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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글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억만장자, EX급 드루이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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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글
작품등록일 :
2024.06.22 10:15
최근연재일 :
2024.07.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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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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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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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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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케로니르 대수림

DUMMY

당연하게도 밤중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오, 열받아!”

“무슨 일이냐, 리리안?”

“아, 이 병뚜껑이 너무 꽉 잠겼는지 잘 안 열려 가지고요.”

“이리 줘 봐라. 원래 힘쓰는 일은 나랑 어울리지 않긴 해도 이런 몸이 된 동안엔 최대한 즐겨 놔야 보람이 있겠지.”


네버다이는 리리안의 손에 들려 있던 물병을 낚아채 갔다.


“자, 이쪽 세계에서도 당연히 왼쪽으로 돌려야 풀리는 거겠지? 어엇?”


네버다이는 무의식적으로 병을 쥐고 있던 손에 예전처럼 꽉 하고 힘을 줘 버렸다.

그 순간 빠삭 소리와 함께 병이 깨지고, 안에 들어있던 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아앗?!”


부서진 유리 조각이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건 이제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리리안도 네버다이가 다칠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은 듯 엉망이 된 바닥을 보며 입을 떡 벌릴 뿐이었다.


“으음... 미안하다, 리리안. 니가 안 열린다길래 나도 모르게 힘을 줬더니만 이게 이렇게 되네, 하하. 아무래도 좀 더 튼튼한 병을 갖고 다녀야겠다. 이건 어디서 만든 거야, 참. 위험하게시리. 그리고 너도 근력을 좀 키워야겠다. 여태 너무 공부만 한 거 아니야? 이거 하나 못 딸 정도로 비실비실해서야.”


민망해진 네버다이는 괜한 잔소리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예의 바른 리리안은 이 불합리한 처사에도 입술만 삐죽거리는 정도에 그쳤다.


“칫... 원래 저희 같은 마법사들은 근육 같은 걸 키울 시간이 없는 법이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그냥 마법을 쓸걸.”


리리안은 그렇게 말하곤 바닥에 있는 부스러기와 물웅덩이를 마법을 이용해 마차 밖으로 날려 보냈다.


한편 이드리온은 이런 소란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드리온은 잠귀가 어두운 타입인가 보군.”

“저 빼고 두 분이서만 불침번을 서셨으니 그만큼 더 피곤하신 거겠죠. 그러게 대체 왜 안 깨우셨냐고요, 참! 네버다이 님이야 튼튼한 몸을 가져서 괜찮다 쳐도 이드리온 님은 그렇지가 않은데. 안 그래도 팔도 다치신 환자시면서...”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도 지금처럼 리리안은 왜 자기를 깨우지 않았었냐고 징징거렸다.

이드리온은 그런 리리안의 투정을 가뿐히 무시한 채 다시 대수림으로 마차를 출발시켰다.


이동을 재개한 후로 세 시간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이드리온은 내내 곤히 자고 있었다.

확실히 잠이 부족하긴 한 모양이었다.


...


새벽에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드리온은 그저 조금 피곤해 보이는 기색으로 마차 안으로 들어갔었다.

그가 만들어둔 모닥불 앞에서 불침번을 서던 네버다이는 지루한 마음에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다.


의외로 몇 시간이 지난 그 시점에서도 이드리온은 깨어 있었다.

그 또한 퀭한 눈으로 리리안의 책들을 읽고 있던 것이었다.


“뭐야, 아직도 안 자고 있었나?”


이드리온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얼른 잠이나 드시오. 밖에는 내가 계속 나와 있어도 되니까.”


네버다이는 어느 정도 예의상 한 말이었지만, 이번에도 이드리온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냥 거절할 줄 알았었는데.

어쨌든 네버다이는 그렇게 아침이 될 때까지 불침번을 서게 되었고, 다시 이동을 시작한 후에서야 마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인 것이었다.


물병을 깨뜨리고 한 시간 정도가 더 지난 시점에서, 틈틈이 바깥을 확인하던 리리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앗! 거의 다 온 거 같아요! 저기 저쪽에 대수림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목소리에 네버다이와 이드리온도 고개를 들고 창문 밖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숲이 있었다.

울창한 숲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게 뻗어 있었고, 나무들의 높이 또한 지구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쭉쭉 솟아 있었다.


실로 판타지스러운 장관에 네버다이는 물론이고 리리안 또한 넋을 놓은 채로 그 풍경을 감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정지했다.

