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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53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7.11.23 18:40
조회
139
추천
2
글자
18쪽

아버지

DUMMY

“뭐...?”


아버지는 말의 뜻을 이해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멍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를 놔두고 내 방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뒤늦게 물었다.


“야, 그게 무슨...”


나는 듣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섰다. 침대 밑에 손을 넣어 작은 가지들을 세심하게 쳐낸 나뭇가지 두 개를 꺼냈다. 아버지를 구하러 가기 전에, 한 달 간 수련을 하던 중에 넣어 놨던 거다.


언젠가 오늘 같은 날이 오면 쓰기 위해서.


“야, 너. 정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잠깐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아버지는 계단을 올라 내 방에 도착했다. 난 나뭇가지를 든 채 아버지와 문 사이를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대답 좀... 할리!?”


아버지는 당황과 놀람으로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2층 난간에서 뛰어내린다면 누구나 그렇겠지.


아버지는 급히 손을 뻗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할리야!?”


아버지가 경악해 소리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뭇가지를 양 옆으로 던졌다. 빠르게 다가오는 바닥을 보며 냉정하게 타이밍을 계산했다.


3, 2, 1, 0.


바닥을 구르며 정확하게 낙법을 펼쳤다. 스스로가 평가해서 체술 교본에 쓸 수 있을 정도로 모범적인 기술이었다.


고개를 들자 어머니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서 계셨다. 나는 놀라서 말문이 막힌 어머니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놀래켜 드려서 죄송해요.”


“...”


어머니가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며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들고 밖으로 향했다.


“할리!”


뒤에서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따라오세요!”


“너 이 자식, 진짜!?”


나는 문을 열고 마당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 뒤돌아섰다. 그러자 아버지도 눈을 부라리며 멈춰 섰다.


공교롭게도 마당의 중앙을 기준으로 해서 정확히 내 반대편 지점이었다. 신기한 우연이라 생각하며 아버지의 발치를 향해 나뭇가지 하나를 던졌다.


“받으세요.”


“...”


아버지는 자신의 발 옆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너... 진짜 뭐하자는 거냐?”


“아, 죄송해요.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릴게요. 흠흠.”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한 판 붙자고요.”


“그거 말고!”


아, 폭발했다.


이상하게 저번과 달리 아버지가 화났음에도 별로 미안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 이전에 화내길 원하고 있었으니까.


“돌아오니까 갑자기 싸우자고 하질 않나! 2층에서 뛰어내리질 않나! 위험하잖아!”


“아버지 실은 말이죠.”


나는 분노한 아버지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 화났거든요.”


“...뭐?”


아버지는 입을 쩍 벌렸다. 당연하다. 돌아와서부터 계속 하나같이 이해 못할 일의 연속일 테니까.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잖아요? 저는 소신 있게 제 꿈에 대해서 말했는데, 아버지는 듣지도 않고 뛰쳐나갔잖아요?”


“야,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는 말로 다 해결되면 세상에 법이 왜 있겠어요? 뭐, 좀 양보해서 나간 거야 그렇다 치죠. 그럼 들어왔을 때는 또 뭐에요? 그런 ‘나는 다 이해한다. 나는 냉정하게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티내는 느낌은? 실제로는 그냥 거절할 생각만 가득이면서.”


“...”


“와, 조금 숨차다. 역시 장거리 달리기를 좀 더 연습해 둘 걸 그랬나? 어쨌든 이런 이야기도 다 쓸모없는 거고. 중요한 건 현재로선 아버지를 평범하게 설득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


“그래서 일단 때려눕혀 놓고 말하기로 했어요.”


“...”


나는 내 할 말만 해놓고 높이 뜬 해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시각은 정오. 조금 아쉽다. 원래 이런 이야기는 석양이 지고 있을 때쯤 하는 게 제일 폼나서 좋은데.


“하하...”


그때 앞에서 마른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시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너무 화나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하하하. 그래. 그러니까 다른 건 다 빼고 나서보면, 나를 쓰러뜨리겠다는 거지?”


“예로부터 장소를 막론하고 폭력은 가장 효과적인 대화수단이니까요.”


“그렇구나. 아들아.”


나는 아버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니가 요즘 별로 안 맞았지?”


“맞을 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나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비아냥을 섞어 대답했다.


“그래, 니 말대로다.”


아버지는 허리를 숙여 나뭇가지를 주웠다.


