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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글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억만장자, EX급 드루이드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숨글
작품등록일 :
2024.06.22 10:15
최근연재일 :
2024.06.3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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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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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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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우리 여관이 무너진 거예요

DUMMY

제 몸 구경을 마친 엘던은 자연 스킬을 강화하는 장비들로 옷을 전부 갈아입었다.

하지만 딱히 무언가 특별한 힘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엘던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정신을 집중해 바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 씨. 이래도 안 되잖아...”


소용이 없었다. 분명 자연계 스킬과 관련된 장비는 전부 골라 입었는데도 여전히 주위 공기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편으론 오기가 생겨서 될 때까지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엘던은 이런 답답한 상황일수록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진리를 기억해냈다.


스스로는 침착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혼란을 느끼고 컨디션이 무너진 것일지도 모른다.

멀쩡하다는 것 또한 사실은 그저 착각일 뿐, 지금 자신은 제대로 정신을 집중할 수 없는 상태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대범하고 유능한 세계 제일의 사업가라고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으면서 멘탈에 타격이 없다는 거야말로 확실히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합리화를 마친 엘던은 더 이상의 시도를 포기하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걷는 동안 생각해 보니 입고 있는 장비는 스킬의 위력을 강화시킬 뿐, 스킬 자체를 제대로 발동시킬 수 없는 현재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셈이기도 했다.


‘이런 간단한 것도 고려하지 못했다니... 나도 어지간히 당황했었나 보군.’

‘하지만 어째서지... 최소한 변신 스킬은 사용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아니, 스킬을 아예 못 쓴 건 아니었어. 처음 시도했을 땐 뭔가 바람이 생겨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생각에 잠긴 채로 터벅터벅 걷던 엘던은 곧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발을 들였을 땐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했던 마을이 이제는 장막단과 엘던의 새로운 이름을 수군거리는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딱히 사람 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스무 명 남짓한 주민만으로도 협소한 거리를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아이고, 영웅 양반! 지금 여관으로 돌아가는 건감?”


여관주인인 노파의 목소리였다.

엘던은 여기저기서 자기를 불러대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 그 노파에게만큼은 반응을 보였다.


“음, 그런데. 그쪽은 왜 여기 나와 있는 거지?”


여관으로 향하던 길이었으니 혹시나 여관에 무슨 일이 있나 확인해 둘 필요가 있던 것이다.

노파는 천연덕스럽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휴, 우리 손자가 그러던데 장막단 사람이 우리 마을에 온다면서. 그쪽이 우리 마을을 도와준 것처럼 70년 전에는 장막단에서도 우리를 도우러 와줬었지. 그쪽 사람을 다시 만나는 건 지금이 처음이라우. 마을을 구한 두 은인들이 함께 있을 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잔치라도 열라 그랬지!”

“아니, 로웨나 할멈! 그걸 영웅 나리한테 말해 버리면 어째! 비밀로 하려던 건데!”


두 노인이 옥신각신하는 걸 구경하던 엘던은 시큰둥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흠. 잔치 같은 건 필요 없어. 이런 마을에서 뭘 하겠다고. 됐으니까 쓸데없는 데 자원 낭비하지 말고 마을 살림살이나 챙기쇼.”


딱 봐도 가난해 보이는 이 주민들이 잔치를 열어봤자 그 수준이 어떨지는 뻔한 일이었다.

특히나 온갖 화려한 연회에 참여하고, 또 그런 파티를 직접 주관하기도 한 엘던의 입장에선 성에 찰 리도 없었다.


“어쩜 이렇게 배려심이 넘치실까. 저희 마을의 형편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죠. 그래도 떠나시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서...”


두 노인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년의 여인도 끼어들었다.

이들이 ‘네버다이’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품고 있다는 건 잘 이해하고 있는 엘던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속에서의 행동. 그것도 딱히 이타적이고 고귀한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닌 그저 퀘스트의 일부로서 했던 행동일 뿐이었다.


