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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37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7.11.23 18:29
조회
160
추천
1
글자
18쪽

아버지를 찾아서

DUMMY

“다녀왔습니다.”


“왔니? 다른 애들은?”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식탁에서 리리의 옷을 짜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옆에 다른 애들이 없다는 것을 보고 물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저만 왔어요. 몇 가지만 챙겨서 다시 돌아가려고요.”


“그렇구나.”


나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속아 넘어간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옷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어머니를 지나쳐 내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자 표정에서 태연함이 사라졌다.


“후우우.”


나는 긴 한숨을 흘렸다. 머리가 복잡하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방금 전 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죽인 아이들...?”


나는 조용히 마지막 문장을 곱씹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단순한 비유? 아니면 진짜 살인이라도 한 사람인 걸까?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증거 없는 가설은 망상일 뿐이다.


어찌 됐건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그건 바뀌지 않는다. 나는 침대로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를 구해야 해.”


생각해야 할 건 목적과 그걸 해낼 방법뿐.


침대 밑에서 가방을 꺼낸 뒤 등에 맸다. 가방끈이 너무 길어 몸에 맞지 않았다. 조금 있다 조정하기로 하고 방을 나왔다.


나는 어머니를 지나쳐 걸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탁.


문이 닫힐 때까지 어머니는 고개를 올리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가방에 대해 물어보시면 아버지가 줬다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타이밍 좋게도 어머니는 내가 나갈 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


좋은 건 타이밍뿐이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지금 어머니는 지쳐 있었다. 아버지를 걱정하며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아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가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않을 정도로.


나는 문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꼭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뒤돌아 마을 입구를 향해 걸었다. 도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몇 번 말을 걸기도 했다.


“할리구나. 그렇게 큰 가방을 메고 어딜 가니?”


그럴 때면 난 준비된 미소를 짓고 거짓말을 했다.


“에라 집을 청소하는 데 필요한 게 있어서요.”


“그래, 애들이랑 사이좋게 놀렴.”


“예.”


그동안 마을에서 바뀐 내 이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무 도움도 안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우리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누구도 숲에 가까이 가려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물은 무서운 존재니까. 하지만 마물에 대해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모습을 볼 때면 아트의 기분도 이해는 간다.


...지금은 님 자를 빼고 부르자.


곧 마을을 나섰다. 숲으로 걷던 도중 머릿속에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지워졌다. 가슴이 뛰며 잡념이 지워진다.


숲으로 다가서며 나는 마지막으로 목적을 점검했다. 최우선 사항은 아버지와 아트를 구하는 것. 차선은... 두 사람이 죽었다는 증거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것.


나는 목적에 있어서만큼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뿐만이 아니니까.


리리와 어머니. 아버지도 없는 상황에서 나까지 없어졌다간 둘은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설령 둘이 절망하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건 절망으로 가득 찬 미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잃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했다.


“...이 생각은 하지 말자.”


우울한 분위기를 흘리며 걷던 나는 애써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숲에 다다라 있었다. 나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무턱대고 움직였다간 아버지를 찾는 건 무리다. 전에 이 주변에서 분명...


“찾았다.”


내 눈앞에는 꽤나 잘 가려진 흔적 하나가 있었다. 나무의 긁힌 상처를 만져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날카로운 물체로 일부러 그은 듯한 긴 흔적. 이게 맞다. 아버지랑 아트가 돌아올 때 시간 절약을 위해 만들어둔 길잡이다.


이걸 찾아낸 건 오늘이 아니다. 첫날에 둘이 숲으로 들어가는 지점을 유심히 봐뒀고, 그저께 이 부근을 돌아다니며 미리 찾아뒀다.


역시 사람은 성실해서 나쁠 게 없다니까. 생각한 나는 숲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긴 가방끈은 중간 부분을 자른 후, 남은 부분을 묶어 해결했다. 식칼과 물병은 꺼내서 두 손에 각각 쥐었다. 도끼는 들고 다니면 체력 소비가 너무 심할 것 같았다. 금방 꺼낼 수 있게 손잡이만 바깥 방향으로 해두고 가방 안에 뒀다.


심호흡을 한 나는 아버지를 찾아 어두컴컴한 숲에 발을 디뎠다.


@


내가 처음으로 숲으로 들어선 건 10시를 좀 넘는 시간이었다. 해가 질 때까진 대략적으로 8시간 정도.


내 가방엔 잠을 자기 위해 필요한 어떤 물품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니 해가 지는 시각은 사실상의 타임 리미트라고 봐도 될 것이다.


돌아가는 시각까지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4시간 정도. 나는 서둘러서 움직였다.


타박타박.


조용한 숲에 사람 한 명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일부러 줄이지도 않은 크기였다. 어차피 본격적으로 마물이 나오는 건 조금 더 앞이다. 벌써부터 심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한 시간 정도 걷자 나는 잠깐 앉아서 쉬며 물병의 물을 마셨다. 통이 꽤 커서 수시로 마셨음에도 아직 양이 반 정도 남았다.