“딱히 머리를 식히거나 할 필요도 없었던 건데.”


몇 번 허공에다 휘둘러보며 느낌을 빠르게 확인한다.


“어차피 학교고 뭐고...”


아버지는 검술의 정석적인, 상체를 반으로 나누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다리몽둥이가 분질러지면 어디든 못 가잖아?”


“아이고, 무서워서 오줌을 다 싸겠네요.”


나는 아버지와 동일한 자세를 취했다. 정석이 괜히 정석이 아니고, 이 자세는 내가 돌아온 후 가장 많이 연습한 거다.


부자가 거울처럼 같은 모습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이를 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할리야!”


내가 어머니한테로 고개를 돌린 순간.


아버지가 돌진했다.


검을 높이 든 채, 한 번에 끝내기라도 할 것처럼 엄청난 빠르기로 달렸다. 나는 곧바로 아버지의 심리를 이해했다.


나, 무시당하고 있구나.


속임수도 뭣도 없는, 힘과 빠르기뿐인 공격. 아버지는 그것만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착각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착각의 대가를 곧바로 받아야 했다.


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버지에게로 돌진했다.


“!”


아버지가 놀라는 얼굴을 보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아버지는 당황하면서도 검으로 나를 때리려 했다. 내가 다칠 걸 걱정해서인지 약간 속도가 느려졌지만.


나는 쉽게 대응했다. 아버지의 참격을 물 흐르듯이 왼쪽으로 피하며 오른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빡!


“컥!”


아버지는 가슴을 쥐고 뒤로 물러섰다. 나는 추격하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볍게 검을 든 손을 휘두르며 조롱하듯이 말했다.


“나름 한 방에 안 끝내려고 조심해서 때린 거였는데. 많이 아파요?”


“크윽.”


아버지의 분노한 표정을 보며 다시 내가 서 있던 자리로 뒷걸음쳐서 돌아갔다. 그때,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외침이 들렸다.


“할리야!”


“죄송해요. 어머니.”


나는 진심으로 미안했다.


“설명도 안 해드리고 이런 짓을 해서요. 저도, 아버지도 안 다치도록 노력할게요.”


“이해를 못하겠구나. 왜 이런...”


“너 뭐하는 거야!?”


"오빠!?"


“아, 너희들도 나왔어?”


나는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머니는 몰라도 아이들한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건가.


어머니는 아이들 때문에 끊긴 말을 이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니? 니 아버지의 설득에 싸움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싸움은 별로 도움이 안 되겠죠.”


나는 고통스러워하며 일어서는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싸움은 결국 폭력에 불과하다. 어떠한 말로 꾸며도 본래의 뜻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제가 아버지한테 보여드리고 싶은 건 제가 얼마나 강하냐 같은 게 아니에요.”


나는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쓰던 말을 그만두고 진지하게 아버지를 바라본다.


“제가 얼마나 노력했고, 얼마나 진지한지를.”


아버지의 눈에 비친, 아버지가 바라는 나의 삶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것들을 보여드릴 거에요.”


“큭...”


아버지는 이를 갈며 일어서서 검을 고쳐 잡았다. 나는 어머니랑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마주 보았다.


“잠깐 동안이라도 좋으니, 그냥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알았단다.”


“엄마!?”


“그럼... 저도 알겠어요.”


“에라야!?”


리리는 양옆의 사람들이 승낙하자 자신의 판단에 혼란을 느꼈다. 자신은 반대하고 싶은데 그러려니 눈치가 보이는 것 같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리리야, 고민할 필요 없어. 니가 말리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하니까. 그냥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으으...”


고민하지 말라고 해도 한 리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에이 됐어! 그냥 니 맘대로 해!”


“하하, 고마워.”


나는 씨익 웃고는 다시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는 어느 정도 태세를 회복한 느낌이었다. 고통도 거의 사라진 것 같고, 무엇보다 나를 보는 눈동자에 경계심이 자리 잡았다.


“자, 들으셨죠? 아버지.”


“...”


나는 천천히 아버지에게로 걸었다. 자세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며 움직였다.


“제가 아버지 모르게 쌓아온 것들을, 보여드릴게요.”


전생까지 포함해서.


“...좋아.”


아버지는 다시 나에게 다가섰다. 아까와는 달리 반격이나 기습에 유의하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온 힘을 다해 니 꿈을 밟아주마.”


“아니, 밟지 말아주실래요?”


