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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억만장자, EX급 드루이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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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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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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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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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대현자 하루난

DUMMY

한편 대현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듯한 네버다이에게 흥미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던 건가? 뭐, 아주 이상한 일까지는 아니네만.. 낯선 이에게서 그 이름을 듣는 건 꽤 오랜만이군.”

“알고는... 있지.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겠는데... 당신이 2편, 아니, 예전에 다른 영웅들이랑 대악마들을 봉인했던 그 하루난이 맞는 거요?”

“허허, 그렇소.”


대현자는 즉시 입꼬리를 올리며 긍정했다.

그때, 시간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는 네버다이의 뒤에서 로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슬슬 적절한 곳을 찾아 들어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현자님.”

“음, 알겠네.”


대현자는 쥐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탁탁 두드리고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는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지만, 바로 앞에서 듣는 네버다이는 대현자의 음성 자체가 커진 게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대들은 이만 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일을 이어 하도록 하게. 오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이유는 대악마 말보리스의 음모로부터 안식처를 구한 우리의 영웅, 네버다이를 만나기 위함이었으니. 나는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요새로 돌아가겠네. 모두 장막 너머를 바라보게나.”

““대현자님의 의지가 이루어지기를.””


모여있던 장막단의 단원들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리안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리에 남아있었다.

대현자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었다.


“로렌 자네의 처소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나? 그곳에서 우리의 새 영웅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군.”

“물론입니다, 대현자님.”

“와! 영광입니다, 대현자님!”


네버다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대현자는 다시 한번 지팡이로 땅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오옷?!”


발밑에 생긴 룬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네버다이는 다른 세 명과 함께 조금 전 있던 그 응접실로 돌아와 있었다.


“이런 게 가능하다니! 어떻게 한 거지? 나도 할 수 있는 건가? 그러고 보면 주요 거점에는 분명 순간이동진이 있어야 하는데...”

“순간이동진이라면 몇몇 도시에 존재한다는 일종의 양방향 차원문을 말씀하시는 모양이네요. 여기엔 그런 게 없어요, 네버다이 님.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죠. 대현자님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이 비밀 거처 안팎을 넘나드는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막혀 있거든요.”

“게다가 방금 대현자님이 사용하신 주문은 이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라네.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나도 굳이 이 늙은 몸뚱이로 걸어 다니진 않았을 테니 말이야.”


친절한 목소리로 확인 사살해 주는 리리안과 로렌 덕에 네버다이는 또 한 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이런 부분에서도 게임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게임에선 이런 식으로 먼 공간을 건너뛰는 마법도, 또 특정 유형의 마법을 차단하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우선... 자네에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네, 네버다이.”

“아, 음. 별말씀을.”


네버다이와 다른 두 사람은 이미 자리에 앉은 대현자를 따라 다시 한번 응접실 탁자 주위에 착석했다.

곧 대현자가 내민 손 위에서 익숙한 형상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보리스. 자네가 그 격노의 불길을 꺼뜨린 덕에 악마들의 공세도 잠시 진정되었지. 하지만 그 평화는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것 같군.”


게임 속에서만 보던 말보리스의 형상이 대현자의 손 위에서 꾸물거리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눈, 대악마가 휘두르던 거대한 도끼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상태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자랑했다.


“자네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와 동료들은 65년 전 힘을 모아 함께 대악마들을 봉인했었네. 하지만 말보리스가 처음으로 풀려나 다시 한번 안식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자네가 그를 죽였을 때쯤엔 다른 대악마들의 봉인도 깨져 버렸지. 이보다는 더 오래 버텨주기를 바랐건만. 이것이 우리의 한계였던 모양이야.”

“네버다이 님께서는 다른 대악마들과도 맞서 싸우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대현자님.”


리리안의 희망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현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 자네 같은 영웅이라면 응당 그리하리라 믿고 있었네. 하지만 안타깝기도 해. 그 시절엔 인류를 위해 싸운 영웅들이 여럿 있었지. 지금은... 자네 하나뿐이라니. 나도 그때처럼 직접 대악마와 맞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는 너무 늙어버렸어...”

“흐음.”

“게다가, 자네가 그 영웅들만큼, 나와 함께했던 그들만큼 강한 힘을 지녔는지도 알 수 없으니...”


그 말은 네버다이의 심기를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비록 진짜 본인이 한 게 아닌, 게임 캐릭터 네버다이의 업적이긴 했지만.


“허, 그런 말이 어디 있소. 그러는 당신과 그 영웅들이야말로 대악마를 죽이지도 못하고 봉인한 게 고작이면서.”