숲으로부터는 조금 거리가 있는 위치였지만, 이드리온은 먼저 마차에서 내려 다른 두 사람을 재촉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하네. 둘 다 얼른 짐을 챙겨서 내리게나.”

“네, 장로님! 이 주위에 보이지 않는 결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 있는 드루이드들은 어떤 이방인도 허락 없이 들어오지 못할 만큼 강력한 결계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러면 니가 직접 신호를 보내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늘을 향해 적당히 눈에 띌 만한 요란한 마법을 사용해 보거라.”

“아, 네!”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뛰어내린 리리안은 곧장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치 불꽃놀이용 폭죽처럼, 그 끝에서 피어오른 빛은 하늘 높이 올라가더니 팡 소리를 내며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숲 안쪽으로부터 여러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 세 사람이 있는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명백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털로 뒤덮인 반인반수의 모습, 또 일부는 아예 짐승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셋은 조금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드루이드 무리의 환대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었소, 장막단의 장로여.”


가장 앞쪽에 있던 드루이드가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변신하고 있던 드루이드들 또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자는 누구지?”

“우리와 같은 드루이드인 것 같은데.”

“하지만 뭔가 다릅니다. 저희 일족이 아닌 건 둘째치고...”


여러 드루이드의 시선이 네버다리를 향하고 있었다.

네버다이가 헛기침을 하며 대답하려던 찰나, 리리안이 먼저 자랑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이 분은 대악마 말보리스를 처치한 안식처의 영웅, 네버다이 님이십니다! 여러분과 같은 드루이드시죠!”

“아아, 소문으로 듣던 그 드루이드인가.”

“여기 온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순식간에 놀란 얼굴이 된 드루이드들이 네버다이를 힐긋거리며 쑥덕댔다.

처음 말을 건넨 드루이드는 우렁찬 목소리로 소란을 잠재웠다.


“조용, 조용! 그 대단한 영웅이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나중에 듣도록 하겠소. 본래대로라면 이방인을 함부로 우리의 숲에 들이는 일은 없겠지만, 그와 같은 영웅이라면 우리도 방문을 거절할 수가 없겠군.”


네버다이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드루이드들은 저마다 존경과 감탄, 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귓속말을 이어갔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러 오신 걸까?”

“그렇게 대단한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어쩌면 대악마라는 놈들이 생각보다 약했던 걸지도 모르오.”


몇몇 거슬리는 대화가 귓가에 선명히 들어왔지만, 당장으로선 이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삼가야 했다.

일단 이들로부터 드루이드의 힘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그렇게 몇 분 정도 걸은 시점에서 드루이드 무리가 먼저 멈춰 섰다.


“우리 숲을 보호하는 결계가 위치한 곳이 바로 이곳이오. 숲의 축복을 받지 못한 자는 결코 이 안에 발을 들일 수 없지.”


리리안은 곧바로 손을 내밀어 그 사실을 확인하려 들었다.


“오옷! 정말이네요. 저도 이런 마법 결계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어요. 하지만 확실히 이 결계에서는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네요. 수백 년에 걸쳐 강화된 방벽이기 때문일까요?”


리리안은 보이지 않는 테두리를 손등으로 통통 때려댔다.

그 행동에 호기심이 동한 네버다이도 리리안의 옆에서 손을 뻗어 보았다.


“오, 이거 진짜 신기한데? 유리 벽 같은 게 둘러져 있는 건가? 흐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투명한 벽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했다.

더더욱 탐구 정신이 치솟은 네버다이는 그대로 손에 힘을 줘 결계를 누르기 시작했다.


“어어, 이거 뭐야? 꾹 누르니까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드는데? 이거 봐라, 리리안! 힘을 주니까 손이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어!”


그 모습을 본 주위의 드루이드들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꺄아악! 우리 결계가!”

“어어, 안 됩니다! 부수면 안 돼요!”

“200년도 넘게 멀쩡했던 방벽인데!”

“안 돼, 멈춰!”


당황한 목소리로 요란을 떠는 바람에 네버다이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빼냈다.

무리를 통솔하던 드루이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했다.


“흠, 흠. 아, 아무튼 지금 잠시 결계를 해제하겠소. 장막단의 사절이 오는 시간에 맞춰 이곳의 방벽을 한시적으로 없애도 된다는 의회의 허락도 받았으니.”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던 드루이드로부터 작은 보석을 넘겨받았다.

남자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자 보석으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보이지 않는 결계에 가로막히더니 두 줄기로 갈라져 아치형의 경로로 움직였다.


