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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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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70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09.06 15:06
조회
368
추천
9
글자
8쪽

하룻밤 불장난1

DUMMY

“41번 게이트 고민식 씨, 고민씩 씨.”


부팀장의 다급한 호출이다. 치이익~~치익 하며 무전기에서 기계음이 흘렀다.


“고민식입니다. 말씀하세요.”


“31번, 33번 게이트에 항공기 두 대, 6시 55분 동시 랜딩할 예정이니, 지원 바랍니다.”


“.......”


고민식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고민식 씨, 41번 근무자 고민식 씨.”


부팀장의 목소리에 짜증이 찐득하게 붙어 있었다. 민식은 31번과 33번 중 선택해야만 했다.


“33번 게이트로 이동하겠습니다.”


제1여객터미널에는 탑승교가 90기 가까이 갖춰져 있다. 탑승교는 비행기가 출발 전이나 도착 후에 공항과 비행기 사이를 잇는 다리 모양의 통로를 말한다. 하나의 게이트 당 2개의 탑승교가 설치되어 있는데(1기가 설치된 게이트도 있음), 747기 같은 큰 기종은 승객의 출입문이 두 곳이라 탑승교 2기를 동시에 연결한다. 따라서 2명의 작업자가 필요하다. 민식이 하는 일이 조작판을 이용해 비행기 문에 탑승교를 이어주거나 떼는 업무였다.


민식은 31번 게이트가 자기의 근무지에서 더 가까웠지만, 31번은 박태수 담당이라 그를 피해 33번을 선택한 것이다.


며칠 동안 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항공기 스케줄과 게이트 간 동선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시간을 재며 예행연습도 여러번 했다. 양수진이 혼자 탑승교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맞춰야 했다.


‘7시 전에 36번으로 이동해야 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는데......’


하지만 33번 지원으로 시간이 촉박할 거 같았다. 그동안 거울 앞에서 여러 가지 표정과 몸짓을 섞어가며 수없이 되뇌고 연습했지만 수진 앞에만 가면 데이트 신청은 고사하고 엉뚱한 말이 새어 나왔다. 며칠 후 민식의 근무지가 바뀌는 터라 그녀와 마주치는 기회도 없을 것이다. 민식은 입을 크게 벌렸다 닫았다 하며 얼굴 근육을 풀었다. 턱뼈가 부딪히며 뿌드득 소리가 났다. 작고 긴 눈에선 전의가 타올랐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 양수진도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게 확실해.’


민식은 33번 탑승교를 향하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삐오~ 삐오~ 삐오~”


시험운전을 하는지 탑승교가 경고음을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탑승교는 강풍으로 건들건들 대며 움직였다. 태풍 주의보로 비까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시험운전을 마치고 나온 이는 박태수였다.


‘이런, 제길. 저 새끼가 저기서 나오지.’


어이가 없었다. 박태수를 피해 33번을 선택했는데 31번에 있어야 할 박태수가 33번 탑승교에서 나오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고민식 씨, 어서 와요. 오늘은 뭔가 달라 보이는데.”


인사치레치고 가시가 돋쳐 있었다.


수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민식은 머리에 힘을 줬고, 유니폼인 흰 와이셔츠와 바지도 각지게 다림질을 했다. 검은색 구두가 번쩍번쩍 광이 났다. 그 중 메인 포인트는 특별한 날에만 메는 빨간색 넥타이였다. 민식은 야간 근무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점심때부터 그의 원룸에서 유난을 떨기 시작했다.


민식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태수의 시선을 피했다. 민식보다 두 살 많은, 30대 중반의 박태수는 직장 선배이자 탑승교 노조 위원장이기도 했다. 비조합원인 민식은 조합원들의 힐난 대상이었다. 우리가 쟁취해서 얻은 과실을 가만히 앉아 취한다는 게 이유였다. 박태수를 조합장이라서 피하기보다는 수진과의 소문 때문이었다. 민식은 박태수를 연적으로 생각해 왔다.


“나한테 죄 진 거 있어요? 슬금슬금 피하긴.......”


