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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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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6.12.08 15:57
최근연재일 :
2017.02.05 16:3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53
추천수 :
25
글자수 :
68,750

작성
17.01.06 03:58
조회
254
추천
2
글자
6쪽

1부 - 2화.

DUMMY

봄의 끝자락에 먹구름으로 가득한 아침 바람은 저절로 움츠러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양팔을 감싸 비비며 더 따듯하게 입고 나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로또라··· 그는 아침에 얼핏 들은 뉴스를 생각하며 통장에 남은 돈을 가늠해봤다. 담뱃값이랑 라면 그리고 쌀이 얼마나 남았더라.


이것저것 빼가며 손가락으로 셈을 해봤다. 입술을 반쯤 깨물며 고민하던 그는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문에 달린 종에서 딸랑 소리가 나자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남자는 밤새 일한 것 때문인지 꽤나 졸린 눈으로 기계적으로 말했다.


진열대를 벽 삼아 힘없이 기대고 있는 모습은 새벽 동안 자란 추저분한 수염과 더해져 측은함을 느끼게 했다.


“로또 자동으로 5장이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눈과 그에 따른 조금 느린 움직임에 그는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군대는 갔다 온 것 같은데.


“오천 원입니다.”


구겨진 지폐를 건네받은 아르바이트생은 고개를 조금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고생하세요.”


밖으로 나오자 다시 찬바람이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왠지 가슴까지 시린 기분이 들었다. 한차례 몸을 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일터로 추적추적 걸어갔다.


일터에 도착하니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착해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그쪽으로 걸어가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안녕하세요. 반장님.”


그의 목소리에 이야기를 하던 반장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어. 기현이 왔냐. 날씨가 춥다. 그치?”


이곳에서 오래 일해서인지 마흔 줄인 그는 그 나이답지 않은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서글서글한 웃음은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는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머리와 합쳐져 푸근한 동네아저씨의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니까요. 그래도 푹푹 찌는 것보다는 낫죠.”


그의 말에 반장은 상상을 했는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말도 마라. 노가다 판에서 여름에 일하는 건 어휴. 차라리 겨울이 낫지.”


진절머리 치는 반장의 모습에 그는 얄궂은 눈으로 말을 받아쳤다.


“에이, 겨울 되면 또 여름 찾으실 거면서. 아 맞다. 아침에 뉴스 보셨어요?”


“뭐 말하는겨. 로또?”


친근한 반장의 사투리에 그는 미소 지었다.


“예. 듣자 하니 1등 당첨금이 어마어마하던데요.”


빛나는 그의 눈을 보고 있자니 반장은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도장 찍은겨?”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아 그럼요. 제가 내일 출근 안하면 당첨된 줄 아세요.”


반장은 지겹다는 듯 손을 휘휘 저어댔다. 남은 커피를 입 안으로 털어 넣은 그는 일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뒷모습을 바라보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그는 멀리서 누가 뛰어오는걸 보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에 기현은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웬일이냐. 일찍 오던 놈이.”


“하이고. 안녕하세요. 어디 좀 다녀오느라고요.”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지도 않은 채 바로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안심해 했다.


“그래도 늦지는 않았네요.”


히죽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기현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너 여기서 일한 지 한 달 됐나?”


머릿속으로 날짜를 세어보던 그는 대답했다.


“어···네. 그 정도 된 거 같아요.”


“그래?”


골똘히 생각하던 기현은 발걸음을 옮겨 반장이 간 곳으로 걸어갔다.


“반장님. 재영이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제가 데려가서 작업시켜도 돼요?”


길게 기지개를 키던 그는 기현의 말에 조금 놀란 듯싶었다.


“웬일로 네가 데려가겠다고 하냐.”


“애가 싹이 보이더라고요.”


“너도 걔 맘에 드나 보다? 하긴. 인사성도 밝고 일도 잘하니.”


볼펜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고민하던 반장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려. 네가 데려가서 작업 같이해.”


뒤돌아 나가려던 기현에게 반장은 갑자기 떠오른 듯 다급하게 말했다.


“아, 맞다.”


“네?”


“오늘 위에서 공사 잘되나 검사차 내려올겨. 밉보이지 말라고.”


골치 아프다는 듯 그는 인상을 팍 구겼다.


“귀찮게··· 아. 알았어요.”



“재영아.”


뒤돌아 바라보는 그는 변함없이 유쾌해 보였다.


“오늘부터 나랑 같이 작업하면 돼.”


“아, 네. 알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그도 분명 힘들게 살고 있을 텐데 슬픔을 감추려는 것인지 늘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어린 귀여움에 모두들 밝은 분위기를 가질 수 있지만 기현은 그런 그가 안타까워 보였다. 웃음이란 가면 뒤에 있는 그의 감정을 얼핏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어릴 적 포기해버렸던 희망이 그에게는 보여서일까.


쟤도 가정폭력이라고 했던가. 술자리에서 얼핏 들은 그의 이야기는 그 자신처럼 재영이도 아버지란 작자가 가족에 평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에서는 그의 아버지는 이제 좀 유들 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누군가 큰소리를 내면 심장이 뛰고 무섭다고 한다.


왠지 그는 마음이 쓰라렸다.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던 그는 문득 아침에 꿨던 꿈이 다시금 떠올랐다. 가끔씩 꾸는 그 꿈.


차라리 악몽 속에 남아있는 허상이었다면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을 텐데. 습관적으로 그는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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