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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의 서재입니다.

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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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65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09.13 23:36
조회
303
추천
7
글자
9쪽

리사는 나의 힘1

DUMMY

“위이이잉~~~~ 휘이이잉~~~.”


진공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민식이 눈을 뜨자 주위는 어두웠다.


‘여기가 어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두꺼운 커튼을 걷자 햇살이 방안에 퍼졌다. 탁한 바다 너머 마천루들이 경쟁하듯 위용을 드러냈다.


‘여긴....... 마카오지. 정말 꿀잠이었어.’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민식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왔다.


"good morning, sir~~"


진공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하는 외국 여자가 명랑하게 인사를 했다.


“high, good morning.”


얼떨결에 민식도 인사했다. 메이드인 모양이었다. 해외에 온 게 실감이 났는지 민식은 그녀의 국적을 묻는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Philippines. please call me Risa."


레깅스를 입고 상의는 편한 라운드 티 차림이었다. 살집이 좀 있었지만 가무잡잡한 얼굴이 건강해 보였고 어떻게 보면 섹시한 편이라고 민식이 생각했다.


배가 아주 고팠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거실을 가로 질로 부엌으로 들어간다. 민식은 주위를 둘러보고 냉장고를 열었다. 안엔 밑반찬과 음식 재료들로 채어져 있었다. 전기밥솥엔 밥도 있다. 찬장 칸 중 맨 오른편 칸엔 라면이라 쓰여 있는 메모지가 보였다. 그 칸을 열자 종류별로 한국 라면이 비치되어 있었다.


‘알아서 먹으란 얘긴가?’


민식이 거실로 나와 리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진공청소기의 전원을 재빨리 껐다.


“can I eat the food in the kitchen?"


"of course, sir. it's free. help yourself."


그녀는 쌩긋 미소를 지으며 진공청소기를 다시 돌렸다.


민식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아래 칸 찬장에서 냄비를 꺼내 라면을 끓였다.

라면이 다 익을 때쯤 냉장고에서 날달걀을 꺼내 반으로 가른 후 냄비 속으로 퐁당 빠뜨렸다. 군침이 돌았다. MSG 특유의 냄새가 위장을 자극했는지 꼬르륵 소리가 났다.


쟁반에 냄비와 김치, 밥공기를 올려놓고 거실의 식탁으로 나왔다. 라면을 호호 불어먹는다. 반숙된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조심하며 숟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호호 불어 입안에 넣는다.


‘라면에 노른자 반숙은 언제나 옳지. 아~~~ 행복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한국에서의 찡그린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라면을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 때쯤 4호실에서 김학선이 나왔다.


“처음 뵙는 분이네요. 아침부터 라면으로 때우면 되겠습니까.”


50대 중반의 김학선이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띠며 인사를 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민식이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앉으세요, 어서 드세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민식의 정중한 인사에 조금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학선이 창가 쪽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자, 리사가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유리 재떨이를 가지고 와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리사, 때~엥~큐.”


학선이 느끼하게 말하면서 리사의 엉덩이를 가볍게 툭 치자 리사는 식탁 쪽으로 눈치를 살피며 학선의 손을 내쳤다. 그러면서 흥얼대는 목소리로 배드 보이, 노노 하며 상체를 흔들었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댔다.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민식의 눈에는 그들이 늘 하는 놀이처럼 비쳤다. 민식의 입에선 웃음이 흘러나왔다.


‘짓궂은 아저씨네. 하하하, 얼마 만에 웃음이지?’


민식이 속으로 생각하며 식사를 마친 빈 그릇을 쟁반에 담아 부엌으로 향했다. 설거지하려는데 리사가 다가와 그냥 거기 두라고 말했다. 설거지 거리도 한꺼번에 모아 리사가 하는 모양이었다.


‘배도 부르고 이제부터 뭘 한다.’


민식은 직장 일은 잊어버리고 즐겁게 놀자고 생각하며 2호실로 향했다. 창가 소파에 앉아있던 김학선은 그새 보이지 않았다. 마카오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와서 물어볼 것이 많았다.


