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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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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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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DUMMY

디영이는 길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동작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서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었다.


헌서도 디영이가 얼마나 죽을 힘을 다했는지 알고 있었다. 디영이는 쉬는 시간에도 메테오의 음악만 들을 정도로 그들의 바이브를 몸에 익히려고 애썼다.

매일 터진 근육에 파스를 붙이고 연습하는 디영이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너 놀이공원 때보다도 더 힘들게 연습하네? 왜 그렇게 열심히 해?”


그러자, 디영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땐 못해도 나만 탈락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나 때문에 우리 그룹이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아.”


그는 환하게 웃으며 혼자 연습하는 건 재미없지만, 멤버들과 같이 그룹을 위해서 연습하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와일더 선배한테도 보여주고 싶어. 덕분에 내가 성장했다는 거.”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에너지를 얻는 디영이로서는 그룹으로 함께 경연한다는 사실과 와일더의 격려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디영이의 바람대로 멋진 퍼포먼스를 펼칠 시간이었다.


둥 둠칫 칫 두둥-


비트가 흘러나왔다. 메테오의 그루브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멤버들 모두 몇 주간 메테오 멤버가 된 듯이 빙의해서 연습했다. 이러다 팀 컬러가 메테오처럼 힙합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고 농담했을 정도였다.


신이 나서 가볍게 걷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스텝을 밟았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흩어졌다가 모였다 대형을 바꾸는 에이리프를 보면서 와일더도 놀란 눈치였다.


“와, 많이 늘었는데?”

“며칠 사이에 저런 그루브가 나오다니.”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에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디영이가 센터에 설 차례였다. 그는 미끄러지듯이 유연하게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나왔다.

양발을 게걸음처럼 옆으로 슬라이딩하며 뒤로 돌았다가 다시 앞을 보는 동작을 빠르게 연이어서 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발을 옳기며 등을 보였다가 빙글 돌아서 앞을 향했다. 발바닥을 바닥에서 떼지 않으며 스케이트 타는 것처럼 다리를 물결치듯이 움직였다.

그때, 교차한 발이 꼬이며 디영이가 휘청거렸다.


“앗!”


디영이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어엇!”

“저런!”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디영이는 당황했지만, 얼른 일어나서 동작을 계속했다.

그 외에는 큰 실수 없이 무대를 마쳤다.


“다친 데 없어, 디영아?”


멤버들이 디영이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리허설이니까 괜찮아.”

“내일 잘하면 되지.”

“긴장했구나.”


멤버들이 디영이를 위로했다. 그런데 디영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창백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절뚝거리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윽... 발목이 아파요.”


넘어져서 다쳤는데도 다시 일어나서 춤을 계속 춘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무대를 하는 동안에는 얼얼해서 몰랐다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 통증이 몰려왔다.


“발목이? 왜?”


신발을 벗고 양말을 걷어보니 발목이 빨갛게 부었다. 넘어지면서 접 지른 듯했다.


“빨리 병원 가봐.”


내일이 촬영날인데, 발목을 다치면 제대로 퍼포먼스를 할 수 없다. 지금은 살짝 부은 정도지만, 신속하게 치료받지 못하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발목 상태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 디영이가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히잉...”


디영이는 눈물을 참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껏 고생하며 연습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매니저는 디영이를 차에 태워서 병원으로 갔다.


“별일 아니어야 할 텐데.”


온제가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으로서는 디영이가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인터뷰 등 추가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노라니, 한두 시간쯤 지나서 디영이가 돌아왔다.


“어때?”

“어디가 다쳤대?”


발목에 커다란 보조기를 차고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 걸 보니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뼈는 괜찮은데, 인대가 찢어졌대요.”


디영이는 차 안에서 혼자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인대가?”

“그럼 낫는 데 시간 좀 걸리겠네?”


매니저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낫는데 4주정도 걸릴 거래요.”


“4주나요?”


그렇다면 디영이가 내일 본무대에 서기는 사실상 틀린 일이었다.


“넘어지고 나서도 일어나서 퍼포먼스를 끝까지 하느라고 더 심하게 찢어진 것 같아요.”


