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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34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7.11.26 14:28
조회
132
추천
2
글자
19쪽

그런 식으로

DUMMY

"후웁. 후웁."


달린다.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릴 수 없더라도 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다리는 철이라도 된 듯 무거웠다. 온몸이 삐걱거리고 살아 있는 것조차도 고통 같다.


그래도 달린다.


"흐아아아!"


어느 순간부터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기합성 정도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아아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달리던 그때. 1시간 48분을 마지막으로 나는 쓰러졌다. 체력이 떨어진 건 한참 전이었기에, 힘들어서는 아니었다.


"하압! 하압!"


미아드가 체육관에 나와 있었다. 안정된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는 사람을 보자 잠깐 집중이 깨졌다.


"으윽."


나는 누운 채로 팔만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미아드의 옆을 지나쳐 타이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체육관에 구비되 있던 타이머를 멈추고 나서야 겨우 맘 놓고 쉬었다.


"하악. 하악."


1시간 49분 10초. 타이머를 맞추는데 소모한 시간을 감안해서 1분 정도를 빼면...


처음부터 오래 달리기를 목표로 했음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은 시간도 아니었다. 나는 1, 2분 정도만 쉬면서 숨을 고르고 일어났다.


"으아악."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길 잠시. 타이머를 리셋하고 스트레칭을 하려는 순간.


"1시간 49분이라니, 역시 2단계 검사라는 건 대단하구나."


"...벌써 끝났어?"


나는 미아드가 3일 동안 수련하는 걸 볼 때마다 느끼던 불만이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을 다스리며 말하지 않게 노력한 후, 미아드를 보며 물었다.


미아드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활짝 웃었다.


"응. 조금 쉬었다가 이번엔 달리기를 할 거야."


"그래, 뭐."


나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지난 3일 동안, 나는 미아드가 약한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후로 미아드한테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마음을 다스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상한 거다. 아무리 미아드라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 마음이야 어쨌든, 미아드는 벽에 등을 기대고 쉬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빨리 2단계에 오르고 싶은데..."


울컥.


속에서부터 솟구치는 말들을 무시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그 옆에 앉았다. 몸을 편안히 하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미아드가 소매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으, 옷에서 냄새 나."


"땀이 묻었으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내 쪽이 더 심하거든."


그나마 미아드는 땀이 묻은 정도였지만, 난 매번 끝날 때마다 옷에 땀이 쩔어 있는 수준이었다. 냄새의 급이 다르다.


미아드는 자신의 옷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찌푸렸던 표정을 갑자기 폈다.


"그래도 여기는 빨래를 하기 쉬우니까 좋아. 겨울인데도 따뜻한 물이 나오잖아?"


"귀족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니까. 그 정도는 당연하지."


나는 말하다보니까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넌 빨래할 줄 아네?"


내가 빨래하는 걸 배운 건 20 넘어서 여행할 때였다. 보통 집 같은 경우에는 남자애는 빨래를 안 시키지 않나?


"응."


미아드는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있으며 말했다.


"우리 집은 어렸을 때부터 나랑 할머니뿐이었으니까. 집안일은 거의 내가 전담했어."


"...미안하다."


"아냐. 아냐.


미아드는 손사래를 치며 체육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부모님이 없는 건 그다지 안 슬퍼.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것보단..."


미아드의 웃음이 거기서부터 슬프게 변해 갔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제일 슬펐지."


"..."


나는 갑자기 에라가 기억났다. 그 애도 처음부터 어머니가 없어서 슬프지 않다고 했었지. 그 상태에서 아트가 죽었고...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진리를 다시 실감했다.


"그래도 괜찮아!"


미아드는 애써 다시 웃음을 활기차게 만들었다.


"지금은 할머니는 없지만, 할리 너도 있고, 꿈이던 기사 학교에도 왔으니까."


"..."


"좋아! 다시 수련해야지! 어서 기사가 될 거야!"


미아드는 내 눈길을 못 본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체육관 안을 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안 돼. 평범한 평민 아이를 연기하자. 더 이상 특이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나는 가슴 속의 충동을 억제하며 목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목검은 1천 번 휘둘렀다.


@


점심때쯤, 나와 미아드는 체육관을 나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기숙사 1층에는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식당 안에는 학생이 몇 명 있었다. 방학에도 기숙사는 운영하고 있으니 재학생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같이 시험 기간 동안 남는 자리를 빌리는 경우도 있고.


나는 식판을 잡으며 미아드에게 한 번 더 당부했다.


"잘 들어. 함부로 말을 걸지 말고, 저쪽에서 말을 걸어오면 순순히 평민이라 말하고 최대한 비굴한 모습을 보여야 해. 괜히 귀족이라 말했다가 들통 나면 큰일이니까."


