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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서재입니다.

삼한 최강 주작 술사! 고려를 세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장호(章淏)
작품등록일 :
2021.05.12 17:59
최근연재일 :
2021.08.12 06:00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8,489
추천수 :
427
글자수 :
430,690

작성
21.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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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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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악의 근원 (4)

DUMMY

처음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군사와 참모들은 정성 들인 대접에 마음이 녹아있었다.

백승지가 나오자 참모 중 하나가 그를 불렀다.


“백 공! 어서 오시지요! 안에서 맛있게 드셨겠지만, 저희와도 한 잔 해야 않겠습니까?”


백승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지! 하하하하. 좋네. 오늘은 나도 허리띠를 풀고 자네들과 한 잔 해야겠네.”


어느새 영도 나와 있었다.

영의 모습을 본 군사들은 수군거렸다.


“역시 설 장군은 무사했구먼.”

“정인함 같은 놈이 설 장군과 같은 뛰어난 무장을 다치게 할 수가 없지.”

“그럼! 견훤의 범과 같은 군사들도 모두 무찔렀는데, 당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영은 즐기고 있는 군사들에게 나와 말했다.


“음식과 술은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즐기고, 푹 쉬다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백승지는 술을 한 잔 받아들고는 영에게 권했다.


“내가 우리 설 장군에게 한 잔 올리고 싶소이다. 견훤의 군대를 몰아내어 안정을 취하게 해주신 노고가 너무 컸소. 그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이 자리에서 표하고 싶소이다! 모두 잔을 들어라! 설 장군의 만수무강을 빌자꾸나!”

“설 장군 만세! 백 장군 만세!”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그와 함께 밤도 깊어갔다.


술자리가 끝난 것은 아침 해가 동녘으로 뜰 때쯤이었다.

성대한 술자리였지만, 누구 하나 행패를 부리거나, 추태를 보이는 자는 없었다.

영은 그 모습에 감탄하였다.


“백승지의 군대가 아주 질서 정연한 것이 대단하네. 훈련을 열심히 했나 봐.”


배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이 정도 먹였으면 싸우고,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백성들에게도 백승지의 평판은 좋은 것 같던데.”


“네. 주변 장원의 호족들이 7할을 걷는반면, 백승지와 뜻을 같이하는 호족들은 3할을 걷는다고 하더라구요.”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 갈 때, 백승지에게 말해봐. 2할만 걷고, 그중 7푼을 세금으로 내서, 백성들에게는 최소 8할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보면, 이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만약 힘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고. 군대를 동원해 준다고 말해.”

“곡양 군사를 동원하실 생각이세요?”


“그럼. 이제 수가 몇이나 되지?”

“이제 오천 정도가 되었을 겁니다.”


“그 정도면 한주에서는 가장 큰가?”

“네. 남천정하고, 골내근정까지 모두 합쳐도 그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그리고, 전투력으로 따지면, 신라 내에서는 아마 곡양 군사가 최고일 겁니다.”


“좋아. 그러면, 백승지한테 그렇게 말해.”

“네. 알겠습니다.”


늦은 아침이 되어 백승지의 군사는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배현은 백승지를 불러 말했다.


“설 장군이 백공에게 전하라는 말입니다. 만약, 설 공의 협력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영지에서 걷는 세금은 2할로 제한하고, 그 2할에서 세금까지 모두 내라는 전언이십니다. 그리고, 이에 찬성하는 호족들만 수용할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설 장군의 군사를 동원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백승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설 장군의 군사가 얼마나 됩니까?”

“신라에서 가장 전투력이 좋은 군사 5,000이 대기중입니다.”


“든든하군요. 좋습니다. 저의 군사도 대략 1,000 정도 됩니다. 지난 대록 전투에서 이름을 날린 곡양 군사와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저도 군율을 엄격히 하였으니, 전투력이 만만치는 않을 것입니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한산주를 석권하는 것은 충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백 공의 협력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다시 기별을 드리겠습니다.”


백승지의 군사는 올 때와 같이 갈 때도 질서 정연하게 갔다.

배현은 영에게 물었다.


