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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서재입니다.

삼한 최강 주작 술사! 고려를 세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장호(章淏)
작품등록일 :
2021.05.12 17:59
최근연재일 :
2021.08.12 06:00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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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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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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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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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주 행 (3)

DUMMY

영의 말에 임 대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세력을 안 키우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내실을 키우고 계십니다.”


“하하하. 전부터 왕건 장군을 보면 참 군자의 풍모가 느껴진다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난세. 그런 자세로는 살아남기가 힘들죠.”

“그렇지 않아도 왕 장군을 모시는 사람들이 열심히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왕 장군은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의 말만 잘 들어도 아마 삼한을 통일하실 겁니다.”

“뭐.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궁예 장군에게서는 빨리 나오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국가를 운영 함에 있어서 여러 덕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궁예나 견훤 장군은 그런 것이 좀 부족하지요. 궁예 장군은 불국 정토를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한다는데, 인간은 불국 정토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 생에서 편하게 살고, 나중에 죽고 나서 불국 정토에 가고 싶어 하지요. 견훤 장군은 더욱 가관입니다. 이게 국가의 수장이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어요.”


“저희 가신들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백제의 땅이 아닙니까? 어떻게 여기에···.”


“이런 말씀 드려도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하하하. 저희는 단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뿐입니다. 장사꾼의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요. 제가 맞혀볼까요? 영 총관이 여기 온 이유는 왕건 장군이 곧 이곳을 칠 것이기 때문에, 왕 장군에게 협력할 호족들을 포섭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영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임 대인은 대단하십니다.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솔찍하십니다. 만약에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셔야죠. 제가 누구를 섬기는 줄 알고요.”


“그건 제가 잘 알고 있지요.”

“제가 누굴 섬깁니까?”


“재화(財貨)를 섬기지 않으십니까?”


영의 말에 임 대인은 멈칫 하다가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역시! 영 총관이시오! 내가 이래서 영 총관을 좋아한단 말이지! 하하하하하하.”


배현은 영의 옆에 앉아서 대답은 안 했지만, 둘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임 대인은 그런 배현에게 인상을 쓰며 영에게 물었다.


“저자는 누굽니까?”


영은 임 대인의 귀를 얼른 잡아끌었다.


“조용. 저 사람은 저의 부하인데, 실은 신라의 실세요. 저 사람을 알아두면 곧 망할 신라지만, 그 잠깐이라도 큰 무역을 할 수 있어요.”


영의 말에 임 대인의 눈이 반짝였다.

영을 만난 것은 꽤 3년 전이었다.


당에서 과거에 급제하여 무관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또 개인적으로는 왕륭 대인의 총관까지 하고 있어서 그 배경이 아주 특이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말을 나눠보니 거짓이 없는 데다, 꾸밈이 없어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그런 기운이 있었다.

그런 영이 이런 말을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누군데···.”

“쉿! 그런 것은 알려 하지 마시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오. 신라와 무슨 무역을 하고 싶은지 말만 하면 됩니다.”


“인사를 시켜주십시오.”

“그럴까요?”


영은 배현을 불렀다.


“중한아. 여기 임 대인과 인사 나누어라.”


임 대인은 또 한번 놀랐다.

영을 만나며 그가 누구를 하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치 하인을 대하듯 하대하는 것이 너무 낯설었다.


배현은 웃으며 옆으로 와서 대답했다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임 대인을 보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대했다.


“나는 신라의 아찬으로 한주 근천정의 대감으로 있는 윤중한이라고 하오!”


임 대인은 다시 한번 놀라 입을 크게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신라의 아찬을 하인처럼 부리는 영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허물어져가는 신라이지만, 아찬의 자리는 아무나 앉을 수 없었다.

6두품의 최고위이자 득난(得難)으로 불릴 만큼 얻기가 힘든 자리였다.


임 대인은 배현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런 곳에서 이런 귀한 분을 만나게 되니, 홍복이 따로 없습니다.”

“아니오. 그대가 신라와 교역하고 싶은 품목을 대면, 내가 다리를 놓아드리리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하오.”


“그나저나, 신라의 아찬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주인님을 모시고 왔소. 내가 주인님의 장자방이기 때문이오.”


“오! 그렇군요. 영 총관도 총명하기 그지 없는데, 그에게 장자방이라니···. 두렵습니다.”