접 지른 발목으로 끝까지 무리해서 퍼포먼스를 완료해서 부상이 악화되었을 것이다.


“그냥 중단하지.”

“리허설인데 멈춰도 되는데.”


멤버들이 말하자, 디영이는 참던 눈물이 쏟아졌다.


“나 진짜 열심히 연습했는데... 잘 하고 싶었는데...”


서러워하며 흑흑 우는 디영이를 보니 아무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디영이를 안아주고 토닥토닥 해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냐, 잘했어. 디영아.”

“너 열심히 한 거 다 알아.”


어떤 말로도 디영이가 위로받지 못할 거라는게 서글펐다.

경연을 하루 앞두고 이런 사고가 생기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었다. 연습하면서도 서로 부딪히거나 걸려서 넘어져서 멍들고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온제는 워낙 춤을 많이 춰서 무리하는 날에는 무릎이 아팠고, 최근에도 경연 연습하느라 통증이 심해져서 가끔씩 병원을 다녔다.

일유도 우주전쟁에 참여하면서 연습량을 늘려서, 예전에 일할 때 다쳤던 허리가 문제를 일으켜서 침 맞으며 연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몇 주나 무대에 서지 못할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내일 어떡해요? 나 없으면 무대가 비어보일 텐데...”


디영이의 말에 멤버들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걱정 말고 쉬어.”

“괜찮아. 내일 말고도 아직 경연 3번 더 남았는걸.”

“경연보다 네 발목이 훨씬 중요해.”


하지만, 마음속은 모두 복잡했다.


‘어쩌지?’


멤버가 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 건 처음이라 헌서를 포함해서 멤버들 모두 멘붕이 왔다.


헌서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깜박거렸다.

열어보니 와일더 리더에게서 온 것이었다.


[디영이 괜찮아?]


헌서는 망설이다가 사실대로 답장을 보냈다.


[낫는 데 시간이 좀 걸린대요. 내일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런 상태로 무대에 서는 건 무리였다. 고작해야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다.


디영이가 빠지면 경연에서 이기는 것은 틀린 일이었다.

이번 라운드 경연은 카피곡 미션이었다. 메테오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그대로 카피해야 하는데, 디영이가 빠지면 춤의 일부 파트가 빠져버리는 것이다.

물론 메테오가 6명인 그룹이라서 6명이서 퍼포먼스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하루 남은 지금 파트를 다시 분배해서 연습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원곡을 얼마나 그대로 잘 카피했는지 심사위원이 판단해서 점수를 주고, 퍼포먼스 동영상을 조회한 사람들이 누른 좋아요 점수와 합산해서 최종 점수가 나온다. 디영이가 무대에 서지 못하면 심사위원 점수에서 큰 폭으로 뒤져 핸디캡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그렇구나. 상심이 크겠네. 연습 많이 한 거 같던데. 디영이한테 몸조리 잘 하라고, 춤 멋있었다고 전해줘.]


와일더의 따듯한 말에 헌서도 감동받았다.


[그렇게 전할게요. 고맙습니다.]


헌서는 잠시 메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디영이에게 보여주었다.


“와일더 선배들이 너 멋있었대.”


디영이는 휴대폰을 받아들고 메시지를 읽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속상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었는데.”


헌서는 리더로서, 같은 팀원으로서, 형으로서, 디영이를 위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는 디영이의 상태를 보려고 숙소에 찾아온 승권에게 따로 조용히 물어보았다.


“예전에 아저씨가 나를 힐링 능력으로 치료해준 적 있잖아요. 디영이는 치료해줄 수 없는 거예요?”


승권은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힐링은 같은 헌터에게만 효과가 있어. 그리고 아무 병에나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몬스터와 싸우다가 입은 부상만 치료할 수 있어.”