네버다이는 자신의 반박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난은 지극히 태연한 태도를 유지할 뿐이었다.


“고작이 아닐세.”

“뭐요?”

“당시의 우리들이라면 충분히 대악마들을 죽이고도 남았을 걸세.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봉인하는 쪽을 택했지. 그게 내 계획이었으니까.”

“그랬...던가?”


네버다이는 빠르게 기억을 되짚었다.

하루난이 등장했던 디아볼루스 2편이 정확히 어떤 스토리였는지.


-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저희가 힘을 모아 대악마를 봉인해두는 거예요. 그렇게 여섯 대악마를 전부 봉인하는 데 성공하면 안식처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 성공이에요! 우리가 해냈어요! 루레시아를 봉인했다고요! 이렇게 다른 대악마들까지 전부 봉인하면, 정말로 안식처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그랬다. 확실히 대악마를 봉인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하루난이 제시했던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급된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자네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악마란 본래 필연적인 존재일세. 한 대악마를 죽이고 나면, 곧 새로운 대악마가 태어나 그 자리를 대신하지. 600년 전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모여 다섯 대악마를 소멸시켰네. 지금 존재하는 대악마 중 600년 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에니그모스를 제외한 네 명, 그리고 자네가 파멸시킨 말보리스는 그 후에 태어난 대악마들인 것이지.”


여기까지 들으니 대충 넘겨봤던 스토리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방금 하루난이 언급한 600년 전의 일. 그것은 분명 디아볼루스 시리즈 1편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먼 과거에도 인간들이 힘을 합쳐 몇몇 대악마들을 처치한 적이 있었네. 하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 대악마를 죽여 봤자 잠깐의 시간을 벌 뿐이었어. 그래서 난 그들을 봉인한다는 대안을 떠올렸던 걸세. 결국 그것 또한 시간 벌기였을 뿐이란 게 입증되었지만... 내 동료들에게 괜한 고생을 시킨 셈이 되었어.”


엘던의 입장에서는 그 ‘동료들’ 또한 자신이 플레이했던 캐릭터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역사는 게임의 진행 과정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은 듯했다.

애초에 디아볼루스 2에서는 철저히 플레이어 캐릭터 혼자서 그 모든 일을 수행했었으니까.


어쨌든 네버다이는 대현자의 말에서 어떤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렇게 대단한 동료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데려오는 게 어떻겠소? 뭐,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노인네들이라고 해도 싸우던 짬이 있을 거 아니오.”


그러자 대현자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져 버렸다.


“마음 같아선 나도 그러고 싶네만... 그들은 모두 죽어버렸네.”

“뭣?!”

“하아...”


로렌과 리리안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나와 함께 사투를 벌인 영웅들 모두가 떠나 버렸네. 이젠 나 하나만이 남았지. 그러니 대악마들의 봉인이 정말로 최악의 순간에 풀려버렸다는 말일세.”

“그런...”


디아볼루스 2편과 3편 사이의 간격이 65년 정도라고 치면 2편의 영웅들은 아마도 지금쯤 최소 80살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험난한 세계의 기대 수명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거라 쳐도, 무려 대악마들과 맞선 인간들이 죽었다기엔 조금 이른 나이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자네라면, 말보리스를 단신으로 쓰러뜨린 자네라면 다른 대악마들 또한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그럴 수 있을 걸세.”

“그러고 보면 장막단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겁니까? 65년 전엔 당신이 활약했다 쳐도, 지금은, 이번엔 말보리스를 잡을 때까지도 딱히 큰 도움을 준 게 없는 것 같은데. 뭐, 이제부터라도 날 확실히 도와주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괜스레 따지는 모양이 되어 멋쩍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싶었다.

아무리 게임상의 일이라고 해도 디아볼루스 3편에서는 장막단이 하는 일이 너무 없었으니까.


“우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악마와 맞서고 있었네. 자네가 말보리스를 상대하는 동안, 우리는 대륙 전역에서 창궐하는 악마들의 군대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있었지. 하지만...”


이어진 대현자의 말은 네버다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대악마를 잡는 데에는 우리도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네.”

“그게 무슨 말이오?!”

“대현자님?!”


네버다이는 물론, 로렌과 리리안 또한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


“나와 대장로들은 대악마를 상대하는... 더 근본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네. 우리는 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러니 당장으로선 대악마를 상대하는 일은 네버다이 자네에게 맡겨둘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세.”


장막단의 도움을 그저 당연한 상수라고만 여긴 네버다이였다.