"알았다니까. 그 말 96번만 더 들으면 100번이야."


"그럼 아직 4번이잖아. 멍청아."


당부로 시작해서 욕으로 대화를 끝내며 먹음직스러운 닭 가슴살 요리를 퍼서 식판에 담았다. 이곳은 요리도 전부 비싼 것뿐이었다.


나는 내 몫의 요리를 퍼서 남는 자리에 앉으며 작게 투덜거렸다.


"낭비야. 낭비."


미아드가 자신 몫의 스프를 한 숟가락 퍼서 마시며 물었다.


"또 왜 그래?"


"저거 봐봐."


나는 뷔페식으로 차려진 30가지 가까운 요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학생들 다 합쳐도 20명도 안 되거든? 그런데 요리는 충분히 100명도 먹고 남을 정도야. 그럼 남은 요리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미아드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되물었다.


"버리는 거야?"


"당연하지."


나는 인상을 쓰며 식판에 담긴 가지각색의 음식들을 훑어보았다.


"정말 엄청난 낭비라고. 방학에 학교에 남은 사람들은 많아야 30명도 안 되는데. 100인분은 될 법한 음식을 만들다니. 나머지는 전부 음식물 쓰레기야."


"만드는 건 그렇다 쳐도, 버릴 거면 차라리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낫지 않아?"


"그런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게 또 귀족의 불합리함이지."


역시 돈 많은 놈들은 이해가 안 간다.


미아드는 말을 꺼낸 나보다 더 분노해서 말했다.


"너무해."


미아드는 자신의 식판에 담긴 샐러드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나중에 높은 자리에 오르면 꼭 바꿀 거야."


"..."


나는 화난 듯한 미아드의 표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아드는 갑자기 식은 듯한 내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아니."


나는 적당히 얼버무린 마무리를 했다.


"아무튼 안 먹으면 버려지는 거니까. 최대한 많이 먹어."


"응!"


미아드는 포크로 돼지고기 튀김을 찍으며 웃었다.


@


"배불러어."


"내가 많이 먹으라고는 했지만 말이야. 스스로 적당히 조절하라고."


미아드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과식한 건지 방에 돌아온 후로 전혀 일어나지를 않고 있다.


나는 밑층 침대이자 내가 사용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미아드는 나른한 표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겠어.”


“자제력은 어디다 팔아먹었니?”


나는 핀잔을 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30분 정도 쉬었다가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잠시 동안 눈을 감고 편히 쉬었다.


기분 좋다. 밥도 많이 먹었고, 기숙사 안은 기본적으로 난방이 잘 되 있었으니까. 배부르고 등 따시니 잠이 절로...


“할리! 저것 봐봐!”


“...아.”


나는 입에서 흘러나오던 침을 닦고 일어났다.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이제 시험까지 열흘밖에 안 남았으니, 최대한 몸을 굴려야 하는데.


어쨌거나 저 녀석이 깨운 게 날 돕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나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뭐야? 왜 깨웠어?”


“저기! 저기 봐봐!”


미아드는 급하게 벽면 대신에 설치된 거대한 유리를 가리켰다. 나는 뭔가 해서 하품을 하며 가까이 가보았다.


“봐. 기사가 나섰어.”


“기사?”


나는 미아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자세히 보았다. 미아드의 말대로 저 멀리 경비를 서던 기사 둘 중에 한 명이 움직인 것이 보였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기사는 사람 하나를 제압한 채인 것 같았다. 제압당한 사람은 대략 우리와 비슷한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별로 없었다. 그냥 직접 본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뭐야? 저기 왜 저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천천히, 순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미아드는 내 말에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설명했다. 여전히 눈은 기사한테서 떼지 않은 채였다.


“너무 멀리 있어서 말소리는 안 들렸는데 말이야. 방금 전에 저기 보이는 녀석이 와서 천막으로 들어가려고 했거든.”


“수험 신청 하러 온 녀석인가 보네. 늦었지만.”


“응. 아마 그렇겠지.”


설명에 내 추측에 더해주자, 미아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가 소년을 끌고 가면서 시야에서 멀어지자 그제야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니 말대로 늦었으니까. 기사 쪽에서 말렸거든. 그런데 저 녀석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음... 칼을 뽑아들었다던가?”


실력을 보여주겠어! 같은 식으로. 미아드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그럼 또 어떻게 됐게?”


“뭐, 곧바로 제압당했겠지.”


아무리 처키가 썩었어도 귀족들을 보호하는 병력까지 약하게 둘 리가 없다. 평범한 기사 정도만 되도 일반인은 당해낼 방법이 없고.


“맞았어!”


미아드는 앞에서 못 일어난다고 했던 말은 어쨌는지 소리치며 빠르게 일어섰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손까지 사용해가면서 방금 전 상황을 표현했다.


