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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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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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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조회수 :
4,169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09.19 13:28
조회
272
추천
4
글자
8쪽

생활바카라꾼의 일상 - 성공 공식

DUMMY

학선이 차미연을 지나쳤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만은 어디서 마주한 적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짠하면서 여운이 남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몇 시간 전 학선과 리사, 섹스 후 외식을 하러 밖으로 나갔었다. 게걸스럽게 점심을 먹은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일터로 향했다. 리사의 오후 타임도 여전히 메이드 일이었고, 학선의 일터는 카지노였다. 헤어지면서 리사가 학선의 두툼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구웃~럭”


학선이 거리를 살피며 입술을 손등으로 닦았다. 물론 작달막한 대머리 동양 남자와 가무잡잡한 동남아 여자를 의식하는 행인은 없었다.


“이년이, 이런 백주에.”


리사가 손을 흔들며 제 갈 길을 갔다. 보라는 듯 살랑살랑 힙을 흔들면서. 학선이 그녀의 장난기에 바닥을 내려다보며 넓은 이마를 두드렸다.


피곤했지만, 이왕 나온 김에 돈을 올리고 쉴 생각이었다. 오늘은 딱히 정한 카지노 호텔이 없었다. 손바닥에 걸쭉한 침을 퉤 뱉고 다른 손으로 내리쳤다. 침이 여러 방향으로 튀었고 그 중 많이 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쪽이면.......보자, 그래 오늘은 그랜드뷰 호텔이다.’


학선은 정신 사나운 대규모 카지노보다는 로컬을 선호했다. 미니멈이 작어 부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리사와 헤어진 아리랑 식당 앞에서 산미우 슈퍼마켓 쪽 라인으로 걷다 보면 코너에 그랜드뷰 호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민박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자주 이용하는 곳 중 하나다. 규모가 작은 만큼 주 고객은 현지인들이었다.


학선이 웅성대는 사람들 사이로 테이블의 전광판을 보았다. 플레이어가 9번 연속 내려온 그림이었다. 플레이어 베팅 라인에 500불 칩을 올린다. 많은 사람도 플레이어 라인에 칩을 걸러 달려들었다. 딜러가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자 학선이 자신의 칩을 거둔다. 촉이 안 서는 듯 보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테이블을 빠져나온다. 게임장을 몇 바퀴 돌아본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테이블에 앉았다. 딜러가 느릿하게 카드를 섞고 있었다. 학선도 느릿하게 눈을 껌벅였다.


바카라 게임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한두 명씩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이 칩을 걸었지만 학선은 칩을 걸지 않고 가만히 앉아 커피를 한 모금씩 홀짝였다.

게임을 시작한 지 꽤 지났지만 학선은 베팅은커녕 딴전만 부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슈가 맘에 안 드는지 사람들이 한두 명씩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고 학선 혼자 달랑 앉아 있었다. 딜러가 베팅을 종용했지만 학선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학선이 5백 불 칩을 뱅커 베팅 라인에 슬그머니 올렸다. 딜러가 늘어지게 하품하며 게임을 알리는 종을 눌렀다. 그리고 슈박스에서 카드를 한 장씩 빼 나갔다.


“뱅커 윈.”


딜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500불 승. 학선이 천 불을 뱅커에 다시 올렸다. 두 장의 카드를 받아 학선이 오픈한다.


“뱅커 윈.”


1500불 승. 딴 돈 1500불을 걸어 이긴다면 오늘 일과는 깔끔하게 끝난다. 일당 3000불. 하지만 져도 본전이다. 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플레이어에 1500불을 거침없이 놓는다.


“땡땡, 땡땡땡~~~~.”


딜러가 황금색 종을 여러 번 눌렀다. 슈박스에서 카드가 나온다.


'플레이어, 뱅커. 플레이어, 뱅커.'


카드 4장.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학선이 뱅커 오픈을 요구했다. 딜러가 카드를 뒤집는다. 스페이드 킹과 하트 6. 6보다 큰 수가 나오면 게임 끝. 학선이 플레이어 카드 두 장을 뒤집는다. 다이아몬드 2와 하트 A. 합이 3. 학선이 두 장의 카드를 딜러 쪽으로 던진다. 룰에 따라 카드 한 장을 더 받는다. 딜러가 카드 한 장을 학선 앞으로 던졌다.


‘4, 5, 6을 잡아야 한다. 승률 11분의 3.’


학선이 이길 확률은 30%도 안 된다. 오늘 일과는 한 장의 카드에 달려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갑자기 모 카드사의 광고 멘트가 학선의 뇌리를 스쳐 갔다. 컨디션이 최악이다. 한두 시간 밖에 못 잤고 리사에게 기를 너무 쓴 탓이리라. 얼른 들어가 격렬하게 쉬고 뿐이다.


‘만약 진다면...... 휴~~’


한숨만 나왔다. 카드 한 장에 만감이 교차한다.


카드 위에 여덟 개의 손가락을 올리고 두 엄지손가락은 카드 바닥에 놓고 조금씩 뒤집는다. 다이아몬드 3 삥. 6, 7, 8중 하나다. 7, 8이 나온다면 진다. 6이 나와야 합이 9가 되어 이긴다. 학선이 속으로 6을 외치면서 카드를 야금야금 뒤집었다. 벼루에 먹을 갈듯 카드를 테이블 바닥에 문지른다. 오픈! 그리고....... 넘버 6!


“플레이어 윈.”


세 게임 만에 일을 마치다니. 운이 좋은 날이다.




학선은 4호실 침대에 누워 벽면에 설치된 TV 전원을 켰다. 거실에선 민박 주인 도병준과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간혹 여자의 목소리도 끼어들었다.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기억 날 듯하면서 안 난다.


‘카지노에서 봤나....... 아니면, 한국에서 본 적이 있나.’


무엇 때문에 기억에 집착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랑 뭔 상관이야.”


TV 채널에선 중국 정치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헌법개정안 투표에서 2958명이 찬성표를 던졌는데요. 기권은 2표, 반대는 3표에 그쳤는데요......’


중국 정치 전문가가 해설했다. 중간마다 시진핑의 활동 화면이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번 개헌으로 임기 제한 없이 영구 집권할 포석을 놓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마우쩌둥과 같은 반열에 오른다고나 할까요. 시 주석은 당정은 물론 군도 거머쥐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전망이지만 권력집중에 따른 불만에.......’


학선은 리모컨 전원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눌렀다.


‘저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 꼴로 살진 않았을 텐데.’


학선은 미국 소고기 중개업자였다. 한국에서 수입한 냉동 소고기 재고를 중국 업체와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20피트 컨테이너 1건당 받는 수수료가 짭짤했다.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고기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금수품목인 미국산 소고기지만 중국 당국은 소고깃값의 안정을 위해 불법 수입에 눈을 감고 있었다.


중국 업체는 학선에게 한 달에 한 번 결제를 했고, 결제 은행은 홍콩지점의 @@은행이었다. 학선은 한 달에 한 번 세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홍콩으로 출국해 현금을 찾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시간 거리의 마카오행 페리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카오에 내리자마자 그는 환전 업자를 찾아 현금의 절반은 아내에게 입금했고 나머지로 도박을 했다. 가족 생활비는 넉넉했다.


중국 쪽 사업은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부정부패 척결을 표방한 시진핑 집권 후부터 학선의 중국 파트너는 몸을 사리기 시작하더니, 자치를 감추기에 이르렀다. 그 후 한동안 마카오 출입을 자제하며 한국에서 재기의 기회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마카오 생활바카라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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