“됐소. 얼른 들어가시오. 결계가 곧 다시 생성될 테니.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 혹시나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너희는 손님들의 마차를 안으로 들이거라.”

““네, 파수대장님!””


다른 드루이드들은 여전히 네버다이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이 섞인 눈빛을 보내면서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네버다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파수대장이라고 불린 남자를 따라 숲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오시오. 의원님들이 기다리고 계신다오.”

“의원?”

“이곳 드루이드의 지도자들을 말하는 거요.”


이드리온과 리리안 또한 어느새 네버다이의 옆으로 다가와 걷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236년 전 케로니르 대수림에 결계가 쳐진 이후로 이곳에 발을 들인 이방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요. 역시 네버다이 님을 따라오길 잘한 것 같아요! 수습생에 불과한 제가 이런 영광을 다 누릴 수 있다니!”


신이 난 리리안은 얼굴을 요리조리 돌리며 그 아름다운 풍경을 빠짐없이 눈에 담으려 들었다.


“그러고 보니 손님이 한 명 더 있었군. 뭐, 장로와 동행하는 장막단의 수습생이라면 문제는 없지만.”

“정확히는 네버다이 님과 동행하는 거지만요, 헤헤.”

“아무튼 소개가 좀 늦었지만 내 이름은 드렐루스요. 대수림 주위의 동향을 감시하는 파수꾼들의 대장이지.”

“호오, 나이는 젊어 보이는데 꽤 높은 직책을 맡고 있군.”


드렐루스는 많이 쳐줘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런데도 대장 역할을 맡고 있다니 무척이나 유능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도 않소. 알다시피 우리 대수림은 지난 200년간 평화가 유지되어 왔소. 사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그저 명목상의 임무일 뿐이오. 그러니 딱히 이런 일을 자원해서 하려는 이들도 없지.”

“하긴 애초에 결계 덕분에 싸울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드루이드분들이라면 식량이 부족할 일도 없을 테니 바깥으로 나갈 필요도 없었을 거고요.”

“음, 그렇지. 그렇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는 동식물을 관리하는 역할이 가장 선호되곤 한단다.”


드루이드들에게 있어 악마들의 침공은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새와 풀벌레 소리,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한 숲의 평온함은 바깥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네버다이 일행 또한 벌써부터 이 안락한 분위기가 온몸에 스며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다 왔소. 의원님들은 이 오솔길 너머 있는 숲의 심장부에서 그대들을 기다리고 계시오.”


드렐루스는 좁은 길 앞에서 세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넓은 공터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그루터기가 회의용 탁자처럼 놓여 있었다.


“반갑네, 장막단의 사절과 수습생이여. 그리고 말보리스를 처치했다는 영웅도.”

“나무가 그대의 소식을 알려주었다네, 네버다이여. 모두 우리의 숲에 잘 왔네.”


그루터기 반대편에서 일곱 명의 드루이드가 일어나 네버다이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곰 같은 풍채를 하고 있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대체 얼마나 풍족한 삶을 누려온 것인지 네버다이가 새삼 감탄스러워할 때쯤, 이드리온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반갑습니다, 의원 여러분. 저는 장막단의 장로 이드리온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저희의 목적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장막단을 대표해 여러분이 보관하고 계신 유물들을 받으러 왔습니다.”

“아니, 뭐라고?”

“감히 그런!”


그 말과 동시에 의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갑작스럽고도 뻔뻔한 요구에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당황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아오, 난 이 사람이랑 관계없이 따로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건데... 이보시오. 다들 좀 진정해 보시오.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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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무와 소통하는 법 24.07.06 2 0 14쪽
15 세계수는 그냥 큰 나무일 뿐 24.07.05 3 0 15쪽
14 대수림의 드루이드들 24.07.04 4 0 17쪽
» 케로니르 대수림 24.07.03 7 0 13쪽
12 다섯 대악마 24.07.02 7 0 14쪽
11 물컹한 감촉 24.07.01 9 0 13쪽
10 여정의 시작 24.06.30 9 0 14쪽
9 그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24.06.29 9 0 14쪽
8 대현자 하루난 24.06.28 11 0 20쪽
7 하지만 남자다 24.06.27 10 0 14쪽
6 장막단 24.06.26 10 0 16쪽
5 네버다이 24.06.25 11 0 13쪽
4 우리 여관이 무너진 거예요 24.06.24 16 0 17쪽
3 진짜로 외계인이었던 거임 24.06.23 24 0 20쪽
2 디아볼루스 24.06.22 34 2 15쪽
1 엘던 홀트 vs. 바트 시카모어 24.06.22 7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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