요?”


미연이 채 썬 감자를 프라이팬에 볶으며 물었다.


“오늘이 3일 째예요.”


“얼마 되지 않았군요. 마카오에는 자주 오시나 봐요?”


“처음이에요. 해외는요.”


“혼자 오셨으면. 게임을 하러 오셨군요.”


“아닌데요. 도박엔 젬병이죠.”


“순수 여행이군요. 첫 해외여행지가 마카오라면 썩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네요. 호호.”


그녀의 농담이지만, 민식은 맞는 얘기라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얘긴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혹시 마카오에 여자가 있어 온 거군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요? 재밌는 얘기가 숨어있는 거 같은데... 말씀해 보세요. 어서요.”


미연의 붙임성 있는 행동에 민식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툭툭하고 잽이, 막을 새도 없이 날아오는 듯했다. 가드를 항상 올리고 준비하지 않으면 나자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노신사에게 당한 일도 억울한데 말이다. 민식이 건성으로 말했다.


“가깝고 또.....”


“말 못 할 사정이 있군요. 혹시 여자 문제라면 저에게 의논하세요. 혹시 알아요. 잘 해결될지.”


민식이 라면을 끓인 냄비를 들고 거실 식탁에 앉자, 잠시 후 미연이 감자볶음과 어묵볶음을 접시에 담아 왔다.


“맛 좀 보세요.”


그녀가 민식의 평가를 기다리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 있었다. 민식이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감자볶음과 어묵볶음을 서둘러 먹었다. 감자를 두껍게 썰어서인지 익지 않은 감자가 씹혔고 어묵볶음은 조미료 맛이 강했다.


“괜찮...네요... 맛있어요.”


민식이 말하자 미연이 의아하게 물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민식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제 표정요? 아닌데...”


“제가 원래 음식 솜씨가 서툴러요.”



미연이 부엌으로 다시 들어가자, 그제야 라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라면을 다 먹고 밥을 말 때쯤 소파 쪽에선 어디서 나타났는지 민박 주인과 차미연이 마주 앉아 얘기하고 있었다. 민식에게 얼핏 들려오는 얘기는 민박 운영에 관한 일이었다. 미연이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듯 했고 도병준은 거들먹거리는 듯 말을 던졌다. 열정적인 학생처럼 미연이 수첩에뭔가를 적고 있었다.


“우선 아파트부터 구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도병준의 말이다.


“콘셉트가 중요합니다. 우리 민박집같이 노멀한 민박집이냐, 아니면 VIP만 상대할 거냐 말이죠.”


“생바꾼 위주의 민박집은 별 볼일 없죠. VIP 위주로 갈 것이면 최고급 아파트를 구해야 합니다. 차미연씨 정도면 자본이 있으니, 한 달에 홍콩 달러로 5만 불 전후의 임차료는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래야 돈 좀 쓰는 손님들을 받을 수 있죠. 24시간 메이드가 상주하며 삼시 세끼를 한식으로 깔아야 하며..... 갈 길이 멀어요. 환전과 롤링 그리고 게임 룰에 관해 공부해야 합니다.”


미연이 수첩에 도병준의 말을 적어나갔다. 월세가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보증금이 두 달 치라 처음부터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연은 최대한 빨리 민박집을 오픈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오픈해 자리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맘만 급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나가야 한다. 조바심이 났다가 도병준의 말을 듣노라면 순식간에 자신이 사라지고는 했다.

그녀는 달력 페이지로 수첩을 넘겼다. 어제 날짜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어 멋. 이를 어째. 어제 돈 보내는 날인데.’


한국의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날을 깜빡 잊고 있었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즘 너무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미연이 서둘러 일어나 3호실로 향하며 도병준에게 말했다.


“홍콩달러 이만 불 정도 환전할 수 있죠?”


도병준이 몇 초간 생각하며 말했다.


“그 정도야 있겠죠.”


돈은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어제 홍콩에서 오자마자 현금을 금고 안에 넣었다. 처음 금고를 열기까지 애를 많이 먹었다. 마카오의 은행은 외국인에게 계좌를 만들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금고에 보관해야 했지만, 금고를 보자마자 미연이 안심했다. 번호 세팅하는 방법을 몰라 애를 먹다 결국 도병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제 새로 세팅한 비밀번호를 번호판에 꾹꾹 눌렀다. 다 누르자 짧게 음악 소리가 나왔다. 손잡이를 잡고 힘껏 아래로 내렸다.


“처얼 ~ 컥”


문을 여는 데도 힘이 들었다. 이렇게 큰 금고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문을 열자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금고 안은 위아래 두 칸으로 나눠진 단순한 구조였다. 그녀는 천 불짜리 지폐 스무 장을 꺼냈다. 문을 닫고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철~컥”


문이 잠긴 후 확인 차 손잡이를 위 아래로 내렸지만 옴짝달싹 안 했다. 귀중품 보관하기는 더할나위 없이 튼튼한데, 이런 방에는 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금고위의 달랑 놓인 엔틱 전화기. 그동안 관심없이 지나쳤는데 금고를 사용하고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 부잣집의 큰 거실에서나 사용했음직한 골동품 전화기가 금고 위에 있는지 의아했다. 수화기를 들어본다. 수화기가 묵직했고 그립감이 좋았다. 소라 껍질을 귀에 댄 것처럼 바람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다이얼을 돌려본다.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하며 원 위치로 돌아왔다.


한편 2호실에선 민식이 나갈 차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1호실 아이가 소파에 앉아있는 노신사를 봤다는 말에 더는 노신사와 숨바꼭질은 이쯤에서 접기로 민식이 마음을 먹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 물론 보고싶은 마음도 손톱만큼도 없다 -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나를 가지고 장난이나 치고. 짓궂은 노인네라 생각했다. 그래도 그 노인 때문에 해외에 나온 것에 작은 위안을 삼았다.

오늘은 마카오 국경 넘어 주해로 가볼 참이었다. 마카오에 머물 시간이 오늘과 내일밖에 남지 않았다. 여행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갤럭시 호텔에서 국경까지 가는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서 호텔까지 걸어갈 예정이었다. 민식이 차비를 마치고 2호실을 나왔다. 거실을 가로질러 신발장 앞에서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던 차미연이 소리 높여 말했다.


“내일 저녁에 민박 손님들과 식사 같이해요.”


민식이 알겠다고 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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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룻밤 불장난2 18.09.07 362 7 7쪽
2 하룻밤 불장난1 18.09.06 368 9 8쪽
1 의문의 남자 18.09.03 704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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