자라나는 꿈나무를 밟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버지가 돌진해온 것은, 그때였다. 똑같은 기습이었지만 이번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려쳐지는 검을 정면으로 막았다.


“후웁!”


“윽.”


근력으로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바닥을 굴러 아버지의 검 밑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든 순간 보인 것은 아버지의 다리였다. 쓰러진 나에게 발차기를 가하는 것이다.


정말 인정사정 없으시네.


나는 만족하며 칼로 아버지의 다리를 막았다.


“크윽!”


“아프네...”


나무와 다리 사이의 내구력 싸움에서 이긴 건 나무였다. 아버지는 고통스러워하며 물러섰다.


나는 거의 멀쩡했다. 기껏해야 손에서 살짝 피가 나는 정도? 아버지의 상처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번엔 내가 공격하기로 했다. 나는 아버지가 고통에서 회복하기 전에 달렸다.


“이 자식!”


아버지가 엉거주춤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그런 공격에 맞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자세를 낮추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하고, 아버지의 허벅지를 발로 찼다.


“크악!”


방금 전에 부상당한 다리였다.


아버지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자 나는 다시 물러서서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나는 이번 전투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이길 생각이 없었다. 도발이나, 비겁한 수까지 다 써서 이길 것이다. 그게 내 전력이니까.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지만.


“이 자식이 진짜...”


아버지의 기세는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승패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는 이번 전투에서는 더 이상 한쪽 다리를 쓸 수 없다. 이종족이라면 모를까. 인간이라면 손맛으로 알 수 있다. 확실하다.


“이제 끝을 내죠.”


“뭐?”


“들키지 않으려고 해도 에라나 어머니도 걱정하시는 것 같고.”


그 말에 에라와 어머니가 움찔했다. 허락했다고는 해도 너무 막 나가면 안 되지.


아버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자만하는 거냐?”


“아뇨.”


설령 기동력이 봉인 됐다고는 해도, 아버지의 패배를 확신할 수는 없다. 전황은 자그마한 변수로도 바뀔 수 있는 거니까.


그래, 자그마한 변수로도.


“하압!”


나는 아버지를 이해시켜 주지 않았다. 기합성을 내며 마지막으로 달렸다. 설득의 끝 작업을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당황하지 않고서 검을 붙잡았다. 내 동작을 보며 반격을 준비한다.


검과 검이 맞붙기 1, 2초 전, 아버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나의 자세는 맨 처음 아버지가 달려들었을 때와 비슷했으니까. 빈틈도 많고 반격 대비도 안 되 있는.


아버지는 그러면서도 정석적인 대응을 했다. 상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대응할 수 있게 침착하게 검을 내지른다.


나는 그 순간 비장의 수를 펼쳤다.


몸 안에 자리 잡은 기운을 움직여 상대를 타격한다. 특별한 감각을 가지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무형의 기운이 아버지의 복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퍼억!


“크악!”


그 위력은 전에 고블린을 상대로 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여력이 남아 있으니까.


아버지의 몸이 휘청대며 검이 허공을 때렸다. 아버지의 오러의 경지는 2단계에 불과했다. 나는 아버지의 들어난 빈틈에 검을 휘두르는 대신 손으로 밀었다.


아버지의 거구가 그대로 밀리며 바닥에 눕혀졌다. 멍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의 앞에 검을 들이대며 물었다.


“더 하실래요?”


“너, 너 이거 설마...”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순진무구한 얼굴을 했다.


“왜 그러세요?”


“...타고난 천재라는 건가.”


아버지는 며칠 전에 친구가 내렸던 것과 똑같은 판단을 했다. 애초에 그것 외에는 납득할 수 있는 답이 없을 테니까.


나는 잠시 모르는 척 머리를 긁적이다가 웃으며 아버지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


아버지는 잠시 나의 손을 빤히 보더니 이내 잡고는.


당겼다.


“억!?”


나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기습에 대응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내 몸을 강하게 안았다.


“너 이 자식! 감히 아빠를 때려!”


“악, 잠깐 이건 좀 아니잖아요!”


나는 조여 오는 팔의 지옥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그런 노력도 무의미하게, 역시 근력으로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는 바닥을 뒹굴었다. 아버지는 맞은 걸 복수하기 위해 애썼다.


“이 자식! 이 자식!”


“아악!”


고통 받는 나의 시야 사이로 말려야할 지 고민하는 어머니와 에라의 모습이 비쳤다. 리리는 무관심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자업자득이지.”


