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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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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6.12.08 15:57
최근연재일 :
2017.02.05 16:3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59
추천수 :
25
글자수 :
68,750

작성
17.01.26 11:24
조회
222
추천
1
글자
6쪽

2부 - 2화.

DUMMY

“어디로 가세요?”


“XX 동 ZZ 아파트 앞으로 가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탁경은 뒷좌석에서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부자야, 것도 어마어마하게.

재산을 상속받건 어쨌건 중요한 것은 그가 눈여겨봤던 남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산다는 것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눈에 익을 정도로 드나들던 남자를 유심히 본 게 이렇게 득이 될 줄 그는 몰랐다.

볼 때마다 그가 고른 말은 유력하건 승률일 낮든 간에 늘 그에게 상금을 안겨주었다.

그런 일이 서너번 반복되자 그는 기현이 배팅할 때 몰래 뒤에서 본 후 똑같이 걸어봤다.


그때 기현이 걸었던 말은 배당이 높은 말이었다. 즉, 그 말이 일등으로 들어올 확률이 낮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땄다.


그 뒤로 그는 기현이 나올 때까지 매일 경마장을 드나들었다.

어쩌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 베팅을 하면 그 베팅마는 무조건 돈을 쥐여주었다. 무조건.


그쯤 그는 머릿속이 아주 혼란스러웠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쉽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

사람 등쳐먹는 이런 일을 십 년이 넘게 했던 자신이었다. 사람 보는 눈만큼은 확실했다.

막노동이나 기껏해야 어디 중소기업 사무직 말년 대리로밖에 안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걸고 결코 지하세계에 몸담는 그런 쪽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것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치밀하게 관찰하고 접근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사람이었으면 다음번에 집안의 것들을 가지고 나왔을 터였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그는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 친구는 거위야 거위. 황금알을 낳는···. 스스로의 생각에 옳은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같이 배를 가를 순 없지. 옆에만 있으면 돼. 알은 알아서 나올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그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기현을 눕혔을 때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집주인은 잠들지 않았었다.

맹세컨대 잠든 척 한 것이 분명했다.

그 침묵의 신경전은 기현을 절대 우습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예사 능구렁이가 아니야···.


“다 왔습니다. 손님.”


“얼마죠?”


“만 삼천 칠백 원이네요.”


그는 지폐를 건네고는 지갑과 주머니에서 동전이 있나 뒤져보았다.


“아, 동전 드릴게요.”


“예.”


“수고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꽤 많은 돈을 따서 당분간은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싶었다.


"나 왔어."


"왔어?"


집에 들어오니 보일러를 틀었는지 따뜻한 공기가 그의 몸에 달라붙어 쫓아왔던 찬바람을 쫓아내 주었다. 그의 아내는 잠깐 잠들었는지 눈이 피로해 보였다.

아마 저기 누워서 세상모르게 잠들고 있는 아이에게 시달리느라 그랬으리라.


그는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으며 새삼 집을 둘러보았다.

현관문 바로 앞에는 주방 겸 거실이 하나 있었고, 문 바로 옆과 거실 위로 방이 하나씩 있었다. 그 사이의 방에는 욕조도 없는 작은 화장실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야 자식이 아직 어리니 괜찮다지만, 더 큰 곳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기들은 금방 크기 마련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그는 옷걸이에 옷을 걸으며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에게 말했다.


"애는 잠들었어?"


아내는 탁경의 옷에 붙은 먼지를 떼 주며 말을 받았다.


"안 자려고 버티다가 아까 겨우 잠들었어."


"······."


그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넸다.


"회사에서 밀린 돈 받아왔어. 꽤 될 거야."


그는 오기 전에 미리 당첨금을 나눠 봉투에 담아 넣었었다. 꽤나 묵직한 봉투를 받은 아내는 슬쩍 눈대중으로 세보았다.


"많이 받았네. 안 그래도 생활비가 조금 빠듯했는데 잘 됐다. 아, 참. 지수 곧 어린이집 가는 거 알지?"


그는 샤워하러 가려다 아내의 말에 멈칫했다. 벌써 그렇게 됐던가? 벌써 그럴 때가 됐나.


"그럼. 당연히 알지. 알고말고."


까맣게 잊었던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는 강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머뭇거리는 아내의 모습이 살짝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애가 첫 등교는 아빠가 데려가 줬으면 좋겠대··· 가능... 하지?"


언제인지 정확히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직업이 없는 그로서는 남는 게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아침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의 아내는 그가 공사판에서 목수로 일하는 줄로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남 속이는 거야 늘상이었으니까.

그는 아내의 눈빛에 미안해져 고개만 끄덕인 채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애는 자?”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그는 물었다.


“그럼, 시간이 몇 시인데.”


그리고 들려오는 같은 대답. 마치 인형극을 하듯 그의 물음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되었고 아내의 한마디 말로써 그들의 연극은 끝이 난다.

그는 알고 있었다는 듯 개의치 않은 채 아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


세상모르고 새근새근 잠이 든 아이 옆까지 조심스레 다가간 그는 조금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많은 생각이 담긴 눈빛으로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볼을 어루만졌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아비에 대한 미안함일까.

언젠간 들켜질 자신의 더러움과 그로 인해 방황하고 놀림 받게 될 아이에 대한 걱정일까. 둘 다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성스럽고 순백한 작은 방 안에서 그는 참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꿇은 두 무릎과 숨소리조차 조심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을 인정하고 있는 증거였다.

착잡한 마음에 소리 없는 긴 한숨을 뱉은 그는 들어왔던 것과 같이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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