난 잠깐 남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했다. 지금쯤이면 아이들은 내가 나간 걸 눈치 챘으려나? 설마 숲으로 찾으러 오지는 않겠지?


세 사람이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눈치 채더라도 바로 숲에 가까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마을 안을 찾아보는 정도가 다겠지. 똘똘한 에라나 신중하신 어머니니까.


리리는 아버지가 숲에 갔다는 걸 모르니, 일단 바로 행동하지는 않겠지. 그거면 된다. 하루면 내가 아버지에게 다녀오기엔 충분한 시간이니까.


“...그래도 불안하군.”


예측했음에도 불안하다. 만에 하나 누군가 예상을 깨기라도 했다간... 아버지와 달리 찾을 수 있는 단서조차 없다.


역시 편지 같은 거라도 두고 와야 했나? 그랬다간 나가는 걸 준비하고 있었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아서 관뒀는데.


아니면 가족에게 운동할 거라는 말을 하고 올 걸 그랬나? 아트가 써놓은 글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생각을 못했는데.


그나저나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했나? 시간이 많이 없...


퍽!


볼을 주먹으로 쳤다. 쓸데없이 많아진 생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이제 와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불안과 후회만큼 쓸모없는 일도 없다.


난 계속해서 일어나는 잡념을 정리하며 앞으로 걸었다. 나무의 상처를 계속해서 확인하며 안쪽을 향했다.


@


세 시간 정도를 걸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는 이미 정오를 넘어섰다.


현재 손에는 물통과 식칼이 아니라 도끼가 들려 있었다. 무거웠지만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리 연습을 해둔 터라 지금은 도끼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아직까지 아버지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때까지 따라온 나무의 상처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슬슬 다시 불안이 치솟았다.


잘못 판단했나? 아버지는 가기 전에 이틀에서 사흘 안에 돌아올 거라고 말했다.


멀리까지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노인인 아트가 있어서 기동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흔적 하나 찾는데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루 만에 찾아내는 건 무리였나?”


너무 깊이 들어갔다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수밖에. 나는 선택지 사이에 포기를 넣었다.


애초에 무리인 계획이었다. 하루 만에 숲에서 사람을 찾아낸다니. 조금만 추적에 관해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알 것이다.


바로 어제 출발한 사람도 아니다. 9일이나 늦게 사람을 찾으면서 하루 만에 흔적을 찾길 원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개소리 수준이다.


하지만 난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게 난...


옛날에 친구들이 나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할리 넌 운이 좋네.’


‘와, 진짜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기적이네요. 그 정도 상처만 입고 살아남다니.’


난 운이 좋았다. 명줄 하나만큼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질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6자릿수 병력이 모였던 곳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어 드래곤에게 가지 못했을 것이다.


추적에서는 실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전에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행운이 없다면 목표물을 찾는 건 힘들어진다. 정도는 다를지언정, 세상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난 나의 운에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했지만, 어느 정도 운이 따라 주리라 믿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계속 찾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최대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무의 상처를 따라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리에 멈췄다. 무언가를 발견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이런...”


흔적이 끊겨 있었다. 나무에는 더 이상 만들어놓은 상처가 없었다.


나는 주변의 나무에 흔적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흔적이 어느 순간 끊겨 있는 건 오는 중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도 아마 그렇겠지.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살폈다. 나무의 상처 외에도 다른 인위적인 흔적 같은 건 없는지 최선을 다해 찾아다녔다.


더 이상의 흔적은 없었다. 난 나무 수백 그루와 그 주변을 뒤지고 나서야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있었다.


“후...”


나는 막막함을 느끼며 옆을 둘러보았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시간인데도 찾은 건 아무것도 없다.


오면서도 놀았던 건 아니다.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흔적이 없는지 확인했다. 세세한 것까진 둘러볼 시간은 없었기에 어쩌면 돌아가다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나는 빠르게 다음 행동을 결정했다. 직접 흔적을 내며 주변을 걷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난 열심히 주위를 살폈다. 처음 흔적이 끊긴 곳 주위를 뱅뱅 돌았다. 자그마한 흔적이나마 찾기 위해 의심스러운 곳은 곧바로 조사했다.


육체적인 피로에 파묻혀갈 무렵, 나무에 등을 기대고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군.”


당연한 거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다. 애초에 추적이라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이런 짧은 시간만에, 이런 장비에, 이런 애의 몸뚱이를 가지고 사람을 찾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아버지나 아트가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일할 뿐이다. 숲에서 사람이 실종됐는데 죽었을 확률이 높을까? 살았을 확률이 높을까?


더군다나 마물까지 출몰하는 숲에서, 실종된 지 일주일 넘게 지난 다음에.


알고 있는데도 이곳에 왔다. 혹시나 하는 기적에 몸을 맡겨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감정에 휘말려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려 하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죽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멍청한 짓이었다.


“...돌아가자.”


나는 나무에서 몸을 떼고 내가 만든 흔적을 따라갔다. 더 이상은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해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아빠.”


