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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의 서재입니다.

삼한 최강 주작 술사! 고려를 세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장호(章淏)
작품등록일 :
2021.05.12 17:59
최근연재일 :
2021.08.12 06:00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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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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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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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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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악의 근원 (3)

DUMMY

한주 도독부.


배현은 한 장의 편지를 영에게 전달했다.

영은 편지를 보며 물었다.


“이게 무슨 편지야?”

“수성군의 호족 중 한 명인 백승지의 편지입니다. 보시겠습니까?”


“백승지가 어떻게 알고 나한테 편지를 보냈데? 나는 지금 크게 다쳐서 사경을 헤매는 거 아니야?”

“그건 오로지 정인함쪽에 흘러 들어간 거구요. 아마도 정인함 쪽에서 안 알렸거나, 알렸어도 의심이 많아서 그냥 찔러보는 것일 수도 있구요.”


“뭐, 암튼 줘봐.”


배현은 영에게 백승지의 편지를 건넸다.

영은 편지를 모두 읽어보더니, 배현에게 물었다.


“편지 봤어?”

“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생각하는 호족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그냥 그런 정도야?”

“뭐. 어찌하겠어요. 신라의 국운이 이미 기울어서 더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러는 건데요.”


“그나저나, 왜 정인함이는 소식이 없냐?”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살수 놈한테는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이미 전달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무지 좋아하며 금성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배현이 영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실로 급하게 곡양의 군사가 뛰어들었다.


“장군님. 지금 밖에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밖에 백승지가 와 있습니다.”


영은 시큰둥한 얼굴로 군사에게 말했다.


“왔으면 온 거지 왜 이렇게 호들갑인 거야?”

“백승지가 자신의 군대를 데리고 와서 도독부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영은 기가 막혔다.


“뭐야. 나하고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야? 싸우자고 하면 나도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기는 한데?”


군사는 당황하여 영에게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구요.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영이 배현에게 물었다.


“뭘 가져왔을까? 궁금한데?”

“제가 나가볼까요?”


“그래야지. 내가 나갈 수는 없잖아.”

“네. 알겠습니다.”


배현은 얼른 밖으로 나왔다.

백승지가 자신의 군사들을 대동하여 한산주 도독부 앞마당에 도열해 서 있었다.

배현은 나오자마자 백승지를 꾸짖었다.


“한산주 도독부와 전쟁을 치를 요량이 아니라면 그 모두 무장을 해재하시오!”


배현의 말에 백승지의 참모 중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분이 누군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


그러자 배현이 비아냥거렸다.


“누군데? 그래서. 지금 여기서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말인가? 그게 진심이라면 우리도 그냥 받아줄 마음은 절대 없는데?”


백승지는 참모를 얼른 말렸다.


“무장을 해재하겠습니다. 우리는 도독부와 전쟁을 치르러 온 것이 아닙니다.”


배현은 백승지에게 물었다.


“백 공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설영 장군을 만나고 싶소. 우리 가문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설 공과 나눠보고 싶소!”


“백씨 가문이라면, 수성군에서도 매우 유력한 가문이 아니오? 어찌 이제 당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설영 공을 만나보려 한다는 말이오?”

“여기서 말 하리까?”


백승지의 얼굴을 자못 비장했다.

배현은 고개를 찬찬히 끄덕이며 말했다.


“말 해보시오.”

“설영 공이 정인함이 보낸 살수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계속 해 보시오.”

“정인함은 설영 공을 해했다고 알고 있소. 그래서 김춘수 공에게 자신을 한주 도독으로 임명해 달라 청하러 갔소!”


“백 공은 왜 여기로 오셨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알아보기로는 설영 공은 김춘수 공과 아주 절친한 사이이고, 게다가 설영 공은 습격당했지만, 아직 건재하다고 알고 있소이다.”


“그게, 설영 공과 만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여기 수성군의 백씨 가문이 설영 공의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설영 공이 가는 길에 우리가 함께하고 싶습니다만···. 더 말해야 하겠습니까?”


“더 말할 것이 무엇이오?”

“한산주가 빼앗긴 북쪽 지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배현은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보고 백승지는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배현은 웃으며 백승지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다른 분들은 올 수 없고, 백 공께서도 모든 무장을 풀어주셔야겠습니다. 부하들에게도 모두 무장을 해제하라 하고, 밖에 있는 군사들도, 무장 해제 후 모두 관아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시지요.”


백승지는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무장을 해제하여라! 그리고, 밖의 군사들도 무장 해제 후 모두 관아 안으로 들이라 하여라!”


참모가 백승지의 명령에 반문하였다.


“정말 그렇게 하여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면, 너는 여기에서 전쟁을 치를 생각이냐?”


백승지가 강하게 말하자 참모들은 다시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장을 해제하여라!”


배현은 백승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앉아계신 분이 설영 장군이십니다.”


백승지는 생각보다도 너무 젊어보이는 영의 모습에 조금은 놀란 듯 했다.