“아니오. 임 대인 말씀대로 주인님께서 워낙 총명하시어 내가 할 일이 없소.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무리 합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쪽 호족의 협조요. 어떻게 해야 이쪽 호족들과 연결 할 수 있겠습니까?”


임 대인인 배현의 직접적인 물음에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화통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장사꾼입니다. 이문 없는 장사는 하지 않지요.”

“차후 왕건 장군의 나라가 생기면, 그 나라의 교역 독점권을 10년간 드리겠소.”


임 대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배현을 바라봤다.


“생기지도 않은 나라의 교역권이라···. 너무 날로 드시려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영의 표정은 달랐다.


“야! 그런 걸 어떻게 약속해. 그러다가 우리 주군이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쩌려고?”


임 대인은 황당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미 나라는 있고, 배현이 그런 곳의 정말 대단한 이권을 준 것 같은 느낌으로 대화를 하자 임 대인은 혼란이 생겼다.


“아, 아니. 제 말을 한번···.”


하지만, 배현은 임 대인의 말을 그대로 자르고 말했다.


“나주는 그럴 만한 곳입니다. 10년 교역권 독점으로 생길 수 있는 이문이 대략 왜국과 같은 나라를 하나 더 세울 수 있을 만한 재력이 생기겠지만, 나주를 차지하면, 이후 삼한을 일통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을겁니다.”


임 대인이 듣기에도 정확한 정세 판단이었다.

게다가 왜국은 미개인들만 살던 곳을 신라와 백제, 고구려의 이주민들이 가서 개화시켜놓은 곳으로 이제는 제법 교역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여전히 미개하지만, 이제는 국가의 기반이 어느 정도 잡혀가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왜국의 지배층을 차지한 백제의 후손들은 교역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이라, 당과 천축, 돌궐, 페르시아까지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교역에 신경 썼다.

그런 왜국을 하나 더 세울 수 있는 재력을 10년 안에 모을 수 있다면, 그것은 삼한을 하나로 만들 정도 규모의 국가가 아니면 힘들었다.

왕건이 그런 나라를 세울 것이고, 임 대인 자신이 그런 사람이 세력을 키우기도 전에 후원한다면, 배현이 하는 말이 분명 허풍만은 아닐 것이었다.


게다가 나주에 대한 평가도 아주 정확했다.

나주는 왜국과 당, 그리고, 천축, 페르시아까지 무역하는 데에 있어서 이보다 적절한 항구는 없었다.

게다가 나주평야 역시 남부 최고의 곡창지대여서, 곡식을 통한 부의 축적 또한 가능했다.


그 진중한 영까지 배현의 말에 동참하자 임 대인은 허한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백제의 땅에서 신라와 당의 관리가 아직 있지도 않은 나라의 교역권을 갖고 이야기 하다니, 참으로 상황이 이상하지 않단 말입니까?”


배현은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투자해야 벌어들이지 않겠습니까?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죠. 장사하시니 잘 아실 것 아니겠습니까?”

“알지요. 하지만, 장사를 잘하려면 담보가 확실한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것인데, 허허. 이건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습니까?”


배현은 영에게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장사치들은 재화가 걸려야 본심이 나오는 법입니다.”


임 대인은 얼굴이 발개졌다.


“어, 어흠. 어험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세간의 왕 장군에 대한 평가겠지. 왕 장군을 그렇게 높게 평가한다고 하는 사람마저 이렇게 평가한다는 것은 왕 장군이 분명 옳은 길을 가지는 않는다는 거야. 다 이해해.”


임 대인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제가 투자하겠습니다. 왕 장군이 나라를 세우게 되면, 그곳의 교역권은 10년간 제게 있는 겁니다.”


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제가 왕 장군께 꼭 주청드리겠습니다.”


임 대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됩니다. 확약을 해주서야 합니다. 계약서를 써주십시오. 만약 그럴 만한 계약 능력이 없으시다면, 여기서는 얻을 것이 없습니다.”


배현이 임 대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계약서를 주시지오. 제가 왕 장군의 수결을 받아다 드리겠습니다.”

“오! 윤 아찬 공이라고 하셨소? 너무 마음에 듭니다. 일을 하실 줄 아시는군요. 왕 장군의 수결을 받아다 주시오. 그러면, 내가 여기 나주의 호족 중, 견훤에게 불만 있는 호족을 규합해주겠소. 아. 저 그런데, 영 총관? 묻고 싶은게 하나 있습니다만···.”