엘던은 자기가 한 것 같지도 않은 일로 극진한 환대를 받는 건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물론 애당초 그 환대의 수준이 딱히 높지 않을 것도 분명했고.

그러니 엘던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드러냈다.


“괜찮으니까 다른 주민들한테도 제대로 일러둬라. 난 잔치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자기들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아아... 네, 그럼 그렇게 하죠.”


그 냉담한 태도에 주위에 있는 셋 모두가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가장 넉살이 좋아 보이던 여관주인 노파가 다시 말을 꺼냈다.


“참, 여관 문은 열려 있으니 그냥 들어가면 된다우. 지금은 안에 아무도 없을 텐데 먼저 잘 생각이라면 그냥 적당한 방에 들어가도 상관없고. 어차피 자네 말고는 다른 손님도 없으니까.”

“음, 그래.”


엘던은 여전히 스킬에 대한 문제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당분간 이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는 부분은 받아들였다.

문제는 여기서 살아남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면 게임에서 휘두르던 수준의,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엘던은 짜증스럽게 입술을 질근거리며 여관으로 향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냥 슉슉 손을 휘두르면 태풍처럼 거센 강풍이 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대악마도 무찔렀다는 네버다이의 스펙이라면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


여관 앞에 선 엘던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한 번 더 손을 휘저었다.


바로 그때였다.

엘던이 들어 올린 손 끝부분에 일순간 공기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엘던이 손을 휘두르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속도의 강풍이 전방을 향해 휘몰아쳤다.


휘이잉-

“어어?!”


엘던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쿠구구궁!

“어어어?!”


하지만 엘던의 눈앞에는 그 결과물이 명명백백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었다.


마치 어린애가 가지고 놀던 모래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바닥에 있던 장난감 모형을 실수로 밟아 우그러뜨렸을 때처럼.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여관 건물이 반으로, 정확히는 엘던이 손을 휘저었던 바로 그 높이를 기준으로 분리되어 버렸다.


즉 지금 엘던의 앞에 있는 여관은 지붕을 포함해 반 이상이 날아간, 안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오픈형 건물이 되어 있단 의미였다.

그리고 그 건물의 상단에 해당했던 구조물은 저 멀리 어딘가로, 엘던이 일으킨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서, 성공인가?! 드디어 스킬이...”

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엘던은 뒤쪽에서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물이 박살 나는 굉음을 듣고 근처에 있던 주민들이 모여든 것이었다.


“꺄아아악!”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악마의 습격인가?!”

“도망쳐야 하는 거야?”

“저기! 네버다이 님이 계시잖아! 벌써 악마를 무찌르신 거 같은데?!”


엘던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순식간에 변명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아, 하하... 으흠. 뭔가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공격했는데... 흠, 아무래도 제 착각이었던 것 같군요. 악마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최선.

이 세계의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악마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다는 건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마을 주민들은 엘던을, 정확히는 네버다이를 영웅으로 여기고 있었으니 이런 핑계를 대면 적당히 넘어갈 거라고 확신했다.


엘던의 추측은 거의 들어맞았다.

다른 주민들은 그저 악마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곧장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단 한 명, 방금 엘던이 날려버린 이 여관의 주인인 노파만큼은 침통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아이고, 이걸 어째! 우리 영감이 집안 대대로 지켜온 여관이!! 아이고, 이러면 난 어떻게 살라고! 우리 영감을 무슨 낯으로 보라고!”

“로, 로웨나 할멈...”


조금 과장된 기색이 느껴지는 노파의 통곡에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흠, 흠. 로웨나 씨?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론 엘던도 이대로 무책임하게 떠날 생각은 없었다.

엘던은 사업가로서 ‘적절한 보상’의 중요성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딱히 빡빡하게 굴 이유가 없기도 했다.


엘던 홀트로서는 이런 사소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주는 것이, 또는 주지 않는 것이 이득일지 냉정하게 계산해야만 했다.