“존재를 알리셔도 좋겠습니까?”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 슬슬 준비해야지. 일이 잘 되면 백승지를 다음 한산주 도독으로 임명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 일이 잘 되어야죠. 저도 봐야 하구요. 그나저나, 주인님은 어디로 가시려구요?”

“신라의 다른 곳들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으니, 9주를 모두 돌면서 정리해야지. 지금 이 상태라면, 힘들어.”


“다음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혹시 저를 놓아두고 가시려는 건 아니시죠?”

“당연하지. 네가 얼마나 유용한데, 내가 너를 놓고 가겠니. 그나저나 소화 누님은 어디 가신 거야?”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화님도 워낙 신출귀몰하신 분이라, 행적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


개골산(지금의 금강산) 초입.


소화는 팔짱을 끼고는 산속을 바라보며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놈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여기를 벌써 며칠째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흔적도 남기질 않을 수가 있지?”


금강산 전체가 뭔가의 기운으로 덮여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화의 예민한 감각으로 개골산까지 쫓아오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산속으로 들어오며 기척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골짜기마다 이 잡듯이 뒤지고 있었지만,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놈도 인간이길 포기한 모양이구먼.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가 있단 말이야.”


구일 폭포 쪽을 걸어가는데 날카로운 살기가 소화를 향했다.

소화는 펄쩍 뛰어 살기를 피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살기만 그곳으로 발출되었다.


소화는 짜증을 버럭 내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모습을 드러내라!”


하지만, 거듭 살기만 발출되고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었으면 그 살기만으로 죽을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소화는 즉시 유성 검을 꺼내 살기를 잘라버렸다.


“이런 것으로 겁먹을 것 같니? 어서 나와.”


살기는 한 곳에서 발출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산이 소화를 죽이고 싶어하듯, 여기저기서 살기가 발출되고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일일이 베어가며 기의 발원지를 찾았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아닌 듯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산의 이곳저곳을 빠르게 뛰어다닌 소화는 드디어 살기를 발출하는 근원을 놓치지 않고 쫓기 시작했다.


“이놈! 잡았다!”


소화는 유성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의 형태대로 커다란 불의 칼날이 발출되어 구일 폭포의 물줄기가 반으로 갈라질 정도였다.


살기를 내뿜던 존재는 폭포 근처에 툭하고 떨어졌다.

넘어지진 않고, 그대로 주저 앉아있었다.

이내, 서서히 일어나 소화를 바라봤다.


소화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운이 놈. 내가 그렇게 잘 대해줬음에도 이렇게 배은망덕을 한단 말이냐.”


제운은 소화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소화를 멍하게 바라봤다.

소화는 기가 막혔다.


“이놈. 껍질하고 원한만 남았구나. 그래. 네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을 그렇게 네 손으로 죽이고, 어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느냐. 내 너를 죽여 그 고통에서 건져주마.”


소화의 유성검은 파랗게 빛나며 웅웅 울었다.

제운은 그 모습을 보고는 뛰어들었다.

소화는 달려드는 제운을 향해 검을 빠르게 찔러 들어갔다.

제운이 검을 피하려 몸을 틀었지만, 소화의 검 역시 그런 제운을 따라 찔러 들어갔다.

소화의 검이 제운의 이마를 뚫기 직전 제운은 달려들기를 멈추고 왼쪽 다리로 땅을 짚어 축으로 삼고 크게 돌았다.

옆에서 소화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소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찌르던 탄력을 그대로 이용해 제운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제운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소화는 몸을 반전시키려 했지만, 갑자기 덥쳐 오는 공격에 칼로 방어했다.

칼이 막아선 곳에는 제운의 도가 베고 들어오고 있었다.

소화의 검과 제운의 도가 부딪히니, 커다란 섬광이 일었다.


소화는 피식 웃었다.


“어쩐지. 누구신가 싶었더니, 파순 아닌가? 천상의 신이 왜 인간에게 와서 이러고 있는 거지?”


제운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알아보다니. 대단하군. 소화야. 알았다면, 이제 물러나거라.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소화는 그런 제운의 몸을 쓰고 있는 파순을 비웃었다.


