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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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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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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나아갈 길"

DUMMY

이튿날 밤새 어느 정도 머리를 정리한 나는 시녀를 통해 스위든 백작과 내 사람들 모두를 불러 모아달라 이야기하였다.


급작스러운 호출인데다 지금껏 내 행동에 대한 불신으로 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까 싶어 내심 불안함이 느껴졌다.


“카렌은 참석하지 않을 거예요. 할 말 있으면 시작하세요.”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카렌을 제외한 모두 내 부름에 답해 주었다. 하지만, 모여든 이들 중에 유일하게 카렌만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 조금 더 기다렸지만, 사람들을 모아두고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자 소니아가 나를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아마도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소니아도 어느 정도는 아는 듯해 보였다.


“그간 못 볼 꼴을 보여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이라는 죄책감과 저로 인해 또 누군가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카렌이 오지 않을 거라는 소니아의 말에 나는 카렌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에 마음이 쓰렸다. 하지만 나를 믿고 찾아와준 사람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우선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간 있었던 내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작, 우리는 자네가 느낀 슬픔의 깊이를 모르지 않는다. 누군가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의 무게는 모두가 같지. 허나, 자네는 우리를 이끄는 자일세. 자네가 꺾이지 않아야 자네를 믿고 따른 우리들이 꺾이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게.”

“네... 검은 망치 님의 충고 깊이 새기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모두에게 그간 있었단 내 심경에 대해 해명했다. 솔직히 아무리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합리화고 변명이다.


역시나 회의실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가 끝나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침묵만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로날프였다. 그는 이 자리에 모인 모두를 대변하여 내게 쓴소리를 해주었다. 차분하지만 뼈있는 그의 말을 나는 마음 깊이 새겼다.


“좋네, 백작 그대를 한 번 더 믿어 보도록 하지. 이견이 있는 사람이 있소?”


“...”


“없는것 같군.”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내게서 묻어나는 진심을 느껴서일까, 아니라면 그저 어른이기에 자신에 비하면 한없이 어린 핏덩이에 불과한 내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까.


아무도 말을 잇지 않는 가운데 로날프는 다시 한번 총대를 메고 내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의 말에 이견을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모두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물론 모두가 내 변명을 납득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여기 모여든 사람들은 나를 믿고 따라온 사람들이기에 그저 한 번 더 믿음을 준 것이다.


천금과 같은 기회를 다시 얻은 나는 다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며 확신을 담아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말해보게. 백작, 자네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무언가?”

“어제 그랑 후작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스위든 백작에게 들어 알고 있네. 그가 무슨 얘길 하던가?”

“페드로가... 페드로가 살아있다고 합니다.”


“?!!!!”


그렇게 내 감사 인사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침묵했다. 아마 로날프가 총대를 메며 분위기를 주도하긴 했어도 그의 말 한 번에 바닥으로 떨어진 나의 신뢰도가 모두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이번에도 로날프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계기를 물었다.


어제 있었던 그랑 후작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방금 로날프의 질문을 통해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로날프의 질문에 대한 내 첫 대답으로 페드로가 살아있음을 언급하자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고, 모두들 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어제 그랑 후작과 있었던 일 모두를 이야기해 주었다. 뒤늦게 도착한 테너리스 가문의 병력, 그리고 수습한 뒤 페드로를 발견했고 부상은 심했지만 숨은 붙어있었다는 얘기, 그리고 듀발 후작의 사람들이 데려갔다는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그럼 빨리 구해야죠!”

“안 됩니다.”


“왜죠? 백작님도 그렇게 슬퍼하셔놓고 이제 와서 두려우신가요?”


내 이야기가 마무리되자마자 소니아가 울먹이며 페드로를 빨리 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내가 그녀를 말리자 그녀는 내가 겁을 먹어 피하는 줄 알고 나를 힐난했다.


“데일 백작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모두 숨죽여 힘을 비축하실 때입니다.”