‘며칠 전 공항에서 명함을 준 노신사는 안 보일까?’


민식은 오늘 새벽에 민박집에 와서 주인을 보자마자 의아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었다. 당연히 노신사가 받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사장님, 며칠 전 공항에서 만난 공항 직원인데요."


"공항 직원요?"


"저에게 명함도 주시고, 한 번 놀러 오라고 해서 왔는데......."


"잘은 모르겠고, 방 하나 비어있으니 오세요. 주소는 문자로 찍어줄 테니."


남자의 카랑카랑한 말투였고, 귀찮은 듯 보였다. 확실히 그 노신사는 아닌 것은 확실했다. 전화상으로 따질 일이 못 되니, 우선 민박집에 가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20분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 민박집 남자가 보낸 문자를 봤다. 거기엔 ‘지준파쎙 2조’라 한글로 적혀있었다. 민식은 택시기사에게 또박또박 ‘지 준 파 쎙 투 조’ 라고 말했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결국 대 여섯 번 시도하다 민박집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남자가 전화를 받자 민식이 사정을 설명하고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바꿔줬다.


10분 후에 지준파셍 2동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는데, 맷집이 있는 중년의 한국 남자가 민식에게 다가왔다.


"마카오는 처음이죠? 올라갑시다."


남자가 앞장섰다. 민식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남자가 카드를 리딩기에 읽히자 20층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혹시 민박집 사장님이세요?"


민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남자가 짧게 대답하고는 민식의 의아한 표정이 걸려서인지,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운영한 지는 5년 넘었어요."


"그럼 혹시 동업자 한 분 더 있지 않나요?"


"동업자요......? 있죠. 사람 눈엔 안 보이는, 허허."


이 남자가 자기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씁쓸하고 우울했지만, 더 우울할 계재도 없었다. 밑바닥의 그 아래 바닥은 없었다. 우울해할 힘도 없었다. 민식이 자포자기하며 그 남자를 쫓아 현관을 통해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벽에 붙어 있는 노란 등의 조도가 매우 낮아 주위를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남자가 안내해주는 방에 들어갔다.


"계산은 나중에 하고, 그럼, 쉬쇼."


남자가 문을 닫았다. 방엔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거대한 금고, 그 위에 황금빛 전화가 달랑 놓여 있었다.


자신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둥둥 떠다니다 이상한 공간에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맥 빠진 자신이 비루하다고 느꼈다. 바늘이라도 찾아 부푼 몸을 터트리고 싶은 착각에 빠졌다. 그래야 땅에 떨어져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옷을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 내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매트리스가 푹신했다. 몸이 노곤했다. 피곤한 나머지 금방 잠이 들었다. 바늘이 자신을 콕콕 찌르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따끔거리지 않았고 부드러운 손이 어루만져 주듯 기분이 좋았다. 평온한 잠이었다.


민식이 새벽의 일을 생각하며, 노신사가 서프라이즈 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타날 것만 같았다.


민박집에는 4개의 룸이 있다. 거실에서 창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편은 김학선이 장기체류로 있는 4호실과 부엌, 왼편은 방 세 개와 화장실이 있다. 복도 맨 끝엔 1호실, 민식이 사용하는 2호실은 3호실과 마주 보고 있고 3호실 옆엔 공용 화장실이다. 2호실과 3호실엔 따로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는 2층 침대가 놓여있는데, 1층은 민박 주인의 잠자리였고 2층의 용도는 선반 대용으로서, 세탁한 침구류나 수건 등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었다.


민식은 2호실의 침대에 엎드려 마카오 관광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우선 카지노 호텔을 한 바퀴 돌아볼 작정이었다. 2호실을 나와 현관으로 향하는데 4호실 쪽에서 신음이 들릴 듯 말 듯 새어 나왔다. 민식이 까치발을 하고 다가가 4호실 문틈에 귀를 갖다 댔다.


“oh! baby...... umm......oh yeah"


그건 리사의 신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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