“기사랑 그 녀석 사이에 몇 미터는 떨어져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줄어들었어. 그러니까 녀석이 놀라서 검을 휘둘렀거든? 그랬더니 기사는 검도 안 뽑고 녀석의 팔을 잡아서 그대로 비틀어 버렸어! 정말 엄청나게 멋있었어!”


“너 눈 좋구나.”


거리가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저렇게 자세히 보다니. 아니면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잘 볼 수 있을 뿐인가?


내 생각은 어쨌든 미아드는 황홀에 가까운 감정을 얼굴에 담고서 말했다.


“아아. 역시 기사는 멋있어. 엄청나게 강하고, 악을 무찌르니까.”


“...”


나는 미아드가 감탄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야, 미아드.”


“응?”


나는 일단 미아드를 진정시켰다. 미아드는 기사에 대한 찬양론을 펼치다 말고 나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이 질문이 미아드와 만난 첫날부터 생각해 왔던 말들을 해줄지 말지 정해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넌 왜 기사가 되고 싶은 거야? 멋있어서?”


“흐음. 아마도?”


미아드는 턱을 붙잡고 과거를 회고하며 물었다.


“어렸을 때 멀리서 기사단을 본 적이 있거든. 그때 말을 타고 마을 중앙을 걸어가던 모습이 엄청 멋있었어. 아마 그때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그래?”


미아드는 고개를 내리며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덕분에 내 눈에 잠깐 깃들었던 차가움도 보지 못했다.


이걸로 정해졌다. 역시 이 녀석에게 충고를 해줄 일 따윈...


“아, 그러고 보니 그것보다 더 큰 게 있었던 것 같아.”


“...응?”


마음을 정해가던 중에 들려온 말에 움찔했다. 미아드는 고개를 들어 다시 눈을 마주쳤다. 흥분하며 자신의 추억을 전했다.


“그때, 기사들이 왔던 게 주변에 마물이 나타나서였거든. 말 타고 가던 모습을 봤던 것보다 더 멀리서 마물이랑 싸우는 모습을 봤거든. 그것도 멋있었어.”


“...결국 멋있었다는 거잖아?”


“응. 그렇지.”


“...후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말이 나올 줄 알고 식겁했다. 역시 이 녀석에게 말해줄 일은...


“하지만 무엇보다 멋있었던 건 따로 있어.”


이 자식이 날 놀리는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든 나는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또 뭔데?”


“마물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마법이 날아올 뻔했던 적이 있었거든? 그때, 마물의 뒤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기사가 몸을 던져서 막아줬어.”


“...”


나는 계속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아드는 활짝 웃고 자신의 감상을 전했다.


“그걸 보고서 나도 저런 멋진 사람이 ,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내가 기사가 되려는 건 아마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아.”


“...”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왜 그래? 그런 무서운 얼굴 하고.”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지금 하려는 일을 곱씹었다. 정말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


물론 이것만 가지고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추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주 조금의 위화감도 남겨두고 싶지 않다.


나는 미아드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난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걸까?


미아드가 당황해서 말했다.


“내,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큭.”


진부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괜찮겠지. 미아드인데 뭐.


나는 얼굴을 벽면의 유리에 대서 확인해보려는 하는 미아드한테 물었다.


“야, 미아드. 슬슬 배는 괜찮냐?”


“응? 왜?”


미아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알려줄 게 있어서.”


@


의아해하는 미아드와 함께 다시 체육관에 나왔다. 체육관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었다. 방학 시기에 기숙사에 있는 애들도 딱히 수련 때문에 남은 건 아닌 것 같았다.


“알려줄 게 뭐야?”


“이리 와봐.”


체육관에 들어오자 다시 묻는 미아드에게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미아드가 의아해하면서 다가왔다.


나는 아까 썼던 타이머를 들어 보여줬다. 미아드의 눈이 타이머 쪽으로 향하는 걸 보며 타이머를 손힘만으로 위로 던졌다.


미아드의 눈이 높이 던져진 타이머를 향했다. 나는 몸안의 생기를 느끼며 힘을 쓸 준비를 했다.


타이머가 바닥을 향해 가속도가 붙으며 떨어졌다. 심호흡을 하며 타이머를 직시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굉장히 쪽팔리겠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미아드를 보며 그런 생각이 스쳤다. 곧, 타이머가 떨어지기 직전.


멈췄다.


“...어?”


미아드가 멍한 소리를 냈다. 타이머에서 두 눈을 떼지 않았기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것을.


곧 미아드가 놀라며 물었다.


“우와! 뭐야, 이거. 신기해! 니가 한 거야?”


“여기에 너하고 나 말고 누가 있어?”


