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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의 서재입니다.

마카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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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동
작품등록일 :
2018.09.03 21:25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4,174
추천수 :
70
글자수 :
47,473

작성
18.09.17 20:59
조회
286
추천
4
글자
7쪽

3호실 커플

DUMMY

“사장님, 일주일 치 숙박비 계산하겠습니다.”


홍콩 달러 3000불을 남자가 내밀었다. 일주일 만 머물다 간다고 했는데, 연장한다는 말에 민박집 주인 도병준이 의아한 눈으로 두 남녀를 쳐다봤다.


“게임도 별로 안 하시는 것 같던데.......”


보통 관광으로 오면 길어야 삼사일. 쇼핑이나 맛집이 목적인, 그런 관광객으로 병준은 알고 있었다. 밤엔 여자의 양손에 명품 쇼핑백이 들려진 채 들어오곤 했다. 이 정도면 남자가 돈이 좀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도병준이 거실에서 남자에게 정킷방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사장님, 괜찮은 VIP 룸이 있는데, 한 번 가보지 않겠어요? 승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일반 마발이 판이 편합니다. 정킷방은 저와 안 맞더라고요. 도와드리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도병준은 대번에 알아챘다. 남자가 카지노 주변의 생리를 어느 정도 안다는 것을. 그 후론 언급조차 안 했다 (정킷으로 손님을 데리고 가면, 손님이 베팅한 총금액의 1%~1.5% 정도의 롤링 피가 정킷 운영자에게서 나온다)


갤럭시 민박집 손님이라 봤자, 절약이 몸에 밴 생바꾼이거나 단기간 출정 나온 도박꾼이었다. 가끔 돈 없는 단체 대학생들이나, 여자 혼자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머무는 기간은 길어야 이삼일 정도였다. 여자들이나 커플은 대부분 호텔에서 머물지 민박집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도병준이 3호실 커플을 의아하게 보는 이유였다. 어떤 플랜이 있는 듯 보였지만 촉이 안 섰다. 주인 입장에서야 손님이 더 머물겠다면 탱큐지만....... 병준은 천 불짜리 지폐를 세어 지갑에 넣었다.


“승률이 높은 모양입니다. 좀 더 계시는 거 보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쉬엄쉬엄하면서 즐기는 거죠. 있잖습니까.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식당만 찾아다녀도 하루가 금방입니다. 그렇지 자기.”


남자가 여자의 가는 어깨를 감싸자 여자는 남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그뿐만 아니라 맛집이야 널렸죠. 하지만 도박하는 사람에겐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따면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잃으며 본전 찾으려 배고픈 줄도 모르고. 탈탈 털리고 송금해줄 지인이 한 명도 없을 때, 그때 비로소 배고픈 줄 압니다. 민박집 냉장고에서 닥치는 대로 꺼내 입에 쑤셔 넣죠. 한풀이하듯이 말이죠. 단골손님 중 그런 분이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이 온다면 최대한 냉장고 안을 비워 놓죠. 허허. 사장님 같이 즐기는 분이 진정한 위너죠.”


도병준이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은은한 향수의 진원지를 좆아 여자를 쳐다본다. 흰 바탕에 땡땡이 나시 원피스가 잘 어울렸다. 목엔 가는 금목걸이가 반짝인다. 적당히 돌출한 쇠골, 가느다란 흰 목덜미, 그대로 드러낸 가슴골. 많아야 서른 정도라고 생각했다. 자기와 연배가 비슷한 남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능력자다. 어디서 저런 미인을 만났을까?’


남자가 여자에게 향한 병준의 시선을 돌리려 헛기침을 하며 말을 했다.


“맛집이다, 쇼핑이다. 이런 일은 부차적인 일이고...... 사실 민박집에 짐을 푼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시장 조사를 위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고 도병준은 생각했다. 소파에 깊숙이 파묻은 허리를 똑바로 폈다.


“시장 조사라면....... 여기서 사업이라도 하려고요?”


병준이 묻자, 남자는 옆에 앉은 여자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면서 그녀의 손을 쥔다.


“제 와이프가 이곳을 떠나기 싫은 모양입니다. 허허. 저는 광저우에서 작은 공장을 하나 하는데, 제 와이프가 그쪽 동네에 영 적응을 못 하네요. 그렇다고 한국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광저우에서 마카오까지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니, 주말부부 할 수도 있고 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상탭니다. 사장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모님이 마카오에 남아서 사업을 한다는 얘긴가요. 제가 도움 주고 자시고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사장님 같은 능력자가 떡하니 버티고 계시는데.”


병준은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끝마다 와이프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들렸다. 대충 짐작이 갔다.


‘세컨드에게 가게 하나 차려주고, 자신은 왔다 갔다 하겠다는 거겠지.’


“오늘 광저우로 넘어가야 하니까, 제 와이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일주일간 있어 보니 사장님같이 든든한 분도 만나기 힘들 겁니다.”


“별말씀을 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사업 얘기도 있고 하니, 잘 봐주십시오. 혹시 환전도 하시나요? 위안화를 원화로 환전 좀 하고 싶은데요. 불법인 줄 알고 있지만, 딱히.”


“저 같은 구멍가게에서 큰돈은 힘들고 연결은 시켜드릴 수는 있습니다. 얼마 정도죠?”


“5백만 위안 정도 됩니다.”


'5백만 위안이면 얼마야?'


병준은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계산이 되지 않았다.


“한화로 8억이 넘으니까......."


남자가 말하자 병준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적은 금액이 아니니 믿을 만한 업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만약 일이 잘된다면 사장님께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사견일 순 있지만, 민박집 운영도 괜찮아 보이더군요.”


“민박집 운영 괜찮죠. 다만 도박만 하지 않는다면요."


“그렇군요. 사실 와이프가 민박집을 하고 싶어 한답니다. 물론 도박에 도 자도 모르는 사람이고요. 여자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저도 왔다 갔다 할거고. 사장님이 좀 도와주신다면야......”


‘그러니까. 세컨드가 원한다는 거지. 자기가 민박집 차릴 돈을 대고 가끔 마카오에 와 게임도 즐기고, 연애도 하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환전으로 나를 엮으려는 것도 그렇고. 그 정도 조건이면 남는 장사지, 암.’


병준은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어디 한 번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차미연입니다.”


여자가 원피스의 치맛단을 조심스럽게 잡고 일어나 인사를 하자 병준은 엉거주춤 소파에서 일어났다.



학선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창가 쪽 소파에는 3명이 작전 모의를 하듯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희한한 광경이었다. 도병준 맞은편에 남녀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거실에서 몇 번 봤지만, 여자는 오늘 처음 본다. 소파의 세 명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학선에게 시선을 모았다.


‘낯이 익은 얼굴인데.......’


학선은 분명 본 기억이 났지만,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서 봤더라.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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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룻밤 불장난2 18.09.07 363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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