하지만 네버다이로서 가진 이 재산은 결국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

내키는 만큼 통 크게 굴어도 그다지 손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계산을 마친 엘던은 자애로운 표정을 연기하며 주머니를 소환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네버다이가 보유하고 있던 골드는 대략 수백억 정도.

이 세계에서 골드의 실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대개 수치가 수백억쯤이나 되면 굳이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 여기서 적당한 수준의 보상금을 골드로... 으음? 어어?”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인벤토리 안의 이미지를 떠올려 봐도 그만한 골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다른 아이템들처럼 수십 톤의 금괴가 어딘가에서는 보여야 하는데...


곧 엘던은 눈 앞에 펼쳐진 방대한 이미지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하고 더욱 불안해졌다.

그건 다름 아닌 금화였다.

엘던이 상상했던 수백억 개의 금화가 아닌, 그저 수십 개 정도의 금화.


‘설마... 이, 이게 내가 가진 골드의 전부인 건가? 어째서? 계산이 안 맞잖아...’


그 순간 엘던은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 세계가 디아볼루스의 세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면, 게다가 이 세계가 그저 게임 속 세계가 아닌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현실이라면...


그렇다면 아무리 네버다이가 대단한 영웅이라고 해도 이런 망해가는 세계에서 수백억의 골드를 가지고 있는 건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아이고, 아이고! 그래서... 보상금은 얼마나 줄 수 있는 거유? 이게 겉으로 보기엔 낡고 허름해 보였어도 복구하는 비용은 제법 나갈 텐데...”


정신이 멍해진 네버다이를 향해 노파가 촉촉해진 눈을 빛내며 물었다.

다른 주민들 또한 대영웅인 네버다이가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호탕한 모습을 보여줄지, 얼마나 넉넉한 보상금을 제시할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어쩌지? 하, 씨. 그냥 여기서 도망치면... 하지만 장막단에서 온다는 인간도 만나 봐야 하는데. 지금 이대론 어디로 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고.’


엘던은 차분히, 그러면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 그렇지! 지금 당장은 골드를 주기가 좀 뭐하지만... 이건 어떤가?”


엘던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 속에서 또 다른 지팡이를 꺼냈다.


“이, 이건?”


노파는 물론이고 다른 주민들 또한 의아한 눈빛으로 엘던을 바라봤다.

엘던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나 보군. 이건 그냥 상점에 팔기만 해도 수십만 골드는 족히 받을 수 있는... 전설 아이템 중에서도 최고급 품질의 지팡이다. 혹시 지금 이걸 받고 내게 골드를 줄 수 있는 상인이 어디 있나?”


엘던이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늑대인간 변신을 강화해주는 지팡이 중 하나였다.

변신 스킬을 포기한 이상 엘던에게는 더 이상 가치가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무기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아이템의 효과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이 나무 지팡이는 분명 게임 속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정적뿐이었다.

엘던은 다시 한번 당혹감을 느끼고 되물었다.


“부, 분명히 이 마을에도 상인들이 있을 텐데? 아니, 당장 할멈도 상인으로 분류되지 않았나?”

“네버다이 님. 저희도 그 물건이 대단하다는 건 대충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같은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어찌 그 물건을 살 수 있겠습니까? 수십만 골드라니... 여기엔 수천 골드도 손에 쥔 적 없는 사람들뿐인걸요.”

“허?!”


엘던은 또 한 번 자신이 크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임에서는 아무리 거지꼴을 하고 있더라도 상인으로 분류되기만 한다면 물건을 파는 대로 골드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선입관과는 달리) 여긴 정말로 게임 속 세계가 아니었다.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고 해도, 최고급 능력치를 보유한 전설급 무기라고 해도, 그런 걸 덥석 구매할 수 있는 자금이 이 비루한 동네 주민들에게 있을 턱이 없었다.


엘던은 자신을 바라보는 노파의 시선이 어쩐지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엘던은 다시 주머니를 헤집어댔다.


