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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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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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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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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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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3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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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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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준비하는 여자2

DUMMY

박대표가 현금다발을 건네주며 미연에게 말했다.


“이 돈이면 충분할 거야.”


도병준과 마부장이 박대표와 차미연이 머물고 있는 호텔 룸에서 미팅을 했었다. 은밀한 거래다 보니 호텔 룸만한 장소가 없었다. 마부장이 환전을 마치고 도병준과 나간 바로 뒤였다.


“이게 뭐죠?”


미연이 전혀 모른다는 듯 냉랭하게 반응했다.


“자기야. 어제 끝낸 얘기잖아. 어서 받아.”


미연이 쌩하게 팔짱을 끼며 호텔 창밖을 내다봤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생각이 바뀐 거야? 내 손 민망하게....... 이러다가 비행기 놓치겠어.”


광저우행 항공편의 시간이 가까웠다. 박대표는 이 정도면 미연에게도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뻗대는 미연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대표가 천 불짜리 지폐 다발을 티 테이블에 거칠게 올려놓았다.


“공장 일 마무리 하고 최대한 빨리 마카오로 갈게. 서로에게 좋은 거야. 남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박대표가 손목시계를 보며 빠른 말투로 말했다.


“나를 만난 게 고작 집이나 지키라는 거였군요. 민박집에 앉혀두려는 거였어요? 박대표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요.”


미연은 이틀 전 도병준에게 민박집 얘기를 꺼낸 박대표가 의아하기만 했다. 미연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박 운영에 관심 많은 여자로 도병준에게 비쳤을 것이다. 그녀는 마카오에서 도박꾼 상대로 하는 민박에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말이다. 으레 박대표의 농이거니 했는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학 때 한 달간의 유럽여행을 하면서 파리 외곽의 민박집에 머문 적이 있었다. 주인 언니는 친절하고 행복하고 멋져보였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겠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즐거움이 존재할 거로 생각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세상의 호기심을 채우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 후 아버지의 사업 실패, 갑작스러운 자살로 생활의 어려움이 닥치자 파리의 민박집을 떠올리는 날들이 많아졌다. 돈을 모아 해외에서 예쁘게 꾸민 민박집을 할 수 있길 고대했다. 파리의 주인 언니처럼 멋지게 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은 팍팍한 현실에서의 도피였고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한때의 꿈.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지금 생겼지만, 낭만적인 민박집과 도박판인 마카오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낭만을 찾을 상황이 아니다. 미연에겐 당장 돈이 필요했다. 한국에는 아이와 아이를 맡아 키우는 미연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까짓 거. 도박꾼을 상대하면 어때? 큰 돈만 만질 수 있으면 뭔 일이고 못 하겠어?’


미연이 지긋지긋한 화류계 생활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괜찮은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있었다. 당장은 스폰인 박대표에게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눈치껏 마음 쓰는 척하면 될 일이었다. 몇 번이고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정작 민박 운영 자금을 박대표에게 건네받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홍콩달러 70만 불이면 1억이 넘는 금액이니, 이 정도면 민박집 차리고 운영비로 충분할 거야. 자기에게도 좋잖아.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이제는 가게 안 나가도 되고.......”


박대표가 미연을 만난 것은 마카오의 고급 룸살롱이었다. 그 후 미연을 따로 만나기 시작했고, 박대표의 강력한 종용으로 가게를 그만두었다. 그만큼 박대표는 경제적으로 미연에게 책임감을 느꼈다.


“난 박대표님만 있으면 돼요. 이런 돈 필요 없어요.”


미연의 붉게 상기된 눈에선 혼돈스러움이 묻어났다. 박대표가 깊이 골몰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바카라 테이블에 앉아 플레이어와 뱅커, 둘 중 한 곳에 베팅하기 직전의 모습 같았다. 박대표가 가방에서 30만 불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합이 100만 불이었다.


박대표에겐 바카라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어와 뱅커. 둘 중 한 곳에 70만 불을 걸었지만, 똑같은 숫자가 나와 다시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70만 불에 다시 30만 불을 얹어 다음 카드를 기다리는 듯 미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 게임의 결과는 바로 알 수 없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될 것이라고 박대표는 생각했다.


그녀가 돈을 챙길 것이다. 이 게임에서 이긴다는 것은 민박집을 차려 얼마 동안은 박대표의 영향권으로 그녀가 들어온다는 의미다.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

진다는 것은 미연이 100만 불을 들고 한국의 아이에게 날아가는 것이다. 한국으로 간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도박은 그런 것이라고 박대표는 생각했다.


“알았어요. 자기 마음 알아요.”


미연이 의자에서 일어나 박대표의 품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준비할게요. 대신 빨리 와야 해요.”


박대표가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안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조급해하지 말자. 충분히 베팅할 가치가 있어. 차미연이란 여자.'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박대표 스스로에게 말했다.


미연이 못 미더운 듯 가방에 돈다발을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우리 아기 생각해서라도....... 내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어. 눈 딱 감고 1년만 참는 거야.’


박대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로비에 내려올 때까지,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는 도병준과 마부장과 작별 인사를 할 때까지도 미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미연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서둘러 호텔 정문을 빠져나갔다. 박대표의 단련된 어깨와 균형 잡힌 몸이 사라질 때까지 미연이 눈으로 그를 좇았다.


박대표는 바빠서 자주 들르지는 못할 것이다. 미연은 여자 혼자 도박판인 마카오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민박 주인 도병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이는 먹어가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미연이 생각했다. 아이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이 돈이면 한국에서 얼마든지 장사하며 내 아이와 살 수 있어. 박대표에겐 있어도 없어도 될 돈이잖아. 아무런 증빙 없이 돈을 받은 거고........ 그래도 박대표가 날 믿고 준 돈인데.’


미연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대표가 납득되지 않았다. 하루 이틀 민박집에서 쉬면서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박대표는 이해할 거야.’


페리의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이 나왔다. 곧 타이파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미연이 큰 가죽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단단히 걸쳐 메고 일어났다. 이 가방 안의 돈이 그녀의 희망이자 생명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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