@


“여보, 술 좀 가져와줄래?”


“예.”


어머니가 주방에서 술을 가져오는 동안 아버지와 나는 바닥에 앉았다. 옷은 이미 더러워진지 오래였기에 흙이 묻을 염려 같은 건 없었다.


리리와 에라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에라가 눈치껏 비켜줬다. 리리는 듣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곧 어머니가 술병 하나와 컵 두 개를 자리에 두고 다시 들어가셨다. 아버지는 두 개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는 명령했다.


“자. 마셔라.”


“에... 일단 낮술인 건 둘째치고, 저 미성년자인데요?”


“어른이 마시라고 하면 마시는 거야, 임마.”


아버지는 핀잔과 함께 술을 들이켰다. 정식으로 허락도 받은 나도 술을 마셨다. 솔직히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애들이나 여자가 좋아할 법한 달달한 술이라 실망했다.


“할리야.”


내가 술맛에 표정을 찌푸리는 동안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첫 마디는 이랬다.


“넌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다.”


나는 이미 연습해둔 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뭐가요?”


“보통 니 나이에 3단계는 절대로 무리거든. 더군다나 누가 가르쳐 것도 아닌데.”


“3단계가 뭔데요?”


“그게... 에이 설명하기 귀찮으니 나중에 학교라는 곳에 가면 배워.”


아버지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컵에 술을 부워 들이켰다.


한 잔. 두 잔. 세 잔...


“...저도 좀 주실래요?”


“아, 미안.”


아버지는 머쓱해하며 내 술잔에 술을 부웠다. 이미 다 마셨는지 반 잔도 안 나왔다.


“...”


“...미안하다.”


나는 그냥 술은 포기하고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술잔을 바닥에 내려둔 채로 이야기를 재촉했다.


“예. 그럼 제가 천재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요?”


“그래 뭐 중요한 건...”


아버지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세상이 쉽지는 않을 거다.”


“...”


아버지는 자신이 반대했던 이유를 꺼냈다.


“니 엄마랑 만나서 이 마을에 정착하기 며칠 전에, 나는 동료들을 모두 잃었다.”


“...”


“그래서 절대로 내 자식들한테는 무기를 잡는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지. 그냥 평온하게, 이 마을 안에서 계속 살아가길 원했어.”


아버지는 씁쓸하게 자신의 빈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각오는 정말 돼 있는 거냐?”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나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전생의 경험이 있음에도, 앞으로의 삶을 버텨내고, 나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래도 해보고 싶어요.”


내가 검술을 배우는 것이 꿈이라거나 해보고 싶다는 건 거짓이 아니다. 거짓이었다면 어머니나 아버지를 그런 말들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에게 무(武)란 건 수단인 동시에 목표다. 검으로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 나가며, 그렇게 이루고 싶은 목표 중엔 검 본연의 목표인 강함도 있다.


그러니까, 해보고 싶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던가?


“그러냐.”


누군가를 설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말이었음에도,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해봐라. 까짓것 아들 하나 없는 셈 치지 뭐.”


“불안한 소리하지 마실래요?”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반 잔도 안 되는 술을 들이켰다.


정말 단 술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 아까 도발 엄청 잘하더라. 그것도 독학했냐?”


“아버지야말로 아까 발차기 완전 진심으로 하시던데요.”


“난 니가 화나게 하니까 그런 거지.”


“아버지야말로...”


우리는 술에 취한 상태로 티격태격 싸웠다. 수십 년간의 공백을 넘어, 아버지에 대한 것을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


“후우.”


다음 날. 나는 숙취에 시달리며 마을 밖으로 나왔다.


이제 아버지한테 정식으로 허락도 받았으니 수련 장면을 숨길 이유는 없지만, 마을 안에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할 공간이 없으니까.


스트레칭을 하며 남은 날짜를 세보았다.


“앞으로 8개월 정도인가?”


지금이 5월이고, 신입생 모집이 2월이고, 수도까지 가는 시간도 계산해서...


대충 그 정도 시간은 있을 것 같다.


“이번엔 별 일이 없어야 하는데 말이야...”


좀 제대로 수련을 하려고만 하면 사건에 휘말려버리니 원. 침상에서 누워 있던 기간만 합쳐도 보름이 넘는다.


“어쨌든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수련해 둬야지.”


나는 혼잣말은 그만두고 마을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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