나는 씨익 웃으며 생기를 조종해 타이머를 들어 올렸다. 허공에 멈춰 있던 타이머가 내 의지에 따라 허공에서 움직였다.


“우와아!”


미아드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타이머가 몸 주위를 빙빙 돌며 회전했다. 한 번은 옆으로, 한 번은 대각선 가까운 방향으로 돌리는 묘기를 보여준 다음, 타이머를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미아드가 가까이 와서 횡설수설했다.


“대단해! 뭐야, 그건? 마법? 아니면 그것도 기사가 되면 할 수 있는 거야?”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 진정해봐.”


“알겠어!”


미아드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흥분한 상태였지만 이야기를 들을 기본 준비는 된 것 같다. 나는 천천히 설명했다.


“이건 오러의 3단계, 발출의 경지에 오르면 할 수 있는 기술이야. 오러의 5단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했지?”


“응. 할머니한테 들었어.”


대체 얘 할머니는 뭐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돈도 할머니한테 받았고, 검술이나 오러에 관한 것도 할머니한테 들었다니.


내 생각과는 별개로 미아드는 흥분하며 말했다.


“대단해. 기사들은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였구나.”


“뭐 3단계쯤 되면 기사 중에서도 도달한 사람과 못한 사람이 있지만...”


“아, 그러고 보니까 궁금한 게 있어.”


내 중얼거림은 가볍게 흘리고 미아드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해보라는 듯 턱을 끄덕였다.


“전에 닭꼬지 아저씨를 때렸던 녀석들을 상대할 땐 왜 이 힘을 안 쓴 거야?”


“역시 머리는 좋구나.”


역시 상당히 재능이 있는 녀석이다. 제대로 수련만 했다면 충분히 2단계는 됐을 수준이다.


나는 생각하며 다시 타이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간단해. 이 힘도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지.”


다시 생기를 정돈해 천천히 타이머를 들어올렸다. 이런 생기를 정돈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약점 중 하나지만 그때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손을 앞으로 뻗으며 타이머의 움직임을 상상했다. 타이머가 미아드의 옆쪽으로 나아갔다.


“와아.”


미아드가 고개를 돌려 타이머를 주시했다. 문득 미아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미아드가 놀란 이유는 간단히 예상 가능했다. 타이머가 공중에서 여러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내 주위에서 정확히 제어될 때와는 달랐다.


나는 타이머가 떨어졌을 때 부서지지 않게 고도를 약간 낮췄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곧 타이머가 파도에 흔들리는 배처럼 크게 상승했다가 떨어져 버렸다. 나는 실망해서 혀를 찼다.


“아직도 범위가 이 정도인가?”


미아드가 시선을 타이머에서 내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저거 왜 저러는 거야?”


“간단해. 힘을 뻗을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야.”


나는 직접 몸을 움직여서 타이머를 주웠다. 타이머가 떨어진 곳과 나 사이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정도였다.


“그때 깡패 놈들과 내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었거든. 대략 십몇 미터 정도?”


나는 타이머를 들어서 다시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단순히 공격만 하는 거라면 그 정도 거리에서도 가능했지만, 잘못하면 너나 아저씨가 맞을 수 있었거든. 가까이 가서는 쓸 필요가 없었고. 이해할 수 있겠어?”


“응.”


내 명쾌한 설명에 미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질문 하나가 더 있어.”


나는 이번에도 해보라며 턱을 끄덕였다. 미아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해주는 거야?”


“그래, 그걸 말해주러 이곳에 왔지. 미아드, 잘 들어.”


나는 결국 미아드가 처음 검을 휘두르는 걸 봤을 때부터 계속해서 생각해왔던 말을 내뱉었다.


“그런 식으로 수련하면 넌 절대 이 경지에 오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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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미아드의 수련2 17.12.10 86 1 17쪽
32 친구 17.12.03 113 2 19쪽
31 1차 테스트 17.12.02 107 2 17쪽
30 미아드의 수련 17.11.26 129 2 13쪽
» 그런 식으로 17.11.26 133 2 19쪽
28 기숙사 17.11.24 121 2 14쪽
27 아저씨 17.11.23 121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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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움 17.11.23 133 1 17쪽
24 도착 17.11.23 138 3 15쪽
23 1권 후기 +2 17.11.23 144 3 2쪽
22 1권 마지막화 17.11.23 142 3 14쪽
21 아버지 17.11.23 139 2 18쪽
20 설득 +2 17.11.23 146 2 18쪽
19 또 신전행 17.11.23 144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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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시 수련 17.11.23 207 2 18쪽
9 사과 17.11.23 239 2 14쪽
8 뒷수습 17.11.23 233 2 15쪽
7 구사일생 17.11.23 217 3 12쪽
6 가려다가 17.11.23 239 3 15쪽
5 숲으로 17.11.23 211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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