“설영 공을 뵙습니다. 역시 무사하시군요. 황궁에서 설영 공을 본 일화가 귀족들에게는 흥밋거리로 돌고 있습니다. 이제 약관의 나이밖에는 안 되었는데, 어찌 이런 큰 기업을 세운단 말입니까?”


영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앉으시지요.”


백승지가 자리에 앉으려 하는데,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데, 배현이 백승지를 안심시켰다.


“하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오랜 길을 군사들이 걸어와서,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 먹이려 준비하는 중입니다. 사람이 많은지라, 우리가 해드리진 못하고, 도독부가 비축하고 있는 식량을 내드렸습니다. 지금 그것으로 저녁이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배현의 말에 백승지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고맙소. 이렇게 챙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내 방문이 열리고, 내실에도 음식이 들어왔다.

조촐한 음식이었다.

백승지는 잠깐 음식을 보다가 영을 바라봤다.

영은 웃으며 백승지에게 말했다.


“저는 항상 이 정도로 먹습니다. 군사들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식단이죠. 나라고 특별한 것이 없는데, 특별히 먹는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백승지는 비로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뜻이라면 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우리 군사들도 이렇게 먹고 있다면, 나도 맛있게 식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는 백승지가 영에게 말했다.


“궁예 장군은 강건하시오?”

“저야 잘 모르지요.”


영의 말에 백승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궁예 장군의 수하가 아니라, 왕건의 수하라는 의미인 건가?’


영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찌 저에게 궁예 장군의 말을 묻는단 말입니까?”

“얼마 전, 한산주의 양주와 견주가 궁예 장군의 수하 중 하나인 왕건 장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하지만, 한산주에서는 그곳에 대한 수복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야. 그곳을 수복하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얼마 전에 견훤과도 일전을 치렀습니다.”

“맞아요. 저도 잘 알고 있지요. 견훤의 범과도 같은 군사들과도 일전을 치렀는데, 왜 궁예의 군사와는 일전을 치르지 않는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계속 하시지요.”

“왕건 장군과 연결해주시오.”


백승지의 말에 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영은 백승지에게 물었다.


“내가 궁예와 내통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하. 이걸 내통이라고 해야 하는지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 설 장군이 한주에 부임해 오신 뒤로는 방비도 아주 튼튼해지고, 백성들도 살기가 좋아졌죠. 게다가, 양주와 견주 백성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곳 곡양군이나, 한양군과도 계속 교통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그곳의 유력자와 충분한 교감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외교적 노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 외교적 노력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이지요.”


영은 백승지의 눈을 가만히 살폈다.

그리고는 물었다.


“왜? 왕 장군과 교통하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신라의 문제와 백성의 문제라 생각이 듭니다. 일단 궁예 장군이 아니라 왕 장군과 교통하고 싶은 이유는 궁예 장군이 신라의 왕족 출신이라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한계 말입니까?”

“신라 왕족이라는 것이 신라를 급격히 배격하거나, 또는 급격히 가까워지려는 시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왕 장군은 다르죠. 그의 아버지 왕륭은 거상일 뿐 아니라, 그 위치 또한 접경지역에 있어서 그는 신라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왕 장군은 분명 균형을 잘 맞춰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왕 장군과 교통하게 되면, 당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내가 바라는 것은 수성군에 있는 백씨 집안의 보존입니다. 왕 장군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백씨 가문이 협력할 것이니, 만약 태봉국이 신라를 흡수 병합하더라도, 우리 백씨 가문에 대해 박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가 그것을 해주면, 당신은 내게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한산주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한산주를 정리해 준다고요?”

“네. 이번 정인함의 예와 같이 한산주에는 아직 기득권 세력을 유지하려는 자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을 모두 포섭하여, 태봉국이 남하할 때, 별다른 저항 없이 한산주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왜 백 공이 해 주려 합니까?”

“저는 설 장군이 한산주를 통치하는 방법에 대해 찬성하는 바입니다. 지금 한산주의 백성들은 다른 주와는 다르게 빠르게 안정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주에도 소문이 나서 한산주로 점점 인구가 유입되는 상황이지요. 만약 왕 장군에게 한주를 맡겨서 이런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결정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영은 백승지가 진심으로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영의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영은 백승지에게 말했다.


“일단 돌아가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같이 온 군사들과 하루 쉬시고, 다음 날 돌아가시면 될 듯합니다.”

“알겠소. 그러면, 나는 돌아가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백승지는 영과의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대단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맥적이라는 것인가? 맛있구만. 돼지 고기에 이렇게 양념을 해서 구워놓으니, 짭쪼름 한 게 아누 많이 맥히는구만. 많이 맥혀서 맥적이라 하는 건가? 자네들은 좋겠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는 건가?”


맥적 요리를 하는 곡양 군사가 그 말에 대꾸했다.


“손님이 오셨으니 내놓은 특별한 음식이라고! 술도 넉넉히 준비했으니, 맛있게 먹고 가게!”


안에서는 소박하게 식사를 나눴지만, 밖의 사정은 달랐다.

잡은 돼지만 해도 여남은 마리는 되는 듯해 보였다.

쌀로 만든 미온주도 들통이 빌 틈이 없이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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