대현자의 이런 태도는 나름 전작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적 친밀감까지 느끼고 있던 네버다이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 연구가 대악마를 처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란 말이오?”


네버다이는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였지만 대현자는 차분하고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유감이지만 그렇다네.”

“그 방법이 대체 뭔데 그러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대현자님. 저도 완전히 금시초문인 이야기입니다.”


로렌 또한 네버다이를 거들고 나섰다.


“아직 자네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이라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네. 대악마를 처단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그들을 봉인하기로 택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네. 안식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더욱 대국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네.”


네버다이 또한 장기적인 비전의 중요성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시바삐, 하루빨리 남은 대악마들을 전부 족치고 지구로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대악마들을 막아야 할 것 아니오! 나 혼자 힘으로 그들을 다 상대하는 건...”

“이미 자네 혼자 말보리스를 쓰러뜨리지 않았나. 그만한 위업을 이뤘으면 자신감을 가져도 좋네. 내 경험에 따르면 대악마 각각의 힘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으니 말이야.”

“그, 그렇긴 한데...”


네버다이가 2편에서 상대했던 대악마들을 떠올리는 사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리리안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대현자님. 실례지만 제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 너는 로렌 장로의 수습생 리리안이로군.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구나. 그래. 무슨 일인가?”

“만약 대현자님과 대장로님들이 악마와 그들의 우두머리들을 상대로 계획하신 게 있다면, 그렇다면 네버다이님이 대악마들을 처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요?”


리리안의 지적은 예리했지만, 하루난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법 날카롭구나. 하지만 대악마들의 생존 여부는 우리 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단다. 그렇긴 해도 우리가 방법을 찾고 준비하는 동안 다른 영웅들이 나서 대악마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막아준다면, 그건 인류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


“뭔가 계획이 있다는 건 알겠소. 그래도 일단 날 도와서 대악마들을 전부 죽여 놓는 게 인류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 아니오?”


“대악마들을 죽여 봤자 짧으면 5년, 길어도 20년 정도의 유예만이 주어질 뿐이네. 물론 당장 대악마들이 날뛰는 동안에는 안식처에 가해지는 피해가 상당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면 안식처는 영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수도 있어. 나는 내 목숨이 다하기 전에 그런 방법을 찾아내고 싶네.”


“큭...”


대현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너무나 완고했다.

네버다이는 이런 작자들을 상대로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와 대장로들은 그 방법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힘을 비축해야 하네. 로렌 같은 장로급이라면 자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편이 안식처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네. 일반 단원들은 대악마들을 상대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자네에겐 짐만 될 것이야.”

“그렇다면 당신들이 계획하는 그 방법이 실제로 실행되는 건 언제쯤이요?”

“아직 장담할 수는 없네. 그래도 대강이나마 예상을 해본다면 15년... 어쩌면 25년 후?”

“흐음...”


네버다이는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만약 하루난의 계획이 정말로 성공해서 이 세계에 안전을 가져온다면 자신이 나설 필요도 없는 것일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 누추한 세상에서 그 긴 시간을 버티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시카모어가 제시했던 조건. 그 부분도 마음에 걸렸다.

시카모어는 분명 네버다이 자신이 이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이 세상 사람들에게 빚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으니까.

어쩌면 하루난의 계획이 성공하는 것 자체가 지구로 돌아갈 길을 영영 막아버리는 것 아닐까?


네버다이가 인상을 쓰며 고민하고 있을 때, 하루난이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자네를 믿고 있네. 자네는 이 세계의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였네. 자네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재능을 가진 용사야. 대악마조차도 자네를 꺾을 수 없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 아닌가? 또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흔들리는 중이었는데, 하루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네버다이를 계속해서 띄워주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네버다이는 제 자존심과 허영심 때문에라도 아니라는 말을, 난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인간이었다.


“그, 그건 그렇소만...”

“자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품을걸세. 게다가, 나와 대장로들의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할 거라는 말이지, 자네를 전혀 도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닐세.”

“으음?”


그럼 그렇지. 그렇게 무책임할 리가 없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네버다이를 향해 대현자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 인장 반지를 받게. 안식처 곳곳에는 우리 장막단의 단원들이 머무르며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 그들에게 이걸 보여주면 최대한의 도움을 제공해줄 걸세. 우리 단원들 개개인을 자네의 모험에 동행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들도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하니 말이야. 그래도 현지에서는 단원들이 자네를 도울 수 있게 하겠네.”