고민식은 최대한 자신의 의중을 들키지 않으려 침착하려 했다


“피하긴요. 허허.”


민식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동안 말할 기회가 없어서 말을 못 했는데.......”


민식은 노동조합과 관련된 얘기거니 생각했다.


“혹시, 양수진 씨에게 관심 있어요?”


예리한 칼날이 날아왔다. 일격을 당한 민식은 어찔했다.


“내가 누굴 좋아하던 선배가 무슨 상관이에요?”


“당연히 상관없지. 하지만 양수진이라면 다르지.”


‘그 소문이 사실인가. 근데 양수진은 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볼까. 아닐 거야. 양수진은 날 좋아한다고. 보는 눈들 때문에 내색을 안 해 그렇지.’


“경고하는데 양수진에게 집적되지 않는 게 좋아.”


태수의 말에 민식은 얼굴이 화끈댔다. 손 쓸 틈도 없이 계속해서 칼날이 날아온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내가 양수진에게 집적됐다고’


‘선배님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직접되긴 누가 집적됐다는 겁니까? 노조 위원장이면 이렇게 사람 막 대해도 되는 거예요? 대단한 완장이라도 찬양 거들먹 되긴’


이렇게 말해야 하는데 입 밖으로 말이 안 나온다.


‘양수진이 당신 거야? 웃긴 새끼.’


입속에서 쏟아낼 말들이 입안에서 뱅글뱅글 돈다.


그 순간 상황실에서 음성이 날라 왔다.


“33번, 33번 게이트 ke 0000편 랜딩 했습니다.”


“33번 게이트 카피.”


박태수가 작은 목소리로 위엄있게 대답했다.


“비행기 들어오니 다음에 또 봅시다.”


박태수의 말에 민식은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인 후 탑승교 안으로 들어갔다.


“싸가지 없는 새끼, 제가 뭔데.”


이번에는 제대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긴 터널을 지나 탑승교 조작판 앞에서였다. 그리고 조작판 바로 아래 철문을 발로 찼다.


민식은 메뉴얼에 따라 탑승교를 비행기 문과 접현했다. 그리고 36번 양수진에게 향했다.


'지금 시각이면 수진 혼자 탑승교 안에 있을 것이다.'


36번에는 1기의 탑승교만 있어 두 명의 근무자가 필요 없었다. 경고등이 노란색으로 바뀐 것으로 봐 시험운전을 마치고 조작판 앞에서 대기하고 일을 것이다.


민식은 36번 탑승교 터널로 들어갔다. 케빈이 큰 각도로 꺾어져 조작판의 근무자를 볼 수 없다. 거의 조작판에 가까이 갈 무렵 양수진과 이승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37번 근무자 이승희가 와서 수다를 떠는 모양이었다.


“요즘 고민식이 걔 너 주변을 맴도는 거 같은데. 뭔 일 일어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올드싱글 이승희의 목소리다.


“무서워 죽겠어요, 언니. 태수 선배에게 얘기했더니, 선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걱정이에요."


양수진의 목소리다.


“요즘 고민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나에게 썩소를 날리는데, 잠자리까지 뒤숭숭하데. 그런 사람 트럭으로 갖다 줘도 싫다 얘. 나도 그 정돈데 우리 예쁜 수진이면 어떻겠냐고. 호호호”


“언니도 참, 인상은 그래도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연애 경험이 없어 서툴러서 그렇지.”


“말을 마. 그런 사람 한 번 돌면 대책 없다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니. 더러워서 피하지.”


“괜히 고민식 씨한테 미안해요. 근무지 바뀌는 것도 태수 선배가 힘을 썼어요. 어멋! 이거 비밀인데....... 언니, 이건 절대 누구에게 말하면 안돼요. ”


"비밀은 뭔 비밀. 계속해서 나도 민원 넣었는데 뭐. 걱정마, 고민식만 모르는 일이니."


"그래도 좀 불쌍해요."


“어쩔 수 없잖아. 고민식 얘기 그만하자. 토나올라 그래. 호호호.”


민식은 계속 엿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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