“저희를 받아주신 것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백작님은 저희의 사정을 모르시지 않나요?”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나를 대신해서 스위든 백작이 나서서 대답했다. 그녀조차 자신의 의견에, 지금 당장 페드로를 구해내야 한다는 말에 동조하지 않자 소니아는 스위든 백작에게 날이 선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맞습니다. 저는 여러분과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나서면 안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로 추리자면 이렇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대신에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 또한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보이는 시야가 나와 같기에, 내가 왜 이러한 판단을 했는지 아는 것 같아 보였다.


설명을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첫째, 우리는 지지기반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제국에서는 완벽한 반역자가 되었다. 그런 만큼 모습을 드러내 놓고 활동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라 하나 수도로 가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냥 이대로 자살하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둘째, 그들이 당장 페드로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를 노리는 듀발 후작과 마족이 연계된 배후세력은 도망친 나를 잡기 위해서라도 인질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페드로를 당장 어쩌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셋째, 어떻게든 구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문제였다.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완전한 반역자 신세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페드로를 구출해 낸다고 하더라도 듀발 후작과 그의 뒤에 있는 마족은 내가 살아있음을 안다. 그렇다면 나의 행동을 제안하기 위해 새로운 인질이 필요할 것이었고 그것은 아마도 내 영지민이 될 것이었다.


거기다 더해 나에 대한 경계가 더욱 활발해져 활동하기 어려워질 것이었다. 그나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황제의 해독제를 빨리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나의 신원 회복도, 페드로의 구출도, 영지민의 안전도 이루어질 수 있기에 지금은 그저 조용히 숨죽인 채 힘을 비축해야만 했다.


그렇게 스위든 백작이 설명을 마치자 그녀의 말에서 틀린 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던 소니아는 명분을 잃은 채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입술만 씹을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백작님, 그럼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 내 영지로 배정될 새로운 영주는 그랑 후작이 무리해서라도 자신의 측근을 보낸다 했어. 언제까지고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그동안만큼은 확실히 영지민들을 보호해 준다고 약조를 받았어.”


그렇게 다시금 정적이 감돌자 여태껏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프레드릭이 향후 계획에 관해 물어왔다.


나는 그렇게 다시금 입을 열며 그랑 후작과 있었던 이야기에 대해 나머지를 말해줄 수 있었다. 전일 나를 진정시킨 그랑 후작은 내게 몇 가지 약조와 조언을 해주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 영지민에 대한 보호였다. 그는 무리해서라도 자기 사람을 내 영지의 새로운 영주로 세우겠다 했다.


아마 아주 오래 버티진 못해도 한동안만큼은 내 영지민을 충분히 방어해 줄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새로운 신분패를 내어주었다.


현재 완벽히 반역자로 낙인찍힌 나는 더 이상 데일 볼든 이라는 신분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랑 후작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깔끔하게 공인된 새로운 신분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신분패를 내게 건네며 향후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저는 용병이 되려 합니다.”

“용병... 말입니까...?”


보통의 용병 입지는 자유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천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귀족이고, 명망 있는 개국 공신 가문의 가주인 내가 천하디천한 용병이 되겠다고 하자 자리에 있는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랑 후작이 내게 조언한 건 용병이 되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처음에는 지금 사람들의 반응과 같았다 한시가 급한 지금 뜬금없이 용병을 언급하는 그랑 후작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용병은 보통의 용병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황금패 용병이 되려 합니다. 아니, 돼야만 합니다.”


그랑 후작이 내게 말한 것은 황금패 용병이었다, 내게 해독제를 구하라 부탁한 후에도 그랑 후작은 전적으로 내게만 맡기지 않고 조사를 지속했던 듯했다.


그렇게 그가 알아낸 결과 또한 일반적인 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통 해독제란 독을 만든 사람이 그 해독약 혹은 해독제 제조법을 알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듀발 후작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 해독약이나 해독제를 찾기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독을 치료하는 게 아닌, 독 자체를 제거하는 오파츠를 찾아보자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알프, 제로스 부탁이야. 내가 몸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 나를 단련시켜줘.”

“목표가 황금패 용병이시라면, 쉽지 않으실 겁니다.”


“각오했어.”