결국 디아볼루스 3에서 전개됐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그나마 장막단이 거의 신처럼 받들어 모시는 대현자의 증표가 생겼으니 뭔가 달라질 구석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이 더해졌을 뿐이었다.


네버다이는 대현자에게 따지고 애원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직감했다.

대현자의 뜻은 확고했고, 그 마음을 돌릴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투정을 부리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도 못했다.


결국 네버다이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신의 뜻은 잘 알았소. 하지만 대악마들과 맞서기 전에 다른 드루이드들을 만나보고 싶소. 이 일에 관해 장막단이 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오.”


일단 드루이드로서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나 있어야 대악마들을 상대하든 말든 할 수가 있었다.

잘만 풀린다면, 게임에서처럼 그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게만 된다면야 다른 대악마들과 혼자 싸우는 일 정도는 딱히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흠. 다른 드루이드들을?”

“그렇소. 대악마들과 싸우기 전에 혹시나 다른 드루이드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오.”


네버다이는 로렌과 리리안을 힐긋거렸다.

그 둘은 별다른 말 없이 네버다이에게 지지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훌륭한 자세일세. 게다가 우리도 마침 그들에게 볼일이 있던 참이네. 이 일에 한해서라면 우리 단원을 동반시킬 수도 있겠군.”

“흠. 그건 반가운 소식이군.”


대현자는 지팡이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해야 할 말은 전부 전한 것 같네. 여기까지 온 건 자네에게 그 반지를 전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드루이드에 관한 일이라면 원래 그 일을 맡기로 했던 이드리온 장로를 붙여주겠네. 그에게는 내가 따로 일러두지.”

“저도 그 일에 동행하면 안 되겠습니까, 대현자님? 더 나아가 대악마들을 잡는 데 저만이라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로렌이 곧장 그런 말을 꺼냈다.

하지만 대현자는 로렌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아, 그럴 순 없네. 자네는 이 거처에 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우리는 모두 제 역할을 해야 하지. 그래야만 안식처를 지킬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대현자님.”


***


다소 아쉬운 대화를 뒤로하고 대현자는 응접실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곳에 왔을 때처럼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해 다른 어딘가로 떠난 것이었다.


리리안은 식사를 준비하겠다며 자리를 비웠고, 로렌과 단둘이 남은 네버다이는 그대로 응접실에 남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루난은 떠나기 직전 드루이드가 머물고 있다는 숲에 대해 몇 가지 간략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거처에 있는 또 다른 장로 이드리온이 내일 아침 그 숲으로 떠난다는 얘기도 들었다.

드루이드들이 보관하고 있는 유물을 넘겨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네버다이는 그 장로와 동행해 드루이드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필요한 지식을 전달받을 생각이었다.

또한 같은 드루이드인 만큼 그들에게선 더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한동안 말이 없던 로렌이 네버다이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이것 참 유감이네. 우리가 자네에게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랐는데. 하나 대현자님의 뜻에 거역할 수는 없으니...”

“그나저나 그 꼬맹이가 이 정도로 거물이 되었다니... 나조차도 어디 가서 이 정도로 대접받지는 못했는데. 나도 돌아가면 내 도시를 따로 세워야 하나...”


네버다이는 첨탑 앞 광장에서 보았던 광경을 되새기며 중얼거렸다.


“음?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니오. 아무튼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잠을 잘 만한 곳은 있는 거요?”


이 저택은 넓은 편이었지만 얼핏 둘러본 대부분의 방은 사실상 서재의 용도만을 맡고 있었다.

새벽의 그 끔찍한 잠자리를 떠올린 네버다이는 조금이라도 더 아늑하고 고상한 곳에서 잠들고 싶었다.


“물론이네. 손님을 위한 방은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거길 사용하면 될 걸세. 참, 그리고...”

“또 뭐가 있나?”


네버다이는 별생각 없이 맞장구를 친 것이었지만, 이어진 로렌의 말은 또 한 번 크나큰 충격을 선사해 주었다.


“원한다면 리리안을 불러 밤 시중을 들게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겠나? 껄껄!”

“뭐, 뭐,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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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현자 하루난 24.06.28 9 0 20쪽
7 하지만 남자다 24.06.27 9 0 14쪽
6 장막단 24.06.26 9 0 16쪽
5 네버다이 24.06.25 9 0 13쪽
4 우리 여관이 무너진 거예요 24.06.24 12 0 17쪽
3 진짜로 외계인이었던 거임 24.06.23 21 0 20쪽
2 디아볼루스 24.06.22 28 1 15쪽
1 엘던 홀트 vs. 바트 시카모어 24.06.22 56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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