“그, 그럼 이건 어떤가? 소환계 드루이드를 위한 허리띠! 곰 변신 드루이드를 위한 머리 장식!”


여전히 마을 주민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까마귀 소환 능력을 강화해주는 반지는?”


그때였다. 해진 옷을 입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손을 흔들며 앞으로 나와 외쳤다.


“오옷, 잠시만요! 제게 그 반지를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버다이 님?”

“어? 그래. 얼른 확인해 봐라.”


엘던은 뭔가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나온 반응 또한 엘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이 반지에 박힌 보석은... 이건 확실히 그 자체로도 값이 나갈 겁니다. 일단 팔 사람을 찾아봐야겠지만, 제가 거래하러 가는 도시에는 관심을 보일 만한 고객분들이 꽤 계시죠. 로웨나 할멈, 어떤가? 이걸 팔면 여관을 수리할 금액은 충분히 나올 텐데.”

“그래? 흠, 그렇다면야...”

“오옷?”


노파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지어지자 엘던 또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실 그 반지는 아이템 자체의 가치로 보면 먼저 제시했던 지팡이나 방어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게임 속에선 더 싼 값에 팔리는 아이템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아이템이 가진 효과나 게임 속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아이템의 재질처럼 직관적인 요소였으니까.


***


“그럼 이 정도면 여관을 수리하는 비용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거겠지?”

“예, 예. 물론입니다. 조금 부족한 건 저희끼리 보태도 되니 염려하지 마십쇼. 네버다이 님은 일전에 우리 마을을 구해주셨던 분인데 깐깐하게 따지는 것도 도의에 맞지 않지요.”

“그래, 그러지.”


엘던은 처음 꺼냈던 반지에 이어 비슷한 보석이 박혀 있는 다른 반지와 목걸이를 보따리장수에게 넘겨주었다.

게임에서처럼 아이템 옵션이 눈에 보이진 않았어도, 엘던은 모든 아이템의 아이콘과 효과를 전부 외우고 있었으니 실수할 여지는 없었다.

절대로 쓰지 않을 만한 아이템 3개로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야 나쁜 장사는 아니었다.


사소한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한결 가라앉은 후에도 주민들은 딱히 ‘네버다이’에게 화를 내거나 비난의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다.

여관주인 노파 또한 보따리장수와 귀금속의 가격에 대해 조금 더 상의를 나누더니, 확실히 밝아진 표정으로 엘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아유, 이 나이를 먹다 보면 별별 일들을 다 겪고 그러는 거지. 자네도 너무 괘념치 마시게, 홀홀. 근데... 자네를 어디서 재워야 할지가 문제로구먼. 그나마 우리 여관이 잠을 자기엔 가장 좋은 곳이었을 텐데 말이지.”


노파는 위쪽이 뻥 뚫린 여관의 잔해를 슬며시 바라보며 말했다.

아래쪽은 여전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저 안에서 잠을 자는 건 결코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도 엘던은 노파의 말을 듣고는 묘한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다.

시간은 이미 엘던이 이 세계에 전이되었을 시점부터 야심한 밤이었었다.

하지만 엘던은 지금도 전혀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엘던의 입장에선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뭐... 당장은 잠이 안 오니까 괜찮을 것 같군요.”


엘던은 노파에게 어느 정도는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라 나름대로 약간의 예의를 갖춰 말했다.

노파는 인자한 미소를 꾸며내며 엘던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런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기, 저기 보이지? 저기 있는 초소라면 적당히 잠을 청할 수 있을 거야. 혹시나 나중에라도 자야 할 것 같으면 저기로 가면 되네. 자네가 일전에 이 근방의 악마를 쫙 소탕해준 덕에 그쪽 초소를 지킬 일도 없어졌거든.”

“흠. 그렇게 하죠.”


엘던은 이 능구렁이처럼 느껴지는 노파랑 대화를 나누다가 괜히 더 귀찮은 일에 얽히기 전에 곧바로 초소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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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짜로 외계인이었던 거임 24.06.23 1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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