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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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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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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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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대결

DUMMY

“헌서 형, 파이팅!”


디영이가 양손으로 주먹을 쥐고 흔들며 응원했다.


‘우리 팀을 위해서, 형과 나를 위해서 꼭 이겨줘!’


헌서는 디영이가 말없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긍정적인 디영이와 달리, 온제는 별 기대가 없었다.

그는 헌서의 프로필 영상을 보아서 알고 있었다.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헌서의 춤 실력은 아직 춤이라고 하기에도 미비했다.

병진의 춤이 별 볼 일 없긴 하지만, 그간의 경력이 있었다. 헌서가 병진보다 잘 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헌서에게 맡기기보다, 어떻게든 내가 병진이형을 설득했어야 하는데.’


그는 머리에 쓴 모자를 양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푹 숙였다. 조장인 자기 일을 헌서에게 떠넘긴 게 아닌지 자책했다.


‘헌서가 갈등을 해결하려고 나서준 건 고맙지만, 조장인 내가 처리했어야 했어.’


헌서가 춤 대결에서 지면, 댄스 브레이크 파트가 병진에게 돌아가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딴 따라 딴- 딴 따라 딴-


음악이 흘러나왔다. 헌서는 정신을 집중하고 기억을 떠올렸다.

손끝과 발끝의 감각에 집중하고 온몸에 힘을 줬다 뺐다 하며 워밍업 했다.

비트에 맞춰서 몸을 살살 흔들며 박자를 찾았다.


‘간다!’


헌서는 코어에 힘을 주고 발을 들어올렸다.

스텀프 동작을 하며 힘껏 바닥에 발을 굴렀다.


쿠웅---


“뭐, 뭐야?”


건물 바닥이 철렁하고 울리며 그 진동이 모두의 몸에 찌릿하게 전달되었다. 엄청난 헌서의 파워에 조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멍하니 쳐다보던 온제도 튀어나올 듯이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리고 당황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이, 이렇게 힘이 세다고?”


헌서가 다시 반대 발로 쾅하고 바닥을 내리치자, 이번에도 플로어가 출렁이며 엄청난 힘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모두 움찔 해서 모두 최면에 걸린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헌서를 쳐다보았다.


“헐. 무쇠다리인가?”

“바닥 부서지겠다.”


흐물흐물한 병진의 춤을 보다가 헌서의 춤을 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아니, 헌서 형! 뭐야, 이거 뭐야?”


디영이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일어나서 소리쳤다.


헌서는 이어서 체스트팝을 튕겼다. 배에 힘을 주고 가슴을 있는 힘껏 순간적으로 흔들었다. 상체의 커다란 진동에도 불구하고, 하체는 흔들리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와, 하체 힘 장난 아냐.”

“나이스.”


어느새 연습생들은 헌서의 춤에 빠져들어서 정신없이 열광했다.


“암스윙을 저렇게 쎄게 던지는데 하체가 꿈쩍을 안 해.”

“몸이 바윗돌같아.”

“멋지다!”


동작 연결이 끊어지기는 하지만, 힘과 스피드와 안무의 정확성은 병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거지!”

“속도가 미쳤어!”


0.1초의 오차도 없이 박자에 정확히 딱 맞아떨어지는 발 스텝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흔들며 헌서에게 호응했다.


병진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다.


“이, 이게 아닌데.”


마지막 동작은 나이키 프리즈였다. 두 팔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공중에 띄워 나이키 모양을 만드는 고난도의 동작이었다. 어지간한 힘과 균형감각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는 동작이고, 긴 시간 연습이 필요한 동작이었다.


“서, 설마. 춤을 배운 적 없는 초보라고 했는데, 저걸 해낼 리가 없어.”


병진은 춤출 때보다도 더 땀을 흘리며 헌서를 쳐다보았다.

조원들은 모두 헌서가 실수하지 않고 이겨서 병진을 막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프리즈!”


온제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헌서는 팔을 바닥에 짚고 공중에서 두 다리로 나이키 모양을 만들며 얼음처럼 멈춰 섰다.


‘버텨!’


헌서는 중심을 잃지 않도록 몸의 전정기관과 균형감각을 총동원했다.

기울어진 정도를 미세한 감각으로 감지했다.

온전히 복근과 코어 근육과 팔 힘으로 체중을 버텨냈다.

공중에 뜬 하체가 넘거가지 않도록 지탱하려고 손끝의 근육까지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바닥이 패일 기세로 눌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영상을 보는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공중을 나는 새처럼 머물렀다.


“우와아!”

“팔뚝에 힘줄 솟은 거 봐.”

“진짜 안정적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난이도 있는 동작을 완벽하게 해 낸 헌서에게 박수치며 환호했다.