“뭐, 이렇게 유치해? 왜 네가 인간계에 관여하는 거지? 타화자재천의 왕께서 여기까지 오셔서 말이야? 아직도 인간의 번뇌를 빨아먹고 사는 건가?”


파순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리석은 인간은 항상 최고의 식사감이야. 너도 이 맛을 안다면, 아마도 쉽게 세상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지. 뭐하러 상제하고 계약을 맺어서 그렇게 바보같이 인간이나 지키며 사냔 말이다.”

“지키긴 니미럴. 아. 맞다. 넌 엄마가 없지? 욕을 해도 소용이 없네?”


파순은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아직도 사람을 화나게 하는 그 화법은 여전하구먼.”

“넌 존재 자체가 화나잖아. 너보다는 한 수 아래지. 언제까지 이렇게 말싸움만 하고 있을 거냐? 그 인간의 몸은 이제 놓아주고 너의 세상으로 가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이 인간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고, 이 인간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 거야.”

“웃기고 앉았네. 저 자식의 그 검은 힘. 그거의 출처가 너 아니야?”


“아. 물론 내가 준 것은 맞지. 이놈이 날 잡고 놓아주질 않는데, 게다가 아주 뜨거운 번뇌를 쏟아내기까지 하니, 내가 보답을 좀 한 것뿐이야.”

“아직도 그러고 사는구나. 네가 천신 중 하나라는 게 정말 신기하다. 이 욕망덩어리야.”


“그것 때문에 내가 신 중 하나가 되어 있는 거야. 그 욕망이 모두 세상에 퍼져봐라. 세상이 얼마나 시끄럽겠어.”

“닥치고,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었으면, 이제 가 보지 그래?”


“내가 계속 말하지만, 이놈이 날 잡는 거지, 내가 이놈을 조종하는 게 아니야.”

“더러운 혀를 계속 놀리니, 아무래도 그 혀부터 잘라버려야겠구나.”


소화는 검을 고쳐 잡고는 제운을 향해 공격해나갔다.


***


한산주 도독부.


배현은 사무를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맞다! 파순! 파순이다!”


배현은 영에게 달려갔다.


“주인님. 그 검은 기운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뭔데?”


“마왕 파순입니다.”

“뭐? 천자마(天子魔; 마왕 파순을 일컫는 다른 말)가 제운을 조종하고 있다고?”


“그 뒤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 검은 기운은 파순이었습니다. 어쩐지. 너무 익숙하다 싶었어요.”


순간 영은 소화의 기가 무언가와 강하게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누이를 찾았다. 지천 왕!”


영은 바로 지천 왕을 소환하여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나오니, 배현이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후아! 화려하게 하고 계시네요.”


구일 폭포는 소화의 기운과 마왕 파순의 기운이 뒤섞여 불길한 빛을 내고 있었다.

바위와 나무는 거칠게 찢겨서 마치 지옥도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화의 검이 파란색으로 빛나며 제운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제운을 감싸는 검은 기운이 소화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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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악의 근원 (6) +6 21.06.30 47 3 11쪽
53 악의 근원 (5) +6 21.06.29 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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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악의 근원 (3) +6 21.06.27 43 3 11쪽
50 악의 근원 (2) +6 21.06.26 44 4 11쪽
49 악의 근원 (1) +5 21.06.25 5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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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뒤통수를 노리는 자 (6) +6 21.06.23 51 4 11쪽
46 뒤통수를 노리는 자 (5) +6 21.06.22 55 5 11쪽
45 뒤통수를 노리는 자 (4) +4 21.06.21 5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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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뒤통수를 노리는 자 (2) +6 21.06.19 56 5 11쪽
42 뒤통수를 노리는 자 (1) +6 21.06.18 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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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대록 전투(5) +8 21.06.16 55 5 11쪽
39 대록 전투(4) +6 21.06.15 57 6 11쪽
38 대록 전투(3) +6 21.06.14 63 6 11쪽
37 대록 전투(2) +10 21.06.13 61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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