영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아직도 예전처럼 사적인 의뢰를 드리면 해결해주고 하십니까?”

“뭐, 그거야 사정되는 데로 하지요.”


“그러면, 이 근처에서 그런 일을 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떠하시겠습니까?”


영은 손바닥을 탁 쳤다.


“오호!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임 대인이 도와주시겠습니까?”

“당연하지요. 영 총관이 그 일을 다시 한다고만 하면, 제가 영 총관의 앞에서 바람막이가 되어 드리겠소.”


“하하하하. 좋습니다. 예전에 당에서처럼 하잔 말씀이시지요?”

“네. 맞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나주의 인심을 얻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좋아요. 그러면, 당장 다음 달부터 해 봅시다. 내가 준비되는 대로 말씀을 드리겠소. 어디로 연락을 드리면 되겠소?”

“저는 여기 남포 부두의 가장 큰 객잔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제 이름을 대면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았소. 내가 다시 준비하여 연락을 드릴 테니 그때 다시 보십시다.”

“알겠습니다. 그때, 제가 불만이 있는 호족들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소.”


자리를 파하고, 소화는 아쉬운 듯 입을 쩝쩝 다셨다.


“아. 아쉽네. 그 술 더 먹고 오고 싶었는데 말이지.”

“누이. 술 다 떨어져서 온 거잖아. 누이가 거기 있는 술 중에 반은 다 먹었어.”


“아냐. 더 숨겨놓은 것이 있을 거야.”

“배현이가 다 보고 왔어.”


“젠장. 술 많이 준비했다더니, 다 풍이었어.”

“누이. 거기 있는 사람 중에서 제정신으로 집에 간 사람이 없을 정도야. 누이야 불이니까, 그 안에 부어봤자 다 탈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란 말이야.”


“그나저나, 가서 했던 일은 잘 되었어?”

“어. 생각보다 잘 되었어. 임 대인이 다리를 놓아주기로 했어.”


“그냥 놓아주기로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 여기서 해적질 좀 해 볼까 싶어.”


“해적질?”

“뭐. 군대가 아닌데, 무력을 써서 누군가의 의뢰를 들어주는 일이니, 해적질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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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나주 행 (2) +6 21.07.03 62 3 11쪽
56 나주 행 (1) +6 21.07.02 48 3 11쪽
55 악의 근원 (7) +6 21.07.01 54 3 11쪽
54 악의 근원 (6) +6 21.06.30 48 3 11쪽
53 악의 근원 (5) +6 21.06.29 44 4 11쪽
52 악의 근원 (4) +4 21.06.28 45 3 11쪽
51 악의 근원 (3) +6 21.06.27 43 3 11쪽
50 악의 근원 (2) +6 21.06.26 44 4 11쪽
49 악의 근원 (1) +5 21.06.25 51 4 11쪽
48 뒤통수를 노리는 자 (7) +6 21.06.24 53 4 11쪽
47 뒤통수를 노리는 자 (6) +6 21.06.23 51 4 11쪽
46 뒤통수를 노리는 자 (5) +6 21.06.22 55 5 11쪽
45 뒤통수를 노리는 자 (4) +4 21.06.21 51 4 11쪽
44 뒤통수를 노리는 자 (3) +4 21.06.20 58 4 11쪽
43 뒤통수를 노리는 자 (2) +6 21.06.19 57 5 11쪽
42 뒤통수를 노리는 자 (1) +6 21.06.18 62 5 11쪽
41 대록 전투(6) +6 21.06.17 58 5 11쪽
40 대록 전투(5) +8 21.06.16 55 5 11쪽
39 대록 전투(4) +6 21.06.15 58 6 11쪽
38 대록 전투(3) +6 21.06.14 63 6 11쪽
37 대록 전투(2) +10 21.06.13 61 6 11쪽
36 대록 전투(1) +6 21.06.12 73 5 11쪽
35 인간의 시간(4) +6 21.06.11 70 5 11쪽
34 인간의 일(3) +8 21.06.10 72 5 11쪽
33 인간의 일(2) +12 21.06.09 84 5 11쪽
32 인간의 일(1) +6 21.06.08 76 5 11쪽
31 순리가 어긋날 때(6) +6 21.06.07 71 4 11쪽
30 순리가 어긋날 때(5) +8 21.06.06 74 4 11쪽
29 순리가 어긋날 때(4) +6 21.06.05 7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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