헌서는 조금 전 황성공PD로 변신한 몬스터를 잡으면서 치유 눙력을 얻었다. 그 능력을 디영이에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Lv.11]

[특성 – 아이돌]

[회복력 정신력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치유 능력 강화


그런데, 힐링 능력은 헌터에게만 효과가 있고, 몬스터와 전투 중에 입은 상처만 낫게 할 수 있다니, 디영이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아쉽네요. 나도 치유 스킬 생겼는데.”


헌서는 쩝 입맛을 다시고 옅은 한숨을 쉬었다. 승권이 헌서에게 물었다.


“너도 힐링 능력이 있어?”


“황PD 잡고 보상으로 치유 능력을 얻었어요.”


“치유? 그건 처음 들어보는데? 힐링하고 다른 거 아냐?”


승권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헌터들이 치료하는 능력은 힐링 능력이라고 해. 힐링 능력이 특화된 헌터가 힐러고.”


“힐링이나 치유나 그게 그거 아니에요?”


“아닐걸?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치유 스킬을 가진 헌터는 없었어.”


승권은 힐링 능력과 치유 능력은 다른 효능을 가진 스킬일 거라고 했다.


“네가 얻은 스킬 중에는 다른 헌터에게는 없는 너만의 스킬이 많았잖아. 치유 능력도 다른 헌터나 힐러에게는 없는 너만의 스킬일지도 몰라.”


다른 헌터에게는 없는 스킬이라 치유 능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치유를 어디에 쓰는 스킬인지 알아내야 사용할 수 있다.


‘혹시 모르니까 디영이한테 치유 스킬을 사용해 볼까?’


디영이는 헌터도 아니고 몬스터에게 입은 상처도 아니어서 힐링은 효과가 없다.

하지만, 치유는 힐링과는 또 다른 스킬이었다. 헌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승권을 배웅하고 숙소로 돌아오자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다.


“다들 빨리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컨디션 관리해.”


온제는 멤버들이 심란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까 봐, 어서 잠자리에 들라고 재촉했다.


“억지로라도 눈 좀 붙여. 4시간 있다가 일어나야 해.”


피곤하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디영이가 발이 꼬여 넘어진 것도 어제 흥분해서 잠드는 시간을 놓쳐서 밤을 꼴딱 새버렸기 때문에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잘 자.”

“푹 쉬어.”


모두 불을 끄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웠다.

다행히 디영이는 진정제의 효과인지 이내 깊이 잠이 들었다.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 알 수 있었다.


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어서 긴장하느라 피곤했는지 룸메이트인 미강이도 곧 잠이 들었다.


헌서는 자는 척하며 누워있다가 사방이 조용해진 걸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끝을 세워 걸으며 조심스럽게 디영이의 침대로 다가갔다.


디영이는 꿈을 꾸는지 뭐라고 입을 달싹거리며 중얼거렸다.


“할 수 있어...”


지난 몇주 동안 연습하면서 디영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내 몸을 움찔거리더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꿈속에서도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느낀 듯했다.


붕대를 감은 디영이의 발목이 이불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치유 능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스킬을 활성화하자, 헌서의 손바닥으로 열기가 모이며 뜨거워졌다. 손에서 은은한 빛이 나며 화끈거렸다.


‘예감이 나쁘지 않은데?’


몸의 에너지가 손으로 모이는 기분이 들며 손바닥의 세포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헌서는 디영의 발목으로 손을 뻗었다.


슈욱-


손에서 번개가 치는 것처럼 가는 빛과 전류가 번쩍이며 디영이의 발목으로 스며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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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이터널 엔터테인먼트 24.06.16 24 0 12쪽
121 컨셉 소화 미션 24.06.15 23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25 1 12쪽
119 개성 24.06.13 27 1 12쪽
118 서사 24.06.12 25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22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24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25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24 2 12쪽
» 치유 24.06.07 26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6 1 12쪽
111 갈등 24.06.05 25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8 1 12쪽
109 연습 24.06.03 32 1 12쪽
108 팬덤 24.06.02 28 1 12쪽
107 경연 24.06.01 34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9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42 2 12쪽
104 팀웍 24.05.29 40 3 12쪽
103 MT 24.05.28 43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41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42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7 4 12쪽
99 대면식 24.05.24 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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