반면에 병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헌서는 가볍게 빙글 돌며 발을 땅에 내려놓았다.


“와아아!”

“아니, 왜 잘해? 프로필하고 딴판이야.”


조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온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프리즈를 하다니, 테크닉은 완벽하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헌서에게 다가와서 팔뚝과 어깨의 근육을 눌러보았다. 단단하고 탄력있는 헌서의 신체에 놀란 눈치였다.


“야, 어떻게 고등학생이 그렇게 힘이 좋냐? 하드웨어가 사기급인데?”


헌서의 몸이 비보잉과 아크로바틱에 최적화된 몸이라며 감탄했다.


“넌 천상 아이돌 해야겠다. 너같은 애가 아이돌 안 하면 누가 하니?”


댄스로 명성이 자자한 온제의 칭찬에 헌서는 쑥스러워 머리를 쓸었다.

아이돌 놀이공원에 참여하고 최초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것도 참가자 가운데 가장 댄스 능력이 뛰어난 온제에게서.


“그럼 병진이 형하고 헌서 중에서 누가 더 좋았는지 말해봐.”


온제는 밝은 목소리로 조원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보아, 헌서의 손을 들어 줄 사람이 많을 터.


“난 헌서 형이 좋아. 춤 추는 내내 가슴이 벌렁벌렁했어.”


디영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조원도 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빙긋 웃었다.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헌서가 그냥 무대를 부숴버렸어.”

“렛츠 기릿, 헌서!”


다른 이들도 주먹을 공중에 돌리며 호응했다.

춤의 그루브를 살리는 것은 병진이 더 잘한 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헌서가 깔끔하게 모든 동작을 정석대로 잘한 게 사실이었다. 병진은 너무 많은 안무를 대충 날려먹었다.


물을 필요도 없이 병진보다 헌서가 낫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끙...’


병진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헌서의 춤이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않았다고 어필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병진이 잘못한 부분도 같이 언급될 게 뻔했다. 그도 헌서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안무를 대충 통과했는지 알고 있었다.

둘을 비교하는 흐름이 길어지면, 헌서를 이기지도 못하면서 상처만 커질 뿐이었다.


그는 앓는 소리를 삼키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온제 네가 해라. 댄브.”


결국 솔로 댄스는 헌서의 의견대로 온제가 하게 되었다.


‘고마워, 헌서야.’


온제는 말없이 눈을 찡긋 하며 헌서에게 감사를 표했다.

헌서 덕분에 파트 분배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병진 때문에 팀이 산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헌서가 나서서 팀을 구해주니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서바이벌에 갑자기 불쑥 끼어든 메기라서 헌서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감춰진 실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제는 파트 분배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내가 안무 동선 새로 짤 테니까, 그동안 개인 연습 하고 있어요.”


블랙 울프의 멤버 수와 조원의 숫자가 달라서 안무의 동선을 사람 수에 맞게 바꿔야 했다.

온제는 자기가 동선을 정리할 동안 자유시간을 주었다.


“와, 역시 우리 조장!”

“조장 잘 뽑았네.”


시간 걸리는 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조원의 시간을 아껴주는 온제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헌서는 연습실 구석에 앉아서 자기 랩파트의 가사를 살펴보았다.


[

달이 뜨면 다가와 블랙 울프

별이 지면 바람처럼 블랙 울프

내 팔에 이빨 자국 네가 남긴 흔적

한번 피 맛보면 못 잊지

조심해 사냥꾼이 있다

함정이 있는 걸 알지

그래도 절대 널 포기 못해

아무것도 날 막지 못해 블랙 울프

]


‘뭐가 이렇게 빨라?’


10초 남짓의 분량이었지만, 속사포같은 랩이 숨 쉴 틈없이 이어졌다.


‘까짓거 숨 참는 것 정도야 쉽지.’


각성하고 폐활량이 커져서 숨을 깊고 길게 내뱉을 수 있었다.


“흡! 후우-”


횡경막을 끌어내려 심호흡을 하고 시도하니 바로 따라할 수 있었다.


향상된 기억력으로 가사를 외우는 것도 수월했다. 몇 번 반복하니 금새 가사와 박자가 머리에 남았다.


‘혀를 돌리는 게 문젠데.’


“아라라라라라-”


선생님이 가르쳐 준 준비동작으로 혀를 풀고 노래에 맞춰서 랩을 따라했다.


“내 팔에 이빨 자국 네가 남긴 흔적, 한번 피 맛보면 못 잊지.”


의외로 박자에 딱딱 맞게 가사가 뱉어졌다.


‘어라? 이게 되네?’


