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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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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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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조회수 :
4,167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09.07 21:54
조회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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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하룻밤 불장난2

DUMMY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민식이 이승희의 뒤를 밟는다. 그녀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공항 1터미널 역에서 공항철도를 탔다. 지금 시각은 오전 9시 14분. 민식도 두 칸 떨어진 칸에 올라탔다.


9월 초. 여름휴가는 이미 끝났고 추석까지 한 달 남짓, 흔히 말하는 비수기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좌석에 앉아 있었다.


민식은 머리를 약간 숙인 채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 문 앞에 섰다. 유리문을 통해 하나하나 승객들을 살핀다. 열림 버튼을 누르자 통로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다음 칸으로 이동해 적당한 좌석을 찾아 앉았다. 아는 사람이 있나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본다.


맞은편엔 이십 대 초반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체구보다 큰 연두색 캐리어가 바닥을 넓게 차지했다. 캐리어 손잡이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능숙하게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열차의 진동에 따라 캐리어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 어멋!”


여자가 캐리어를 손아귀에서 놓치고 말았다. 순간 그것을 잡으려 벌떡 일어났다.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고 동시에 캐리어가 민식 쪽으로 달려갔다. 민식이 순간적으로 일어나 피했지만, 캐리어가 좌석과 부딪쳐 쿵 하고 넘어졌다. 놀란 이는 여자보다 민식이었다. 승객들의 시선이 모두 민식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객차연결 통로 쪽의 경로석으로 구부정하게 걸어갔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여자가 캐리어를 끙끙대며 세운 후 자리를 옮긴 민식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큰 목소리로 사과했다. 민식은 모자를 최대한 코끝까지 눌러쓰며 괜찮다며 수신호를 보냈다.


‘제길, 대놓고 광고하네.’


“이번 역은 영종, 영종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오른쪽, 오른쪽 입니다.”


몇 명의 승객이 승하차했다. 객차의 작은 소동은 금세 잊은 듯 사람들은 다시 보통 승객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열차 벽 상단의 TV 뉴스에선 어제의 태풍 피해와 항공기 결항에 따른 항공사 직원과 승객 간의 실랑이 하는 모습이 비쳤다.


TV를 보는 척하며 통로 유리문 너머 다음 칸을 살펴본다. 대각선 방향에 이승희가 살짝 보였다. 눈을 감고 있는 듯 했다. 민식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더 들어 주의 깊게 살핀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었다. 졸고 있는 듯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맞은 편 자리로 옮겨 주위를 다시 살폈다.


‘쟨 또 뭐야.’


대각선 방향, 통로 문과 가까운 곳에 같은 조의 이학수가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시선만 옮긴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순간 민식은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후 다시 맞은 편 경로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역은 청라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오른쪽입니다.”


문이 열리자 승객이 우르르 탔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했다.


이승희가 졸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일어나 몸을 숨기고 이학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그 좌석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이학수가 전 정거장에서 내린 모양이다. 오롯이 이승희에게만 집중하면 될 일이다. 빈 좌석은 대부분 채워졌고 경로석 가운데 두 좌석만 비어있었다.


창밖 검은 바다와 갯벌에 비가 흩뿌렸다. 태풍은 북서쪽으로 물러갔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


‘내가 이승희를 쫓아가서 뭘 한다는 거지.’


민식은 자신에게 묻는다.


‘나만 모른 척 넘어가면 될 텐데.......'


민식은 어제 36번 탑승교에서 엿들은 양수진과 이승희의 얘기를 다시 한번 묻고 녹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순히 입을 열 승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나와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딱히 위원장에게 말했을까.’


양수진의 의중이 궁금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몇 달도 안 돼, 위원장과 그렇게 가깝게 된 것도 의심스러운 점이었다.


‘이승희의 농간일 수도....... 이승희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었을지도.......’


‘심증이 있지만 물증이 없다. 순진한 수진을 꼬드겨 직접 위원장에게 나를 다른 조로 보내달라 말하게끔 조정했을 수도....... 위원장은 조합원들에 대해 의협심이 강하다. 그만큼 단순하고 고지식하다.’


‘수진을 좋아하는 감정을 스토커로 몰아 - 이것은 이승희의 작품이다. 단연코 난 스토커처럼 행동한 적 없었다. 스토커인, 비조합원인 나를 먹잇감으로 몰기에 얼마나 좋은 명분인가! 그리고 연인 관계라면(실은 연인 관계로 설정) 애인의 스토커에게 경고 정도는 할 수 있다.’


이승희의 저주 섞인 말이 귀에 생생했다.


‘저 인간 공사 빽으로 들어온 것도 엄연한 비밀인데....... 그 빽 믿고 조합원과 각을 세우고. 자기 멋 대로잖아. 도둑놈이 따로 없지, 감히 어디라고, 우리 수진일 넘봐.’


‘위원장에게 나를 다른 조로 옮겨 달라 민원을 넣었다는 말도 함께. 다음 주부터 다른 조로 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위원장의 월권이다. 인사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대로 당한다면 동네북이 될수 있다.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머리가 복잡했다. 수진에 대한 감정을 떨쳐낸다 해도 이런 누명을 쓰고 회사 생활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연차라도 내고 여행이나 떠날까. 휴~’


철도가 덜컹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승희는 눈을 뜬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잠의 집중력이 대단해 보였다.


“이번에 정차할 곳은 검암, 검암 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오른쪽, 오른쪽 입니다.”


검암역에 열차가 섰다. 문이 열린다. 승객이 내리고 승객이 탄다. 이승희가 검암 혹은 계양 쪽 어딘가에 산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문이 거의 닫힐 때 쯤 민식은 검암이 아니니까 계양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순간 승희가 자릴 박차고 일어나 그 좁은 문틈으로 빠져나갔다. 솔개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눈 깜짝 할 사이였다. 더군다나 문틈에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다. 자신이 탐정놀이에 너무 몰입하고 있어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야구 모자를 벗고 이승희가 세상모르고 졸던 좌석을 다시 봤다.


‘비어 있다......’


자신이 스토커로 지목받은 것보다 더 황당할 정도였다. 멀어져가는 이승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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