사람들에게 내 목표를 이야기하고 나는 알프와 제로스에게 나를 훈련 시켜달라 부탁했다. 분명 나는 아무리 훈련해도 평범한 사람 그 이상의 힘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단련은 필요했다. 이제는 나를 지켜주는 병사들은 없다. 오롯이 나 혼자 맞서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럴 때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사람분의 힘과 속도 그리고 전투 지식이 필요했다.


“제가 도울 일은 없겠습니까?”


알프와 제로스가 내 부탁을 수락하자 스위든 백작이 내게 물어왔다.


“나이츠 홀을 빌리고 싶습니다.”

“그곳을요...? 그곳은 지금은 폐쇄되었습니다.”


“산채에서 데려온 인원들을 그곳에서 훈련시켜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검은 망치님, 소니아, 프레드릭 세 사람은 카렌과 함께 이곳에서 스위든 백작을 도와줘. 부탁할게.”


“큼큼, 사람을 가르치진 않아도 장비는 만들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백작님...”


“저는 마탑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렇게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앞으로 해주었으면 하는 일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내 의견에 따랐지만 단 한명 소니아 만은 내 부탁을 거절하였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

“너무 분해요... 나름 재능있다, 천재다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는데...인챈터가 되고 나서 자만했었나 봐요... 이번에... 너무 무력감을 느꼈어요. 백작님이 황금패 용병이 되시는 동안 저는 마탑에서 공부와 수련을 하겠어요.”


섭섭한 듯한 목소리로 이유를 묻는 내게 그녀는 분하다 대답했다.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고 알겠다 해 주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할 일이 정해진 뒤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회의가 마무리되었어도 내 일은 끝나지 않았다. 회의가 마무리되고 모두 빠져나간 뒤 소니아는 나가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녀는 모두가 빠져나간 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백작님, 백작님의 감정을 이해는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그런 일은 용납될 수 없어요. 카렌에게 사죄를 구하고 그녀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 두세요. 그렇지 않다면 저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소니아는 그렇게 자신의 할 말만 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비단 그녀의 말이 아니라도 나도 알고 있다. 나는 카렌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녀가 용서를 해주지 않더라도 나는 그녀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페드로가 살아있으므로 내가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회의실에서 나와 카렌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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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3급 용병" +2 23.10.01 1,371 23 13쪽
104 "엇갈림 그리고 나아감" +4 23.09.30 1,363 24 13쪽
» "나아갈 길" +2 23.09.29 1,389 23 13쪽
102 "실수와 희망" +2 23.09.28 1,390 23 14쪽
101 "패닉" +2 23.09.27 1,413 22 13쪽
100 "그의 희생" +4 23.09.26 1,437 23 12쪽
99 "램버트 테너리스" +2 23.09.25 1,474 24 13쪽
98 "조력자?" 23.09.24 1,474 22 13쪽
97 "테너리스 기사단" +2 23.09.23 1,501 23 15쪽
96 "황제의 사신" +2 23.09.22 1,590 24 15쪽
95 "공론화" +6 23.09.21 1,538 25 13쪽
94 "흑막(?)" +4 23.09.20 1,531 22 14쪽
93 "드라바덴" +4 23.09.19 1,574 25 15쪽
92 "검은색 탄환" +4 23.09.18 1,589 25 13쪽
91 "전투의 결과" +4 23.09.17 1,579 24 13쪽
90 "계속되는 전투" +2 23.09.16 1,573 22 13쪽
89 "라이칸스로프" +2 23.09.15 1,602 25 15쪽
88 "그날의 참극" +2 23.09.14 1,596 24 12쪽
87 "그날의 밤" +2 23.09.13 1,628 24 13쪽
86 "거대한 늑대" +2 23.09.12 1,674 26 13쪽
85 "목표" +4 23.09.11 1,673 26 13쪽
84 "흔적" +2 23.09.10 1,735 27 13쪽
83 "옛날 이야기" +2 23.09.09 1,793 27 12쪽
82 "목격자들" +6 23.09.08 1,832 27 13쪽
81 "네빌 남작" +4 23.09.07 1,901 2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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