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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의 서재입니다.

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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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63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10.02 11:15
조회
247
추천
4
글자
8쪽

고라니 주의보3

DUMMY

그 벨은 금고 위 장식용 전화기에서 울리고 있었다. 벨이 울리면서 전화기 몸체가 노란빛으로 깜박였다. 민식이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금고 위에 놓인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 세요?”


“.......”


“여보....... 세요?”


민식이 수화기에 대고 흥얼댔다. 그리고 수화기를 귀에 대는 둥 마는 둥 다시 꾸벅꾸벅 졸았다.


“고민식씨?”


꿈결 같은 목소리다.


“........ 네”


“민박집에 잘 도착하셨네요.”


공항에서 만났던 노신사의 목소리 같았다. 구름 위를 걷듯 조심성 있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 민식이 반수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고민식씨?”


현실을 인식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순간 노신사를 처음 만난 날 공항 청사 주변을 여러 갈래로 때리던 번개가 눈앞에서 번뜩였다.


‘그... 노신사!’


속으로 외쳤다. 플래시처럼 퍽하고 정신이 들었다.


“고민식입니다. 명함을 주셨던 어르신... 맞아요?”


“네, 맞습니다.”


“어디 계신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연락이 되는군요. 지금 어디세요?”


“어디긴요. 민박집이죠.”


“네? 민박집이면 이곳이요? 내가 머무는 여기요?”


“그렇습니다. 고민식씨가 머무는 여기.”


“그럼, 지금 몇 호실에 계신데요?”


“여긴 몇 호실이 아니라, 안쪽입니다.”


안쪽? 민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꿈을 꾸는가 싶었다.


“안쪽이면 어딜 말하는 건가요?”


“그건 차차 알게 될 겁니다.”


알쏭달쏭한 말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더니, 마카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말하는 어법이 항상 이런 식? 하고 민식이 생각했다.


“언제 볼 수 있나요?”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뭔가 미덥지 않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것이다. 노신사를 만나면 민박주인에 관해 묻고 싶었는데. 민식은 마카오 도착부터 만 하루 동안 겪은 일들을 두서없이 꺼내 놓기 시작했다. 노신사가 말했다.


“그랬군요. 제 사정상, 도병준씨에게 민박집을 잠시 맡겨 둔 상태입니다.”


“잠시라니요? 5년간 운영했다는데. 잠시라고요?”


“안쪽 시간은 바깥쪽 시간 흐름과 다릅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말.


“어르신 존재 자체를 민박주인이 부정하는 이유라도..?”


“그것은 도병준씨가 민박집을 잠시 맡으면서 맺은 계약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안쪽의 존재자입니다. 도병준은 안쪽과 바깥쪽을 이어주며 금고를 수호하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함으로써 안쪽 사람들에게 신임을 점점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병준의 후임을 물색하려 바깥쪽에 잠시 나간 것입니다."


'도대체 뭔 말?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더니.'


완전히 잠이 달아났다.


“그렇다면 어르신이 계시다는 안쪽이란 곳은 어디예요?


민식이 물었다.


“안쪽 말입니까? 바깥쪽의 반대 개념도 아니고, 고민식씨의 사는 세상과 반대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 ‘당신이 사는 세계는 어떤 곳입니까’ 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그저 안쪽 사람입니다. 설명하기가 좀 힘듭니다.”


“음........ 저를 왜 부른 거죠?”


“그것도 차차 알게 될 겁니다.”


민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듣고 있자니 노인네가 계속해서 뜬금포를 날린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또 얘기합시다. 남은 시간 여행 잘하시고......”


전화가 끊겼다. 계속 당하는 기분. 갑자기 화가 났다.

그동안 민식은 자발적 왕따를 자처했었다. 학창시절부터 직장생활까지. 어울리며 서열 놀이를 하느니, 서열의 밖, 사람들 생각의 밖에서 자유로운 혼자가 좋았다. 적당히 어울리며, 적당히 살고 싶진 않았다. 자유로움에 따라오는 불이익은 당연히 감수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한계치에 도달한 나머지, 자신을 못 견디며 온 마카오. 혼자의 시간을 가지려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왔지만. 이곳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았다.


'010-3454-XXXX'


민식이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돌려봤다. 다이얼이 드르륵하며 느리게 돌아갔다. 마지막 숫자까지 돌리고 한참 귀에 대고 있었지만,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


'도대체 뭘까. 전화선도 없는데... 무선인가?'


민식이 전화기를 들고 꼼꼼히 살폈다. 어딜 봐도 전화기에 전원 장치도, 배터리를 넣을 공간도 없었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반나절 동안 꼴로안 섬을 한 바퀴 돌고 오후쯤에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민박집엔 인기척이 없었다. 민식은 다른 방들이 궁금했다. 다른 방들도 금고와 장식용 전화기가 있는지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방마다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떤 메커니즘으로 전화가 작동하는지 알고 싶었다.


주인한테 물어본들 말해줄 위인이 아니었다. 우선 방마다 확인부터 해야 했다. 4호실을 노크했다. 대답이 없다. 문고리를 돌렸지만 잠겨있었다. 거실을 가로 질로 민식이 머무는 2호실 맞은 편 3호실 문틈에 귀를 갖다 댔다. 3호실도 조용했다.


“똑 똑 똑”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노크했다.


“똑 똑 똑 똑”



민식이 문고리를 돌렸다. 그곳도 닫혀 있었다. 발을 옮겨 맨 끝 방 1호실 앞에 멈춰 섰다.


“똑 똑 똑”


1호실도 없긴 마찬가지였다.


민식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였다. 꼬마가 거실을 가로 질로 부엌으로 스윽 하고 들어갔다. 한쪽 다리를 바닥에 끌며 걸어갔다.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서 나온 걸까.'


아마 맨 끝방 1호실에서 나온 아이 같았다. 부엌에 있는 생수통에서 페트병에 물을 받아서 나오는 아이에게 민식이 인사했다.


“안녕, 이름이 뭐니?”


아이는 창가 쪽 소파에 앉아 있는 민식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신기한 거라도 보듯이


“오현우예요. 황학 초등학교 2학년 3반”


몸이 왜소해 초등학생으로는 안 보였다.


“방금 1호실 노크했는데 왜 안 나왔니?”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학교는 안 가니?”


“빨리 가고 싶은데, 아빠가 돈을 따야 간대요. 아빠가 돈을 왕창 따서 빨리 학교 가고 싶어요.”


“그렇구나. 근데 항상 혼자 있는 거야?”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나는 다시 돌아왔고, 엄마랑 아빠는 카지노에 갔어요. 근데 아저씨는 도박하러 안 나가요?”


“난, 별로 도박엔 관심 없어...... 현우라 그랬지?”


“네, 오현우.”


“현우는 여기 민박집에 오래 있었어?”


현우는 열 손가락을 펴고 접고 하며 셈을 했다.


“여름 방학 시작하고 왔으니까 2달 정도......”


“오래 있었구나. 혹시 하얀 머리에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 본 적 없니?”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현우가 민식의 눈치를 살폈다. 민식이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지갑에서 100불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으렴. 그리고 잘 생각해봐. 그런 할아버지 본 적 없니?”


현우는 백 불짜리 지폐에 맑고 투명한 눈을 고정했다.


“본 적 있어요.”


맥박이 빨라졌다. 민식은 아이에게서 단서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 할아버지 어디서 봤는데?”


아이는 허공에다 눈을 고정하고 큰 눈을 깜빡였다.


“저기 소파에 앉아 있었어요. 방금 아저씨처럼요.”


역시 노신사가 자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민식은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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