터벅.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자리에 굳은 것처럼 멈춰 섰다. 표정에 깃든 절망을 치우고 재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았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인간으로서 그걸 버릴 수는 없더라도, 이성 또한 버려서는 안 된다.


터벅.


너무나도 작은 소리였다. 정확히 어떤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그 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


나는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었다. 도끼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이동했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이동하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후에는 그게 발소리란 걸 알 수 있었다. 표정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 포기하려고 한 상황에 딱 만나버리는,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나는 점점 속도를 높이다가, 어느 순간 뛰었다. 숲에서 뛰는 것의 위험성 따윈 기억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가슴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희망이었다.


곳곳에 솟아난 나무들 사이로 두 명의 인형이 보였다. 나는 모든 힘을 다해 그곳을 향해 뛰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곳에 있는 것은...


고블린이었다.


“...”


“키에엑!”


“크에!”


사실 중간부턴 어느 정도 예상했다. 몸길이에 비해 머리 크기가 너무 컸으니까. 인정할 수가 없었을 뿐.


가슴에서 희망 대신에 살심이 올라왔다. 나는 그걸 억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고블린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놈을 죽이기 위해 달렸다. 나 또한 도끼를 세게 잡으며 달렸다. 묵직한 도끼는 달리는 데는 방해됐지만 살상에는 적합했다.


고블린들과의 거리가 빠르게 줄었다. 한쪽은 훈련받은 병사를 뛰어넘은 속도를 지닌 생물.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단련으로 어른 정도의 속도는 지니고 있었다.


십 몇 미터 정도의 거리가 금방 사라진다. 고블린들과의 거리가 5미터쯤 될 때쯤 도끼를 높이 들었다.


달리고 있는 상태가 아니고, 앞에 장작이 있었다면 아주 훌륭한 장작패기의 자세일 것이다. 앞에 장작이 있었다면.


고블린은 제법 머리가 좋은 생물이다. 무기를 든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블린의 걸음이 느려지는 게 보였다.


“크에!”


“키에!”


내 속도는 줄지 않았지만. 고블린과의 거리가 계속해서 줄었다. 도끼를 들어 올린 시점에서 1초도 안 돼서 고블린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1초가 짧냐 기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짧은 모양이었지만. 고블린들은 시간 안에 취해야 할 합리적인 행동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둘이 선택한 건 간단했다.


““크에!””


돌진.


최악의 선택이었다. 대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조금 전에 앞에 장작이 있었다면 훌륭한 장작패기의 자세일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것이 있다면 어떨까? 조금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푸억!


생물의 머리가 있다면?


“키에!”


머리 패기가 된다.


고블린의 목소리가 하나로 줄었다. 나머지 하나의 머리에는 도끼가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팔에 힘을 줘 깊숙이 박힌 도끼를 빼냈다.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고블린 시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심약한 사람이 봤다면 토할 수도 있는 광경이다.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저 자리에 쓰러진 게 인간이었던 때도 있다. 이 정도로 뭘?


난 남은 고블린의 행동을 관찰했다. 남은 한 마리는 내 행동을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쉽지 않은 상대란 걸 눈치 챈 것이다.


하지만 저것도 나쁜 선택이었다. 지금은 경계할 때가 아니었다. 저 녀석이 살기 위해서 취해야 했던 선택지는 단 둘.


내가 도끼를 뽑는 동안 공격하거나. 아니면 도망치거나.


전자는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후자는 지금 몸으론 어쩔 수 없었다. 저 녀석이 도망치기를 시도했다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저 녀석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지만. 나는 시시하다는 눈을 했다.


멍청한 녀석이다. 분풀이도 못 되는 상대였다.


나는 평가하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남은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상태란 걸 알 수 있겠지만.


당연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다.


푸억!


아까와 정확히 같은 소리가 울렸다. 자리에 쓰러진 시체가 한 구 늘었다. 이번엔 머리가 가로로 썰려 있다는 점 외에는 조금 전 상황의 재현이라 봐도 될 것이다.


나는 담담한 얼굴로 그 앞에서 가방을 내렸다. 가방에서 걸레 하나를 꺼내 도끼를 슥슥 닦은 뒤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최대한 조심했지만 혹시라도 옷에 피가 묻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그런 곳은 없었다. 난 쓴 걸레를 고블린의 몸에 던졌다. 굳이 피 냄새가 나는 걸 가지고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난 오늘 안에 사라질 고깃덩이들을 힐끔 본 후 가방을 메고 몸을 돌렸다. 집에 돌아갈 때였다.


탐색은 실패다.


“자, 잠깐!”


나는 바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쪽으로 뛰어 오고 있는 사람 한 명이 보였다.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방금 전에 기대했다가 배신당한 경험이 있다. 바로 믿을 수는 없었다.


"!"


하지만 역시 기대감은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시각만이 아니라 청각 또한 말해주고 있었다.


“도와주게! 부상자가 있...”


이번엔 틀림없다고. 아트의 목소리였다.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뛰어오던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서 우뚝 멈췄다. 나와 상대의 감상이 교차했다.


“...할리?”


당황과,


“아트!”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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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또 신전행 17.11.23 144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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