민첩성이 향상되어 온 몸의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혀의 움직임마저 빨라진 것 같았다.


X엔터테인먼트에서 랩 레슨을 고작 서너 시간밖에 못 들었지만, 그래도 안 들은 것보다는 도움이 되었다.


‘호오. 역시 배워서 쓸모없는 건 없어.’


박자에 맞춰서 정확히 발음하는 건 몇 번 연습하니 비슷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곡의 찰떡같은 쫀득한 느낌을 살려서 랩을 뱉기는 어려웠다.


‘플로우를 살리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


랩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플로우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은 댐핑 있는 소리를 만드는 기본연습부터 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파열음을 뱉는 연습을 했었는데, 이 곡을 할 때 도움이 되었다.


‘가사에 비읍과 피읍이 많으니까 그걸 강조해서 해보자.’


헌서는 자기도 모르게 랩 연습에 열중했다.

증가한 폐활량과 힘이 세 진 혀의 근육으로 공기를 힘있게 뿜어낼 수 있어서, 그럭저럭 댐핑있는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쁠랙 울쁘! 쁠랙 울쁘! 내 빨에 이빨 자국...”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리듬이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노래 좋은데?’


연습할수록 음악에 빠져들었다. 몬스터를 잡으러 이곳에 잠입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열중했다.


‘이왕 하는 거, 이번에는 강약을 넣어서 해보자.’

‘왜 이 느낌이 안 살지? 다시 해보자.’

‘아냐, 아직도 안 비슷해.’

‘에잉, 왜 이게 안 되는 거야? 짜증 나. 다시!’


최대한 원곡의 느낌을 살리려고 반복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지경이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자, 춤 연습하게 모두 모입시다.”


온제가 팀원들을 불렀다.


“잘 보세요. 원 투 쓰리 포...”


그는 댄스 시범을 보이며 팀원들에게 안무를 숙지시켰다.


헌서는 이미 영상을 몇 번 보았고 집중해서 온제의 동작을 따라하자, 이내 모두 암기할 수 있었다.


“자, 여기까지 다 알겠어요?”


온제는 한 명 한 명 춤추는 모습을 보고 교정할 부분을 일러주었다. 조원이 여러 명이라 그 혼자서 짧은 시간에 모두에게 자세히 알려주기는 어려웠다.


“헌서야, 너 안무 다 외웠지?”


온제는 안무를 잘 못 따라 하는 조원을 가리키며 안무를 알려주라고 했다.


“후렴구 스텝하고 팔 안무 좀 가르쳐 줘.”


“예? 제가요?”


헌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벙쪘다.

못 따라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라니.


“너 다 알잖아? 댄브도 1시간에 땄을 정도면 나머지 부분은 금방 익혔겠지?”


헌서의 춤을 본 온제는 그가 다른 연습생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숨은 실력자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메기로 들어온 거 아니야?”


“아하핫, 네. 알겠습니다.”


헌서는 당황스러웠지만,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받지 않으려면 메기로 들어올 만하다는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헌서가 댄스파트 부조장이니까 모르는 안무 있으면 물어봐요.”


온제는 헌서를 가리키며 조원에게 말했다. 아예 헌서에게 감투를 씌워서 일을 맡겼다. 팀을 능숙하게 이끌어 본 온제는 팀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내가 춤을 가르치다니...’


참가할 때는 중간이라도 가는 게 목표였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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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컨셉 소화 미션 24.06.15 23 0 12쪽
120 키네아트 24.06.14 25 1 12쪽
119 개성 24.06.13 26 1 12쪽
118 서사 24.06.12 25 2 13쪽
117 상대 곡 뺏기 24.06.11 22 2 12쪽
116 아폴론 24.06.10 24 1 12쪽
115 디영이의 도전 24.06.09 25 2 12쪽
114 커버곡 미션 24.06.08 24 2 12쪽
113 치유 24.06.07 25 1 12쪽
112 리허설 24.06.06 26 1 12쪽
111 갈등 24.06.05 25 1 12쪽
110 와일더 24.06.04 28 1 12쪽
109 연습 24.06.03 32 1 12쪽
108 팬덤 24.06.02 28 1 12쪽
107 경연 24.06.01 34 1 12쪽
106 몬스터 하우 24.05.31 39 2 12쪽
105 돌연변이 24.05.30 42 2 12쪽
104 팀웍 24.05.29 40 3 12쪽
103 MT 24.05.28 43 2 12쪽
102 상우의 비법 24.05.27 41 2 12쪽
101 버디의 강점 +1 24.05.26 42 3 12쪽
100 우주전쟁 24.05.25 47 4 12쪽
99 대면식 24.05.24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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